지난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의 축제라고 불리는 GDC 행사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개발자들이 모여 최신 게임 개발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매우 큰 행사입니다.


장장 5일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들이 수많은 세션을 진행하는 것 뿐 아니라,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지스타 행사와 같은 식으로, 개발자들의 구미에 맞는 게임 관련 전시행사인 GDC 엑스포가 열리기도 합니다. 개발자들이 직접 올해의 게임을 투표로 뽑기도 하고 재기발랄한 인디게임들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하죠. 인디 게임 개발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인디 게임 : 더 무비"는 정말 올 해의 영화로 손꼽을 명작이었습니다.


저녁마다는 개발자들끼리 만날 수 있는 신나는 - 하지만 99%가 남자인 - 칵테일 파티가 이어지기도 하는데, 오프라인에서 만난 그들이 서로 서먹서먹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인벤에서도 GDC 행사 취재를 위해 지난 주 샌프란시스코 현장을 찾았습니다. 다양한 GDC 관련 취재 기사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GDC 2012 행사, 인벤 취재 기사 모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건, GDC 행사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흔적들입니다.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눈길을 보내는 것이 기자 혼자만은 아니었음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라이엇게임즈 채용부스에는 다른 유명 게임사, 블리자드나 밸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부스처럼 1:1 현장면접을 위한 길고 긴 줄이 늘어서 있었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게임을 한 판 해보려고 큐를 돌리는(-_-;) 개발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요.


강연에서도, 보통 개발관련 강연이 마치고 나면,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 개발자이기 때문에 강연에서 소개된 개발과 관련된 내용의 질문을 하기 마련인데, 리그 오브 레전드 관련 강연은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이번 패치가 이러저러하게 되었는데 왜 그렇게 한 건가", "리눅스 버전은 언제 나오나", "보이스 채팅 기능을 왜 아직 넣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 어떤 챔피언이 상향되었는데 그게 이런 문제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러니까 그 시간만큼은 개발자 대 개발자의 질의응답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유저 간담회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렇습니다. 해외 개발자들도 다들 리그 오브 레전드 하고 있었어요. 개발자의 탈을 쓴 LOL 유저들이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질문이 많이 이어졌던지, 강연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유저'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다가 진행요원에게 "이제 강의실을 비워주고 그만 해야 되지 않나요?" 하고 연신 물어보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팬으로 추정되는 진행요원은, 짐짓 모른체 하고 "아닙니다. 시간이 많으니까 남아있는 질문도 모두 들어보셔도 되요."라고 수차례 훼방(?)을 놓기도 했습니다.


해외 개발자들까지도 사로잡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GDC 행사. 강연으로 잡혀있었던 도미니언 모드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GDC 행사에서 만날 수 있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모습들을 여러분들께 전해드립니다.


※ 리그 오브 레전드 도미니언을 회고하며...


먼저 소개해드릴 내용은 라이엇게임즈의 수석 프로듀서 트레비스 조지(Travis George)의 도미니언 개발 관련 강연입니다. 이 강연에서 그는 도미니언 모드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과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결국 도미니언이 어떻게 런칭되었는지를 단계별로 설명했습니다.


실은 이 강연은 이와 같이 새로운 모드를 개발할 다른 개발자들에게 참고가 될만한 내용이었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강연이 끝나고 난 뒤에는 개발자의 가면을 쓴 유저들의 끝없는 질문 러쉬가 이어지는 색다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 = 수석 프로듀서 트레비스 조지, 그는 볼리베어를 사랑하는 남자였습니다. ]



[ = 깨알같은 자랑시간. LOL은 전세계 3250만 회원에 130만 동접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 = 도미니언이란 MOBA 장르의 새로운 게임 모드. ]



[ = 강연을 듣는 사람들 중에 도미니언을 해본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거의 90%가 넘는 사람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개발자도 어쩔 수 없는 LOL의 노예 ]



[ = 이게 바로 도미니언의 초기 모델, 마그마 체임버 - Magma Chamber ]



처음 새로운 모드를 만들기로 하고 디자인 된 맵은 마그마 체임버라는 맵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소환사의 협곡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3개의 라인에서 상대 챔피언을 물리치고 마지막 건물을 파괴하는 형태 자체는 변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개발자들은 "소환사의 협곡과 다른 게 없다."는 딜레마에 빠졌고 그래서 아예 새로운 모드를 상상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모드는 3가지 원칙을 따라야 했습니다.


유저들에게 더욱 가치있는 게임플레이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고, MOBA 장르를 진화시켜야 하며, 탐험에 있어 제약이 되는 건 없애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기치 아래 새로운 모드로 '점령전'이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 = 그건 그렇고, 라이엇 개발팀은 회사 내 피시방이 있어서 정말로 많이 LOL을 플레이 한다고 합니다. ]



[ = 사무실에세 LOL 하는 것이 무려 장려된다고 하네요. ]



하지만 도미니언을 개발하는 데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이었고,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챔피언과 스킨을 출시해야 하는 빡빡한 개발일정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현재의 컨텐츠 업데이트와 병행해서 도미니언 모드의 개발을 해내야 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개발에 들어갔을 때 개발 이슈들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모드에서 미니언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AI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향해 앞으로만 가는 미니언들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도미니언은 점령하는 위치에 따라서 왼쪽으로 가던 미니언이 다음에는 반대방향으로 가기도 해야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미니언들이 마치 마이클잭슨이 하는 것처럼 문워크를 하면서 이동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 거꾸로 가게 했더니 문워크를 하더라는... ]



[ = 그 외에도 수백가지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폭탄을 운반해서 터뜨리거나, 강력한 NPC 몬스터가 돌아다니거나
심지어 맵의 가운데 바론 남작이 등장하거나! ]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겨납니다.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 샤이니 프로젝트였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그래픽을 좀 더 멋지게 바꾸는 이 프로젝트는 도미니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많은 유저들에게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는 동일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이 두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 = 왜 못해? 할 수 있어! ]









그러나 이 결합은 결국 끊어지게 됩니다. 기존 소환사의 협곡 맵 리뉴얼에 초점을 맞춰왔던 샤이니 팀과, 새로운 모드를 개발하던 도미니언 팀은 개발 방향을 맞출 수 없었고 서로의 목표가 달랐음을 나중에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서로의 프로젝트에 서로가 제한이 되었음을 안 것은, 이미 한 달 동안 서로의 코드나 툴을 견고하게 세팅한 후였고, 이를 다시 떼어놓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을 허비했다는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 = 그런 과정 속에서 여러가지 교훈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후에도 어려움은 남아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도미니언이 한 게임을 하는데 20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소환사의 협곡이 40분 걸렸으니 이는 절반의 시간에 해당하고, 이는 곧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매칭이 일어나야하고 로딩이 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뒷받침해줄 서버 등의 플랫폼이 도미니언을 지원해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베타 테스트였습니다. 도미니언 모드가 개발된 당시만해도 공개 베타 서버가 없던 시절. 프로 게이머들이 플레이 하면서 밸런스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30명 규모의 클로즈 베타 서버가 있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도미니언 모드를 테스트하기엔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 = 그래서... 그냥 라이브 서버에 올려버렸습니다! ]



[ = 그리고 런칭하는 날. 새벽 6시 이런 기분으로 출근한 개발팀은... ]



[ = 이런 기분을 맛보게 됩니다. ^^ ]



결과는 대성공. 도미니언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개발에 도입하지 못했던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아이디어들과, 개발하는 데 걸린 12개월의 시간, 초창기 7명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40명에 달한 개발인원과 같은 과거의 노력은 긍정적인 유저들의 반응을 통해 모두 보상받았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도미니언은 소환사의 협곡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새로운 모드가 되었다고 합니다.





※ 라이엇게임즈의 채용 부스에서 ...


날로 성장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급상승! 라이엇게임즈 역시 채용 부스를 차리고 수많은 분야의 새로운 피를 긴급히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라이엇게임즈에 입사하려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북새통을 이룬 채용 부스의 모습과 부스에서 나눠 준 작은 선물(?)들도 추가로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 = 리그 오브 레전드 돌풍의 주인공 라이엇 게임즈도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구하고 있습니다 ]



[ = 그만큼 많은 개발자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



[ = 하지만, 한 켠에선 '아리'를 선택하고 한 판 하려는 개발자의 모습도 ]



[ = 딱딱한 책상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실무 담당자와 1:1 면접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 = 채용 박람회에서 나눠주고 있던 상품을 받아왔습니다.
물통, 라이엇 배지, 그리고 저건 의자(?) 같은 무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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