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오전 9시, 평창을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기자가 평창에 가는 이유는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2013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서 지적 장애아동을 위한 게임 소프트웨어를 선보여, 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많은 이들이 게임은 놀이를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곱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이런 활동이 초석이 돼 사회가 바라보는 부정적은 인식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

평창에 도착해 멘토와 지적 장애인이 함께 만든 여러 작품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순박함이 느껴지는 그림과 조각은 이들의 창의성이 돋보였다. 작품을 만들면서 멘토와 함께 사진으로 남겨진 과정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겪는 이들의 앞날에 게임을 이용한 치료법이 도움이된다면, 사진 속 순박한 웃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게임의 중독성을 지적하며 사회적 문제의 화두를 장식하는 사태를 벗어나, 지적 장애인들의 간편한 의사소통과 인지재활훈련에 게임의 몰입력이 더해 더욱 나은 교육환경이 조성된다면, 게임의 어두운 측면을 부각해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풍토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 지적 장애인들이 멘토와 함께 만든 작품


▲ AAC와 인지니에 관심을 보이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


자리를 옮겨 엔씨소프트의 부스가 차려진 곳으로 이동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부스를 돌아보며 'AAC(의사소통보조 어플리케이션)'와 '인지니'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두 개의 프로그램은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사회적 부분과 접목해 정상적으로 몰입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개발됐다.

'AAC'는 언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동들이 보다 쉽게 세상과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한국어에 적합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초 연구 및 제작/배포를 통해, 말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만 2세~5세)의 언어 장애 아동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이패드 기반의 의사소통 지원 소프트웨어인 'My First AAC' 1.0버전을 출시했으며, 현재 2.0버전(한글)을 개발 중이다.

▲ AAC 플레이 화면


2.0버전은 25개의 카테고리에 200개 이상의 아이콘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감정에 알맞은 카테고리를 선택해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 아이콘을 터치, 음성 지원과 함께 감정과 활동, 음식, 사회성 등을 표현할 수 있다. 아울러 색과 모양 등의 기초적인 언어와 일상에서 필요한 의사전달 문구가 저장돼 있어 간단한 터치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인지니'는 지적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을 위해 특별히 고안되거나 개발된 게임이 아직 우리나라에 없어, 이런 문제점을 의식해, 2009년부터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18개월부터 36개월의 인지연령을 가진 지적장애 아동을 타깃으로 인지치료와 생활을 돕기 위한 기능성 게임이다.

지적장애 아동을 위한 치료 과정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된 '인지니'는 12개의 카테고리를 기반해 난이도별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인지 능력의 상승을 확인할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 기초적인 퍼즐 부터 차근차근 어려워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인지니 플레이 화면


퍼즐을 맞추는 데 성공하면 결과물로 어떠한 것이 나타나는지를 소리와 함께 보여줘 기초적인 단어의 뜻과 상호관계 등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양의 털을 깎는 상황을 제시해 간단한 터치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자연스러운 음향 효과를 강조해 양이 행복해하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자신이 털을 깎아줘 양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양의 털을 깎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병원에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반기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에 대해서 이재성 상무는 "한국을 생각하면 게임 강국이란 이미지가 쉽게 떠오른다. 이러한 부분에서 한 단계 나아가 게임을 이용해 장애인 영역에서도 한국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게임과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ACC' 2.0 버전과 '인지니' 2.0 버전은 연내 제작 완료를 목표로 현재 활발히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공헌 목적으로 무료 배포될 예정이다.

▲ 멘토와 소통하며 웃음을 보이는 지적 장애를 가진 이들


이익 추구를 위한 개발이 아닌, 사회적 약자로 취급되는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ACC'와 '인지니'의 개발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3년간의 시간과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들어갔으며, 많은 개발 인력과 재활치료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서울 아산병원이 동참해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대다수 게임 업체가 사회공헌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활약이 게임에 대한 고정적인 시선에 가려 보이지 않은 경우가 숱하다는 것이다. 'ACC'와 '인지니'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게임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초두를 장식, 나아가 사회적 질타에 자신감으로 화답하는 길을 닦아줄 단초가 되지 않을까.

지적 장애인들을 주체로 바라보며 더 나은 삶의 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게임 업체가 있다는 것만으로 국내 게임 시장의 장래가 어둡지만은 않아 보였다.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는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이재성 상무의 한마디가 가슴 깊이 새겨졌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