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의 입장에서 게임을 즐기기는 쉬워도, 개발자가 되어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더군다나 재미있게 만들어 유저들이 기억할만한 수준의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십명의 개발자가 팀을 이루어 몇 년씩 개발해야 하는 온라인 대작 게임에 비하면 규모는 작아졌지만, 그래도 몇개월 이상 걸리는 모바일 게임 역시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의 초창기부터 누군가가 1인 개발자라는 소문이 들리면 각종 언론 매체들은 물론 게임업계의 동료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개발해도 어려운 과정인데, 혼자서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 등의 작업을 어떻게 혼자 해결했을까. 일부는 외주를 통해 해결하더라도 적지않은 자금이 들어가고 관리는 결국 스스로의 몫이니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얼마전 한국의 앱스토어에 출시되어 유료 매출 게임의 5위권 안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했던 '리버스 오브 포츈 2'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작 '리버스 오브 포춘'의 후속작이며, '소서러 오브 포츈'과 '디펜스 오브 포츈'의 뒤를 잇는 포츈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이다.

'리버스 오브 포츈 2'가 다른 게임들보다 놀라운 사실 하나, 포츈 시리즈의 4개 게임들은 모두 단 1명의 개발자가 혼자서 만들어낸 게임들이다. 날고 기는 게임들이 수두룩한 앱스토어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흥행에 성공한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1인 개발자가 만든 게임이고 장르조차 흔한 캐쥬얼 게임이 아닌 SRPG!


출시 첫 날 한국 앱스토어의 유료 매출에서 1위를 달성했고, 북미 지역에서도 입소문을 타면서 순위를 올려가고 있는 '리버스 오브 포츈 2'는 과연 어떤 사람이 개발했을까. 초창기와 달리 점차 대형 게임 업체들의 활약이 늘어가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서 1인 개발이라는 쉽지않은 길을 걷고 있는 도톰치 게임즈의 장석규 대표를 직접 만나보았다.



▲ 도톰치 게임즈의 장석규 대표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한 '리버스 오브 포츈 2'을 개발한 도톰치 게임즈의 장석규입니다. 개발을 시작한지는 약 10여년 정도 되었네요. 올해 1월까지는 기획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몇 종류의 온라인 게임 개발에 참여했고 그중에는 서비스되었던 게임들도 있습니다. 경력의 마지막에는 모바일 팀으로 옮기게 되었죠.

처음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을때는 원화가로 참여했었습니다. 하지만 약 9개월 즈음 되니 회사에서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만들어낼 여력이 부족하다 싶어 기획자로 전향했구요. 이후에도 만화를 꾸준히 그려서 잡지에 연재를 한 적도 있었는데 금방 폐간이 되어버린 씁쓸한 추억도 있네요.


회사를 다니면서 여러가지 문제들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올해 초에 회사가 이사를 하게 되면서 출근이 너무 어려워질 정도로 집과 거리가 멀어진 것이 일종의 계기가 되어 올해 1월말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1인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네요.


도톰치라는 이름은 상당히 특이합니다. 이 이름을 사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도톰치라는 이름은 2000년도부터 생각해 낸 이름입니다. 그냥 '도톰치'라고 하면 뭔가 좀 어색한데, 주변에서 '톰치야~'라고 불러주니 어감이 좋게 들려서 계속 사용하게 됬습니다. 만약 영어로 이름을 짓게 된다면 아마도 장 톰이라고 지을 듯 싶네요.(웃음)


▲ 장석규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자신의 캐릭터, 도톰치


게임 개발에 뛰어들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생때 '부루마불'을 즐겨 했었습니다. 그런데 부루마불은 룰이 금방 식상해졌죠. 그러다가 우주여행판과 세계여행판을 같이 붙여서 해보니 더 재미있더라구요. 그리고 두꺼운 도화지를 이용해 직접 보드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즐기기도 했었습니다. 이 때부터 게임을 하는것도 재미있지만 게임을 자신의 느낌으로 튜닝하는 것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접하게 된 게임이 일본의 스퀘어에닉스(당시에는 스퀘어)가 만든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입니다. 이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엔딩을 수십번을 봤는데도 요즘도 가끔씩 즐기곤 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를 하다보니, 내가 이 게임을 온라인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서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 업계에 뛰어들었죠.


직접 만든 포츈 크로니클의 이야기가 벌써 4번째를 맞았습니다. 포츈 세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리버스 오브 포츈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대학생때 마음이 맞는 형, 누나들끼리 모여서 '포츈카드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4~5인 정도가 모여서 소규모 팀으로 개발을 시작했죠. 지금이야 소규모 팀 개발을 통해 게임사에 채용되는 일은 흔한 편이지만, 그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개인사정으로 인해서 개발이 중단되었고, 그때 개발했던 소스는 다 보관하고 있었죠.

그 후 회사에 입사해 온라인게임 개발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많이 배우기도 했구요. 만든 게임이 오픈베타가 끝나고 어느정도 여유를 찾게 되니까, 그동안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때 예전에 개발했던 포츈을 다시 살려보자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죠. 'Rebirth'의 뜻이 '되살리다'잖아요? 그래서 '리버스 오브 포츈'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꼭 게임을 완성시켜보고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적극 권장하던 'XNA'를 1년 정도 공부를 했어요. 이때 당시 아이폰이 출시되서 막 1인 개발자가 붐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저도 한번 아이폰으로 이식하면 괜찮을 것 같아 아이폰에 리버스 오브 포츈을 이식하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속작들은 SRPG가 아닌 퍼즐과 디펜스 장르인데,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요?

리버스 오브 포츈을 만들고 나서 또 유저들에게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칭찬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게임을 만드려고하니, 또다시 SRPG를 만들기보다는 다른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개인적으로 퍼즐 게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다른 방식으로 퍼즐게임을 즐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됬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소서러 오브 포츈입니다. 기존에 있던 소스와 세계관을 가지고 어떻게 퍼즐을 구현하면 재미있을까 생각을 해보았는데, 마름모를 쓰게 됬습니다. 일종의 쿼터뷰같은 방식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죠. 유저들의 반응이 좋아 다른 장르를 만들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디펜스 오브 포츈'도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던 작품입니다. 디펜스 게임이 유행하던 시절이기도 해서, 한번 내 스타일대로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사실 디펜스게임이라는 장르는 SRPG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만들다보니, 턴제 SRPG가 가장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도 새삼 알았어요. 첫 게임이 SRPG인데, 딱 '첫 아이를 낳기가 가장 힘들다'는 말이 실감났습니다.(웃음)


▲ 2011년 중순에 출시한 디펜스 오브 포츈


장석규 대표의 포츈 시리즈는 SRPG, 퍼즐, 디펜스 게임의 순으로 계속 개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차기작으로 예정되어있는 '소서리스 오브 포츈'은 퍼즐게임이고, 그 이후 작품은 다시 디펜스 게임순으로 개발하는 형태. 물론 중간 중간에 새로운 장르를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점은 바로 1인 개발자의 개발 환경과 삶이다. 팀 개발과 1인개발의 차이점, 개발자 본인이 직접 느끼는 어려운 점과 불편한 점들을 주로 물어보았다.




요즘은 모바일에서도 3D그래픽을 많이 도입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출시할 게임에 3D 그래픽을 도입하실 생각이 있나요?

전 개인적으로 2D를 너무 좋아합니다. 조그마한 얼굴이 선하나만 바뀌어도 표정이 변화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어릴때부터 그런 게임들을 많이 접해와서 그런것 같아요. 2D에 관한 로망이랄까요?

물론 상황에 따라서 3D를 구현할 생각도 있었지만, 따로 공부를 해야하고 직접 게임속에 구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아서 아직까지는 2D를 고수할 생각입니다.

▲ 2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리버스 오브 포츈 2'



보통 개발자들은 혼자 개발을 하더라도 따로 사무실을 구성하는 편인데, 집에서 개발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집이라서 불편한점은 없었나요?

집을 이사하면서 제일 큰 방을 작업실로 삼았습니다. 맥과 PC를 동시에 사용해서 같이 둘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주로 맥으로는 코딩을, PC로는 그래픽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딱히 집이라서 불편했던점은 없는것 같아요. '리버스 오브 포츈'을 만들떄는 회사에서 작업을 하기도 했었는데, 전 집이 제일 좋은것 같습니다.

집에서 작업을 하게되니 작업시간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어요. 자기전에도 하나씩 구현하고 자고, 게임을 하면서 쉬다가도 생각이 나면 갑자기 하던 게임을 멈추고 바로 작업하곤 했습니다. 덕분에 이번 '리버스 오브 포츈2'는 상당히 빠른속도로 진행되었는데, 가정을 꾸리게 되면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 아마 새로 사무실을 구해서 개발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개인 개발을 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알고 싶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팀 개발을 할 때는 주변 친구들과 나름 품평회 같은 것을 자주했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서로 평가를 하는 거죠. 개발했던 것을 서로 보여주면서 고쳐줄 수 있어서 개발 도중에 피드백을 받기가 쉬웠는데, 개인개발을 하게 되니까 피드백을 받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게임이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죠.

대표적으로 유저의 편의성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리버스 오브 포츈2'에서 저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대부분의 유저분들이 게임속도가 느려서 답답하다고 의견을 많이 주셔서 긴급패치를 적용해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저와 피드백을 주고 받을때 가장 기쁩니다.(웃음)


하지만 개인개발이 가지는 장점이 단점보다 더 많다고 봅니다. 회사생활을 하게 되면 개발을 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디어나 시스템을 구현하기가 어렵죠. 같은 기획자끼리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구요. 의견이 다르면 아이디어를 게임 내에 구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개발을 하면 스스로가 생각했던 시스템을 원하는 만큼 구현할 수 있어서 아주 자유롭습니다.

개인이 하기 어려운 일은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래픽 부분 정도가 되겠네요. 보통 개발자분들이 가장 난감해 하는 부분이 그래픽 부분이기도 하구요. 저도 캐릭터의 원화는 직접 다 만들었지만, 캐릭터의 애니매이션같은 경우는 따로 도와주신 분이 있어서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외주를 맡기게 되면 작업속도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외주는 거래와 계약이기 때문에, 요구사항을 잘 들어주는편이라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이번 개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게임 개발을 하면서 어느정도 느꼈던 부분이긴 하지만, 스토리에 관한 부분입니다. SRPG는 유저들이 스토리를 굉장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놓친 것 같습니다. 전작인 디펜스 오브 포츈을 만들때도 지금 리버스 오브 포츈2 정도의 스토리를 구성했었는데, 그때와 지금의 반응이 너무 달라서 놀랐습니다.

보통 저는 게임 개발을 할 때 스토리를 가장 나중에 넣는 편인데, 구현을 해놓고 스토리까지 작업을 하려고 하니 출시가 너무 늦어질 것 같았죠. 욕심을 끊고 출시를 했지만, 이 부분에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후속작인 소서리스 오브 포츈에는 더 많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추가할 생각입니다.


▲ '리버스 오브 포츈 2'를 출시하고 나서 스토리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석규 대표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중에 있고, 이 블로그에 자신의 개발일지를 적어나가고 있다. 개발자에게 있어 개발일지란 생명이자 보물과도 같은 것이다. 자신의 개발 경험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굉장히 궁금하게 생각했던 점이어서 꼭 질문을 하고 싶었다.




블로그를 통해서 개발일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개발자에게 있어서 개발일지란 자신의 소스나 노하우가 담긴 부분일 수도 있는데 공개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실제로 굳이 남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의미는 아니고, 나름의 일기를 작성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블로그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펜스 오브 포츈을 만들었을때 내가 '이때는 이런 생각을 했고 다음에는 이렇게 했구나' 라는 일기를 보는 느낌이죠. 딱히 공개하는데 어렵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은 없습니다.

때로는 슬럼프를 어떻게 해서 극복했는지 확인할 수도 있으니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느낌일까요? 자신과의 약속을 충실히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계속 블로그에 개발일지를 적게 되었죠.

전 개발을 할때 기획서를 먼저 쓰지 않는 편입니다. 간단하게 프리뷰식으로 적어 놓고 기능을 하나씩 차근차근히 구현하니까, 사람들이 제 개발일지를 봐도 전반적인 작업 진척을 알기 쉽죠. 그냥 심플하게 시작해서 기술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붙이는 식으로 개발과정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도움을 받은적도 있고요. 다른 개발자분들이 제 개발일지를 보고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 블로그를 통해 개발일지를 공개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톰치 블로그 바로 가기

게임을 출시할때, 게임 내 유료모델이나 출시에 대한 부분은 퍼블리셔의 도움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리버스 오브 포츈 2는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나요?

제가 만든 게임을 제가 출시하고 싶었는데,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를 하면 생각보다 제약이 많아집니다. 아직까지는 전 개인개발자로 남고 싶어요. '리버스 오브 포츈2'는 전작과 출시 텀이 꽤 기니까, 다시 포츈 시리즈의 사이클이 돌기 시작했다는 걸 알리고 싶긴 했지만, 그렇다고 굳이 '리버스 오브 포츈2'로 승부를 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리버스 오브 포츈2'을 만들때 기존의 소스들이 대략 10년정도 되어서 새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했어요. 이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올해 1월 쯤에 마무리되었고 그 결과 예상보다 전작과의 출시 기간이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앞으로 4년 정도 만들 작품의 리소스를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굳이 성공을 노린다면 지금 보다는 '디펜스 오브 포츈2'에서 승부를 보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애플 앱 스토어의 검수는 굉장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이점에서 불편하지는 않았나요?

오히려 검수가 까다로운점이 좋았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경우는 검수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정책에 어긋나는 함수를 가진 앱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이런 부분을 모두 알아서 처리해주는 점이 아주 좋았죠.

개인개발자로서는 애플이 직접 과금이나 멀티플레이 관련 부분을 해결해주는 점도 굉장히 좋습니다. 회사라면 굉장히 까다롭고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겠죠. 안드로이드로 출시를 할 생각도 있었지만, 그부분을 또 공부해야 하니까 출시가 너무 늦어져서 일단 애플쪽으로만 계속해서 출시할 생각입니다.


한국 및 미국, 일본까지 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국내 인기 게임에는 프리투플레이(Free-to-Play)라는 무료어플이 대세인데 왜 처음부터 유료 게임으로 출시한 건지 궁금합니다.

앱스토어는 북미시장이 가장 크고, 그다음이 일본, 그리고 한국의 순으로 형성되어있죠. 사실 릴리즈 효과를 노린점도 있습니다. 처음 출시부터 크게 잡아야 한다고 봤어요. 국내에서 성공하고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 게임성이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을 기대했던 건 아닙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구매를 해주셨고, 인앱 결제도 많이 해주셔서 놀랐습니다. 게임을 해보시보면 알겠지만, 결제가 없어도 플레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단지 빠르게 컨텐츠를 즐기고 싶은 유저들을 위해서 길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사실 인앱 결제에 거는 기대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데, 생각외로 많은 분들이 해주시니 좋긴 하네요.(웃음)

유료로 출시한 점도 어느 정도 앱스토어의 시장을 공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앱을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유저는 '충성도'가 높습니다. 자신이 구매한 앱을 열심히 플레이하는 성향을 가지죠. 애초에 앱을 구매한다는 것이 잠깐 즐기려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게임을 즐겨보려고 하는 목적이 있으니까요.

요즘 나오는 무료앱들은 대부분 결제를 해야 진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런 부분은 굉장히 답답했어요. 그래서 유료로 내놓은 점도 있습니다. 적어도 내 게임을 사서 구매했으면 게임 플레이 자체에는 더이상 돈을 안써도 무리가 없도록 설계를 한 것이죠.

덤으로, 리뷰를 작성하면 어느정도 지원금을 주도록 설계를 했더니 유저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리뷰를 써서 소소한 지원을 받으니 게임하기가 더 수월해지고, 딱히 결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제 심정을 잘 이해해주신 것 같아 정말 기분이 좋더라구요.

사실 게임을 하면 인앱결제를 하지 않아도 진행에 무리가 없다.



도톰치 게임즈 본격 가동! 이라는 글을 블로그에서 보았습니다. 혹시 창업 계획은 없으신가요?

스타트업도 생각을 했었는데, 팀을 꾸리게 되면 많은 책임이 따라올 것 같아서 지금은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이야 부족한 부분은 외주로 채울 수 있는데, 팀으로 개발을 하면 그렇지 않으니 부담이 되죠. 어느정도 자리를 잡게되면 시작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 개발자는 혼자 책임을 지는거니까 부담없이 할수 있어서 좋은데, 팀을 짜면 함께 잘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런 부분도 상당히 부담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건 개발인데, 아무래도 창업을 하면 다른 부분에도 많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좀 걸립니다. 저는 개발자로 남아있고 싶어요.


인벤에서 '리버스 오브 포츈2'의 리뷰를 작성했었습니다.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아! 물론 봤습니다. 한국의 게임 매체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해주셔서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 리뷰를 보셨다니 이런 질문을 해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표절 문제가 많이 대두되는터라 비주얼적인 면에서 비슷하게 보여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죠. 공들여 만들었는데 '표절' 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속상하지 않으세요?

음, 엄밀히 말하면 장르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리버스 오브 포츈2'의 장르인 SRPG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다고 볼 수 없지요, 캐릭터와 배경, 사운드 등 다양한 요소를 제 힘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공간안에서 턴제로 이동한다는 SRPG의 특성상 비슷하게 보이나 봅니다.

'리버스 오브 포츈' 1편부터 종종 들어왔던 '카피캣' 이라는 비판은 사실 이런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저도 가끔은 속상합니다. 하지만 당당히 얘기할 수 있어요. 제 게임은 저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고 있고, 제가 기획하고 제가 개발한 모든 것이 담긴 저만의 작품이라는 걸요. 제가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달라질 인식이라 생각합니다.

[리버스 오브 포츈 2] 리뷰 바로 가기



오랜 시간동안 게임을 개발하면서, 개발자로서 게임업계에 바라는 점은 없나요?

지난 10년정도 업계를 돌아봤는데, 아직까지 개발자를 우대하는 환경은 아닙니다. 밤샘도 많고 주말근무도 많고, 일정에 맞춰 작업해도 갈아엎는 일이 빈번하죠. 요즘은 그래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어려운 환경인건 변함없습니다.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몇 없지만 우리나라는 그중에서도 프로그래머에게 그리 좋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죠.

요즘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회사들이 모바일 게임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을 오랫동안 만들다 보니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그 시스템 그대로 모바일 개발환경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적으로는 모바일은 모바일에 맞는 개발환경이 먼저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계가 전체적으로 봤을때, 잘하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새로운 부분을 천천히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디자인을 하시던 분들은 게임 개발을 시작하기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굳이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요즘에는 필요한 함수를 따와서 그대로 구현을 하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필요한 내용이 대부분 구현되어 있기도 하죠. 유니티쪽으로는 공부하기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개발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게임 회사를 다니면 개발자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더군다나 모바일은 쉽다는 생각이 퍼지다보니 개발자들이 대우받기 힘든 상황이죠. 개인 개발은 회사를 다니면서 어렵다고 느꼈던 부분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취미로 남더라도 게임을 만들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취미로 1인 개발을 하는 것은 좋지만, 바로 회사를 박차고 나오는 것은 절대적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지금 모바일 시장은 약육강식이랄까요? 마치 세렝게티 초원과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먼저 충분한 준비를 해보는걸 권장해드리고 싶어요. 처음부터 개인개발에만 목매지 마시고 취미처럼 만들어보다가, 자신을 대표할만한 게임을 한번 만들어 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미리 회사를 다니면서 시장도 파악하고 팬층을 어느정도 확보하고 있어서 개인개발을 시작해도 괜찮았습니다. 만약 개인개발을 꿈꾸신다면, 부디 신중하게 결정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