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3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했고, 많은 이슈가 있었던 이 대회의 우승자는 MVP 오존이었습니다. 일산 킨텍스에서 웅장하고 화려한 결승전이 펼쳐졌고,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MVP 오존이 우승컵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며 한 시즌 동안 어떤 이슈와 경기가 있었는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며, 조금 더 재미를 더하고자 '숫자 0에서 10까지의 키워드로 돌아보는 챔피언스 스프링'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0" 샤필패? 챔피언스 리그 샤코 승률 여전히 0%


'코리안 시크릿 웨폰' 샤코는 우리나라 유저들이 매우 좋아하는 챔피언중 한 명입니다. 안 보이는 곳에서 습격하며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고, 추격해오는 상대방을 속임수로 당황하게 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챔피언입니다. 그리고 매우 재밌죠.

하지만 프로급의 경기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지금까지 챔피언스 리그에서 6번 픽된 샤코의 승률은 놀랍게도 "0%"입니다. 승률 0%의 샤코. 스프링 시즌에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예상과 달리, 스프링 시즌에 KT롤스터 B는 다시 샤코를 꺼내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



그 경기의 샤코의 소환사는 바로 올스타 국가대표 정글러 "Insec" 최인석 선수였습니다. 아무리 국가대표라도 강력한 '샤필패의 저주'를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네요.


"1" 한 번 등장한 깜짝 카드, 사실은 비장의 카드?

이번 시즌에서 단 한 차례 선보인 깜짝 카드들이 있습니다. 그 깜짝 카드를 열어보니 안에 숨은 한 수가 있었던 경우가 있었는데요. 바로 SK텔레콤 T1 2팀의 미드 라이너 "Faker" 이상혁 선수의 르블랑과 CJ엔투스 블레이즈의 탑 라이너 "Flame" 이호종 선수의 아칼리입니다.


처음 이 카드들을 선보일 때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르블랑은 후반 교전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아칼리는 너프 전엔 정말 강했지만 너프 후에는 '그냥 애정으로 하는 챔피언이다.'라는 평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2강 MVP 블루와의 경기에서의 SK텔레콤 T1 2팀의 이상혁 선수는 한계를 뛰어넘는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상대방을 시종일관 압도하며 소환사의 협곡을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이호종 선수의 아칼리도 대단했습니다. SK텔레콤 T1 1팀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아칼리는 카직스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라인의 적극적인 개입을 보여주며 CJ엔투스 블레이즈를 8강에 연착륙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2" 2 회 연속 스프링 결승 진출! CJ엔투스 블레이즈


작년 스프링 시즌 우승자였던 블레이즈가 올해 스프링 시즌에서까지 우승자의 위엄을 떨쳤습니다. 2회 연속 스프링 시즌 결승무대까지 가는 대단한 위업을 달성했는데요, 아쉽게 MVP 오존에 패배해 2위에 머물렀지만, 이번 시즌에서의 블레이즈의 포스는 대단했습니다.

시즌 시작은 불안했습니다. SK텔레콤 T1 T2팀과 KT롤스터 A팀에 패배하며 3패로 불안한 시즌을 시작했던 CJ엔투스 블레이즈였지만, 이후 13게임 연속 승리라는 깨기 쉽지 않은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다른 팀들은 돌진, 포킹등의 컨셉이 확실한 조합을 가지고 왔지만, 블레이즈는 탑, 미드 캐리에 밸런스 조합의 장점을 살린 게임을 운영하며 연승을 질주했습니다.

봄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 한 블레이즈, 만약 이번 시즌의 13연승 기록을 깰 팀이 있다고 한다면 다음 시즌의 CJ엔투스 블레이즈일 가능성이 매우 클 것 같습니다. 더 강해질 CJ엔투스 블레이즈를 기대해 봅니다.


"3" 신생팀 3위 징크스!


챔피언스 스프링은 재밌는 신생팀은 3위를 한다는 재미있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이 징크스의 시작은 나진 소드였습니다. "MakNoon" 윤하운 선수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모인 팀이라 많은 기대를 했던 나진 소드는 2012 섬머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3위에 안착합니다. 하지만 이 3위가 징크스의 시작일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죠.


2012 윈터 시즌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신생팀의 3위가 징크스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징크스의 주인공은 KT롤스터 B.

시즌 초반엔 이 팀이 4강에 오를 것이라고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이 첫 시즌인 선수들이 많았고 신생팀이기 때문에 팀워크의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을 보기 좋게 깨버린 KT롤스터 B는 8강에서 형제팀인 KT롤스터 A를 꺾고 4강까지 올라가는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게 됩니다. 아쉽게 4강에서 나진 소드와 맞붙어 패배했지만, 3, 4위전에서 CJ엔투스 블레이즈를 3대 0으로 꺾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2013 스프링 시즌에서 징크스는 확정이 된 모습입니다. 기분 좋은 징크스의 주인공은 SK텔레콤 T1 2팀이었습니다. 아마추어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해 만든 SK텔레콤 T1 2팀은 시즌 시작부터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줬습니다.

전통의강호 CJ엔투스 블레이즈를 2대 0으로 압살하며 승리하기 시작한 SK텔레콤 T1 2팀은 조 1위로 8강을 가게 됩니다. 아쉽게 MVP 오존에 패해 결승전에 올라가진 못했지만, 이번 시즌 3위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시즌을 마무리 하게 됩니다.

윈터 시즌까지만 해도 징크스라고 말하기엔 부족했지만, 이번 시즌 신생팀인 SK텔레콤 T1 2팀이 3위를 한 것으로 보아, 이번 시즌에서도 징크스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신생팀이 징크스를 계속 이어 갈 것인가를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가 되겠습니다.


"4" 탑 라인 사천왕의 세대교체?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탑 라이너를 하는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브루저라고 말하는 체력이 높고 단단하면서 교전이 시작되면 상대의 주력 딜러를 방해할 수 있는 챔피언을 주로 선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레넥톤, 쉔, 이렐리아가 주로 선택됐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1대 1라인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럼블이 자주 선택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 메타가 바뀌면서 라인 스왑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일차 타워를 밀리고 난 후에 탑 라이너의 운영이 정말 중요해졌기 때문에, 아이템이 얼마 나오지 않아도 강력하던가 아니면 2대 1라인전이 가능한 챔피언이 선택됐습니다.


그게 가능한 챔피언은 기본 공격이 원거리이면서 피지컬적 기술이 많이 필요한 챔피언들이었습니다. 이런 챔피언이 자주 사용됐던 이유는 앞에서 말한 라인 스왑과, 2대 1이 가능한 챔피언이기도 했지만, 브루저 챔피언과 맞 라인에서 만났을 때도 우위에 서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레넥톤, 쉔, 이렐리아, 럼블이 구 사천왕이었다면, 케넨, 엘리스, 라이즈, 제이스는 이제 신 사천왕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5" 5 세트 블라인드 픽이 나오지 않은 시즌!


이번 시즌은 블라인드 픽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시즌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리그인 챔피언스 리그에서만 있는 이 재밌는 경기 방식을 국내는 물론 많은 해외 팬들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시즌에서는 블라인드 픽을 볼 수 없었습니다. 8강부터 모든 경기가 4세트 안에서 경기가 종료되게 됐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어떤 픽을 들고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자신의 최고의 챔피언을 선택하는 블라인드 픽. 다음 시즌에는 이 재미있는 블라인드 픽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 식스맨 체제의 성공적 도입


식스맨은 농구에서 언제든지 투입할 수 있는 기량이 뛰어난 대체 투입 1순위의 후보선수를 말합니다. 농구처럼 5명이 하는 LOL도 이번 시즌에 식스맨들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CJ엔투스 프로스트는 봇 듀오가 한 몸처럼 교체되면서 식스맨 체제를 사용합니다. "MadLife" 홍민기 - "Hermes" 김강환, "Muse" 김범석 - "Space" 선호산 조합을 상대에 맞춰 사용합니다. 12강에서 김범석, 선호산 선수의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했습니다.

홍민기-김강환 선수가 나올지 김범석-선호산 선수가 나올지 모르는 상대방은 봇 라인전에서 당황하며 시작하게 되고, 각 듀오의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상대방은 대처를 제대로 못 하고 지는 경기가 많았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식스맨들의 활약이 좋았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서 식스맨 제도를 도입하는 팀들이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냥 예비 멤버가 아닌 팀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은 식스맨. 다음 시즌 활약이 기대됩니다.


"7" 70회 밴 기록 달성! 공식 OP 트위스티드 페이트!


이번 시즌에서 선수들이 생각하는 가장 OP챔피언은 무엇일까요? 선수들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챔피언을 밴하는지 보면 가닥이 잡히는데요. 바로 트위스티드 페이트입니다. 71회 밴으로 밴률 1위, 승률은 무려 73%입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선수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라인 클리어가 빨라서 다른 라인으로 로밍을 가는 것에 대한 손해가 거의 없다.'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로밍을 가서 이득을 보지 못하면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거의 쓸모 없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WE의 미사야 선수가 보여준 높은 AP를 보유하고 끝없는 포킹을 통해 교전 시작 전에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스타일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지금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그야말로 밴하지 않으면 무조건 픽하는 '완전 소중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8" 8회 픽, 승률 87%! 이름 하야 피들스틱!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피들스틱을 고르고 서포터를 간다고 하면 트롤러 취급받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SK텔레콤 T1 2팀의 "PoohMandu" 이정현 선수가 피들스틱 서포터의 진수를 보여주며 음지에 있던 피들 서포터를 양지로 끌어올렸습니다.

피들스틱 서포터는 최대 3초의 강력한 CC가 있어서 근접해서 빠르게 화력을 넣는 암살자형 챔프의 화력을 반토막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아이템을 보유하지 않아도 궁극기인 까마귀 폭풍의 대미지가 워낙 강력해서 서포터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화력을 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서포터를 왜 몰랐을까요? 이제는 당당히 랭크 게임에서 피들스틱을 선택하고 채팅창에 이렇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포터요"


"9" 29세 프로게이머, MVP 오존 "Homme" 윤성영 선수


9라는 숫자가 나이에 붙는다면 이제 그 나이대에서 가장 말이라는 소리가 됩니다. 19살은 이제 소년의 티를 벗을 나이고, 29살은 청년의 티를 벗을 나이입니다.

29살의 게이머는 어떨까요? 지금 많은 게이머가 있지만 29살은 분명 나이가 매우 많은 편에 속합니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머리를 많이 쓰고 멘탈적인 요소가 중요한 게임인 LOL에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조금 더 성숙한 자세로 게임을 하고 어린 선수들이 하는 생각을 쉽게 읽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LOL은 피지컬적인 요소를 많이 요구하는 게임이기도 하므로 분명 나이가 많다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더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머리는 따라 주는데 손이 안 따라 줄 때의 답답함은 나이가 있는 게이머라면 누구든 공감할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우승팀인 MVP 오존의 탑 라이너인 "Homme" 윤성영 선수의 나이는 올해 29살입니다. 윤성영 선수는 억지로 나이가 어린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제이스, 엘리스 등 손이 많이 가는 챔피언으로 주가를 올릴 때 윤성영 선수는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챔피언인 쉔과 레넥톤으로 팀을 위한 플레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선수의 대단한 점은 나이가 많지만 케넨이라는 나이가 어린 게이머들도 쉽게 하지 못하는 챔피언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점입니다. 얼마나 피땀 흘린 연습을 했는지 우리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옴므 표 케넨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0" 승률 100% 프로게이머 들의 10점 만점 챔피언들!

100% 승률이라는 말은 무조건 이긴다는 말입니다. 한 선수의 어떤 챔피언이 승률이 100%라면 어떨까요?


MVP 오존의 "Homme" 윤성영 선수의 쉔은 이번 시즌 6번 선택해 6번 모두 승리했습니다. 최소 KDA가 5.8에 최고 KDA는 19입니다.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윤성영 선수에게 아군을 보호하는데 특화된 쉔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훈수좋은날의 "Trace" 여창동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렝가의 승률 또한 100%입니다. 이번 시즌 두 번 선택한 렝가는 선택한 경기마다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줬습니다. 경기를 지켜봤던 저 또한 "저게 돼?"라는 말만 했던 기억이 나는 렝가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이번 시즌 아쉽게 보지 못했지만, 올스타전에서 한 번 보여준 CJ엔투스 블레이즈의 "Ambition" 강찬용 선수의 트위스티드 페이트 또한 승률이 100%입니다. 챔피언스 리그와 각종 해외 대회에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13번 선택했고 13번 승리했습니다. 평균 KDA가 4.5인 것을 봤을 때 모든 게임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는 얘기가 아닐까요?


MVP 오존의 "Dade" 배어진 선수의 제드도 승률이 100%입니다. 이번 시즌에서 4번, 전 시즌 NLB 다이아 리그에서 3번 사용해 7전 7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많아도 거칠 것 없이 암살하고 도망치는 제드로 인해 이번 시즌 MVP까지 타게 됐습니다.


일산 킨텍스에서 화려한 마무리로 막을 내린 올림푸스 LOL 챔피언스 스프링 2013. 각종 이슈도 많았고 명경기도 많았던 한 시즌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스프링이 종료되자마자 섬머 예선전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은 12팀이 나온 전 시즌보다 무려 4팀이나 더 추가되어 16강으로 진행됩니다. 그만큼 더 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롤드컵을 바로 앞에 두고 진행되는 시즌이니만큼 선수들 또한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푸스 LOL 챔피언스 2013년 섬머 시즌. 다가올 새 시즌에서 어떤 기록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 줄지 기다리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