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레이싱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장르는 아니다.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을 정도로 크게 성공한 동종 장르의 게임이 있기도 하고,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레이싱 게임 자체가 워낙 단순한 편이어서 유저들이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롭게 등장한 레이싱게임이 성공할 수 있는 입지 역시 크지 않다. 장르 자체가 익숙하고 잘 알려져 있는 까닭에 뭔가 새로운 요소나 컨텐츠가 없다면 유저들에게 게임의 매력을 어필하기 어렵다. 특히 워낙 단순한 게임성이나 정형화된 외형때문에 카피캣 게임이라는 의혹을 피하기도 쉽지 않다.

'가속스캔들 for kakao'도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라는 공통점, 그리고 대중성을 검증받은 UI와 조작방식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게다가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었다는 점 역시 비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출시 이후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일반적인 레이싱게임들이 장애물을 피해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반면 '가속스캔들'은 오히려 충돌을 해야 스피드를 얻는다. 말하자면 다 때려 부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의 평점과 댓글을 살펴봐도 비슷한 게임인 것 같은데, 해보니 뭔가 재미가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이미 흥행한 경쟁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면서 충돌한다는 독특한 컨셉을 통해 유저들로부터 색다르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가속스캔들', 인벤에서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AP스튜디오 박인찬 대표이사
AP스튜디오라는 이름이 약간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게임을 개발해왔는지 간단한 이력을 들을 수 있을까.

박인찬 대표: 작년까지는 PC 기반의 게임을 주로 개발했었지만 모바일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작년에 회사 차원에서 '판'을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전까지 PC 기반으로 개발을 진행했었기 때문에 PC 온라인 쪽에 더 경험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모바일에서도 역량을 발휘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고 그래서 모바일 게임 개발을 결정하게 됐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이런저런 어려움들도 많았을 것 같다.

박인찬 대표: 고생을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고생 많이 했다(웃음). 모바일의, 그야말로 '희한한' 환경들에 적응하는 것도 일이었고, 모바일게임 개발이 맞지 않아 퇴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PC온라인 게임보다 모바일게임이 개발 사이클이나 출시 등 전체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개발사가 힘든 길을 걸어야 하는 건 필연적일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그래도 모바일게임으로 오기로 결정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게임명이 '가속스캔들'인데, 영화 제목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레이싱 게임과도 어울리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제목을 짓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고윤호 PD: '가속스캔들'의 가장 큰 특징 두 가지에서 제목을 따 오게 됐다. 초고속 레이싱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잘 드러난 단어인 '가속'과 충돌을 통해 속도를 얻고 더 나갈 수 있는 포인트를 획득한다는 점을 함축하는 '스캔들'이라는 단어를 합친 결과가 바로 '가속스캔들'이었다.

드래곤플라이 내부에서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다른 후보가 뭐가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강렬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물어보자. 아무래도 카카오 게임에 성공한 레이싱 게임이 있다 보니 비교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카피캣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윤호 PD:게임 출시한 뒤 한 개발자 친구에게서 '왜 그랬어?' 라는 여러 의미가 담긴 문자가 와 있더라. (웃음) 친구끼리의 농담이었지만, 그만큼 게이머분들이 오해하실 수 있는 부분들은 충분히 잘 알고 있다. 다만 해보면 다른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실제로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등 직접 게임을 해보신 분들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가속스캔들은 가속스캔들대로 만들어지고 있었던 게임이고, 비교되는 게임은 그 나름대로의 개발 과정을 통해 출시된 게임이다. 장르가 같다는 점만으로 표절의 낙인을 찍는다면 장르와 구성이 비슷한 게임들, 예를 들면 스트리트 파이터 이후 대다수의 2D 격투 게임들 역시 표절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같은 조이패드의 조작이라던가...

가속스캔들도 레이싱이라는 전체 틀이나 장르에서 비슷하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충돌'이라는 재미를 추구하는 게임이다. 온라인 MMORPG 역시 기본적인 구성과 장르는 거의 동일하지만 안에 담긴 콘텐츠들로 게임을 구별하지, 표절이라고 하진 않는다. 퍼블리셔의 입장에서도 다른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출시된 후에 카피캣 논란이 사그라든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보통 레이싱게임이라고 하면 장애물을 피해 속도를 유지하는 게 기본적인 룰인데 '가속스캔들'의 경우 충돌을 해야만 더 높은 점수를 낼 수 있는 식이다. '충돌'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살리기 위해 어떤 부분에 집중했는지 궁금하다.


고윤호 PD: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얼마 안 되서 개발 중이었던 버전을 받아보게 됐다. 충돌을 통해 차를 날려 버린다는 컨셉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판단했고 게임의 재미도 고무적이었다.

이런 충돌의 느낌을 살려주는 타격감을 위해 노력했다. 각종 이펙트를 추가하고 충돌 시에 카메라가 확대되게끔 하고 시각적으로 살짝 화면이 떨리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썼다. 생각만큼 잘 되었기 때문에 성과도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박인찬 대표: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기 전의 '가속스캔들'은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가를 겨루는 게임이었다. 앞에 가는 차를 파괴하면서 달려 NPC를 이기는 방식으로 누가 1등을 하느냐를 겨루는 랭킹전도 들어가 있었다. 말하자면 양념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이었던 셈이다.

퍼블리싱 계약 이후에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받아 게임이 변화를 거치게 되었는데, '핵심만 부각시키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NPC나 등수 등의 불필요한 부분들은 없애 버리고 파괴, 즉 충돌에 집중하게 되었고, 단순히 파괴보다는 콤보로 들어가는 편이 재미있겠다 싶어서 충돌 콤보도 추가되는 등 변화를 거쳤다.




작업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아무래도 모바일 개발 경험이 없는 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고윤호 PD: 앞에서 이야기했던 타격감을 강조하기 위해 이것저것 추가하는 작업을 할 때 굉장히 빠르게 적용해 주셔서 쉽게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자다가 일어나서 '아, 이런 게 들어가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보내드리고 그럼 그게 또 바로 적용이 되고 하는 식이었다. 물론 단기간에 여러 가지를 해야 했기 때문에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지만(웃음), 즐겁게 작업했다.

사실 퍼블리셔 입장에서 보는 개발사의 타입은 세 가지다. 어떤 컨텐츠를 추가한다든가 요소를 넣는다든가 하는 제안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가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거고 두 번째가 하려고는 하는데 기술력이 딸리거나 능력이 안 되서 못 하는 쪽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많은 아이디어를 던지면 실제로 구현해서 보여주는 쪽이다.

AP스튜디오의 경우 세 번째였는데, 컨텐츠나 요소 추가에 대한 제안을 하면 구현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에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바로바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함께 일하면서 참 편하게 작업했다.


레이싱게임이니만큼 차량에 대한 비중이 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양한 디자인의 차량을 요구하는 유저들도 많을 텐데 어떤 식으로 작업하고 있는지?

박인찬 대표: 레이싱게임에서 차량이란 사실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신경을 더 쓰게 되는 건 사실이다. 자동차의 디자인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으니 기존의 차량 디자인들을 참고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독창적인 디자인이 될 수 있도록 추가적으로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다.

고윤호 PD: 디자인은 사실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유저마다 선호하는 차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게임의 재미가 아닐까 싶어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유저가 차량을 보고 아, 이 차량 너무 좋다! 이 차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되는 게 목표다.




캐주얼 게임의 단점 중 하나가 수명이 짧다는 것인데,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갈 생각인지 궁금하다.

고윤호 PD: 신규로 추가되는 PvP모드를 통해 다양한 플레이를 지원할 생각이다. 현재 주행모드를 진행하면서 성장하면 차량을 여러 개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유저의 재산이 되는데, 축적될수록 만족도가 올라가는 형태로 되어 있다. 여기에 새로운 PvP모드를 추가함으로써 자산이 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단일한 차량으로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차량을 사용하는 형태로, 예를 들면 하위 차량이라도 상황에 적합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구현될 것이다. 자세한 부분은 업데이트가 되면 직접 체험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전체랭킹 이벤트도 이미 진행했었는데, 아이템이나 차량보다는 실력에 기반하는 게임이라서 그런지 어느 시점 이후에는 상위 유저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경향이 있어 좀 더 다양한 이벤트를 고려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만족스러운지? 실제 예상은 어느 정도였는지도 궁금하다.

박인찬 대표: 더 잘 하고 싶다(웃음). 이제 시작인 게임이기에 성적을 가늠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를 생각하는 단계라고 본다. 기본적인 것들도 있지만 계속해서 숙제를 풀어나가는 느낌으로 한발한발 내딛으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게임에 진입장벽이 다소 있는 편이라서 라이트유저들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빠르게 중상위급 레벨로 옮겨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준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윤호 PD: 최초 개발시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개발 이후에 다양한 컨텐츠와 텍스트를 추가하면서 현지화 대상 컨텐츠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글로벌 진출을 애초부터 고려하고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네오위즈 역시 글로벌 파트너로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

iOS와 안드로이드의 두 가지 버전이 이미 출시되어 있고, 초기부터 최적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두 가지 버전 준비는 물론이고, 국내에 비해 스마트 기기 사양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저사양 기기에서도 문제없이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다방면에서 준비를 해 놓은 게임이고, 현재 해외 파트너들과도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박인찬 대표: '가속스캔들'은 충돌을 통해 콤보를 이어가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숨은 재미가 많은 게임이니 처음에 조금 어렵더라도 플레이를 계속 하시다 보면 즐겁게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유저분들이 주시는 의견들을 빠르게 반영해서 신속하게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게임이 되고자 한다.

고윤호 PD: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재미있는 게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템이나 자동차보다는 유저의 실력이나 컨트롤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부분이 있다. 그만큼 적응하면 자신의 실력으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유저분들이 주시는 의견이나 댓글 모두 읽고 있다. 서비스를 막 시작한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건 아무 말도 없고 반응도 나오지 않는 경우인데 좋은 의견이든 나쁜 의견이든 말씀을 해 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의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