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의 12강과 달리 이번 섬머 시즌은 16강으로 진행됐다. 4팀이 더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한 팀당 총 세 번의 경기밖에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한 경기가 정말 중요해졌다. 또한, 경기하고 난 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난 시즌에 비해 길었기 때문에 각 팀은 다양한 전략을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경기만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고, 승점이 같으면 순위결정전을 해야 하므로 다른 팀의 경기 소식에도 귀를 기울여야 했다. 고춧가루 부대의 활약을 기대해야만 되는 팀도 있었다는 사실.



그렇게 마음 졸이던 시간이 지나고, 바로 어제 7월 31일 펼쳐진 B조의 순위결정전을 마지막으로 8강에 진출한 모든 팀의 대진이 확정됐다.

B조의 1위인 CJ엔투스 블레이즈는 D조의 2위인 KT롤스터 불리츠와, D조의 1위인 CJ엔투스 프로스트는 C조의 2위인 나진 실드와 경기를 하게 됐다. 16강 전승을 달리고 있는 C조 1위 SK텔레콤 T1은 지난 시즌까지 SK텔레콤 T1의 1팀이었던 진에어 팰컨스와 경기를 하게 됐고, 지난 시즌 우승팀인 MVP오존은 신예의 패기로 똘똘 뭉친 B조 2위 CTU와 만났다.

우승이라는 산의 정상에 오르기까지 이제 딱 절반이 진행된 챔피언스 섬머! 8강에 진출한 팀들이 험난한 16강을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6강에서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잠시 생각해본다면 8강에서 어떤 팀이 4강으로 향할 수 있을지 조금은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A조 1위. 2연속 우승을 노린다! 디펜딩 챔피언 "MVP 오존"





디펜딩 챔피언 MVP 오존, 모든 선수가 게임을 지배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우승에 이어 AMD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그리도 이번 16강 조별 리그에서도 2승 1무 승점 7점으로 조 1위의 성적을 거둔 MVP 오존.

MVP 오존은 이번 섬머 시즌에서 지난 시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까지는 원거리 딜러 중심의 후반 경기 운영을 했다면 이제는 모든 선수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이끌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지난 시즌 우승으로 인한 자신감의 상승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여전히 'Imp' 구승빈 선수의 피지컬은 세계 최고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고 'Mata' 조세형 선수의 오더 또한 일품이다.

미드 라이너 'Dade' 배어진 선수는 기복이 있는 모습을 가끔 보여주긴 하지만 언제든지 게임을 캐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 약점이라고 생각되던 탑 라이너인 'Homme' 윤성영 선수는 이제 팀의 강점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특히 윤성영 선수를 견제하기 위해 '쉔, 자크, 케넨' 저격밴을 한 경기는 MVP 오존이 대부분 승리했다. 정글러인 'Dandy' 최인규 선수는 KT롤스터 불리츠의 'Insec' 선수의 뒤를 잇는 '세계 최고 정글러'의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할 정도다.



A조 2위. 뭐든지 뚫는 창? 그냥 보면 앞으로 구른다! "진에어 그린윙스 팰컨스"





진에어 팰컨스, 공격 또 공격!

'전 SK텔레콤 T1 1팀' ESG가 대한항공 진에어에서 후원을 받게 되어 진에어 그린윙스 팰컨스로 새롭게 변신했다.

진에어 팰컨스는 극단적으로 공격적이다. 특히 봇 듀오인 'Raven' 김애준 선수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살인전차라고 불리우며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줬지만, 이번 시즌에는 서포터인 'StarLast' 한진희 선수까지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이번 시즌 정글러로 변신한 'Reapered' 복한규 선수 또한 16강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그리고 새로 영입한 'Roar' 오장원 선수와 'Miso' 김재훈 선수의 활약도 눈부시다. 이번 시즌에 데뷔한 신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기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수준에 이미 올라 있다.

복한규, 김애준, 한진희 선수의 경험과 오장원, 김재훈 선수의 패기가 잘 어울리는 팀. '극공' 진에어 팰컨스의 창이 8강을 뚫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B조 1위. 사기적인 챔피언 풀 "CJ엔투스 블레이즈"





한층 더 넓어진 챔피언 풀, 지난 시즌 놓친 왕좌를 노린다. CJ엔투스 블레이즈

지난 시즌에서 준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은 CJ엔투스 블레이즈, 하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듯하다.

CJ엔투스 블레이즈는 16강에서 2승 2무로, 13연승을 거뒀던 지난 시즌에 비해 조금 약해진 게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가 있지만, 개개인의 면모를 보면 여전히 강력하다. 탑, 미드 라인은 언제든지 단독으로 킬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고, 정글러인 'Helios' 신동진 선수는 리 신뿐만이 아니라 누누, 엘리스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한 층더 넓어진 챔피언 풀을 자랑했다.

봇 듀오의 챔피언 풀 또한 넓어졌다. 'Lustboy' 함장식 선수는 자신의 주 챔피언이던 룰루대신 나미와 쓰레쉬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Cpt.Jack' 강형우 선수도 예전 케이틀린, 바루스를 주로 사용하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이번 시즌에는 트위치, 베인, 이즈리얼까지 사용하며 전체적으로 다양해진 전략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B조 2위. 미친 대딩의 시대가 왔다! "CTU"





지난 시즌은 미친 고딩? 이번 시즌은 미친 대딩! 전남과학대 CTU

지난 시즌 NLB에서 '프로팀 킬러'라는 별명으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CTU가 이번엔 챔피언스 본선 돌풍의 핵이 됐다.

16강 첫 상대는 나진 소드였다. 본선 무대를 처음 밟아본 팀이 상대하기엔 너무 거대한 팀이었고 본선 개막전이라 지켜보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CTU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훌륭한 플레이를 두 경기 내내 보여주며 이번 시즌 파란을 예고했다.

CTU는 기본적으로 라인전과 초, 중반 운영이 매우 단단한 게 특징이다. 특히 봇 듀오인 'Riris' 백승민 선수와 'Wolf' 이재완 선수의 공격적인 운영과 이를 잘 받쳐 주는 정글러인 'Raccoon' 황원준 선수의 호흡이 대단하다. 초, 중반 운영의 8할은 이 세 선수가 이끌어 나간다고 봐야 할 정도.

탑과 미드 라인은 장인들이 모였다. 미드 라이너인 'Mima' 정우광 선수는 그라가스의 장인, 탑 라이너인 'NonameD' 전주환 선수는 잭스의 장인이다. 실제로 두 챔피언 모두 요즘 경기에 잘 보이지 않는 챔피언이기에 상대방이 대처를 잘 못하는 허를 찔러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도 했다.



C조 1위. 패기에 노련함까지 더했다. "SK텔레콤 T1"





경험까지 갖추게 된 슈퍼 루키 SK텔레콤 T1

지난 시즌의 SK텔레콤 T1이 '신예 루키'였다면 이번 시즌은 '슈퍼 루키'다. 지난 첫 시즌이 이들에게 경험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것. 사실 지난 시즌의 SK텔레콤 T1은 화려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긴 했으나, 운영에서의 노련미나 능숙함은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6강에서 3전 전승을 하며 현재 6연승 중인 SK텔레콤 T1은 자신들의 색깔인 화려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리고 후반 운영이 지난 시즌에 비해 매우 보강된 모습이다.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서포터인 'PoohMandu' 이정현 선수와 'Piglet' 채광진 선수의 눈부신 기량 발전이다.

피들스틱 서포터나 모데카이저 서포터와는 달리 정석적인 서포터라고 평가받는 나미를 '사파' 이정현 선수가 잘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현재까지는 나미 서포터의 일인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물감옥의 엄청난 적중률을 바탕으로 봇 듀오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뒤 몰아치는 플레이가 압권이다.

게다가 봇 파트너인 채광진 선수 또한 지난 시즌보다 훨씬 강력해진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플레이를 매일 돌려보며 약점을 분석한다는 채광진 선수는 한타 때 포지셔닝이 그 어떤 선수보다도 훌륭하다. 지난 시즌에는 그저 맞지 않는 자리에서 딜을 하는 데 집중했다고 하면, 이번 시즌에는 치고 빠지는 플레이와 팀 상황에 맞춰서 맞을 때는 맞아주는 완성형 원거리 딜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된다.



C조 2위. 1,000% 리빌딩 성공! "나진 화이트 실드"





나진 실드! 리빌딩의 가장 성공적인 예

지난 시즌 이후 큰 리빌딩을 겪었던 나진 실드. 지금까지의 성적만을 놓고 봤을 때 진에어 팰컨스와 더불어 가장 성공적인 리빌딩을 마친 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미드 라이너였던 'Save' 백영진 선수는 탑 라인으로 이동했고, 미드 라이너로 영입된 'Ggoong' 유병준 선수와 봇 듀오 'Zefa' 이재민 선수와 'GorillA' 강범현 선수라는 새 피를 수혈한 나진 실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글러인 'NoFe' 정노철 선수만이 기존 나진 실드 선수의 명맥을 이었을 뿐. 사실 네 명이 리빌딩 된 후의 첫 시즌이기에 이 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팬들이 많았다.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본다면 가히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워낙 챔피언 풀이 넓었던 백영진 선수의 활약은 이미 예상했었지만, 새로 만들어진 봇 듀오인 이재민 선수와 강범현 선수의 호흡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드 라이너인 유병준 선수는 AMD 챔피언십 때까지는 팀에 잘 녹아들지 못한 것 같았지만 16강을 거치면서 팀의 확실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D조 1위.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CJ엔투스 프로스트"





진화된 프로스트? 더욱 색깔이 확실해졌다. CJ엔투스 프로스트

16강 전 경기를 출장 중인 미드 라이너 'Ganked by mom' 이창석 선수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16강 첫 경기에서 이창석 선수가 출전했을 때 모두 예비 멤버의 테스트 정도라고 생각했을 것. 하지만 지금까지 16강 전 경기를 출장한 이창석 선수가 보여주는 활약은 식스맨의 그것을 뛰어넘을 정도다.

새로운 미드 라이너의 발견뿐만이 아니라 CJ엔투스 프로스트는 여러 방면에서 더욱 강력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CloudTemplar' 이현우 선수는 육식형 정글러인 엘리스에서부터 초식형 정글러인 아무무까지 선보이며 팀 색채에 맞는 완벽한 정글러로 변신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가장 완벽한 진화가 이뤄진 곳은 봇 라인이다. 둘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봇 듀오의 정석을 깨듯, 'MadLife' 홍민기 선수와 'Space' 선호산 선수는 서로 따로 놀 때 더욱 빛나는 것 같다. 로밍형 서포터, 캐리형 서포터의 일인자라고 칭해지는 홍민기 선수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더 경악할만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라인전이 끝나기도 전에 로밍을 시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상대방의 움직임을 미리 아는 듯한 스킬 사용으로 여전한 클래스를 뽐냈다.

선호산 선수 또한 로밍형 원거리 딜러라는 게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트위치나 베인으로 몰락한 왕의 검을 구매하는 순간 소환사의 협곡 모든 곳을 로밍하며 혼자 고립된 상대방을 암살한다. 홍민기 선수가 인터뷰에서 "(선)호산이는 몰왕검(몰락한 왕의 검)이 뜨면 혼자 다 죽여주니까 마음 편하게 경기하고 있어요."라고 밝힐 정도다.



D조 2위. 완벽한 공수 밸런스, 완벽한 호흡! "KT롤스터 불리츠"





탑, 정글러의 환상 호흡! KT롤스터 불리츠

세계 최고 정글러 'Insec' 최인석 선수가 탑 라인으로 이동한 것이 이번 시즌 KT롤스터 B의 가장 큰 변화였다. 자크와 쉔 같은 정글러로서도 사용이 가능한 챔피언은 탑에서 쉽게 할 수 있겠지만, 케넨이나 제이스같은 챔피언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므로 최인석 선수의 챔피언 풀은 그렇게 넓지 않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최인석 선수는 16강 경기에서 챔피언 풀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보여줬다. "그래? 나 제이스 잘 못하는데, 그냥 내가 잘하는 거 하면 됨."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잘하는 챔피언을 선택하고 상대 라이너보다 잘해서 승리하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 KT롤스터 애로우에서 불리츠로 이동한 정글러 'KaKao' 이병권 선수의 활약도 눈부셨다. 전직 국대 정글러 최인석 선수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활약이다. '고향에 돌아왔다'고 본인이 말했듯, 선수 본인과 팀 색채가 잘 맞을 경우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미드 라이너인 'Ryu' 류상욱 선수와 봇 듀오인 'Score' 고동빈, 'Mafa' 원상연 선수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