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의 궤도에 접어들면 제품의 품질만 추구해서는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아무리 잘 만든 제품도 경쟁자는 있기 마련이니 품질은 기본이고 모든 수단을 활용해 고객들을 끌어들여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홍보와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슬슬 레드 오션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도 비슷하다. 나름의 장점과 재미를 갖춘 모바일 게임들이 매주 몇개씩 출시되니 홍보와 마케팅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출시된 것조차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그냥 카카오 게임하기에만 오르면 홍보가 된다던 소리는 이미 고릿적 이야기.

글로벌로 기준을 넓히면 매주 수백개 이상의 게임들이 쏟아진다. 평범한 게이머가 그 많은 게임들을 모두 해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내 게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인가'는 이제 게임사의 지상 명제가 되었다. 하다못해 노이즈 마케팅을 써서라도 자신들의 게임을 알리려는 것은 이런 경쟁의 결과물이다.

마케팅은 중요하다. 아니, 말을 정정하자. 중요한 것 같다. 홍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분야같기도 한데 정확히 뭘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쪽 업계에서 닳고 구른 경력자가 아니라면 마케팅이 무엇인지 전체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남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줄 정도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적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혹은 진출하고 싶어도 도무지 좋은 방법을 알 수 없는 해외 시장.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게임을 잘 알려야 흥행의 끝자락이라도 잡아볼 수 있을텐데, 마케팅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은 많아도 진짜 전문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앱스아시아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 특화되어 있는 회사입니다. 해외에 진출하는 어플리케이션이 상당히 많은데 그 중에서 아무래도 모바일 게임의 비율이 큰 편이죠.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 뿐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회사들까지 전세계와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분야의 글로벌 마케팅이 전문 분야인 '앱스아시아'는 특이한 곳이다. 인원은 많지 않아도 한국에서 해외로, 혹은 해외에서 한국으로의 양 방향 마케팅이 가능한 몇 안되는 회사이고, 특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케팅의 성과는 사실 지표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 앱스아시아는 다행히 그들의 성과를 증명해줄만한 경력을 갖고 있다. PR Daily Awards 2013에서 베스트 모바일 전략 캠페인(Best Mobile Strategy and/or Campaign)을 수상했고 게임 마케팅 어워드에서는 동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상이지만, 당시 앱스 아시아와 상을 놓고 경쟁했던 회사들은 EA나 Ubi 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등 게이머들이라면 익숙한 세계 굴지의 게임 회사들. 9명에 불과한 앱스아시아가 모바일 앱 마케팅 분야에서는 세계 굴지의 게임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글로벌 앱 마케팅에서는 그야말로 일당백의 전문가들, 이들의 정체가 궁금했다. 세계를 상대로 뛰면서 한국과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마케팅 전문 회사 '앱스아시아'의 창립자, 안충호 대표와 피터 송 대표를 만났다.



▲ 앱스아시아 피터 송 대표(좌측)와 안충호 대표. 세계 지도는 진출하고 싶은 목표라고...



▲ 자유로운 분위기의 업무 환경을 갖춘 앱스 아시아



"한국에 스마트폰이 좀 늦게 들어오다보니 아직 시장 형성이 충분히 되어 있지 않던 한국에서 미국으로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시 스마트폰의 1위 시장은 역시 미국이었고, 미국 출신의 게임 전문가와 마케터가 함께 움직이다보니 앱스아시아가 남들보다 빠르게 전문적인 영역과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었죠.

초창기부터 스마트폰 시장을 다루면서 미국인은 미국 시장을 중국인은 중국 시장을 맡는 식이었고 현지인과 협력해 전문성을 살리다보니 다양한 노하우와 마케팅 채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은 회사의 규모나 비용이 아니라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충호 대표의 말에 의하면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혹은 규모가 커도 해외 경험이 적은 회사들일수록 게임 제작에만 집중할 뿐 마케팅 분야는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하는 회사도 거의 없을 뿐더러 해외 시장에 대한 경험 자체도 적어 운에 의존한 단순한 홍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특히 한국에서는 글로벌 앱 마케팅이라는 분야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처음 앱스아시아를 시작할때도 쉽지 않았지만,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면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식한 소리일지도 모르겠지만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글로벌 마케팅은 어떤 점이 다를까?


"글로벌 마케팅은 결국 다른 나라에서의 마케팅을 말합니다. 언어가 다를테고 문화도 다를테고 성향도 다를 겁니다. 소비자 뿐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채널 및 미디어들의 특징, 컨택 방법이나 비용과 효과까지 모두 다릅니다. 국가별로 이런 마케팅 포인트가 존재하고 있는지의 여부조차 다르니 현지 마케팅에 필요한 국가별 노하우와 그에 맞는 인력 구성,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앱스아시아는 진출한 국가나 회사들마다 최적의 포인트를 구축하고 앱이나 게임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덕분에 해외 출장도 잦은 편이고 어지간한 전시회는 모두 다니면서 시장 파악과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인맥도 중요하죠."






앱스아시아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마케팅이라는 분야 자체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힘들다 보니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레퍼런스(사례)가 없으면 예산을 결정하는 담당자들을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다. 앱스아시아 역시 초창기부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저희가 아무리 잘하겠다고 이야기해봐야 성공 사례가 없으면 설득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해외 마케팅 역량을 먼저 보여주는 형태로 젤리 오아시스, CJ E&M 등의 회사들과 시작했는데, 그게 입소문을 타면서 계속 다른 게임들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작년 몬타워즈는 일본에서의 성과때문에 많은 개발자들에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가끔 사례들을 말씀드리면 그 앱은 어떤 방법을 써서 성공하게 되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앱마다 마케팅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앱의 장르, 가격, 대상 국가등의 특징을 정확히 분석하고 예산에 맞춰 계획을 짜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죠. 그리고 그걸 현지에서 올바르게 수행하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모바일 게임 회사는 많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들에게, 마케팅 전문가의 입장에서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안충호 대표는 무엇보다 시장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분들은 보통 한국 시장에 맞춘 앱을 들고 '해외에 나가면 괜찮을까?' 생각해보신 다음 기본적인 수정만 하고서 일단 질러보죠. 그런데 전문적인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해외에 진출하려 하신다면 경쟁 앱이나 해당 장르의 기본적인 시장 조사를 통해 앱의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하셨으면 합니다.

중국같은 경우는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고 일본은 런칭 단계에서부터 게임의 완성도를 치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국가마다 좋아하는 게임도 다르고 스마트폰의 이용 패턴도 다른데, 언어만 바꿨다고 한국에서 인기있는 게임이 미국에서 인기있을까요? 이런 조사가 끝나고 현실적인 예산의 가능 수치와 목표로 하는 계획들의 비용을 확인하면 그때서야 대략적인 진출의 규모가 드러나게 됩니다."



앱스아시아는 SKT나 KT, LG U+ 등 한국의 이동 통신사들이 후원했던 '글로벌 앱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에 참여해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한국의 스마트 콘텐츠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왔고 덕분에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게임 마케팅 어워드'나 'Ragan`s PR Daily Awards' 등 다양한 수상을 하기도 했다.




▲ 사무실의 한 켠을 장식하고 있는 수상 트로피



한편으로는 글로벌 마케팅 분야 뿐 아니라 현지의 베타 테스트 역시 지원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과 협력을 통해 모바일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도왔던 프로젝트이다.

"작년에 베타 테스트 지원 분야를 신규 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포함한 모바일 콘텐츠들은 현지 유저들의 피드백이 정말 소중한 자료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필수적이죠. 한국 콘텐츠 진흥원과 함께 해외의 전문가나 유저들에게 의뢰를 통해 현지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전달하는 사업인데 현지의 반응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앱스아시아가 어떤 분야의 회사인지는 알 것 같다. 그러나 마케팅이라는 단어만큼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분야가 없다.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마케팅이란 과연 무엇일까?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제품의 기획부터 마무리까지가 모두 마케팅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광범위해지니 일단 앱스아시아를 예로 이야기하는게 낫겠네요. 모바일 게임이 출시를 준비중인 시기부터 게임이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소스 준비 작업, 이후 이런 매력이 실제 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모든 방법과 역할을 포함하는 일련의 행동이 마케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은 결국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을 말합니다. 그런데 마케팅을 몇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멋진 답변을 하나 만들어둬야 겠습니다. (웃음)"



▲ 사무실에는 앱스 아시아와 함께 했던 스마트 콘텐츠들의 아이콘이 장식되어있다.


▲ 사무실 곳곳의 시계. 해외의 현지 시간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간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사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홍보와 마케팅을 구분하지 못한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게임은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한 홍보를 제외하면 과거부터 해오던 배너나 지하철, 버스 광고 등 홍보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안충호 대표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아직 전문적인 글로벌 마케팅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몇몇 개발사들은 모바일 게임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를 익혀나가고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은 언어 문제도 없고 지역이 제한적이고 정보의 취득까지 용이하므로 나름의 마케팅 방법들을 설정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마케팅을 전담하는 인력도 부족하고 특히 글로벌 앱 마케팅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에 따른 정보 부족과 기획력의 부재는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마케팅을 기준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판단하게 되면 많은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가진 정보 내에서 생각을 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큰 그림에서의 마케팅은 분명 닮아 있지만 각각의 시장에 따른 별도의 접근이 필요해보입니다."



해외 진출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안충호 대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마케팅은 무조건 비용을 많이 투자한다고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비용이 적더라도 충분한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면 오히려 예산을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개발자의 시선과 마인드로 마케팅을 진행하다보니 가장 기초적인 예산을 결정하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들에 대해 설득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오히려 결과를 장담하기 힘든 현지 지인들의 어설픈 유혹에 설득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앱의 진출 국가, 대상 고객, 장르, 시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인포시트를 바탕으로 게임사와 논의해 전략을 세웁니다. 예산도 전략의 한 요소가 되는데, 우선은 최저로 진행을 해본 후 반응을 봐서 매출이 많이 발생하면 그 다음에 마케팅 비용을 제대로 진행하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볼때 앞뒤가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웃음) 마케팅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정답이 나오죠.

한국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플랫폼 광고의 흐름이 바뀌고 가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플랫폼의 장벽이 많이 낮아지면서 마케팅이 시작부터 또다른 경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작년 말, 올해 초 몇몇 개발사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 자리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다른 게임의 성공한 케이스를 보고 몰려서 쫓아다니는 것이 과연 성공을 향한 길인지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






앱스아시아는 현재 세컨드 웨이브, 두번째의 모바일 붐을 기다리고 있다. 급격히 성장하는 산업은 초창기의 붐에 편승한 거품들이 꺼지고 나서야 꾸준히 성장하는 과정이 찾아온다. 안충호 대표는 현재 한국의 모바일 시장이 거품이 꺼지면서 서서히 정리가 되는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재도약뿐이다.

"예전에 인터넷이 신흥 시장으로 평가받으면서 IT 버블이 발생했다가 정리되는 과정을 거쳤는데, 모바일 시장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일종의 정체기로 보여지는데, 미국 시장의 경우, 올해 10월~1월까지 모바일 앱의 다운로드와 매출이 성장하는 레벨업 시즌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아이폰 5S의 출시까지 맞물려 더욱 기대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중국은 독특한 구조로 인해 모바일 시장이 어지러웠지만, 음성 시장이 양성화되고 결제 시스템이 정리되는 등 서서히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위챗이나 라인같은 슈퍼파워 플랫폼들이 활동을 시작했고, 영향력있는 게임과 IP들간의 제휴도 눈에 띕니다. 덕분에 한국 시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런 해외 시장들의 시즌을 타고 모바일 앱 시장에 많은 이야기들이 탄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앱스 아시아도 이런 이야기들 속의 주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바일 앱의 해외 마케팅 분야는 아직 전문가가 많지 않습니다. 현지에 지사를 만들거나 인력을 충원해도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테스트하는 동안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앱 마케팅은 또 하나의 신규 시장이기 때문에 회사의 규모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한거죠. 앱스아시아는 어려운 부분들을 함께 해결해갈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갖추었으니, 글로벌 모바일 앱 시장에서 멋진 이야기들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좋은 게임과 앱들을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