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2013 강단에 선 맥널리 디렉터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그녀의 직업은 QA. 일하고 있는 회사는 매스이펙트 시리즈, 드래곤에이지 시리즈를 개발한 '바이오웨어'입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게임사의 QA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담담하지만 힘있는 이 여성의 이야기를 한 번 쯤 되새겨 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 ▲ Tulay Tetiker McNally
바이오웨어 QA 디렉터 ]
안녕하세요. 바이오웨어에서 일하고 있는 맥널리 디렉터입니다. 한국을 방문해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오늘 QA(Quality Assurance)의 임무와 근무자가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QA 임무는 말로 설명하면 간단합니다. 게임에 어떤 장애가 있는지 알아보는 거죠. 또, 미리 테스트해 본 뒤, 애초 원하던 대로 게임이 구현되어 있는지 보는 거고요. QC가 직접적으로 문제를 탐지하는 직종이라면, QA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직종이라 보면 됩니다. 전반적인 업무 폭은 QA가 조금 더 넓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세스 자체도 테스트하니까요.

게임 개발 초창기에는 디버깅같은 거 개발자가 다 처리했어요. 아트도, 디자인도, 프로그래밍도 그들이 다 했죠. 물론 지금 세대에서도 능력있는 디벨로퍼라면 여전히 그렇게 해야 하겠죠. 하지만 게임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전문 테스터에 대한 요구량도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즉, QA는 시대가 필요로했기 때문에 탄생하게 된 거죠.



바이오웨어는 15~20명의 QA 전문가들이 게임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이 많아질 때는 추가로 사람을 고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세간의 시선이 썩 좋은 직종은 아니예요. '게임만 하고 돈받는다'라고 인식하기 쉬운 업무잖아요. 아무런 기술 없어도 돈 벌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 저희 나라에서는 '고양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물론, 지금은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는 중이예요. 과도기랄까. KGC만 봐도 QA 트랙이 별도로 있잖아요. 이런 게 다 인식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생각합니다.

직종 인식 전환을 위해서는 채용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어요. 하루종일 게임하고 월급받는 시대는 이미 갔는데, 인식이 그대로라면 안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을 채용하는지를 많이 고민해봐야 해요. 얼마 전에 채용과 관련한 내용을 비즈니스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 회사 이야기였는데, 채용 잘못해서 1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고 하더라고요. 조직의 규모와는 상관없어요. 거기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겁니다.

사람 잘못 뽑으면 어떤 손실이 오는지 짚어 볼까요? 일단 인재를 찾기 위해 헤드헌터한테 지불하는 수수료가 있겠죠. 인사부직원들에게도 비용이 들고, 제 직원들이 신참내기를 가르치는데 시간도 투자됩니다. 또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도 들어가죠. 세세하게 따지면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과정을 거쳐 이 사람을 평가해보니... 별로예요. 그럼 이 과정이 반복되고 비용과 시간에서 손실이 누적되는 겁니다. 이건 비단 QA 뿐 만 아니라 프로그래머, 아티스트를 뽑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일에 맞는 적임자를 꼭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희는 사람을 볼 때 소프트웨어 스킬과 하드웨어 스킬로 구분합니다. 일단 하드웨어 스킬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C#, 마야, 3Dmax 같은 툴을 얼마나 잘 다루는가를 체크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것 별로 안 중요해요. 이건 누구든 배울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술이죠.

정말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스킬입니다. 이건 배우는 게 아니예요. 갖고 태어나는거죠. 한 마디로 노력만으로는 완벽하게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또,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거기도 하고요. 소프트웨어 스킬은 이런게 있겠습니다. '얼마나 사람이 개방적인가', '비판적인 사고를 갖췄나', '얼마나 성숙한 인격을 갖췄나',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가', '조직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나' 이런 겁니다. 마야, C# 같은 기술은, 이런 것들과 비교하면 가르치기 굉장히 쉬운 편입니다.

이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능력입니다. 이건 좋은 QA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스킬이예요. 문제가 닥치면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가 이 능력으로 결정되니까요. 이 능력을 갖추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여 볼 수 있습니다. QA는 항상 오픈마인드를 유지해야 하며, 자신의 관점을 바꿀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보다 의견에 무게를 두어서는 안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요. 그래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고 보다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겁니다.



바이오웨어의 채용 기준은 아주 까다롭습니다. 전세계를 뒤져 재능있는 사람들을 발굴하죠. 물론 QA도 이 기준에 포함되고요. 이러한 조직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사람을 뽑을 때부터 트리플 A급 인재를 채용해야 합니다. 바이오웨어는 말단이라도 굉장히 엄격한 프로세스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무사히 마치려면 높은 잠재력이 필수인 것은 물론이죠.

QA의 역할 중 하나는 처음 구상한 완성도만큼 제품이 따라갈 수 있게끔 돕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게 모두 성공할 수 있게끔 툴과 프로세스를 구축해 유지해야 합니다. 물론, 제품의 완성도는 QA만 잘해서 되는게 아닙니다. 회사의 모든 임직원들이 노력해야죠. 즉, 퀄리티를 지키는 것은 모두의 책임입니다. QA는 제대로 된 개발 문화를 구축하고 개발자와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비로소 적합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 QA는 이직률이 상당히 높은 직종입니다. 게임업계에서 선망하는 직업군은 아니니까요. 이직률이 높기에 회사 내에서 영향력이 쉽게 유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완성도를 향한 개인적인 열망보다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QA로 일하는 사람이 많아요.

명심해야 할 것은 QA는 분석적이면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종이란 사실입니다. 처음 개발할 때 비전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개발 과정 전역에 걸쳐 관여합니다. 절대 멈추는 단계가 없어요. 바이오웨어 QA는 프로젝트 컨설팅을 두고 테스트하며, 테스트가 어렵다면 테스트 어프로치를 사전에 준비해 고객의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바이오웨어는 설립된지 17년이 지났습니다. 종전까지는 블랙박스 테스트할 때 QA가 좀 소극적인 감이 없잖아 있었어요. 그래서 게임에 대한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게 굉장히 어려웠죠. 그 때문에 QA라도 어느정도 관련 분야에 지식을 쌓는 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게임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런 걸 배우는 것은 정말 힘들었어요.

참고로 바이오웨어 QA는 테크니컬 QA와 디자인 QA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테크니컬 QA는 프로그래밍 분야를, 디자인 QA는 아시다시피 디자이너를 지원합니다. 이렇게 나눈 것은 개개인의 선호도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구분을 한 뒤 작업을 진행하니 QA가 프로그램 개발에 한 층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 '제이드 엠파이어' 개발할 때부터 이렇게 운영했던 것 같은데, 그 때 이런 결론을 얻었죠.



저희 회사는 가치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동시에 팀의 협력도 중요하게 생각하죠. 따라서 모든 부서는 공평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덕분에 QA가 게임 제작단계부터 진지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품 퀄리티도 높아졌을 뿐 아니라 진정성도 갖추게 됐죠. QA는 다른 팀으로 '하여금 모두가 가시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팀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사내에서 유독 존재감이 없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팀이 많을수록 더욱 가치가 높아지죠. 제품도 중요하지만, 가장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은 스스로의 가치니까요. 저희 회사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실행하라'고 합니다.



바이오웨어는 프로젝트 매니저, 그리고 프로듀서가 제품의 전체적인 퀄리티에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멘토링을 통해 저희 조직원들이 분명한 방향성을 유지하도록 지원하죠. 때로는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참고로 저희는 여러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3개 프로젝트면 300명 필요한 건데, 그 때는 QA만 40명 가량 투입되는 거죠. QA는 어느 한 쪽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공정한 평가를 한 뒤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건 무엇보다 중요한 거고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비전이나 문화 등을 함께 공유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자. 그래서 전세계 사람들에게 당당히 인정받는 게임을 만들어보자. 이런 비전을 QA 개개인이 모두 갖춰야 합니다. 한마디로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됩니다. 또 약속을 지킬 줄도 알아야 하고요. 바이오웨어는 직원들 각자의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각자 그 기회를 살려낸다면, 그게 곧 회사에 기여하는 거죠.



QA는 다른 부서보다도 조직의 핵심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희 회사의 특징은 '정확하고, 가치있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한 뒤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데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바이오웨어는 사람들과 가장 잘 교감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때문에 다른 회사에 비해 QA의 중요도가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비록 QA가 개발자는 아니지만. 개발에 사용되는 기술적인 지식을 아예 배제하면 안됩니다. 소비자가 처할 수 있는 돌발상황을 대처할 줄은 알아야죠. 따라서 거의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저는 QA 팀이 닌자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최상의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제품 퀄리티도 면밀히 살핀 뒤, 전체 팀이 최상의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게 저희 팀 역할입니다. 회사의 전체적인 틀에 QA가 윤활유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하나도 잘못되면 안 되도록 말이죠. 스토리가 별로라면, 그거 좋은 게임 아니잖아요.

앞서서 QA가 이직률이 높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현상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한 직종에서 장기적으로 일하는 게 좋아요. 그래야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직원들이 시스템, 프로세스 등을 잘 이해해야 보다 좋은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팀과의 오랜 신뢰관계를 통해서 얻는 이점도 무시할 수 없고요. 참고로 바이오웨어에는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일해온 분도 계시고, QA 부서에서 13년간 근무하신 분도 있어요. 10년이상 바이오웨어를 다닌 분은 무척 많습니다. 또, 예전에는 QA였지만 현재 개발팀에서 종사하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분들은 커뮤니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전에 QA 해 봤던 사람들이기에 이해도가 빠를 뿐 만 아니라 부서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편하고요.

QA 쪽의 중요한 논제 중 하나로는 연봉도 있습니다. 다른 부서보다 돈을 훨씬 적게 번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저희는 QA라고 다른 부서 직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게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중간 정도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고참 QA보다 많이 받는 것 아니라는 거죠. 그들이 고참 QA보다 게임의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QA들이 스스로의 직종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개인 이익을 위해 회사를 떠나거나 그러진 않아요.

그리고 아침에 회사에 갈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즐거워. 오늘은 어떤 일을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것 아닐까요? 또 다른 사람들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보람을 느낀다면 얼마나 즐겁나요? 그저 돈 벌어야 하니까 가는거지 뭐. 이런 생각하는 것보다는 말이죠.



1927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여기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힘썼어요. 과거에 검증된 방법론을 시대에 맞게 개선하자는 게 핵심이었죠. 이런 부분은 저희의 핵심 철학과도 일치합니다. 또... '절대 흥분하지 말라'는 것은 저희 QA 팀의 원칙입니다.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는데 시간상 다 말하지 못했네요. 중요한 것만 다시 한 번 말할게요. QA는 제품의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한 직종이 아닙니다. 하나의 부서만으로는 제품 퀄리티를 보장 못해요. 이것은 모두의 책임입니다. 따라서 모든 직종이 QA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QA 역시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