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 문짜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10월 9일,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직장인들에게는 출근하는 날, 학생들에게는 공부하는 날, 백수들에게는... 늘상 똑같은 게임 하는 날이었던 10월 9일이었지만 올해에 이르러 달력을 붉은 빛으로 장식하며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바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기원이 명확한 글자이자,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인 한글이 창제된 한글날입니다.

모든 문화 콘텐츠의 기본이자 시작이 되는 언어, 물론 역사가 짧은 게임에서도 언어의 중요성은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청각, 시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향유할 수 있는 게임이지만 역시 게임 내에서 어떤 언어가 사용되는가는 게이머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죠.

게임의 한글화 25년, 인벤에서는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며 그동안 '한글화' 라는 단어 자체로 이슈에 올라온 게임들에 대해 짤막한 소개를 해드릴까 합니다. 완벽한 한글화로 유저들이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던 케이스부터, 아스트랄한 번역으로 유저를 멘붕에 빠트린 게임까지,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최고의 한글화를 보여준 게임들

◆ 최고 수준의 한글화가 무엇인지 보여준 -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는 풀아웃 시리즈로 유명한 블랙아일 스튜디오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1999년 발매되어 발더스게이트와 마찬가지로 AD&D의 한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스토리는 시체 안치소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자기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는 과정을 담습니다. 상당히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게임 곳곳에 철학적인 요소들이 숨겨져 있어 게임을 하는 내내 플레이어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게임이었죠.

한글화 역시 일품이었는데 기존 발더스게이트나 네버윈터 나이츠가 그저 '번역' 수준에 머물렀다면 플레인스케이프는 각종 고어들도 플레이어가 알기 쉽도록 풀어주는 진정한 '한글화'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유통을 맡았던 삼성 직원 1명이 1년 동안 매달려서 한글화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게이머들이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한글화를 최고로 꼽는데 주저함은 없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철학적으로 던졌다


◆ 한글화를 넘어선 '현지화'를 보여준 MMORPG, 블리자드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외국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서 초월적인 인기를 끈 덕일까요? 2004년 출시된 와우에서 블리자드는 엄청난 퀄리티의 한글화를 감행했습니다. 물론 기존 수입된 외국 MMORPG인 에버퀘스트나 애쉬론즈 콜 역시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와우는 차원이 다른 한글화를 보여주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와우의 한글화 방향은 완전한 순수 한글화였습니다. 이로 인해 영어를 전혀 모르는, 하다못해 알파벳 조차 모르는 사람들 역시 와우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었고, 모든 NPC들의 음성 역시 더빙되어 유저들에게 듣는 즐거움 역시 안겨줍니다.

▲ 지도, 음성 등등 게임 내 모든 요소가 모두 한글!

와우의 한글화가 더욱 놀라운 점은 대부분 고유명사로 처리된 아이템 이름까지 죄다 한글화해버리는 어찌보면 '게임 내 영어 말살 정책'과도 같은 현지화 정책과 추가 콘텐츠의 한글화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게임 세계관 내에서 유명한 '그롬 헬스크림'의 도끼인 '피의 울음소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원래 명칭은 'Gorehowl'로 절대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니지만 국내에선 '피의 울음소리'로 번역되었습니다. 의미로나, 이름으로서나 훌륭한 번역이지요. 일반적으로 사전적 의미가 없는 고유명사의 경우 그대로 옮겨오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와우의 경우 이렇게 거의 모든 아이템의 이름 역시 한글화시켰습니다.

▲ 블리자드의 번역은 수 백번에 걸쳐 유저들에게 결제의 씨앗을 심어 놓았습니다

추가적인 콘텐츠란 게임 외적 게임 요소를 말합니다. 와우의 경우 관련 단편 소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요소 역시 모두 한글화되며 이는 한글화를 넘어선 '현지화'라는 단어로 불리기에도 충분함을 모두에게 보여줍니다.

▲ 공식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관련 소설을 볼 수 있습니다.


◆시기를 잘못 잡고 발매된 명작, 웨스트우드 - 녹스

'커맨드 앤 컨커'라는 불후의 명작으로 유명한 웨스트우드의 '녹스'는 쿼터뷰 방식의 액션RPG 게임입니다. 한창 C&C로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와 대결 구도를 보이던 웨스트우드에서 '디아블로2'보다 몇달 앞서 발매한 게임이니만큼 발매 당시엔 흥미진진한 대결이 예상되었습니다만...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디아블로2의 전국적 광풍에 휩쓸려간 게임 중 하나가 됐죠. 녹스라는 게임 자체가 엉망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녹스는 굉장히 훌륭한 게임성을 지닌 게임입니다. 다만 '디아블로2'와는 추구하는 방향성 자체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유저를 게임에 붙들게 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재미라는 근본적인 요소가 있으며, RPG 게임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성취감, 혹은 RTS나 격투 게임, FPS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우월감도 있습니다. 물론 최악의 요소로는 '생계'가 있기도 합니다만... 프로 게이머를 제외하고 말이죠. 하여튼 게임 자체의 재미만을 뽑아내는 데 주력한 녹스의 게임 디자인은 성장을 통한 성취감을 원하던 국내 플레이어들로부터 외면받았고, 결국 비운의 명작으로 남게 됩니다.

물론 멀티플레이 자체는 엄청나게 재밌습니다만. 유저층의 성장욕을 충족시키지 못한 녹스는 당시 유저들의 기억속에서 빠르게 잊혀지게 됩니다. '녹스 퀘스트'라는 요소를 도입해 보았지만 이미 늦은 후였죠. 하지만 녹스에서 눈여겨 볼 요소가 있으니 바로 엄청난 퀄리티의 한글화입니다.

▲ 시기를 잘 타고 나왔으면 희대의 명작이 되었을 수도...

녹스의 한글화는 단순히 텍스트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캐릭터들의 음성까지 한글화되어 있었습니다. 이전에도 한글화된 게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음성까지 한글화 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나아가 캐릭터성까지 잘 살린 더빙으로 녹스의 한글화는 대 호평을 받았습니다.


◆ 신사다운 전쟁은 거부한다. 트레이아크 -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

2003년 처음으로 '콜 오브 듀티'가 발매되었을때 유저들의 반응은 '또 2차대전 FPS 게임이군'이 주류였습니다. '메달 오브 아너'나 '배틀필드 1942'가 이미 발매된 상황에서 비슷한 기믹으로 발매된 게임을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진 않았죠. 물론 게임 자체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래픽 역시 당시 기준으로는 뛰어난 편에 속했고, 훌륭한 사운드와 분위기는 기존 작품들에 비해 더 낫다는 평가가 주류였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특유의 드라마적 연출과 FPS같지 않은 스토리텔링을 무기로 곧 발매될 '콜 오브 듀티: 고스트'를 포함해 10개의 메인 타이틀을 발매한 거대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한글화 정도는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오역이 넘쳐났고, 전장에서 통용되는 언어들을 직역해 의미가 틀어져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죠. 그러나 '콜 오브 듀티: 월드 앳 워'의 경우 이야기가 다릅니다.

▲ 유럽 전선을 최소화하고 태평양 전쟁으로 포인트를 맞춘 월드 앳 워

월드 앳 워의 배경이 되는 곳은 2차 대전이 한창 무르익어 갈 때, 일본과 미국의 혈전이 벌어지던 태평양 전쟁의 현장입니다. 습한 기후와 내리쬐는 태양, 그리고 바다와 정글까지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이라 불러도 무방한 곳이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병사들의 정신상태가 깨끗했을 리가 없습니다. 월드 앳 워의 번역은 이러한 당시의 실태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적을 향해서는 거침없이 욕을 날리고, 비속어를 퍼부어댑니다. 이런 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겠습니다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사상 최고의 한글화다'라고 평가합니다. 그만큼 전장의 분위기를 더 가까이, 그리고 현실감 있게 만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 그래요 저 XXX 탐조등은 제가 날려버릴겁니다


◆발매가 거듭될수록 추락하는 한글화. 코에이 - '진 삼국무쌍' 시리즈

사실 넣을까 말까 고민한 타이틀이긴 합니다.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한글화의 퇴보가 이렇게 이루어지는구나...'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넘버링 타이틀인 '진 삼국무쌍6' 이전까지의 타이틀은 비교적 꾸준한 한글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성우까지 기용한 한글화에서 단순 자막 한글화로 퇴보하긴 했지만 말이죠.

PS2를 기반으로 한 '진 삼국무쌍4' 까지의 한글화 정도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실제로 만인지적이란 칭호가 붙은 장비나 관우 같은 맹장들이야 그렇다 쳐도 대교나 소교 같은 아리따운 여성마저 수천명의 적을 때려잡으며 인외지경의 무력을 선보이는 액션물이지만 역사 공부까지 가능할 정도의 번역 퀄리티를 보여주며, 동시에 각 케릭터의 개성에 맞는 음성 한글화까지 이루어져 있었죠.

▲ 게임 중 부모님의 습격도 방어가 가능한 게임이었습니다.(사진은 진 삼국무쌍5의 스샷)

▲ 대사 역시 캐릭터성이 고려되어 있었죠

하지만 한글화에 들인 투자 비용만큼의 수익이 나오지 않았던 탓인지, 시리즈가 발매될수록 한글화의 정도는 계속해서 추락해왔습니다. '진 삼국무쌍3' 부터 약간의 오역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진 삼국무쌍6'는 높은 평점을 받았음에도 한국에는 일본어 버전으로 발매되기에 이르렀죠.

▲ '적장을 물리쳤다!'를 듣고 싶지만 현실은 '텍쇼! 우치톳타리!'

▲ 점점 판타지물이 되어가긴 합니다


◆ 본격 리얼 오픈월드 깽스타 액션, 락스타 - GTA5

매 시리즈 발매 때마다 폭풍같은 이슈를 몰고 오는 GTA 시리즈. 바로 얼마 전인 9월 17일, 그 5번째 타이틀이 대중 앞에 공개되었습니다. 전작인 GTA4의 경우 정식 한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유저 한글화가 이루어졌으나 워낙 대사가 방대하고, 원문의 느낌을 살리기는 무리였습니다.

게임물 등급 분류 세부기준인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비속어, 사행성을 모두 고수준으로 갖춘 오망성 게임 GTA5의 정식 발매는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힘들게 상륙한 만큼 엄청난 스케일의 한글화를 보여줍니다. 다만 게임의 특성 상 평범한 인물이라면 일주일간 들어도 다 듣기 힘들 정도의 비속어들이 난무한다는 점에서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은 조금 피곤함을 느낄 수 있겠습니다만, GTA 세계의 현장감을 살리는데는 대단한 힘이 되었습니다.

▲ GTA5의 대사중 매우 가벼운 욕

GTA5의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습니다. 돈 버는 수단이라고는 강도질밖에 없는 은퇴 범죄자와 어릴적부터 비속어와 가난을 먹고 자란 흑인 청년, 그리고 누가 봐도 제정신이라고는 안보이는 싸이코패스까지 등장합니다. 그 외에도 이익과 돈에 눈이 먼 수많은 속물 캐릭터들과 범죄 조직들이 등장하는 이런 게임에서, 인물들이 말을 신사적으로 한다면 오히려 유저들은 심한 괴리감을 느낄 것입니다.

'고작 욕좀 잘 번역한 것 가지고 뭐가 잘 된 한글화냐?' 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GTA5의 한글화는 단편적인 대사 및 텍스트 번역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게임 내 미션 플롯을 짜는 계획판 역시 모두 번역이 되어 깨알같은 재미를 안겨주기도 하며 심지어 국내 페이지까지 만들어 한글화를 넘어선 '현지화'에 다가가고 있습니다.

▲ 바로 요런 화면도 번역이 되있습니다.

▲ 한국 페이지의 모습. 게임 내에선 평온과 건강 따위 없습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요!?' 막장 한글화!

◆ 안돼. 난 여기서 빠져나가야겠어. 밸브 - 하프라이프

하프라이프는 FPS역사에서 전설과도 같은 게임입니다. 뛰어난 게임 디자인으로 퀘이크와 언리얼의 각축전이던 FPS시장을 단숨에 평정해버린 게임이자 무려 50여개의 올해의 게임상을 휩쓸며 개발사인 밸브로 하여금 '스팀'을 촉발시킬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글화되어 국내에 발매되었을 때, 많은 유저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프라이프의 번역 상태는 일단 별로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구어적 문장들을 직역해버려 그대로 의미가 꼬이는 오역들도 심심찮게 존재했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괴랄하다 못해 아스트랄한 더빙에 있었습니다.

▲ 사투리 마저 들린다..(유튜브 gingerlemon42님의 게시물)

하지만 골드소스 엔진을 사용한 하프라이프는 엔진 자체 자막 기능의 부재로 인해 음성을 통해 게임중 정보를 제공해야만 했기에 유저들은 어쩔 수 없이 플레이해야 했습니다. 물론 현재는 오히려 이런 괴랄한 더빙 코드 자체에 흥미를 느껴 개그 요소로 활용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겠습니다만...


◆ 안녕하신가 힘쎄고 강한 아침. 뉴 월드 컴퓨팅 - 마이트 앤 매직6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발번역 작품에서 몇 번째에 넣어야 하느냐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했습니다만, 무난한 두번째에 넣기로 했습니다. 물론 마이트 앤 매직6 게임 자체는 꽤나 뛰어난 게임성을 보유한 게임입니다만, 동봉된 한글패치의 수준은 괴랄과 아스트랄을 넘어서 끝없이 펼쳐진 우주 저 너머에서 온 듯한 퀄리티를 자랑했습니다.

▲ 아 예... 힘세고 강한 아침입니다.

마이트 앤 매직6의 번역이 유명한 이유는 오역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오역의 대총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번역 자체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Turn Undead'를 '언데드 퇴치'로 알맞게 번역하는 가 하면 '언데드로 만들다'라고 괴이하게 번역하는 경우가 이러한 경우에 속합니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번역이 절대 번역기를 이용해 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번역기를 돌릴 경우 본문 텍스트를 그대로 번역하기에 단어의 의미 자체는 살게 되는데, 'Elven Chain Mail'(엘븐, 엘프의 사슬 갑옷)을 Eleven에 대응되는 '열한 개의 사슬 편지'로 번역한 것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 외에도 Flesh(살점, 육체)를 Flash(빛)과 혼동해 'Stone to Flesh'를 '돌에서 빛으로'로 해석했다거나 하는 등 이런 번역은 심심찮게 보입니다.

▲ 생전에 잘나가던 마법사가 언데드가 되자 졸지에 이끼로...(Lich - Lichen 혼동)

나아가 그나마 번역한 폰트마저 깨먹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전능의 왕관을 저능의 왕관으로 표기하는 등 마무리까지 어마어마한 번역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오역의 삼위일체를 달성한 마이트 앤 매직은 지금도 오역의 살아있는 표본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


◆ 구멍 안에 발사!, 인피니티 워드 -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앞서 월드 앳 워를 기술할 때 언급했듯이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현재 진행형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큰 변혁을 불러온 작품이 바로 4번째 타이틀인 '모던 워페어'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하던 기존작품과 다르게 갑작스러운 현대전 코드로의 전환은 발매 전 많은 우려를 샀지만, 발매 이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FPS 시장 대통합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한글화되어 국내에 발매된 모던 워페어의 경우 사실 의미 전달 면에서 이해가 안될 정도의 한글화 수준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장이라는 특성에 맞지 않은 번역으로 인해 많은 유저들이 난색을 표하곤 합니다.

▲ 내 이름은 가즈, 농담을 모르는 남자지

농담 중임에도 진지일관의 대사를 내뱉는 캐릭터가 있는 반면 매우 기초적인 번역 오류 또한 존재합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Fire in the hole!'이죠. 원래 의미는 '수류탄 투척'이지만 직역되어 '구멍 안에 발사'로 처리되었습니다.

▲ 구..구멍 안에 발사!

이 외에도 자잘한 오류는 많이 존재합니다. 'Too right mate'의 'right'는 '올바르다'라는 뜻으로 해석되어 '옳은 말이야 친구', 혹은 '당연한 말이지' 정도로 해석됨이 옳지만 게임 내에서는 '너무 오른쪽이다. 친구'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포네틱 코드인 'Tango' 역시 T를 나타내는 단어이며 보통 'Target'을 일컫기에 목표 정도로 번역되는 것이 옳으나 게임 안에선 그대로 '탱고'라고 번역되어있죠.

▲ 자네는..음.. 자넨 너무 오른쪽이야!(뭐?!)

▲ 좁아터진 배안에서 격추를 하시는 가즈형님

물론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워낙 높기에 오역 문제가 게임 플레이에 심각한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모던 워페어 안에서 이런 자잘한 오역들은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더 좋은 게임들을 한글로 만나기 위해...

게임의 한글화는 분명 문화콘텐츠 교류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외국 개발사들은 자체적인 한글화에 시큰둥한 태도를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시장에서 생각보다 수익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게임 개발사들 역시 먹고 살기 위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마당에 이윤이 나지 않는 시장을 위한 현지화를 감행할리 만무합니다.

분명 한국은 인구대비 게이머 숫자가 많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복사 타이틀의 이용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당한 즐거움에는 정당한 댓가가 필요한 법, 적절한 지불을 통해 구입하는 정품 타이틀이 늘어날 수록 더 많은 명작 게임들이 한글화되어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겠지요.

더불어, 작년까진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기념일 정도로 여겨지던 한글날이지만, 올해부터 휴일이 된 만큼 게이머 여러분도 각자의 일상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