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의 클로즈 테스트는 7월 31일 시작 예정으로, 멀지 않은 시기 (예상컨대 일주일 이내?) 클로즈 테스터 모집 기사가 올라올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테스트 '예정'이자 '계획'이기 때문에 날짜가 변동되거나 뒤로 더 밀릴 가능성도 있다. 아이온 급의 게임이면 일정을 한두달 뒤로 미룬다고 해서 아이온을 기대해왔던 게이머들이 아이온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내부적인 게임의 완성도 체크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온이 내일 나오든 한달 뒤에 나오든 세달 뒤에 나오든, 시기는 사실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성공의 여부이고, 기자는 아이온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도발적으로 제목에서부터 '성공을 바란다'라고 써버렸기에, 무슨무슨빠라든가 하는 말이 들려올 것만 같은 생각도 들고 혹은 그다지 여론의 인식이 좋지 않은 회사에 내린 매우 우호적인 평가에 따를 수 있는 비판적 시선이 꽤 부담스럽긴 하다.


그러나 아이온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기자가 게임에 대해 거는 기대라든가 특정 게임사에 대한 선호도와는 무관하다. 단지 아이온의 출시를 둘러싼 객관적 환경의 문제이며, 아이온이 만일 실패했을 경우 다가올 후폭풍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게임도 하나의 산업이다. 어느 산업이나 그렇듯이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 제품을 팔아서 회사와 제작자는 급여과 상여금을 받고, 이런 성공 케이스를 따라 다른 사람들도 이 산업에 뛰어들기도 하고 또 수억, 수십억의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게임은 성공했을 경우, 그 어떤 산업과도 비견할 수 없을만큼 매우 수익성이 높은 산업이다. 리니지 하나에서 나오는 매출액은 연간 천억원, 리니지2까지 합하면 연간 2천억원이다. 만일 이 중에서 신규 게임에 대한 개발/투자 등의 비용을 제외한다면, 순수익은 50%를 충분히 넘을 것이다.


어지간한 대작 게임도 (국내 게임 한정) 오픈 베타시기까지 소요한 총 비용이 200 억은 넘어가지 않는다. 개발은 계속되기 때문에 꾸준히 비용이 들어가긴 하지만, 게임 하나로 해마다 몇백억원의 순수익을 남길 수 있다면, 연간 투자수익률 500% 가 5년간 그리고 10년간 지속되는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그간 게임업계로 많은 자본이 흘러들어왔고, 리니지, 리니지2, 와우,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같은 대박 게임들이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켰기에 자본의 유입이 계속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요 근래, 특히 와우의 출시 이후 한국 게임은 그 성공 가능성의 현실화 부분에 대한 회의감을 점차 부풀려오고 있는 상황이었고, 여기에 더해 해외 게임들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WoW 이후 MMO 계열의 한국 게임들 중에서 성공한 게임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R2 와 로한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이 두 게임을 제외하고는 썬, 그라나도 에스파다, 제라, 최근의 라그나로크2 까지 자타칭 대작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언급한 대작들이 아닌 다른 게임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벤 기자들끼리 회의를 하면서 일부 게임을 언급할 때 '안습 온라인'이라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고, 또 유명 만화가 화실 출신의 인벤 기자가 이런 카툰을 그려 인벤의 카툰 공작소에 올리는 상황까지 왔다.




[ 안습 온라인 ? 인벤에서 실제 있었던 대화의 내용 ]



국내 게임들의 지속적인 실망감 증폭과 함께 다가온 것은 해외 게임들의 한국 진출이다. 해외 게임이라고 해서 성공을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간 한국에 들어온 해외 게임들은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게임 자체가 허접해서 못해먹겠다'라는 류의 평가는 아니었다.


EQ2 나 DDO, 대항해시대 등이 실패를 했거나 혹은 유지되고 있지만, 이것은 서버 관리, 한글화, 운영 등 게임 그 자체보다는 게임 서비스의 환경적인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게임들이 애초부터 리니지나 WoW 급의 대박이 되리라고는 기대하진 않았을지라도, 적어도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 게임들이 어느 정도의 게임 퀄리티를 지니고 있는지는 인지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국 게이머들의 게임에 대한 견문과 지평을 넓히는 데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그리고 이 뒤를 이어 줄줄이 해외 게임들이 몰려올 것이다. 해외에서 개발하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기사는 이전보다 빈도가 훨씬 더 높아졌으며, 워해머, 반지의 제왕 등 북미 게임 뿐만 아니라 차례차례 온라인화되는 일본 게임에 대한 기대감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이렇게 한국 게임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지고 해외 게임들의 진출이 증가하는 상황속에서, 특정 해외 게임이 WoW 만큼 혹은 그보다 못할지라도 게임 시장에 상당한 임팩트를 줄 만큼의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 낸다면 ?


벤처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모든 게임이 성공할 순 없다. 어느 산업이나 그렇듯이, 백개의 게임을 만들면 대박치는 게임 한둘 나오고, 중박 이상 기록하는 게임 서넛 나오고, 그저 먹고 살만큼의 게임 한 열개 나오고 나머지는 기억에서도 사라진 채 어디론가 증발하는 피라미드 구조가 일반적이다.


문제는 피라미드의 상위를 점하는 대박 게임이 종종 나와줘야 이 생명력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성공의 케이스가 주기적으로 출현해주어야만 비로소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모델로 삼으며, 그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본을 투자하고 관심을 쏟게 된다.


그런데 요 근래 2년 반동안,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을 찍어줘야 할 대박 게임은 실종 상태였다. 몇개가 시도를 해봤지만 최근의 라그나로크2까지 참담한 실패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래서 요즘 게임업계에 '한국 게임의 마지막 보루가 아이온일 수 있다'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게임사들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실패하고 쓸만해 보이는 해외 게임들이 몰려오는 상황속에서, 리니지와 리니지2를 연이어 성공시켰던 회사에서 만든 야심작마저도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한국 게임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차치하고라도 지속적인 게임 개발이 이루어질 환경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기자가 몇번의 배신감과 여러 개의 안습온라인을 체험하는 동안 느꼈던 위기감이기도 하고, 게임계 관계자들과 종종 술을 먹을 때마다 공유했던 위기감이기도 하다.


기자가 아이온의 성공을 바란다고 보란 듯이 써놓은 이유는, 단지 괜찮은 한국 게임 하나 나와달라는 게이머로서의 바람 뿐만 아니라, 이 위기감을 타파해줄 그 무엇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갈증이 채워지지 못한다면, 한때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였다가 이제는 일부 소수만 관심을 두고 있는 프로권투나 프로레슬링의 전철을 밟는 것이 결코 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Inven LuPin - 서명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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