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일이다. 그 품에 다시 안겨본 것이.





지난 5월 14일에 라그는 무료화 서버인 바포메트를 공개해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정액제 게임에서 무료 서버 오픈이라는 강수를 두었다는 것에도 화제가 되었겠지만, 그보다는 아마 예전에 사랑했던 게임을 "공짜"로 다시 한 번 접속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심리가 더 컸을 것 같다. 실제 기자도 무료화 서버라는 이유로 4년간 담아두었던 기억을 꺼내 게임을 설치했으니 말이다.





마치, 몇 년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다. 게임을 설치하고 바포메트 서버로 접속하면서, 6천명이라는 사람들이 서버에 접속해 있음을 보며 다시금 바포메트 서버가 얼마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레골라스를 그리는 마음으로 궁수 지망생을 만들어 게임에 접속했다.



▲ 캐릭터 선택창 모습 - 9개까지 만들 수 있다.



라그에도 튜토리얼이 있다. 그 옛날 2% 부족해보였던 튜토리얼은 예전보다 초보자들을 위한 컨텐츠가 강화된 느낌이었다. 튜토리얼 존에는 엄청난 사람이 바글거리고 있었는데, 무료 서버를 오픈한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않아 튜토리얼에 항시 사람이 바글댔던 것은 신규 유저들의 캐릭터 생성보다는 튜토리얼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본 캐릭으로 옮겨서 팔기 위함이 더 많았음을 알게 되었지만. (캐릭터를 무한정 생성할 수 있고, 창고의 무료 이용권으로 생성된 캐릭터에서 초보자용 물약 등을 본캐릭으로 옮겨서 장사 및 사냥을 할 수 있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 1차 전직에 필요한 잡레벨 10까지 쉽게 올릴 수가 있으며, (아, 라그는 베이스 레벨과 잡 레벨로 구분된다. 베이스 레벨을 올리면 스탯 포인트를 획득하며, 잡 레벨을 올리면 스킬 포인트를 획득하는데, 전직에는 잡 레벨의 달성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없던 창고, 워프 무료 이용권이나 물약 등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 튜토리얼 3단계, 모든 단계에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바포메트 서버는 무료서버이기 때문에 경험치의 획득량과 아이템의 드롭율이 본 서버보다 50% 감소되어 있다. 그 점을 간과했던 기자는, 아무 생각없이 튜토리얼을 빠르게 끝내고 마을로 나갔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일단, 마을의 전반적인 모습이 대대적인 개편으로 인해 확 달라졌으며, 사냥터도 기존에 알고 있는 몬스터 배치가 아니었기 때문.


눈물을 머금고 다시 캐릭터를 생성! 이번에는 잡 레벨을 9까지 올리고 기쁜 마음에 마을로 향했다. 궁수로 전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룰루랄라~ 신나는 마음으로 전직 NPC를 찾아갔지만, 잡 레벨이 10이어야 한단다. 정확히는 기본 스킬이 9레벨이 되어야 한다. (기본 스킬이 9레벨이 되면 1차 전직을 할 수 있지만, 잡 레벨 1에는 스킬 포인트를 주지 않으므로, 잡 레벨 10이 되어야 9 레벨 스킬을 찍을 수 있다.)


노비스 캐릭터는 응급치료 스킬 외에는 기본 기능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레벨업을 하는 것이 매우 더딘 편이다. 특히 검사나 도적, 상인 지망생이 아니라면 힘에 스탯을 투자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 몬스터를 잡기도 어려운 편이다. 튜토리얼에서 나온지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궁수로 전직할 수 있었다.



▲ 궁수로 전직한 뒤 옷을 갈아입었다.



라그는 전직을 하게 되면 해당 전직의 옷차림으로 모습이 바뀌게 된다. 전직 시험에 가뿐(?)하게 통과한 기자는 활과 화살을 챙겨들고 만만해보이는 녀석들을 찾기 시작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던 지라 튜토리얼에서 물약 얻어내기의 꼼수를 사용해 물약을 넉넉히 준비하기도 했다.


모든 초보자 사냥터에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텔레포트를 하던 프리스트는 초보자의 탈을 쓴 기자에게 버프를 주기도 했으며, 초보자들은 서로 한 마리라도 더 빨리 잡기위해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뭘 잡을지 걱정하던 기자는 이리 저리 검색을 해 보았고, 메뚜기의 탈을 쓴 로커를 잡기 위해 대도시인 프론테라로 자리를 이동했다. (튜토리얼에서 워프 무료 이용권이 있기에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프론테라의 모습은 언제나 정겹다. 각 종 채팅방과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마치 벼룩시장을 연상케했던 예전의 기억 그대로 이 곳은 매우 활기차보였다.


라그에서는 전승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지원하는데 2차 전직이 후 99레벨까지 키운 캐릭터를 전승하면 초보자 캐릭터인 노비스부터 다시 시작을 한다. 새롭게 1차 전직을 하고 2차 전직을 하게 되면 전승 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물론, 경험치는 기존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프론테라라면 혹시나 전승을 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둘러보았지만, 전승한 캐릭터가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했던지 발견할 수는 없었다.



▲ 프론테라 노점의 거리, 일종의 로데오 거리라고 할까.



프론테라의 거리 노점을 살펴보면 서버의 거래가 얼마나 활성화 되있는지 알 수 있다. 실제 프론테라의 거리에는 몹슈즈나 몹파이크, 간호모 등 다소 낮은 금액의 아이템들이 노점에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저레벨 아이템부터 고레벨 아이템까지 다양하게 팔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커가 나오는 곳으로 향하자 역시 이 곳도 많은 이들이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라그의 경우 던전이나 고레벨 사냥터를 제외하고 저레벨 사냥터에서는 보통 필드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한다. 저 레벨 필드 지역의 경우 리젠 타임이 느린 편이라 한 자리에서 고정으로 사냥하는 것보다 돌아다니면서 사냥하는 것이 훨씬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필드에서는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한다.



▲ 반면, 던전은 자리를 잡고 사냥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정 레벨이 되자 궁수들과 법사들 즉, 원거리 캐릭터가 즐겨찾는 만드라 존에 당도했다. 불화살도 꼭꼭 챙겨서. 라그의 모든 몬스터들은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몬스터의 속성과 반대되는 속성으로 공격을 해야 보다 더 많은 대미지를 줄 수 있으며, 비슷한 속성끼리는 오히려 HP를 추가시키거나 소량의 대미지만을 주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만드라고라는 일정 영역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지만, 궁수나 법사의 경우 공격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크기 때문에 한 대도 맞지 않고 사냥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몬스터이다. 지 속성의 몬스터이기 때문에 불 속성의 공격으로 보다 많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단, 바포메트 서버의 경우 노점을 기준으로 일반 화살과 불화살의 가격은 7배가 차이난다.



▲ 사정거리를 늘려주는 스킬만 올린다면 언덕치기, 건너치기, 내려치기 등등 모든 것이 가능하다!



없는 살림에 불화살을 챙겨들고 사냥을 시작했다. 이렇게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사냥을 하다보니 아주 오래전 시작되었던 오픈베타 때 필드에서 사냥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고, 사냥하다가 중간중간 필드 곳곳에 있는 나무들에 가려서 시야가 안보일 때는 답답한 마음에 당시 어떻게 거리낌없이 사냥을 즐겼는지를 회상하기도 했다.


만드라고라는 한 때 대단히 인기있던 몬스터이기도 했는데, 당시에 토끼 머리띠라는 레어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털 100개와 네잎크로바가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네잎크로바는 매우 적은 확률로 드랍되는 레어 재료여서, 가격도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헌데, 그 네잎크로바를 만드라고라가 드랍했던 것이다. 물론, 좀 지나서는 흔해진 아이템이 되어 버렸지만.


어쨌든 아이템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 많은 고생을 했었다. 고레벨이 되어서는 머리에 착용하는 늘어진 고양이와 귀에 착용하는 천사의 날개, 잎에는 꽃잎을 물고 있는 것이 작은 소망이었다;; 그나마 가장 저렴했던 꽃잎은 물었지만, 늘어진 고양이와 천사의 날개는 구하기도, 제작하기도 매우 어려워 결국 착용하지 못한채 게임을 접어야만 했던 슬픈 사연이 있기도 하다.


근데, 이제는 그런 아이템을 캐시로도 살 수 있단다. 많은 고생을 하거나 부자가 되거나 해서 얻을 수 있었던 추억의 그 아이템을 이제는 단 돈 얼마에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쉽게 살 수 있는 만큼 간편해졌지만, 재료 하나, 혹은 운좋게 레어 아이템이 떨어지길 기대하며 노가다를 하던 그 때의 간절함이 사라져 버린 것이 아쉽기도 하다.


예전의 기억을 꺼내어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20레벨이 되었다.



▲ 대부분의 장비 아이템은 캐시로 구입할 수 있다.



오랫만에 들어갔던 라그에 대한 첫 느낌은 '어색함 + 어색함 = 그리움' 이다. 외침이라는 기능이 신설되기도 했고, 태권소년, 소녀, 건슬링거, 닌자 등의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길드의 아지트로 사용하면서 익숙했던 페이욘, 한 가운데 왕궁이 있던 모로코 등은 이제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추가로 생겨난 수 많은 지역들과 함께 말이다.


전체 외치기를 한 번 하기 위해서는 캐시템을 구입해서 하거나 게임내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신청을 해야만 할 수 있다. 채팅 게임이라 불리며 커뮤니티의 최고봉을 달리던 라그는 기존보다 더 자유로운 채팅을 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과시하고 싶어 어렵게 구입했던 아이템은 이제 적은 돈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고, 몬스터를 소환하는 고목나무 가지에서는 상상도 해본적 없는 처음 보는 강력한 몬스터들이 나와 마을을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당시에는 고스트링이나 엔젤링 등이 초대박이었거늘...)



▲ 소환 아이템 하나로 초토화 된 프론테라 앞마당..



게임을 하던 도중 복사에 관련한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유저들은 새로운 서버인데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사라는 사건이 터지게 된 것에 분노하기도 하였는데, 창고에 아이템을 빼거나 넣고 재접속을 하면 아이템이 남아있거나 혹은 우체통을 이용해서 다른 캐릭에게 보냈을 때도 캐릭터와 상대 캐릭터 양쪽에 아이템이 남아있는 오류 현상이었다.


많은 유저들은 백섭을 요구했지만, 그라비티 측에서는 해당 유저들을 대상으로 블럭 처리 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단, 문제는 일부 버그를 악용한 유저들을 제외하고는 사건을 모른 상태에서 창고나 우체통을 이용했다가 블럭을 당한 선의의 피해자도 있었다는 것이다.


6월 3일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한 공지는 서버 점검 이상이라 수정했다는 공지 뿐이었다. 라그2 에서 원성을 들었던 좋지 못한 운영은 별로 변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이다.



▲ 해당 사건에 대한 공지



라그나로크 이후 그라비티는 수많은 굴곡을 겪었다. 그라비티의 굴욕, 안습의 그라비티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다. 김학규 현 IMC 대표의 그라비티 퇴사, 김정률 회장의 4천억 매각과 소프트뱅크 인수, 나스닥 상장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 김정률 전 회장과의 법정 공방, 기대작 라그나로크2 의 참담한 실패 및 그라비티 게임들의 연이은 실패 등등 한마디로 요 몇년간 그라비티에 좋은 일이라곤 별로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라그나로크 하나라도, 다시 떠난 게이머들을 불러와서 부흥의 불씨를 살려보려고 한 것일까 ...


그러나, 게임사와는 무관하게, 라그나로크를 한때 즐겼던 게이머라면 그리운 추억속으로 빠져봄직하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예전의 라그가 그리웠던 기자와 같은 이유로 라그의 무료 서버를 방문했을 것이다. 적은 레벨이지만 플레이하면서 예전의 추억을 느꼈고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예전부터 부족하다고 지적받았던 운영의 모습이 이번 복사사건에서도 여전해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저레벨 사냥터, 각 마을, 혹은 중레벨 던전 등 어느 장소에 가건 그 곳에는 항상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다. 바포메트 서버는 마치 게임이 처음 나와서 이제 막 오픈베타를 시작하는 그 느낌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오래된 이들도 상당수 많이 게임속에 접속해 있기에 오래된 느낌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라그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그리움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그 곳, 2008년 라그의 모습이다.


* 그라비티는 바포메트 서버에 이어 2번째 부분유료화 서버인 도플갱어 서버를 6월 11일 오픈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벌레한테 맞고 죽었다...



▲ 프론테라의 벤치에서 쓸쓸히..



▲ 귀여움의 상징, 포링 몬스터



▲ 숨을 테면 숨어밧!



▲ 시점이 왼쪽과 오른쪽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시야가 자주 가린다.



▲ 아무것도 없어 장비창을 공개할 수 없었다.



▲ 베이스 레벨업은 머리위에 천사가 나타난다.



▲ 잡 레벨업은 글씨와 함께 폭죽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