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가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4년을 훌쩍 넘었고,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컨텐츠를 선보이며 유저들에게 많은 재미를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레이드, 즉 공격대 컨텐츠는 현재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서버마다 수십 개의 막공이 끊임 없이 열릴 정도로 또 한번의 전성기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블리자드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레이드 컨텐츠에 대한 일반 유저들의 집중도는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특히, 3.1패치로 소개된 신규 공격대 던전 울두아르는 본격적으로 도전모드(Hard Mode)를 공개하여,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던 각 직업 개선 작업과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레이드 컨텐츠에 대한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습니다.


이에 인벤에서는 WoW 오픈베타 시절부터, 오리지날 낙스라마스를 거쳐,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 그리고 그리고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 울두아르까지의 레이드 컨텐츠에 대해 연재 형식으로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


WoW의 레이드 컨텐츠가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을 거듭해 왔는지, 그리고 울두아르를 통해 앞으로는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인벤 가족분들과 함께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기획 1부 』대한민국이라는 불모지, WoW 레이드의 탄생 바로가기 [클릭!!]


2부 – 처절했던 오리지날의 엔딩..줄구룹, 안퀴 그리고 낙스



라이트유저를 위한 레이드 던전? 줄구룹의 탄생


40명이 정원이었던 탓에 레이드 인원 모으기가 더 힘들었던 그 시절, 1.7패치로 구현된 20명 레이드 던전, 줄구룹은 그야말로 라이트 유저를 위한 선물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왠걸? 그 난이도는 그때까지 공개된 정규 공격대 던전과 비등할 정도로 상당했다.



패치 첫날 조직된 수많은 막공은 초반 벽을 넘지 못하고 와해되었고, 정규 공격대들도 인원을 둘로 나눠 현역(?)을 투입해도 공략 도중 어이없는 전멸이 기본이었다.



특히, 주술사 진도는 기존 개념을 뒤엎는, 예를 들면 저주가 걸려도 해제를 하지 않는 독특한 공략법이 필요했고, 공대원 전원 공략숙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쓰러트릴 수 없는 형태를 선보여 줄구룹이 나온 지 한참 지나서까지 막공을 괴롭혔던 보스였다.




▲ 줄구룹의 REAL 보스라고 불리던 주술사 진도




혹자는 진도가 엑스멘이라는 단어를 대중화시키는데 크게 이바지한 영웅이라고도 평했으며, 그 때 최초로 "줄구룹 갑니다. 평판 확고 이상인 분만 귓말 주세요. 노브리핑요"라는 모집 문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라이트 유저를 위해(?) 등장했던 줄구룹은 라이트 유저와 하드 유저들간의 갈등을 더욱 부각시키는 원인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날로 실력이 늘고 장비 수준이 높아지는 유저 앞에서 줄구룹도 오래 버티질 못했고, 몇 번의 하향 패치 후에는 점점 아이템 파밍의 성지로 전락해 갔다.



게다가, 줄구룹에서는 아이템 레벨이 다소 낮아도, 유저들이 선호하는 옵션 위주로 붙어 있는, 이른바 명품템들이 대거 드랍 되었고, 학카르의 심장(에픽 장신구) 및 줄구룹 마법부여, 희귀탈것 등 유저들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컨텐츠들로 무장해 있었다.



즉, 상위 던전을 파밍하고 있는 정규 공격대들도 계속해서 줄구룹에 방문할 수 밖에 없었고, 신규 유저들은 신규 유저들대로 빠른 시간 내에 좋은 장비를 맞출 수 있기 때문에 줄구룹을 절대로 놓칠 수가 없었다.





▲ 이 때 사냥꾼 유저분들 정말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꾸벅.





때문에, 자기가 입찰할 아이템을 공략 전에 미리 정해 놓는 선입팟을 비롯해서 골드로 경매를 해서 아이템을 입찰하는,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그 때는 기존 아이템 입찰 개념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골드팟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발생시켰다.



일일 퀘스트도 없어 매일 매일 도핑비와 수리비에 허덕일 수 밖에 없었던 정규 공격대원들은 자기 시간을 조금 희생한 대가로 골드를 얻어가고, 새롭게 WoW에 진입한 신규 유저들은 골드만 있으면 정말 빠른 시간에 남부럽지 않은 장비를 맞출 수 있은 구조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비난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골드팟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어 갔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줄구룹은 WoW 역사상 최고의 논란거리를 남기며 오리지날 마지막까지, 아니 희귀탈것 덕분에 불타는 성전까지도 그 생명을 이어갔다.




▲ WoW 사상 최대의 논란, 진로크 - 세상의 파괴자





▲ 그 당시 게시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진로크 관련 글





24시간 레이드의 악몽, 카자크와 아주어고스, 그리고 녹색용 4종


오리지날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필드 레이드보스다. 1.3패치에 구현된 카자크와 아주르고스, 그리고 1.8패치를 통해 네 마리의 녹색용.



필드 레이드 보스 특성상 진형에 따른 지형적인 이점이 있고, 재생성 주기가 예측해 선점이 가능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한번 방해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왠만해서는 공략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가장 치명적인 특징이 있었다.



Vurtne 동영상 3편에 보면 녹색용을 공략하기 위해 그늘숲에 모인 상대 진영 공격대 전원을 얼음 회오리로 묶고 녹색용을 애드시킨 후 얼음방패를 한 후 잔인한 미소를 짓는 명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 필드 보스몬스터, 파멸의 군주 카자크




카자크가 있던 저주의 땅은 스톰윈드와 가까워 얼라이언스가, 아주어고스가 있던 아즈샤라는 오그리마와 가까워 호드가 주로 공략을 하곤 했다.


안 그래도 까다로운 보스인데 한 명이라도 적진영이 방해를 놓기 시작하면 그 레이드는 절대로 끝이 나지 않는 지옥으로 돌변했다. 그날 저녁에 시작했는데 다음날 새벽이 지나도 끝이 나지 않았던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공대원을 방어조와 공략조를 나눠서 해보기도 하고, 그것도 안되면 아예 은신이 가능한 직업을 망꾼으로 심어 놓고, 재생성 되자마자 새벽이든 아침이든 직접 전화해서 공격대를 꾸리기도 했다. 단꿈에 빠져있다가 새벽 5시에 붙들려온 모 힐러 유저는 "이게 무슨 리x지인가요? 엉엉 "라며 절규하기도 했다.



상당한 스트레스를 남긴 필드 보스들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필드 전쟁이 활성화 되어 있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WoW 유저들에게 가공되지 않은 재미를 준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 실리더스에 안퀴라즈가 오다.


WoW 레이드 역사에 있어 안퀴라즈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같은 타이틀로 40인, 20인 던전이 동시에 구현된 첫 번째 레이드 던전이었으며, 서버 전체 인원이 동원되어 준비했었던, 렉 때문에 제대로 즐길 수는 없었지만 가장 거대했었던 월드이벤트가 실리더스를 무대로 펼쳐지기도 했다.



게다가 기존 탱커, 힐러의 역할이 집중되었던 어그로 시스템에서 탈피해, 공대원 각각이 주체가 되어 능동적인 플레이를 펼쳐야만 공략이 가능했던 쑨과 오시리스 같은 신개념 보스들을 다수 선보이기도 했다.



쑨이 검은날개 둥지의 벨라스트라즈에 이어 두 번째로, 그것도 가장 영향력이 컸던 공대파괴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라면냥꾼, 라면법사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바로 그런 구조였기 때문이다.




▲ 안퀴라즈 사원 보스몬스터, '공대파괴자' 쑨 - 스크린샷은The Chosen 길드




던전 내부에서만 탑승할 수 있는 퀴라지 전차 시스템도 신선했으며, 안퀴라즈 컨셉에 맞도록 각 보스와 몬스터들의 디자인, 그리고 배경 음악도 상당히 높은 퀄리티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평판 시스템과 레이드 컨텐츠를 결합해, 평판 획득에 따라서 보상아이템을 획득 및 업그레이드 하고, 각 직업별 방어구 세트를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퀴라즈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공격대 방어구 세트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토큰'이라는 시스템이 사상 처음 도입된 것도 바로 이때였다.


안퀴라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방어구 세트아이템이 해당 직업용 아이템 각 부위가 직접 드랍되는 식의 완제품 형태로만 구현되어, 해당 공격대의 운에 따라서 버려지는 아이템이 대거 속출하는 상당히 비효율적인 구조였고, 안퀴라자의 토큰 시스템은 완전하게는 아니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상당량 해소시키는 역할을 했다.




▲ 그때는 토큰과 방어구 1:1 교환이 아니라 부수적인 잡템들도 필요했었다.




하지만, 안퀴라즈가 이처럼 밝은 면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서버별 자원모으기 월드이벤트는 시도는 좋았지만, 일부 서버, 일부 유저들의 호응만을 이끌어냈을 뿐 서버별 격차를 만들어 안퀴라즈 레이드 공략을 더디게 하는 큰 장벽으로 다가왔고, 마침내 안퀴라즈의 문이 열린 월드이벤트에서는 사상 최고의 렉을 발생시켜 그 현장을 제대로 체험한 유저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또한, 쑨과 오시리스 같은 신개념 보스도 있었지만, 오리지날 초창기부터 이어져온 오로지 저항아이템과 물약의 준비가 공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보스도 대거 등장해, 실리더스 지역은 평판을 올리기 위해 반복노동을 하는 만레벨 유저들로 끊이지 않았다.



"화산, 검둥은 화염저항, 안퀴라즈는 자연저항, 다음은 도대체 뭐냐?"라는 우스개 소리가 가슴 속 깊은 공포를 생산해 내던 시절이었다.



도핑문제도 빠질 수 없는데, 연금술사가 제작하는 각종 버프류 물약, 영약부터 특히, 자연보호 물약까지 안퀴라즈는 레이드 유저들의 등골이 휠 정도의 규모급 도핑이 필수였다.




▲ 수백 골을 들여 도핑했는데 쑨 입구에서 전멸할 때의 절망감이란...




이러한 구조는 극악의 난이도와 함께 작용해서 레이드 컨텐츠에 대한 이탈자들을 대거 발생시켰는데, 그나마 20인 던전인 줄구룹과 안퀴라즈 폐허가 모든 유저가 공존할 수 있는 아이템 파밍과 골드 획득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위태로웠던 게임 내 경제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힘겹게 지탱해주었다.



게임에 접속하면 도핑 준비, 저항아이템 준비, 그리고 골드 벌기 등 플레이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본격적인 레이드 보다는 사전 준비 시간에 소비해야 했던 혼돈의 시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을 때, 블리자드는 오리지날 WoW의 최종 보스는 켈투자드라는 발표와 함께 지금에도 사상 최악, 최고 난이도의 레이드 던전이라고 평가 받는 '오리지날' 낙스라마스에 대한 정보들을 하나 둘씩 공개하기 시작한다.





오리지날 WoW의 처절한 엔딩, 낙스라마스


낙스라마스가 그 시절에 유저들의 치를 떨게 만들었던 이유, 그리고 극히 소수만이 낙스라마스를 경험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사실 낙스라마스는 현재 리치왕의 분노에서 구현된 모습 그대로다. 공략적인 부분에서도 별 다르게 언급할 것이 없다. 그 이유는 아래에 설명할 '다양한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낙스라마스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기존에 선보여진 레이드 보스들의 공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공격대원들의 아이템 및 능력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공략 성공 한계선이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 쉽게 말해서, 탱커면 탱커, 힐러면 힐러, 딜러면 딜러, 공대원 모두가 자신이 가진 자원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겨우 공략할 수 있는 구조였다.




▲ 전설급 아이템 떡밥을 던졌던 '파명의 인도자', 그리고 4인의 기사단




도핑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거의 대부분의 도핑 수단을 매번 동원해도 공략 가능성이 희박한 수준이었다. 초창기부터 이어져 오던 레이드 공대원들의 자금 사정은 낙스라마스에 와서는 완전히 바닥을 기었으며,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공대를 탈퇴하는 유저들이 증가했다.



'오로지 레이드를 하기 위해 장학금 탄 돈으로 현금거래를 한다.'라는 류의 고백들이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흘러 나올 정도였다.



거기에 시기적인 면까지 크게 작용했다. WoW의 첫 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의 정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확장팩 테스트서버가 가동되면서 오리지날 아이템과는 차원이 다른 확장팩 아이템의 옵션들이 본서버에 까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내가 지금 이 고생을 왜 해? 편하게 확장팩 넘어가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 레이드 정규 공격대는 더욱 큰 타격을 받는다. 일명 '닌자'들도 속출했고, 상위 공격대를 쫓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낙스라마스 중후반, 블리자드는 오리지날 마지막 대규모 업데이트인 1.12 '전장의 북소리' 패치를 통해 라이트 유저는 물론 레이드 유저조차 꿈도 꿀 수 없었던 최고 계급 PvP 아이템들을 명예점수로 풀기 시작하면서, 알터랙을 비롯한 각 전장들이 동시에 수십, 수백 개씩 열리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WoW 새롭게 유입된 인원이 아니라 그 중 대부분이 힘겨운 낙스라마스에서 이탈한 공대원이었다.




▲ 낙스라마스가 남긴 전설급 아이템, 아티쉬 - 수호자의 지팡이




낙스라마스를 포기한다고 해도 수많은 대안이 존재했던 것이 컸다. 확장팩 테스트서버에 접속만하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신규 컨텐츠가 반겨주었고, 본섭에서는 하루 종일 언제라도 신나게 PvP를 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성능이 뛰어난 PvP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전장들이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건넸다.



낙스라마스 공격대들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는 그런 시기였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꿋꿋하게 낙스라마스를 공략해나가는 공격대들도 물론 다수 존재했지만,오리지날 레이드 초창기부터 불거져 나왔던, 직업 역할에 대한 불분명한 설계, 인기 직업과 소외 직업 / 호드와 얼라이언스 간의 불균형 논란, 레이드 시 과도한 도핑 및 저항템 요구, PvE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PvP 컨텐츠 보상,그리고 오리지날 초창기 모내기로 시작해서 낙스라마스가 끝날 때까지 유저들을 괴롭혔던 렉

이 자리에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WoW 유저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으로 다가왔다.



결국, 블리자드는 이 모든 문제점들의 해결책으로 확장팩 불타는 성전이라는 빅카드를 꺼내들게 되는데...






"3부- 불타는 성전 편"조만간에 이어집니다.




WoW Inven - Vito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