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앱스토어에서 17일까지 유료 애플리케이션 부문 1위를 차지하던 '어쌔신크리드'가 18일 오전 갑자기 사라졌다.


어쌔신크리드는 유비소프트(Ubisoft)가 개발한 액션어드밴쳐 게임으로 해외에서 아이팟/아이폰 용으로도 출시되며 많은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얼마 전 모바일 게임사 '게임로프트'는 완전 한글화 작업을 거쳐 '어쌔신 크리드'를 한국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한국 앱스토어에서 몇 안되는 '게임'이기도 해서 유료 애플리케이션 판매 1위에 올라있던 상황.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예 판매 리스트에서 어쌔신크리드 한글판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 ▲ 완전 한글화로 유료 애플리케이션 1위를 차지하던 '어쌔신 크리드'가 갑자기 사라졌다. ]



갑작스레 앱스토어에 어쌔신크리드가 사라지자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혹시 심의를 받지 않아서 삭제된 것은 아니냐?'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국에서 판매되거나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물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심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해외 앱스토어는 사전 심의 과정이 없기 때문에 '어쌔신크리드가 한국에 등록될 때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루머가 퍼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은 오해. 실제로 한국 앱스토어에 올라온 어쌔신크리드는 정상적으로 게임 심의를 통과한 게임이다. 판매 중지는 심의 때문은 아닌 셈이다. '게임로프트'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판매 시기를 조정할 필요성을 느껴 잠시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 ▲ 심의 문제로 사라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



심의 정책 혼선에, 한국 게이머는 미국인 행세...


전세계 앱스토어의 최다 애플리케이션 수를 자랑하는 '게임' 파트는 유독 한국에서만 심의 문제에 걸려 카테고리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억단위를 넘어가는 게임 애플리케이션 중 한국 앱스토어에서 찾을 수 있는 게임은 몇십 종류에 지나지 않으며, 새로운 게임이 등록되는 것도 보기 드문 현상이 되어버렸다.


한국 앱스토어에 게임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 게임 심의를 거쳐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등록해야만 하는데, 시장 자체도 크지 않은데 '심의 수수료'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한국의 정책을 이해하는 해외 개발자들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심의를 받는다고 해도 매일매일 쏟아지는 수십~수백개의 앱스토어 게임을 게임위에서 제대로 처리하기도 어려운 상황.


이에 대해 게임위는 애플 앱스토어의 게임 심의를 원활히 하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지만, 뾰족한 결론이 나오진 않았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올라가는 게임들을 자체적으로 심의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심의과정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심의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지, 심의 수수료는 얼마 정도로 할 것이며, 누가 수수료를 낼 것인지 등 게임위와 애플사 간의 이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 ▲ 아이폰은 잘 팔리고 있지만 '게임 심의'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 ]



물론 게임위는 앱스토어 게임 심의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는 게임의 심의를 좀 더 빠르게 처리하고 개인 개발자들의 심의 수수료를 덜어주기 위한 가이드라인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한국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내다보는 업체도 있다. 하지만 애플코리아는 아직 '계획없다'는 입장.


그렇지만 앱스토어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또 아니다. 스스로가 미국인인양 미국 계정을 만들어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그래서 스스로를 미국사람인양 속여야 하는 상황이 끝나는 것은 언제일까.



[ ▲ 게임을 받기 위해 한국에 살면서 미국을 거주지로 등록해야 하는 현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