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간이 지남에 따라 30레벨 중후반대의 유저들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고, 간간이 40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을 보았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그 가운데 지난 4월 13일, 한 통의 편지가 기자 앞으로 배달되었다.



신원을 밝힐 수 없는 인물 D에게서 전달된 의뢰 편지



이 편지는 분명히 자신의 길드원이 만레벨을 달성했으므로 인터뷰를 해달라는 의뢰는 아니었다. 이 편지에 쓰인 내용은 만레벨 유저가 슬슬 나오는 이 시기에 넥슨에 향후 계획에 대한 자신들의 의문을 전달하고 앞으로의 개발계획을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아야 넥슨에 뭘 전달하면서 말문을 트던지 어쩌던지 하지 밑도끝도 없이 향후 계획만 달랑 물어보기도 뭣할 것 아니겠는가. 해서 기자는 블래스터 한자루 등에 걸머지고 출발, SP1에 접속하였다.

일단 제보 대상이었던 유저 아가멤논이 접속 중인지 아닌지 일단 먼저 친구추가를 해 보았다. 그런데...



헉! 거부당했다!



귓말이 날라와서 기자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정체불명의 사람에게는 친구허가도 못해준단 말이더냐. 사해가 동도라 하였고 영웅의 교분에는 국경이 없다 하였거늘 이 어인 변고란 말이던가...같은 소리는 일단 가슴 속에 묻어두고, 인벤 기자라고 정체를 밝히며 지금 인터뷰가 가능한지의 여부를 물으며 바로 꼬리를 말았다. 인터뷰는 가능한데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만레벨을 달성했다는 제보를 받고 왔다고 했더니 무척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SP1에 만레벨이 한둘이 아니고 자신은 그 중 최초도 아니며 오히려 무슨 일이냐고 되묻는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만레벨 달성자가 한둘이 아니라 수백 수천명이라도 어쩔 수 없다. 이 인터뷰는 만레벨 달성의 위업을 자손 대대로 기리기 위한 역사서 서술이 아니라, SP1에 대한 유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 인터뷰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빠른 만레벨 달성자이니 물론 어떻게 레벨업을 했는지는 물어봐야겠지.


인터뷰 장소를 구스펠트로 설정하고 나서 곰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하수도 뒤는 좀 켕겼다. 그래도 명색이 인터뷰인데 구정물 근처에서 하긴 좀 그렇지 않겠는가. 이리저리 물색을 하다가 결국 구스펠트 종합병원 앞 육교 위에서 만나기로 했다. 연락하고 좀 기다리니 아가멤논이 달려왔다. 어차피 해당 길드원의 SP1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고 싶었으므로 소속 길드인 투신 길드의 마스터에게도 연락을 부탁했다. ....부려먹을 수 있을 때 부려먹어야 한다. 감히 친구추가를 거부하다니!!



육교 위에서 하릴 없이 기다리는 중



기자 : 만나서 반갑다. SP1 인벤의 기자 대남이라 한다. 먼저 만레벨 달성을 축하한다.


아가멤논 : 처음엔 이게 만레벨인지도 몰랐다. 41레벨 스킬이 보이길래 41레벨도 달성 가능한 줄 알고 무작정 달렸다. 그 스킬들을 익혔을 경우 내 캐릭터가 얼마나 강해질 지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40레벨의 100%로 경험치를 달성해도 레벨이 오르지를 않더라. 그때에서야 알았다. 아... 막힌 거구나.


기자 : 직업이 무엇인가? 사냥 시 주로 레벨업한 공간은 어디이며, 어떤 스킬을 사용했는가?


아가멤논 : 스트라이커이다. 사냥 시 주로 사용한 스킬은 대쉬, 어설트 블로우, 플로그 다운, 스피릿 포스와 버서커 정도다. 버프스킬도 사용했다. 그 외의 다른 것은 사냥에서는 거의 필요가 없었다. 레벨업 작업을 할 때는 솔로플레이를 위주로 활동했는데, 연구소나 얼음동굴 보다는 주로 필드 사냥을 통해서 경험치를 쌓았다.



이 사람이 오늘의 인터뷰 대상자, 40Lv 스트라이커 아가멤논



기자 : 인던을 가급적 배제했다는 말인가? 보통 인던이 레벨업에 훨씬 유리하다고 하지 않던가? 길드까지 있는 사람이 왜 필드에 나가서 사냥을 했는가?


아가멤논 : 많은 이들이 그런 인던이 훨씬 유리하다고 하시던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필드가 더 편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필드에 나가 있는 상태이며, 중화기병 같은 경우는 미스만 나지 않는다면 스킬 한두방에 몹을 잡으니 빨라서 좋기도 하다. 물론 미스가 뜨게 된다면 그냥 메뚜기나 패러를 잡는게 좋은 선택이다.


기자 : 게임의 밸런스는 어떠한가? 일례로 퀘이커나 익스플로션 같은 캐릭터의 밸런스는 사냥에 국한해서 말할 때 비유적인 표현으로 비누방울 광역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살짝 논란이 되고 있는 퀘이커-익스플로션 계열



요건 살짝 범죄형 질문일 수도 있었다. 말 한마디 삐끗하게 되면 바로 악플이 줄을 잇게 되는 법. 친구추가를 거부한 데 대한 작은 보복이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길드마스터 이도류가 번개처럼 나타났다. 잠시 덕담이 오가고 나더니, 약간 대답에 뜸을 들인다. 뭔가가 기자가 모르는 사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것은 무슨 일일까. 이윽고 길드마스터 이도류가 질문을 대신 이어받았다.


이도류 : 사실 퀘이커에서 전직하게 되는 익스는 사냥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수의 싸움이 되는 길드 PVP에서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한다. 어딘가 좀 이상하지만 광역공격을 가하는 특성을 가진 직업이 솔로플레이의 사냥에도 약하고 파티플레이에도 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넌센스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사냥에 뛰어나면 그만큼 PVP에서는 불리한 점도 있다고 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현재 SP1에서 고쳐야 할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몇가지 불만사항도 잠재되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게임 밸런스 자체에 대해 큰 불만은 없는 상태다.





아가멤논 : 나보고 가장 큰 불만을 이야기하라면 이제 사냥터가 없다는 것 정도다. 유저의 레벨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몹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허약한 몹들을 상대로 총칼을 휘두르는 것은 이제 재미가 슬슬 없어지려고 한다. 곧 있으면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40레벨이 될 거고, 그렇게 되면 사냥터에 억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도류 : 물론 우리 길드의 평균레벨이 36~37 정도로 높은 편처럼 보이긴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30레벨 중후반을 달리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가 길드를 설립한 것은 오픈베타 첫날이었고, 그날부터 정기적으로 하루 일정 시간을 레벨업에 투자했다고 하지만 그런 유저는 생각보다 매우 많다고 봐야 한다. 즉 지금 우리 레벨은 잘 봐주면 중상위 정도고 곧장 말하면 중간급이라는 거다. 그래서 사냥터가 필요한 것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현재 SP1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공통적인 바램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로 어느 정도 레벨이 되는 사람들은 장비의 수준에 상관없이 퀸즈 몹을 잡는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강한 몹을 파티로 잡아 내는 것이 이런 게임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안되다보니 다들 그냥 레벨업 노가다를 하는 거다.



아가멤논 : 사실 SP1은 클로즈베타 때부터 눈여겨 보아오던 기대작이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다행히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지금도 운영이나 이런 것에서는 타 게임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나는 정액제가 나오던 부분유료화가 나오던 개의치 않고 플레이 할 사람이므로 별 상관없지만, 그래도 최근의 분위기 상 아무래도 부분유료화가 더 넥슨의 구미를 돋구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벌써 몇 개 정도는 부분유료화의 징조가 짐작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냥터가 너무 쉬워서 유저가 지루함을 느낄 정도의 수준으로까지 업데이트가 늦어진다면 곤란하다. 기본적으로 개발실에서 아무리 빨리 만든다 해도 마케팅이 섞이면서 시기를 탈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므로 아무래도 오픈베타때는 열어서 보여줄 수 있는 곳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알고 있긴 하다. 하지만 슬슬 시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늦어진다면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다.



물흐르듯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대사들. 그렇다! 지금 이들은 길드대화로 자기들끼리 입을 맞추고 있는 것인가?! 당했다. 길드에 끼워달라고 할 걸. 이렇게 인터뷰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채로 얌전히 준비해 온 질의서만 앵무새처럼 읽고, 받아쓰기 잘 해서 가져가 편집장님께 칭찬받기만 기다려야 하는 똘똘이 신세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뭔가 허심탄회하고 이슈가 될 만 하며 사고거리나 논쟁거리가 될 만한 발언을 받아내야 했다. 슬그머니 길드에 끼워달라고 말하려는 찰나 이도류가 말한다.


이도류 : 현재 길드의 정원은 25명이고, 우리 길드의 빈 자리는 단 두 자리 뿐이다. 그런데 줄을 서 있는 분들이 좀 되다보니 결국 아무도 그 자리에 집어넣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두 몇 명이나 기다리는지 말하지 못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중에 50명까지 정원이 늘어날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그때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거절의 메세지. 이보다 확실할 수는 없다



헉 어떻게 알았지!! 눈치가 귀신이 따로 없다. 마스터 자리는 과연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슬쩍 시계를 보니 인터뷰시간으로 예정해 둔 시간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었다. 마음이 조급해 졌다. 좋은 소리는 못 듣고 정말 받아쓰기만 하다 갈 판이다. 이렇게 마무리 지을 수는 없었다.


기자 : 이건 유저 모두에게 질문하는 건데, 두분이 대표 격으로 대답하실 수 있다. 현재까지 레벨업 하면서 가장 뼈아팠던 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언제인가? 뒤치기 맞고 죽었을 때인가? 스틸당했을 때인가?


스틸당해서 열받았다거나 뒤치기 맞고 죽었다고 말하면 그때부터는 그걸 꼬투리잡고 물고 늘어질 자신이 있었다. 열받는데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 스틸도 할 수 있고 PK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개운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게임이 주는 순기능이 아니겠는가 뭐 이런 식의 감언이설로 "제가 사실은 PK 도사입니다" 라거나 "우린 절대 PK 안 합니다" 같은 말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뭔가 쟁점이 될 만한 화두를 꺼내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나마도 말꼬리를 잡지 못하도록 매끄럽게 빠져나가 버렸다.


이도류 : 우리 길드는 이유없는 PK는 절대 하지 않는다.


아가멤논 : 그리고 뒤치기로 몇번 죽었네 아니네 뭐 그런건 솔직히 별 것 아니다. 그런 것 보다도, 아이템 인챈 지르다 날아갔을 때 정말 열받았었다. 덕분에 지금도 고인챈된 장비는 거의 없는 셈이다. +6 넘는 장비는 무기 하나뿐이다.


특히 난 운수가 지독하게 없는 건지 지르기만 하면 초장부터 날아가더라. +2 에서 날라가고 +3에서 날라가고.... 덕분에 마음에 상처는 별로 입지 않았지만 그걸 고인챈 장비 잃지 않았다고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씨알부터 좌절이라고 울부짖어야 하는 건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게다가 제조의 메리트가 너무 적어서 아예 할 마음도 들지 않는 것도 있다. 랜덤이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SP1이 오픈베타의 휘장을 걷어젖힌 지 이제 보름 약간 지났다. 현재 SP1을 즐기는 유저들은 안정된 운영과 서버관리, 이제까지 마련된 게임 컨텐츠에 대해서는 만족을 표하고 있다고 봐도 될까. 그러나 슬슬 만레벨 유저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하는 와중에 거의 모든 유저들의 평균적인 레벨 수준도 이 정도라면, 이제 게임 전반에 걸쳐 거의 모든 유저들이 지원되는 컨텐츠를 대부분 소화해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시기에 즈음하여 SP1 게임에 성적표는 최근 우후죽순 시장에 등장한 여타 MMORPG 들에 비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오픈베타를 환영하며 향후의 컨텐츠를 기다리는 이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신규유저의 유입을 위한 패치와 업데이트를 게을리하지 않는 일이 아닐까.


기자 : 마지막으로 다른 SP1 유저들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어 부탁한다.


아가멤논 : 요즘 너무 장비에 집착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굳이 장비가 그리 좋지 않아도 게임하는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장비가 좋으면 그만큼 부가적인 요소들이 많이 적용되겠지만, 너무 심한 고인챈 장비에 대한 집착은 게임을 즐기는데 큰 지장을 줄 수가 있다.


기자 : 인챈장비 날리면서 원한이 아주 골수에 사무친 것 같다.


아가멤논 : ...난 집착을 해 보지도 못했다...



집착할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한 자의 독백



※ 17일 아카디아에 이은 두 번째 PVP 필드 '테오디아칸'이 공개될 예정이다.
※ 실버포션에 잠입해 있는 메신져 N 요원의 첩보에 따르면 조만간 챕터 4가 공개될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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