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서버에 캐릭터를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전쟁서버. 그 안에서의 체이서 vs 헬리온의 구도는 안정화되고 있는가? 그것이 궁금했다. 평화로운 일반서버에서 본 전쟁서버와, 전쟁서버 안에 들어가서 본 전쟁서버는 다를 수 밖에 없는 법. 직접 들어가 살아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당장 들어간다고 해서 다 알 수는 없는 것이 서버 내에 구축된 사회인데다가 이제와 딸랑 1레벨 캐릭 만들어 돌아다닐 수는 없는 법이라서, 불가피하게 인터뷰의 형식을 빌기로 했다. 물론 어느 정도의 보충적 자료는 가지고 있다. 아래 링크를 보라.


▶ 헬리온과 체이서의 이중 갈등에 대한 기사 바로가기 (클릭!!)


사실 저 기사만 달랑 보더라도 어느 정도 전쟁서버가 뭐하는 곳인지,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생생하지는 않고, 문제점을 정확히 꼬집어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기자가 직접 전쟁서버에 캐릭터를 하나 만들고나서 키워보기로 했다. 이제부터라도 줄창 키워 만렙을 목표로 달려보면 되지.



구스펠트 사거리에서 호객행위도 해 봤다



단 하루만에 14레벨을 달성. 이틀째 되는 날 평화로운 구스펠트를 뒤로 한 채, 드디어 크레드로드로 나갔다. 원래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싶었지만, 레벨이 안되는데다가 돈도 이만원 밖에 없어서 오토바이를 바로 살 가능성이 전혀 없었기에 더 이상의 렙업은 잠시 미뤄두고 걍 달려나갔다. 한동안 달리다보니 여기저기서 특이한 반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캐릭터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도 못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전쟁서버의 크레드로드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은 파란색 아이디를 달고 있는 체이서들이나 흰색 아이디를 달고 있는 일반 유저들이다. 막상 찾아보면 붉은 아이디의 헬리온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듣기로는 많다고 들었는데 어이된 일일까. 부근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체이서 유저 블랙맘마s에게 인터뷰를 부탁했다.


기자 : 반갑다. SP1 인벤의 기자 대남이라고 한다. 체이서 생활은 재미있는가?


블랙맘마s : ?? 레벨 블랙맘마라고 한다. 전쟁서버지만 체이서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그리 재미는 없는 편이다.


기자 : 무슨 말인지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블랙맘마s : 체이서와 헬리온은 서로 상대가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거의 대다수의 유저들은 일단 빨간색 아이디를 보게 되면 적으로 인식한다. 오랜 기간동안 카오 캐릭터를 경계하는 습관이 들어있는 것이므로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결국 그 이유 때문에 헬리온은 극도로 적은 상태가 되어있는 것이다.



레벨은 익명처리하여 밝히지 않았다



블랙맘마s : 어딜 가나 경계의 대상이 되니 그들은 파티에도 잘 끼이지 못한다. 일종의 왕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사회성을 강조한 MMORPG에서 결국 인구가 적을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기자 : 하지만 헬리온은 돈을 잘 번다고 알려져 있다. 인벤 팁게시판의 어떤 글에서 바이크를 쉽게 사는 법을 올려둔 것을 보면, 일단 헬리온이 되라는 말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돈을 쉽게 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블랙맘마s : 실상 뒷치기 한방이면 돈 쉽게 만질 수 있다고 한다.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기자 : 헬리온 길드가 몇개 있다고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적은가? 지금 시간이 너무 일러서 없는 것은 아닌가? 헬리온에게 당해 본 일이 있는가?


블랙맘마s : 헬리온 길드도 몇 개 있긴 하지만, 그래봐야 그들이 소수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당한 적은 적지 않지만, 뼛속 깊이 사무치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그들이 아니다. 계정 도용으로 당했다. 어젯밤 접속 끊고나서 오늘 아침 들어왔더니 다 털리고 서 있더라.



헬리온에게 PK 당해 본 일은 많다고 말했다



기자 : SP1에서도 계정도용이 많이 일어난다고 들었다. 오픈베타라서 어떻게 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캡쳐하여 올려둔 글도 본 적이 있다. 그것 외에 다른 문제도 있는가?


블랙맘마s : 물론이다. 어느 정도 성공한 게임이라면 마찬가지라서 당연시되는 것 같지만, 계정 도용만이 아니라 핵도 돌아다니는 중이다. 모든 헬리온이 전부 핵을 쓰는 건 아니지만, 워낙 인구수가 적어서 다구리 당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헬리온 가운데 상당수는 핵을 사용한다. SP1에는 진정이나 그런 시스템이 없어서 신고도 못하고 있다. 공식홈페이지에 해킹 당했다고 올려두긴 했지만.


기자 : 헬리온에게 당한 입장에서 그들에게 뭔가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블랙맘마s : 헬리온이 뒤치기하거나 PK 후 머니와 아이템을 갈취하는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게임 상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체이서는 헬리온이 있어야 진정한 체이서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다만 그들은 서로 상대에게 가끔 언사가 지나칠 때가 있다. 이 부분은 살짝 주의해 주었으면 한다. 체이서라고 헬리온 못사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나도 헬리온을 플레이하는 친구가 있다.


기자 : 체이서에게 헬리온 친구가 있다니 무척이나 의외다. 그 친구는 무슨 말을 하던가?


블랙맘마s : 헬리온이 너무 적어서 누가 파티를 해 주지도 않고 레벨업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따로 부케를 키우고 있다. 일종의 왕따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문제는 역시 헬리온이 지나치게 메리트가 적다는 것이다. 진영을 갈라 일반유저가 어느 정도 크게 되면 헬리온 - 체이서 둘 중 하나를 골라갈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물론 퀘스트를 진행하면 진영을 옮길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 체이서가 백 명이라면 헬리온은 열 명도 안되는 수준이다. 뒤치기는 헬리온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체이서도 헬리온보면 앞이던 뒤던 공격 날라간다. 체이서는 숫자도 많아서 다구리가 되기도 쉽다. 뒷치기에 다구리라니, 그들에겐 악몽일거다.


지금처럼 헬리온의 숫자가 적은 데다가 사냥도 안되는 시점이라면 전망이 어둡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결국 헬리온이던 체이서던 문제는 온라인게임 내에서의 인맥으로 귀결된다는 것?



기자 : 체이서라고 언제까지나 체이서로서 남아있으란 보장도 없지 않은가. 만레벨을 달성하고 나서 헬리온으로 돌아설 수도 있을텐데?


블랙맘마s :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다 끊어야 한다. 역시 이 게임도 사람이 즐기는 게임이라서, 어쩔 수 없이 귀결은 인맥으로 가게 되어있다. 그동안 레벨업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 도와주신 분들 죄다 무시하고 헬리온이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순간 아까부터 전투창에 이상한 메세지가 출력되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느 유저가 한두번도 아니고 대여섯번을 연달아 죽고 있다. 사망 메세지가 전투창을 달군다. 크레드로드의 바인드 앞에서 부활하자마자 나가서 계속 죽어나가는 유저, 헬시온되는법이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기자 : 지금 뭘 하는 건지 물어도 되겠는가?


헬시온되는법 : 나는 1레벨 캐릭터이다. 헬리온 타이틀을 따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살해당하게 만들어 그 사람들을 체이서로 만들어 주고 있다. 물론 본캐는 따로 있지만, 재미삼아 하는 짓이다. 이 외에도 캐릭은 모두 3개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일반이고 하나는 체이서, 하나는 헬리온이다.


기자 : 헬리온으로 체이서 작업을 도와주는 중이라는 것 같다. 그 반대도 가능한가?


헬시온되는법 : 체이서쪽 사람들이 많아서 헬리온이 보는 즉시 죽어나가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지만, 만약 반대로 체이서가 적고 헬리온이 많이 모여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지금으로서는 헬리온이 적은 데다가 사람들이 각자 렙업과 솔로잉 위주의 게임을 하기 때문에 이곳에 없는 것일 뿐이지만 어딘가에서는 이 일과 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쉴 새 없이 올라오던 메세지



기자 : 만약 세 캐릭터, 즉 헬리온, 체이서, 일반유저의 길 중 하나만 택하라고 한다면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헬시온되는법 : 적당한 인구수만 확보된다면 주저없이 헬리온을 택할 것이다. 체이서는 왠지 사람들이 몰려다니는 느낌이지만 헬리온은 뭐랄까...강자존이라고 할까. 강함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헬리온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 질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 당신은 뒷치기 당해본 적이나 가해본 적이 있는가?


헬시온되는법 : 헬리온으로서는 당연한 거겠지만, 싸우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뒷치기는 아니라고 본다. 체이서로 간간이 뒷치기를 당해 본 적이 있다. 뒷치기는 렙이 비슷하거나 고렙일 때나 재미있지, 저렙 뒷치기는 할 짓이 못 된다. 저렙들 뒷치기 하는 사람들은 갈데까지 간 최악이라고 보면 된다.



기자는 겁이 나서 바인드를 찍을 생각도 못한 채 바인드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기자 : 당신은 저렙뒷치기를 아주 혐오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동렙이나 고렙 뒷치기는 어떤가? 사실 뒷치기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고렙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이 아닌가?


헬시온되는법 : 사실 고렙은 뒷치기 아니면 이기기 힘들지만, 정면으로 붙어도 컨트롤로 이길 때가 있다. 이때 진정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거다.


저렙 킬은 장비가 해 주는 거지만, 동렙이나 고렙 킬은 내가 직접 하는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동렙이나 고렙뒷치기는 당하는 쪽이던 가하는 쪽이던, 자신의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물론 동렙에게 뒷치기 당하면서도 이긴 것은 내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구경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 느낌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로 짜릿했다.



그 순간 어딘가에서 날아온 총탄 한방에 기자는 구스펠트로 이동 당해 버렸다. 흰 아이디를 달고 있는 일반유저라서 나름 안심하고 있던 기자. 여기는 전쟁서버라는 사실을 다시 각인하면서 크레드로드로 달려가 지나가는 헬리온 한명을 붙잡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대답은 귓말이 아니라 총탄으로 돌아왔다. 정신이 들어보니 구스펠트 바인드. 이미 그는 간 곳이 없다. 아예 귓말로 질질 매달렸다.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쓰러지는 기자



기자 : 인벤기자 대남이다. 제발 인터뷰 좀 부탁한다.



불문곡직 또 죽어나가는 기자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인벤 기자 아이디가 왜 그 모양인가? 일단 마을로 와라. 인터뷰에 응해 주겠다.



무슨 70년대 코미디도 아니고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하나



기자 : 아까 기자에게 한 방 먹여준 것은 잊어주마. 지금 포퍼스플랫 앞인데 올 수 있겠나? 기념스크린샷 한 장만 찍자.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너 아까 내가 죽인 그 넘 본케지?


다짜고짜 의심이다. 말투까지 바뀌었다.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나오는 말투. 무섭지만 어쩔 수 없다. 14레벨 짜리 히트맨이, 맞으면 죽어야지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말아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촉하소서 전하 수준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근데 저 그 사람 아니거든요?


기자 : 아니다...그럴 리가 없잖나. 14레벨이 본케라니 무슨 말도 안되는... 님하 제발 인터뷰 점...헬리온으로 생활하기 힘들지 않은가?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잠시만. 짐 다굴에 쫒겨다니고 있다.


우와 이 친구, 엄청나게 까칠하다. 이렇게 인터뷰 대상의 설득에 애먹은 적도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기자증을 캐릭터의 이마팍에 붙여놓고 다니고 싶었다. 혹시 이대로 접종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과 초조 속에서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가 다시 말을 걸어주었다. 살았다. 버림받은 건 아니구나. 드디어 인터뷰를 위한 귓말 대화가 시작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뒤치기 당하고 죽었다...구석에 짱박혀 있는 중이다. 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던가?


기자 : 자. 당신은 도대체 어떤 연유로 헬리온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원래 이 캐릭은 체이서 제조용 캐릭이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레벨업을 하면서 욕심이 생긴 거다. 말이 나왔으니 말하자면, 헬리온 제조는 무척 쉽다.


이 게임은 정당방위의 개념이 없으므로 1 레벨 캐릭터로 상대에게 욕을 하고 공격을 해서 자신을 죽이게 하여 상대를 헬리온으로 만든 다음, 자신은 본캐로 와서 아까 자신을 죽인 그 캐릭터를 죽이는 거다. 헬리온도 만들고 아이템도 뜯고. 일석이조다. 무슨 생각으로 정당방위 개념을 삭제한 건지 모르겠다. 워낙 게임 초반이라서 잘한 건지 못한 건지도 아직 모르겠고. 다만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그리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다.



기자 : 헬리온들이 핵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인가?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대단히 많다. 많은 헬리온들이 스피드핵을 사용하고 있는데, 게임사에서는 그걸 아직 못 잡아내고 있다. 자신은 죽기 싫고 남은 죽이고 싶은 그런 유저들은 한 마디로 쓰레기다.


밥을 먹었으면 돈을 내던지 돈 없으면 설겆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있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 아닌가. 다른 캐릭터를 죽였으면 자기 캐릭터 죽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거다. 그런데 핵 사용같은 비열한 짓을 하면서까지 자기 좋을 대로만 하면서 살겠다는 심보는 도둑놈 심보나 마찬가지 아닌가. 피씨방에서 내 옆에 앉으면 두들겨 패고 말 거다.



기자 : 헬리온으로 생활하기 힘들지 않은가? 예를 들어 파티가 안되어 힘들다거나 날만 새면 뒤치기에 쫒겨다니기도 지겹다거나...등등.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그런건 아니다. 뒤치기는 툭하면 하는 일인데 그걸 내가 당한다고 불만을 품어서야 되겠나. 죽고 아이템과 머니 드랍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힘든 것은 헬리온이 너무 적다는 거다. 템먹기가 너무 힘들다. 헬리온은 헬리온이 죽여야 템을 잘 흘린다. 체이서에게 죽으면 오히려 아이템을 잘 흘리지 않는다.


기자 :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헬리온을 죽이고 싶은데 헬리온이 적어서 힘들다는 말인가? 헬리온 vs 체이서의 구도가 아니라는 말인가? 헬리온끼리는 믿지 않는가?



원거리인터뷰의 특성 상 상대 헬리온 유저의 스크린샷은 찍지 못했다



그는 웃었다. 그것도 길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 체력바가 오락가락하는 것을 보니 그 잠시의 순간 또 한 목숨이 사라졌을 것 같다. 곧 그가 대답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당신 발상은 너무 낭만적인 발상이다. 살인자가 살인자 믿는거 봤는가? 물론 체이서에게 죽어도 가끔 떨구긴 하지만 헬리온은 헬리온이 죽여야 템을 잘 떨구는 구조가 되어 있다. 왜 이런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은 헬리온끼리 뭉치도록 만들고 있지만, 사실 꽁수를 사용하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줄까? 헬리온 1레벨 경험치 200 점 까지만 딱 걸쳐놓고 나서 속죄퀘스트를 먼저 하는 거다. 완료만 받지 않고 퀘스트를 모두 수행한 상태에서 난리치는 헬리온들을 죽이고 그들이 흘리는 아이템을 다 집어챙긴 후 퀘스트를 완료해 버리면 된다. 아이템만 먹고 나르는 셈이다. 이게 헬리온 걸치기의 매커니즘이다.



기자 : 일반유저나 체이서, 같은 헬리온들 가운데 PK 당한 사람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어떤가?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얻어맞고 좋아하는 사람 본 적 있나? 당연히 싫어한다. 아까 내게 의심받으며 들은 말이 있을텐데. " 너 아까 그넘 본케지? " 이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인간관계가 껄끄러워 진다. 이래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헬리온 커뮤니티가 생성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누구나 백안시하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뭉칠 수 밖에 없는 셈이니, 실상 우리에게 남은 것은 속죄퀘스트를 하던지, 아니면 뭉치던지 둘 중 하나인 셈이다. 전자나 후자 모두 개인의 의지를 고려하지 않는 해답이 될 수도 있다. 헬리온은 헬리온끼리도 싸워야 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런 구도를 만들지 못할 바였으면 차라리 진영을 양분시켜 일반유저가 퀘스트를 통해 양진영 가운데 하나로 올 수 있도록 해 주던지 했으면 좋았지 싶다.




오토바이 아래의 시체가 바로 헬리온 제조 캐릭터이다



기자 : 그렇다면 헬리온이 가질 수 있는 혜택은 어떤 것이 있는가? 스트레스 해소? 게임 머니?


익명을 요구한 헬리온 : 없다. 유저를 죽이고 얻는 돈 정도는 푼돈에 지나지 않고, 스트레스는 죽인 만큼 죽임 당하므로 결국 그게 그거인 셈이다. 악명이라도 한번 짜~하게 나게 되면 오로지 잃는 것만이 많아질 뿐이다.


이런 류의 MMORPG에서 인맥도 없다는 것은 죄악에 가까운 일일 정도로 게임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므로, 결국 넥슨이 지금 모두들 파란 아이디의 체이서로만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체이서들도 이렇게만 나가다가는 언젠가는 그들 스스로의 포화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저렙 일반유저를 죽여가며 헬리온으로 변신하는 자폭행위를 빈번하게 저지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챕터4의 마스나. 여기도 전쟁지역일까




전쟁서버 바깥에서 바라본 것과는 달리, 체이서 vs 헬리온의 관계는 다분히 추상적이다. 그리고 넥슨에서 설정한 전쟁섭의 양상과 일반인이 이해하는 전쟁서버의 기본구도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반유저가 이해하는 전쟁서버의 기본 양상에서는 절대다수의 일반유저와, 그보다 적은 헬리온, 그리고 그와 비슷한 체이서의 숫자가 이상적이다.


헬리온은 일반유저와 체이서를 먹으며 자라고, 일반유저는 넥슨이 설정해 주는 기본적인 컨텐츠만을 소화하는 라이트 유저들이 다수여야 하며, 체이서는 헬리온과 비슷하되 일반유저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인이 상상하는 전쟁서버의 기본구도라면, 넥슨에서는 그보다 한 차원 더 들어간 깊이있는 전쟁서버의 구도를 창시하려 하고 있는 것일까.


헬리온은 아무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로서 같은 헬리온끼리도 아이템을 위해 죽이고 죽으며, 일반유저는 헬리온들이 잠시 쉬기 위해 속죄퀘스트를 통해 머무르는 계급에 불과한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휴식이 될 수 있을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체이서들도 결국 일정 수준의 포화상태를 거치게 되면 일반유저를 죽이면서 스스로의 권총을 피에 물들여 갈 지도 모른다. 결국 어느 쪽이던, 휴식은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우리는 휴식을 바라면서 SP1의 전쟁서버에 접속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두운 구스펠트. 어느 서버나 동일한 로딩화면이라도 왠지 전쟁서버는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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