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에게 사랑을


구정을 맞아 시골에 내려가는 길에 막내 여동생과 동행했었는데, 놀라운 말을 들었다.
자기도 헬게이트 런던을 즐기는 유저라는거다. 그게 놀랄 일이냐고? 그렇다. 기자의 입장에서, 오직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헬게이트 런던의 유저가 이제보니 실제로 살아 숨쉬면서 이렇게 지근거리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기묘한 느낌으로, 생활 속의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헬게이트 런던에 대한 막내의 평가는 사실 그리 새로운 면은 없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반반이라는 거다. 헬게이트 런던은 재미있다는 것을 인정한 막내지만, 만레벨을 달성하고 아이템을 맞추면 그때는 무엇을 해야 할 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오픈베타고, 아직 남아있는 컨텐츠가 있긴 하지만 점점 컨텐츠의 소모속도가 빨라지면 남아있는 컨텐츠는 모두 소진되고 만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는 뭘 하고 놀아야 하는가.

초롱초롱한 눈을 뜨고 오빠를 바라보는 막내 여동생. 이십년 전만 해도 팔뚝만한 꼬마였는데 많이 컸다. 대견스러워서 한대 쥐어박아주고는, 일반 유저보다야 정보가 빠른 기자의 지위를 남용하여 무언가 희망이 될 만한 헬게이트 런던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주로 1.1 패치가 이루어진 북미 유저들은 뭘 하고 노는지, 즉 그들이 개발해 낸 컨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결투 아레나 링크 완료

" 너 투기장 아냐? 헬게이트에서 PvP 할 수 있는 결투 아레나말이야. "

PvP 결투 아레나라는 것이 있다. 플래그쉽 스튜디오의 말로는 "X라 힘들게 만들어낸 걸작"이라더라. 이 아레나 링크의 목적은, 유저들에게 지금보다 정교한 플레이를 강요할 수 있게 되었으며 향후 캐릭터 간 밸런스를 재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통계수치를 얻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너무 잘 나가는 직업들은 곤란할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 방식이냐고?

상대와의 결투를 원하는 경우 상대에게 마우스를 대고 창을 열어 결투신청 아이콘을 선택하는 방식인데, 상대가 수락하는 순간, 두 캐릭터는 아레나로 날아가게 된다. 경기장 양쪽에 각자 떨구어진 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카운트 다운 동안 캐릭터를 이동할 수는 있지만, 지극히 당연하게도 공격은 할 수 없다. 왜 그러냐고 반문하지 마라. 카운트 다운은 뻘로 하는 게 아니다.



아레나 결투 랭킹을 산출할 수도 있다



처량한 싱글보다는 즐거운 파티가 낫다

" 솔로로 놀고 있는데 가끔은 좀 그래... 파티플레이 굳이 안해도 되던데 그건 어떻게 돼? "

뒤로 갈 수록 어려워지긴 하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굳이 파티를 맺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파티를 맺게 되면 파티경험치가 추가되어 경험치가 증가하며, 솔로플레이보다 많은 팔라듐이 드랍될 거다. 따라서 외로운 솔로울프나 싱글폭스는 영원히 '파티매니아 일당들'을 앞지를 수 없게 되는 거다. 게다가 이후부터는 업데이트나 패치의 기준에서 가급적이면 솔로플레이어보다는 파티플레이어들을 기준삼을 거라는 플래그쉽 스튜디오의 엄포가 있었다.

옆구리가 시린 것도 서러울 텐데 업데이트까지 외면당하지 말고, 실생활에서는 몰라도 헬게이트 런던에서는 웬만하면 파티를 찾아보길 권유한다. 그리고 시간나면 남자친구 하나 쯤은 만들어 봐라. 너도 시집은 가야잖겠나.



하다못해 일개 몬스터도 요즘은 솔로로 안다닌다



스톤헨지

" 새로 추가되는 존은 없어? 들어보니 뭔가 있다던데 "

1.1 패치가 추가될 때 쯤이면 황야로 나가보라. 스톤헨지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스톤헨지 혼자 덜렁 있는게 아니다. 그럼 아무도 안가게. 그 곳은 경험치와 아이템들을 듬뿍 드랍하는 각 계급의 악마, 야수, 스펙터들이 빽빽하게 진을 치고 있는 곳이다.

물론 이 곳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기본적으로 Act5를 마무리한 유저만이 입장할 수 있으며, 각각의 액트에서 5개의 열쇠를 얻어야만 한다. 액트5만 끝내놓고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쳐 봐야 소용없다. 문을 열고 싶으면 열쇠를 가져오라. 온라인 게임 하루이틀 한 게 아닐테니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을 테지만 살짝 귀띔해 보자면, 각 액트의 보스는 스톤헨지와 무관한 사이가 아니다.

스톤헨지의 메인 지구는 '야생구역'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3개의 난이도를 기준으로 나뉘어지는 이 지역의 넓이는 런전 전체 지역보다도 더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곳은 6구역, 7구역, 8구역으로 불리우는데, 기존의 Act가 5에서 마무리지어진 것을 생각해 보면 괜히 1,2,3으로 나누어도 될 것을 6,7,8로 나누어 놓은 것은 아닌 듯 싶다. 여기서도 플래그쉽 스튜디오는 살짝 엄포를 놓으며 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인원이 적은 파티라면 쉽지는 않을 거다"



스톤헨지에서 열심히 뛰어노는 북미 유저들 (출처 http://youtube.com)



몰록의 레어

" 그럼 거기도 보스가 있겠네? 거긴 액트6인건가? "

아직 국내에 소개된 업데이트가 아니므로 이걸 뭐라고 발음해야 할 지, 사실 지금도 감이 잘 안 잡힌다. 표기 상 Moloch 라고 한다만, 이걸 몰로츠나 멀록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겠나. (이 서양 야만인들은 문자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단 막내에게는 이 문자의 발음을 어딘가 사악한 느낌도 좀 들고 어딘가 고대의 신 이름같은 느낌도 나는 '몰록'이라고 칭했다.

뭐 하여간...스톤헨지 어딘가에 피트남작, 몰록이 살고 있다고 한다. 야수, 네크로,스펙터, 악마의 머리를 모아서 잘 섞으면 (머리통이 어떻게 섞이는지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된다만 하여간) 어딘가에 몰록의 레어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린다더라. 이것 역시 디아블로 하신 분들이라면 전설적인 카우방 가는 법에서 실마리를 착안하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 몰록, 좀 세단다. 헬게이트 런던의 특성 상 솔로플레이로 공략하면 솔로대로 힘들고 파티플레이로 다구리치려고 들어도 나름 몬스터가 강화되는 관계로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플래그쉽 스튜디오는 이 전투는 아주 독특한 양식으로 전개될 거라고 밝혀둔 상태다. 물론 드랍하는 아이템은 그냥 고유가 아니라 그들 말에 의하면 "Very unique items"라고 하는 것을 보니, 어쩌면 여기저기서 얼기설기 모아오던 고유아이템과는 차원이 다른 멋진 아이템을 드랍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이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들을 13개의 베이스로 나누어 무더기로 등록해 두었다고 제작사는 밝히고 있으니, 기대해 볼 만 한 일이다.



불굴의 근성가이 검기사의 시체러시에는 멀록 몰록도 당하지 못했다
(출처 http://youtube.com)



막내는 어느 정도 만족한 듯 했다.

특히 PvP를 좋아하는 국내 유저들의 입맛에는, 저 PvP 아레나 시스템이 상당히 매력적일 것이다. 지금의 PvP 시스템은 단지 누가 더 센지만 알아보는 거지만, 전적을 합산하여 랭킹을 산출할 수 있는 아레나 시스템이 갖추어 진다면 보다 PvP가 활성화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안심하면 안된다. 유저의 컨텐츠 소모 속도라는 것은 항상 제작사의 일정을 초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초장기를 바라보며 진행하는 컨텐츠 프로젝트와 함께, 다양한 투기장 맵, 꾸준히 준비되는 신규시스템만이 단지 마케팅 구호만이 아닌 진정한 디아블로의 아성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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