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인벤의 건의제보 게시판으로 다소 황당한 제보가 있었다.


한 서버에서 최고의 AP를 가지고 있는 1인에게 부여되는 총사령관 계급의 유저가
220만이 넘는 AP를 모두 물약 구입에 써버렸다는 것.



[ AP 220만으로 상급 생명의 신약 1만개, 상급 바람의 신약 1000개 구입 ]




직접 만나본 화제의 주인공에게 220만이나 되는 AP를 물약 구입에 사용한 이유를 묻자
"다른 살성 캐릭으로 PvP를 해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캐릭터로 PvP를 하기위해서 총사령관을 포기했다."고 한다.




▷ PvP를 하기 위해서 총사령관을 포기하다니?


5성장교 이상이 되면 수호신장으로 변신할 수 있고 늘어난 생명력과 정신력,
그리고 전용 랭커스킬을 바탕으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총사령관은 아이온의 모든 계급 중에서 최상위에 위치한 계급이며
5성 장교에 비해 더 강력하고 다양한 랭커 스킬을 가지고 있다.



[ 총사령관이 사용할 수 있는 랭커 스킬들 ]




여기까지만 보면 PvP를 위해서 총사령관을 포기한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지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고계급이 될수록 늘어나는 AP 패널티와 상대 종족의 지속적인 스토킹 앞에서는
총사령관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계급이 올라가면 몬스터나 상대 종족을 죽이고 획득하는 AP양이 점점 줄어들고
반대로 죽었을 때 감소하는 AP양은 점점 올라가게 된다.
장비와 컨트롤, 그리고 팀원들의 협력으로 죽는 횟수가 적다고 해도 언젠가는 죽기 마련,
큰 폭으로 하락하는 AP를 감당하기 어려워 PvP를 포기하게 된다.



[ 사령관 이상의 계급이 한번 죽으면 만이 넘는 AP가 하락한다. ]




또한 상대 종족의 장교/장군 퀘스트 수행과 짭짤한 AP를 주는 고계급을 노리는 유저들이 많아
끊임없이 몰려오는 상대 종족 앞에서는 중과부적, 아무리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가진 유저라해도 지칠 수밖에 없다.


한 총사령관이 요새의 축언 아티팩트를 발동했더니 발동 메시지의 아이디를 확인한 상대 종족에서
포스 단위의 인원이 요새로 쳐들어왔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고계급을 유저를 호시탐탐 노리는 현상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럴 때 수호신장으로 변신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2시간에 한번, 10분 유지라는 제한으로 잠깐의 위험을 벗어날 수 있을 뿐이다.


고계급들이 상대 종족의 노림을 받는다면 반대로 같은 종족이 지켜주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상대 종족이 고계급을 노리는 이유는 퀘스트 완료와 높은 AP라는 확실한 이유가 있지만
같은 종족에게는 고계급을 지켜 줘야할 이유는 찾을 수 없기에 지인이나 레기온에게 도움을 받을 뿐이다.




▷ 여러가지 암살 가능 방법들로 불안한 고계급들


고계급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비단 PvP를 통한 전투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시스템을 활용한 암살의 위험에서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거점이나 요새의 벽을 뚫고 침투하여 고계급을 암살하는 지형 버그가 여러건 보고 되었으며
예전부터 존재하던 캐릭터 선택 후 30초의 무적 시간을 활용한 정찰 후 암살은 이미 널리 퍼져 활용되고 있는 상태.


또한 착시의 비라는 아티팩트 사용 후 은신 효과를 적용 받고
상대종족 거점 안에 있는 정령성이 소환하여 거점 안에서 쉬고 있는 고계급만 노려서 암살하는 등
고계급들을 노리는 다양한 방법들이 유저들에 의해서 이용되고 있다.



[ 착시의 비를 이용한 하루 10만 어포 먹기! - 유저글 바로가기 ]




살성과 궁성의 은신의 경우에는 간파를 사용하여 은신을 볼 수 있지만
이런 방법들은 사전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어비스의 거점이나 마을도 안전지대가 될 수 없어 물건을 사고 팔거나 잠시 휴식을 하려고 한다면
접속을 끊거나 종족 수도로 캐릭터를 이동시켜야 한다.




▷ 계급 시스템이 PvP에 미치는 영향


1.5 업데이트로 50레벨의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손 쉽게 AP를 습득할 수 있게 되면서
전체적인 유저들의 계급이 상승하게 되었다. 이전에 소수의 장교들만 있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대부분의 서버에서 한 종족당 200명이 넘는 장교들이 포진하고 있다.



[ 1.5 이후 급증한 장교 이상 계급들 ]




이렇게 고계급들이 많아지면서 적을 죽였을 때 얻는 AP양도 상대적으로 늘어나니 종족 전투가 잦아질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규모 PvP가 활성화 될 것이라 상상할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고계급의 유저가 늘어 이전보다 풍성해보이는 어비스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대 종족의 위협에 죽었을 때 깍이는 AP양이 무서워
많은 고계급 유저들을 마을로 숨게 만들었다.


계급이 높아질 수록 받는 불이익이 크다보니 계급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AP를 모으거나
인던 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AP를 모은 다음 원하는 어비스 장비를 구입,
다시 계급을 낮추고 AP를 모으고 있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금 공훈 훈장이라는 보상 덕에 요새전을 찾는 유저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오직 공격에만 치중되어 있으며 다른 곳의 전투는 날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 한 때 총사령관을 유지했었던 유저의 이야기 ]




▷ 새로운 영웅 탄생을 꿈꾸며


문득 아이온 초기에 어비스 랭커, 수호신장이 탄생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에 엄청난 능력으로 어비스를 주름잡던 수호신장의 신위는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이 수호신장의 힘은 단지 개인의 강함으로 끝나버렸고
개인의 뛰어남을 내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종족을 이끄는 지휘관이 될 수는 없었다.


이후 여러가지 패치로 그 강함이 축소 되고 뛰어난 아이템들의 출현으로 수호신장의 힘이 줄어들면서
고계급들의 수난이 시작됐지만 같은 종족으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바랄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면 단 한명만이 존재하는 총사령관이라는 계급이
영광의 자리가 아닌 회피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개인의 강함만을 강조한 이 때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 영웅은 영웅이라 불러주는 사람이 있을 때 탄생한다. ]




최근 요새전을 제외하면 많이 시들해진 어비스.

아이온에 RvR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어비스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대책과 함께
종족을 이끌고 앞장서서 전투를 행하는 영웅의 탄생도 필요하지 않을까.




Inven Handi - 박경민 기자
(Hand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