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DS용 러브플러스를 신나게 플레이하던 기자는 또 다시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의 마수에 걸려들었다(물론 러브플러스는 지금도 플레이한다). 남자중학교-남자고등학교-공과대학의 전형적인 암울(?)한 인생 코스를 밟은 까닭일까, 멀쩡한 여자 친구 냅두고 괜찮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 나왔다 하면 달려든다.



지난 12월 초 PSP용으로 두근두근 메모리얼4(일본판 도키메키 메모리얼4, 이하 두근두근4)가 발매되었다. 코나미에서 제작한 연애 시뮬레이션 시리즈로, 90년대에 발매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1편의 후속작이다. 일본에서는 12월 3일에 발매되었으며, 한국에서는 매뉴얼만 한글화하여 거의 같은 시기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두근두근4는 전체적으로 캐주얼한 연애 시뮬레이션을 추구한 것이 특징. 러브플러스 플레이 시절에는 너무나 리얼하게 게임을 만든 탓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두근두근4에서는 과거 시리즈를 계승했기 때문에 부담없이 가볍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두근두근 메모리얼 시리즈란


두근두근 메모리얼의 1편은 1994년 비교적 보급율이 낮은 PC엔진이라는 기종의 CD 플레이 기능을 살려서 음성 지원이 되는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의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고, PC용으로 성인용 연애 어드벤처 게임들만 일부 나왔던 시절이기도 하다.





두근두근 시리즈에서는 3년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을 듣거나 자습으로 능력치를 올리고, 능력치에 따라 다양한 여학생들과 만나게 된다. 주인공의 성장에 따라 졸업 후의 진로가 결정되거나 호감을 갖는 소녀들이 달라지는 등 프린세스 메이커와 같이 능력치로 진로가 결정된다. 또한 주말이나 휴일에는 마음에 드는 여학생과 데이트를 하며, 데이트 중 대사를 선택하여 호감을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졸업식 당일 전설의 나무 아래에서 여학생의 고백을 받으며 엔딩을 본다.



두근두근 시리즈는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특이한 장르와 메인 히로인의 힘에 힘입어 순식간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며, 당시 현존하던 대부분의 콘솔 기기에 이식이 되었다. 각종 캐릭터 상품도 불티나게 팔려서 게임보다 관련 상품 판매 수익이 훨씬 높아서 100억엔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다는 말도 있다.



또한 많은 기종으로 이식되면서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관련 게임의 추가 제작으로 게임 하나로 꾸준히 이익을 얻는 한정판 패키지와 우려먹기의 원조라고 불리기도 한다.



[ 4편의 등장인물들, 숨겨진 캐릭터도 많다 ]


1편 발매 후 5년이 지난 1999년에는 CD 5장의 대용량으로 2편이 발매되어 주인공의 목소리를 여학생들이 불러주는 시스템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렇지만 1편의 충격이 너무나 강렬했던 탓에 게임성으로는 1편보다 높았으나 인기는 1편만 못했다. 그리고 다시 2년 후 PS1에서 PS2로 플랫폼을 바꿔 3편을 제작했으나 참패했고, 2006년 온라인으로 등장했으나 이 역시 1년 정도만 서비스하고 문을 닫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추억으로만 존재하는 게임이 되나 했던 두근두근 시리즈는 올해 동경게임쇼에서 1편 발매 15주년을 기념하여 4편이 발표, 두근두근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으로 주목을 받았다.



두든두근 메모리얼 4편의 게임 흐름


4편의 게임 진행 흐름은 기본적으로 이전 시리즈들과 완전히 동일하다. 즉 '3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능력치를 올리고 좋아하는 히로인에게 고백을 받는'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매 주 단위로 수업을 듣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일정을 짜고, 휴일에 히로인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불러낸 다음 데이트로 호감도를 올린다.



[ 링 커맨드 선택방식을 채택하여 전작보다 편하다 ]


기존 시리즈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시스템상 PSP라는 휴대용 콘솔에 맞는 메뉴, 로딩 속도의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점. 또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서 옷이나 소모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특수 능력을 자신이 직접 조합할 수 있다는 점. 고백을 받을 뿐 아니라 고백을 할 수도 있다는 점으로 그 외에는 기존 시리즈와 차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코나미의 주력 타이틀답게 최신 게임 제작 기술이 모조리 투입되어 있어서 게임 제작 업계에 종사하거나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놀랄 만한 것들이 많다. PSP에 카메라를 연결할 경우 카메라에 맞춰서 고개를 돌리는 히로인의 그래픽 처리 기술, 한정된 용량에 고용량의 음성 데이터 집어넣고 입체 사운드까지 지원하는 기술 등 지금까지 PSP에서는 볼 수 없던 고급 기술들이 게임 안에 녹아 있다.




[ 두근두근 메모리얼 4편 프로모션 영상 ]



학창생활의 반복에 전작의 재활용이라도 재미있다


두근두근 메모리얼 시리즈의 재미라면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공략한다는 것을 가장 첫 번째로 들을 수 있다. 능력치를 올린다던가 데이트에서 상대방의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갖은 아첨을 한다던가 하는 '고난을 극복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4편 연속으로 같은 플롯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 매주 수업을 선택하여 능력치를 올린다 ]


일주일씩 시간이 흘러가도 3년이면 최소 150주이기 때문에 히로인 한 명의 고백을 받기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적지 않다. 이번 4편은 3년을 보내는 시간이 대략 8시간 정도 걸리고, 10여명의 히로인 전부 엔딩을 모으려면 100시간은 기본이다. 만약 숨겨진 이벤트까지 찾아낸다면 더욱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3년의 학창생활을 십 수회 반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 전작에는 없던 데이트 중 손잡기 이벤트 ]


그래도 반복 작업의 지루함과 전작들의 답습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4편이 재미있는 것은 전작들의 요소를 충실히 재현했기 때문이다. 전작의 유명 캐릭터들을 오마쥬한 히로인, 각종 코나미 게임과 유명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명대사들의 패러디, 버튼 연타와 같은 미니게임 등이 그대로 리뉴얼되어 전작을 즐겁게 했던 사람들의 추억을 되살려준다. 심지어 파이널판타지 풍의 RPG 모드도 건재하다.



[ 일본산 RPG와 같은 미니게임도 있다 ]


4편은 누구를 위한 게임일까


이처럼 전작의 재미를 부활시켜 고전 게이머들에게는 향수를, 처음 접하는 게미어들에게는 코나미의 전통 연애 시뮬레이션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번 4편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히로인들의 캐릭터성이나 숨겨진 요소 등 1편과 2편에서 구축한 성공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4편의 완성도를 높인 원인이다.



[ 시리즈 전통의 폭탄, 히로인들에게 관심을 안가져주면 터지면서 나쁜 소문이 퍼진다 ]


3편과 온라인판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추지 못하고, 캐릭터 역시 이질감을 준 탓에 실패의 쓴맛을 맛봐야 했던 두근두근 메모리얼. 그래서 4편에서는 1,2편의 핵심 개발자들을 그대로 투입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던 요소만을 뽑아낸 것이었으리라. 그덕에 재미있게 즐겼던 요소가 그대로 나온점은 좋지만 신선한 맛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청소년 시절 1편의 메인 히로인 후지사키 시오리를 바라보고 밤낮을 공부에 매달려야 했던 올드 게이머와 근래에 보기 드문 건전한(?) 연애 시뮬레이션을 접한 게이머, 그들 모두에게 이번 4편은 과거의 추억과 새로운 재미 모두를 줄 수 있는, 평균 점수 이상의 수작 게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