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는 수 많은 NPC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 많은 NPC들은 유저의 아이디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캐릭터의 이름을 정할 때도 수 분의 시간이 소모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수 백, 수 천명의 NPC에게 이름을 정해주는 작업은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각종 신화나 전설 속에서 이름을 차용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는 한다.


이미 지난번 "아이온 속의 신화 #1, 마족과 북유럽신화" 기사에서 알 수 있듯,
아이온에서도 많은 지명과 이름들이 신화로부터 차용 된 것들이다.


마족의 경우 상당한 부분이 북유럽 신화와 닿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천족의 경우 그리스 신화와 이집트 신화, 인도 신화에서 실제 역사속 인물까지 많은 부분을 아우르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 그리스 신화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많은데
이번에는 그 중 일부와 만나보기로 하겠다.


관련기사 = 아이온 속의 전설 #1, 마족과 북유럽신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Ilias)란?

호메로스에 의해 씌여진 그리스의 민족 대서사시.

트로이의 별명인 일리오스(Ilios)의 노래라는 뜻으로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을 배경으로 51일간의 사건을 노래한 작품이다.





▷ 천족의 수도 엘리시움 (Elysium)


천족의 수도인 엘리시움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낙원 엘리시온(Elysion)의 독일어 표기이다.


아이온에서의 엘리시움은 아이온 탑이 2개로 갈라지는 대 파국 이후
아트레이아 남쪽(천계)에 남은 데바들이 옛 아트레이아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천계가 서서히 안정을 찾게 되었고
아리엘 주신은 새로운 보금자리이자 수도인 엘리시움을 건설하라고 명하게 되었다.


엘리시움의 모든 공사가 끝나자 아리엘 주신은 노고를 치하하고
엘리시움을 공중으로 떠오르게 하여 지금과 같은 공중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 너무나도 아름다운 천족의 수도 엘리시움




그리스 신화에서의 엘리시움은 영웅이나 선행을 쌓은 사람들의 영혼이 가는 곳을 뜻한다.


엘리시움의 기온은 온난하고 아름다우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으로 묘사되어있다. 독일의 고전주의 극작가인 쉴러는 엘리시움이
갈등이 멈추고 서로 화해하고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쉴러의 “환희의 송가”에 베토벤이 곡을 붙여 만든 “합창교향곡”에도
“Tochter aus Elysium : 엘리시움의 여인들이여”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 밖에 현실에서 엘리시움을 만날 수도 있는데
아름답기로 소문난 파리의 샹젤리제(ChampsElys’sse)는 ‘엘리시움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 샹젤리제 거리와 프리드리히 쉴러(우측 위) 베토벤 (우측 아래)





▷ 여전히 조각상을 사랑하는 피그말리온 (Pygmalion)


신화 속에서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왕이었다.
그는 여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결심한 인물이다.


독신을 결심하기는 했지만 그는 자신의 뛰어난 조각능력을 이용하여
현실의 여인 대신 상아로 조각한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들었다.


결국 그 조각은 너무 정교하고 생동감이 넘치고 아름다워
피그말리온은 결국 그 조각상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 조각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마치 살아있는 여인처럼
꽃을 선물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기도 하며 사랑을 키워갔다.


하지만 갈라테이아가 조각상이라는 것에 슬픔을 느낀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를 기리는 축제에 가서 갈라테이아가 자신의 아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피그말리온의 정성에 놀란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어
갈라테이아가 실제 여인이 되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둘은 결혼을 하게 되었다.



▲ 팝의 황제를 닮은(?) 피그말리온과 아이온내에서 그가 복원중인 조각상들




아이온에서의 피그말리온은 테오보모스에 있는 조각가로 나온다.
그는 디르모이 성소에서 성소의 조각상을 복원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다.


천족 유저라면 ‘테오보모스의 상흔’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석상 위의 돌과 석상아래의 돌을 치우게 되면서 한번씩 만나 보게 된다.


또한 퀘스트에서도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이야기가 연속 퀘스트로 나오게 되는데
‘사라진 조각상 갈라테이아’ => ‘키프로스의 욕망’ =>’생명을 얻은 조각상’ 퀘스트가
신화를 기초로 만든 퀘스트니 혹시 완료하지 않았다면 신화 속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퀘스트를 시작해보자.




▷ 추남에서 훈남으로 인생 역전! 테르시테스 (Thersites)


테로시테스는 10레벨 중반쯤에 ‘흐느끼는 에닌테’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엘리시움에서 만나게 되는 전형적인 왕자병 환자이다.


아이온에서 그와 관련되어 망가진 비운의 여인만해도 밴시가 된 에닌테
밤만 되면 케루빔으로 변신하는 샨테, 버림받은 충격으로 레파르 혁명단이 된 시뮤나이 등 셋이나 된다.



▲ 테르시테스로 인해 힘들어 했던 세명이 여인.




그렇다면 아이온에서 이렇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바람둥이 테르시테스의 신화 속 모습은 어떨까?


테르시테스는 트로이전쟁을 노래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온다.
일리아스에서 테르시테스는 매우 추악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있는데, 다음과 같다


그는 일리오스에 온 사람들 중에서 가장 못생긴 자로
안짱다리에 한 쪽발을 절었고 두 어깨는 굽어
가슴 쪽으로 오그라져 있었다. 그리고 어깨 위에는 원뿔 모양의
머리가 얹혀 있었고 거기에 가는 머리털이 드문드문 나 있었다.


그는 말이 매우 많고 욕설을 항상 입에 달고 다니는 것으로 묘사되어있는데
그리스의 아킬레우스가 트로이를 지원한 아마존의 여왕 펜테실레이아를 죽이고
그녀의 투구를 벗겼을 때, 너무 아름다워 시체를 가져오자 이를 보고
‘네크로필리아(시신,유골 도착증 환자)라고 조롱하다가 아킬레우스에게 비참하게 맞아 죽었다.


신화에서 추악한 외모와 언변으로 언제나 멸시를 받았던 테르시테스는
멋진 외모와 넘쳐나는 인기를 주신 아이온의 주신에게 감사하고 있을까?



▲ 테르시테스와 이야기를 나누면 손발이 오글거린다.





▷ 어제는 영웅, 오늘은 평민? 레오니다스스와 막시무스


레오디나스는 신화보다는 실제 역사 속의 인물이다.
‘사자의 아들’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스파르타의 왕이었으며
우리에게 'This is Sparta!'를 외치던 영화’300’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제 3차 페르시아 전쟁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크세르크세스 1세가 직접 대군을 이끌고 오자
테르모필레의 협곡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페르시아 대군을 맞아 물러섬 없이 싸우면서
그리스가 페르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결집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페르시아 대군을 맞아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며 방어했으나
한 명의 그리스 배신자로 인해 우회로를 발각 당하면서 포위 되어 함께한 스파르타 병사들과 함께 전멸하였다.




▲ 결투장 앞에 있는 검투사 레오니다스와 영화 300 에서의 레오니다스
이미지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58072&imageNid=5414653"





아이온내에서의 레오니다스는 화려하고 장렬했던 역사와 영화 속의 레오니다스에 비해
초라하게도 엘리시움의 결투장 앞을 지키는 한 명의 검투사에 불과하다.
게다가 남성이 아닌 여성 캐릭터로 표현되어 있어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여담으로, 검투사라는 단어와 역사와 영화 속 레오니다스의 용맹함을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처절함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까지 가지게 했던 막시무스는
현재 유프로시네 마을에서 잡화상인을 하고 있다.



▲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와 아이온의 막시무스
아무리 검투사 시절을 그리워 해도 앞치마에 검과 방패는 조금 슬프다.
이미지 출처 =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29217&imageNid=5616183






▷ 전술과 전략! 군사문제라면 나에게! 크세노폰 (Xenophon)


크세노폰은 41레벨은 넘겨본 유저라면 누구나 아는 NPC로
지식의 회당 한 켠에 앉아 책을 보며 연구를 하고 있는 군사 연구가이다.

‘수상한 연구 보고서’로 시작되는 유일 무기 퀘스트를 주고 있으며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아직까지 꾸준히 사랑과 원망을 받고 있다.


실제로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였으며 군사적으로 많은 활동을 하였다.
페르시아에서 형과 아우의 내전이 일어나자 아우 키로스의 편의 군대에 참여,
키로스가 바빌론 근처의 전투에서 사망하자 1만의 그리스 용병대를 이끌고 2년 만에 귀환하기도 했다.


소크라테스가 처형되고 나서 스파르타 왕과 친분을 쌓게 되었고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에 전투가 일어나자 스파르타의 편에 서게 되었다.
이 전쟁이 끝난 후 스파르타는 크세노폰에게 넓은 영지를 주었고
이곳에서 그는 마술(馬術), 수렵론(狩獵論)등 군사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다.


그리스 시절부터 해오던 연구가 부족한 것일까?
크세노폰은 오늘도 엘리시움 지식의회당 한켠에 앉아 열심히 책을 보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 많은 천족 유저를 힘들게 했던 크세노폰과 크세노폰 무기 시리즈





▷ 운명의 세 여신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Klotho, Lachesis, Atropos)


지난번 마족편에 나왔던 노른(Norn)이라 불리 우는 운명의 세 여신 ‘우르드’, ‘베르단디’, ‘스쿨드’.


그리스 신화에도 같은 역할을 하는 여신들이 있었으니
모이라이(Moirai)라 불리 우는 운명의 세 여신의 이름은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이다.
이 세 여신은 각각 “실을 잣는 여자”, “할당하는 여자”, “가차없는 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서 실은 인간의 운명을 뜻한다.
북유럽 신화의 세 여신처럼 각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뜻하고 있다.


마족에서는 데바 전직에 깊게 관여하면서 세 여신의 역할을 보여주지만
천족에서 등장하는 세 여신의 역할은 각각 틀리다.


'클로토'는 테오보모스의 결계탑 마을에서 자신의 아들을 잃은 이후로
결계탑 마을에서 현상금 사냥꾼을 하고 있으며


'라케시스'는 테미논 요새에서 새로 어비스에 입장한 유저들에게
수호신장에 대해 교육시키는 교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트로포스'는 테오보모스 결계탑 마을의 결계탑을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마족의 운명의 3여신 우르드, 베르단디, 스쿨드




▲ 그리고 천족의 운명의 3여신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





▷ 불과 화로의 여신이 요리의 명인으로? 헤스티아 (Hestia)


헤스티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과 화로의 여신이다.

그녀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사이에서 태어난 6남매 중에 맏딸이었는데
그녀의 동생들이 데메테르(대지의 여신), 헤라(결혼생활의 여신), 하데스(명계의 신)
그리고 포세이돈(바다의 신)와 제우스였다(하늘의 신)이었다.


헤스티아는 자신을 두고 아폴론과 포세이돈이 서로 구애하며 다투자 평생 처녀로 살 것을 다짐했다.
헤스티아는 화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화로는 그리스 가정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가정의 수호신으로 많은 숭배를 받았다.


아이온에서의 헤스티아는 천족 엘리시움에 있는 요리의 명인으로서
지금까지 수많은 요리달인을 키워온 인물이다.


신화 속에서 불과 화로와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이온에서 불과 화로가 언제나 필요한 요리의 명인이 된 것은
천족에게나 헤스티아 자신에게나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 요리의 명인 헤스티아, 지금도 수많은 요리의 달인들을 키워내고 있다.





▷ 멘토링으로 훌륭하게 자란 텔레마커스 (Telemachus)


그리스 신화에서 텔레마커스는 많은 비중을 차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멘토의 연관 검색어로 더 알려져 있다.


텔레마커스의 아버지인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가기 전
자신의 친구이자 가장 믿을만한 사람인 멘토(mentor)에게 아들 텔레마커스의 양육을 부탁했다.


멘토는 텔레마커스에게 아버지를 대신하여
보호자, 인도자, 조언자, 가정교사, 본보기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였으며
이후 한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과 삶의 목표 실현을 돕는 사람을 멘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멘토의 가르침이 결실을 맺었기 때문일까?
아이온에서의 텔레마커스는 훌륭하게 커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과 요새의 군단장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서버명과 유일 신석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텔레마커스
멘토의 시초이자 최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시초가 아니었을까?


덧붙이자면 텔레마커스의 좌우에 서있는 두 백부장 아우렐리우스와 발레리우스는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발레리우스 막시미아누스 헤르쿨리우스"의 이름에서 따온 듯하다.
멘토가 없는 아이온에서 멘토대신 멘토링을 해줄 사람을 로마 황제로 데려온 것일까?



▲ 아이온의 엄친아 텔레마커스와 그를 보좌하는 두 백부장




지금까지 아이온의 천족속의 이름에서 찾을 수 있는
그리스신화와 역사의 조각들을 찾아보았다.


이외에도 많은 신화와 역사속의 인물들이 아이온에 녹아있다.

불화의 데바이자 불화의 여신 '에리스', 통찰의 데바이자 아테네 민주정치의 선구자 '페리클레스'
히폴리타, 아이올로스, 사크미스 등등 너무도 많다. 이렇게 숨어있는 더 많은 부분들은
스스로 찾아가면서 재미를 느껴보기 바란다.


그저 지나가는 NPC, 지명등으로 흘려 보낼 수 있던 하나하나의 이름들이
그 뜻과 사연을 알게 되면서 좀 더 친근해진다. 게임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알아가다보면
단순한 것들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느껴지면서 아이온을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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