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식 홈페이지나 아이온 인벤의 게시판에는 계정정지와 관련 글이 자주 발견되었다.
아니, 자주 발견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떨 때는 도배에 가까울 정도로 많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이 글들의 대다수는 부당하게 계정정지를 당했다는 내용이거나
계정정지 이후 처리 속도에 불만을 느낀 유저들이 답답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 공식 홈페이지(상)와 아이온 인벤(하)에서 정지 키워드로 검색한 글




이들은 모두 아이온을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 소프트에 의해서 계정정지를 당했다는 점이 동일하다.


그리고 이후에 취해진 늦은 처리 속도, 계정정지의 사유가 아니라는 것,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엔씨 소프트의 조치에 항의하거나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등의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계정정지라는 결과는 비슷해보이지만 불만을 느끼는 부분은 서로 다르다.
이들이 계정정지를 당한 이유와 불만은 무엇일까?



▷ 계정정지가 되는 유형들


1. 계정도용 아이템 거래로 인한 계정정지


아마도 계정정지와 관련되어 불만을 터트리는 유저들 중에서 가장 흔한 경우가 아닐까 예상된다.


거래 혹은 위탁경매장을 통해서 구입한 아이템 & 판매한 아이템이 해킹(정확히는 계정도용)과 연류되어
해킹 아이템을 회수하고자 계정 이용을 중단 시키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런 아이템이나 게임머니의 경우 확산이 되면 될수록 조사에 걸리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에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관련된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계정들을 정지시킨 후, 로그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만일 계정을 정지시키지 않으면, 일부는 소모되고 일부는 또 이동되면서
관련자가 더욱 늘어나고 종국에는 피해자의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회수할 수가 없기에
관련된 게임머니,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계정의 일시 정지는 필수적인 조치.
로그조사를 거쳐 무관성이 입증되면 차례차례 해제되지만,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요즘에는 세탁을 위해 계정도용범이 여러 경로를 일부러 거치기에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정지를 먹게 된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도용된 계정의 아이템, 게임머니라고 적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거래를 했을 뿐인데 게임을 못하게 되니 답답함을 호소할 수 밖에 없다.



▲ 이 아이템이 계정도용 템일까? 아닐까?




2. 현금거래로 인한 계정정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은 이용 약관으로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현금거래를 중개하는 사이트에서 서비스 되는 게임에서도 현금거래를 금지할 만큼
게임 상에서 만큼은 현금거래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아이온에서도 게임 아이템이나 계정에 대한 현금거래는 이용 약관으로 금하고 있으며
현금거래가 적발될 경우 1차 30일, 2차 영구 이용정지를 취하고 있다.



▲ 아이온의 약관 중 14조 이용자의 의무 중 일부




최근 사행성이 없는 온라인 게임에서 개인간 현금거래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나왔지만
아이온의 약관 상으로는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것 또한 합법이기에 적발될 경우 계정정지는 감수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자면,
게이머가 현금거래를 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무죄이다.
그러나, 게임사가 현금거래 금지 조항을 약관에 삽입하거나
현금거래를 이유로 계정을 압류하는 것 역시 적법한 행위이다.
(게이머들의 제소에 대해, 2005년 말 공정위에서 이런 결론을 내렸었다)


이런 약관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약관 자체가 적법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현금거래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반대로 알고 있다 하여도 클릭 몇 번만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현금거래에 대한 유혹은
쉽게 떨칠 수가 없기에 지금도 아이템 중개 사이트에서는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아이온은 2009년 한해동안 현금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게임으로 추정되고 있다.


☞ 현금거래 합법화? 바뀐 것은 없지만 변화의 시작 - 기사 바로가기!


▲ 지금 이 시간에도 현금거래는 무수히 이뤄지고 있다.




3. 불법 프로그램(BOT) 사용으로 인한 계정정지


아이온은 오픈 초기부터 BOT(오토, 불법프로그램 등)을 뿌리 뽑기 위해
대대적인 클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08년 12월 16일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계정들이 영구 정지되고 있으며, 시행 초기부터 많은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던 정책이기도 하다.


해킹 아이템 거래는 일시적으로, 현금거래는 1차 적발 시 30일 동안 계정 이용이 중지되지만
불법 프로그램과 관련될 경우 1차부터 영구정지가 이루어진다. 오토를 그대로 놔둘 경우
일반 유저들과 게임 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에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으며,
개정이 진행중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에서도 오토를 금지하는 조항이 삽입될 예정이기도 하다.



▲ 지금까지 정지된 계정 수,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이렇게 정지된 계정 중에서 BOT(오토)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데 있다.
영구정지가 이루어진 계정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저들도 같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누군가는 오토를 사용했음에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오토를 안썼거나 혹은 PC방에서 누군가 설치해놓은 것으로 인해
계정이 압류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소보원에 제소하는 등 법적 공방을 벌이고
또 게임사에 제출하는 오토 사용 증거 자료에 대해서도 심사를 해야 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치기에 일반 게이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 [논평] 오토의 역습? 그러나, 소송을 환영합니다 - 기사 바로가기!




▷ 계정정지에 대하여 유저들이 항의하는 이유


계정정지가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이유 3가지에는 각각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런 유저들 사이에 끊임없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해킹 아이템과 관련되어 계정정지가 되었을 경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본인 인증과
아이템 입수 경로 등에 대한 증명만 이루어지면 무리 없이 계정정지가 해제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시간은 빠르면 2~3일에서 늦으면 1주일 혹은 보름정도.
관련 계정이 많을 경우 조사에 걸리는 시간 자체가 길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하루만 게임을 못해도 답답한 열혈 유저들에게는 이 시간은 너무나 긴 고통의 시간이다.


해제까지의 과정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기고 있기에
인터넷 상으로 글 작성이 서투른 컴퓨터 초보들에게는 하나의 장벽이나 다름없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현금거래와의 관련성이다.
해킹 아이템의 입수 과정에서 정당한 거래임이 입증되면 해제되는데,
이때 현금거래가 개입되었다면, 문제는 달라지게 된다.


해킹 아이템의 입수에 대해서는 혐의가 풀리지만
반대로 현금거래로 인해 제재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



▲ 복잡한 절차를 거쳐 확인이 완료 되어도 계정 해제까지는...




해킹 아이템과 관련된 계정정지가 유탄을 맞아 겪어야 하는 억울함이라면
현금거래에 대한 부분은 왜 이것이 잘못인가에 대한 당혹스러움.


현금거래로 계정이 정지된 유저들은 법으로는 문제가 없다는데 왜 게임사에서 제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현금거래를 금지한 조항이 약관에 기재되어 있고
이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현금거래에 대한 조항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받았던 만큼
거기에 동의를 한 유저들은 마땅히 하소연 할 곳이 없다.


현금거래 금지 약관 자체가 부적절 판정을 받지 않는 한 구제받기가 극히 어려운데,
현금거래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감안했을 때,
게임사가 금지 약관을 삭제한다는 것은 쉬이 상상하기 어렵다.


현금거래를 위해 돈은 돈대로 쓰고 계정은 정지 당하고.
보상을 받기 위해 현금거래를 진행한 대상자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한 사이트를 찾아가보지만
이 곳마저도 보상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절차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불법 프로그램은 더하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계정정지에 대한 증거를 요청해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변함 없이 어떤 캐릭터가 언제 불법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통보"뿐.
정확한 이유나 알려주면 반론이라도 내보겠는데 그마저도 봉쇄 당한 유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몇가지 없다.


반면, 게임사의 경우 이유를 상세히 공개할수록 그 내용이 오토 제작자나 관련자에게 흘러들어가
게임사의 오토 판별 시스템을 회피하는 기능의 개발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애로사항을 이해해달라는 입장.


결국 아이온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거나 일부는 최후의 방법으로 소비자 보호원에 호소
혹은 길고 긴 법정 공방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면서 유저와 개발사 사이에 있는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 영구정지를 당했는데 이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까?





▷ 알면서도 바꿀 수 없는? 개발사의 고충


엔씨 소프트 입장에서도 이런 유저들의 불만에 난감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저들의 계속된 항의에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해킹 아이템으로 인한 계정정지의 경우 유저들 사이에 해킹 아이템이 계속 퍼져나간다면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지기에 일단 계정 이용을 정지시킨 후 조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킹 아이템이 거쳐가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 수록 정지되는 계정이 많아질 뿐더라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된다. 연류된 캐릭터들의 내용증명이 늦어지면
어쩔 수 없이 계정정지 기간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현금거래 약관은 계속된 관련 법안의 개정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무죄로 끝났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현금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먼저 나서서 약관을 바꾸거나 현금거래에 대한 단속을 멈추기에도 무리가 있다.


불법 프로그램에 대한 증거도 마찬가지. 수집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유저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토 제작 업체에서 이 증거를 참고하여 새로운 버전을 제작, 오토 단속이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바꾸자니 걸리는 것이 너무 많고 그렇다고 놔두기에도 유저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으니 진퇴양난인 셈이다.




▷ 역지사지! 문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


게임을 통해 볼 수 있는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이용자간의 간극은 아직 좁지 않다.


이런 류의 기사를 쓸때 제일 고민되는 부분은
서비스 제공자인 게임사와 서비스 이용자인 게이머간의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이이다.


자칫 했다가는, 게임사로부터 사정을 잘 모르고 현실을 왜곡하는 기사라는 반론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게이머들로부터는, 게임사 편을 드는 어용 기자라는 악플을 받을 수도 있다.


게이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최대한 빨리 내 계정이 해제되는 것.
적어도 언제쯤 해제가 될 수 있는지라도 꼼꼼히, 좀 더 편하게 알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마치 AS 를 받을 때 AS 직원이 언제 오고 언제쯤이면 고쳐지는지를 사전에 알수 있는 것처럼.


예컨대, 홈페이지 뿐만이 아니라 문자나 메일을 통해
진행 상황이 자동으로 통보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편의 기능은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으로 국내 제일의 게임사가 된 회사라면,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해볼만 하다.


이처럼 게이머의 기다림을 보다 덜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편의 시스템을 개발한다거나
혹은 리니지의 봉인 시스템처럼 조금이라도 피해액과 관련자를 줄일 수 있는 기능의 도입,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의 확충 등은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내용이다.



▲ 리니지의 봉인 시스템, 봉인된 아이템은 거래나 파괴가 불가능하다.
※ 이미지 출처: 리니지 파워북 (http://power.plaync.co.kr/lineage/)



반대로 게이머 역시 시간의 소요 자체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해킹 아이템의 경우 자기 혼자가 아니라 수십명, 수백명이 동시에 관련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따라서 이 수십명, 수백명의 관련 로그 데이터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세탁을 위해 일부러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고 나서 판매되는 경우가 많고
아이템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 계정도용범이 여러 개의 계정으로
경매장이나 개인상점을 이용, 서로간에 수십번 이상 거래를 한 뒤에
일반 게이머에게 판매하고 튀는 일도 흔하게 발생한다.


또 관련된 계정들이 많고 서류 제출이 늦어질수록 조사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게 되고
정지된 계정의 해제에도 역시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된다.


하지만, 보통은 게임사는 규정된 절차와 과정을 따를 뿐이라는 딱딱한 입장이 표면에 드러나고
게이머는 딱히 내 잘못도 없는데 계정이 정지된 것에 대해 게임사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고 시간을 단축시키기보다는
딱딱함과 서운함으로 간극이 더 멀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운이 없어 도용된 계정의 아이템을 사는 등
머지 않아 정지가 해제될 상황에서야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현금거래나 불법프로그램 사용 등을 이유로 압류되었다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일시 정지가 아닌, 영구 압류가 현실화되었기에 서로간에 타협을 볼 여지 자체가 없다.
(현금거래는 최초 적발시 30일 압류이기에 그나마 한번의 기회는 있다)


그러나 이는 약관의 문제, 법률의 문제가 걸려 있고 나아가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걸려 있는 문제이다.
리니지와 아이온이 현금거래로 비판의 타겟 0순위와 1순위인 상황에서
현금거래를 제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약관을 수정한다면,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에 맡긴다.


오토 역시 법으로 오토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토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도 매우 가능성이 낮고 타협의 여지도 없다.


단 하나 타협의 여지가 있다면,
현금거래가 1차 적발시 영구압류에서 1차 30일, 2차 영구압류로 공정위에서 권고하고 약관이 수정된 것처럼
오토역시 1차 적발시 30~60일 압류, 2차 영구압류로 재활의 기회를 한번쯤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나 이 문제는 오토의 대다수가 작업장 관련 계정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칫하면, 작업장 오토들을 위한 정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다 해도 특정 게임사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관련 기관들과 게임사들간의 협의를 어느 정도는 거쳐야만 하는 것이라
설혹 수정된다고 할지라도 단시간내에 이루어지기는 힘든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한편으로는, 기다리라는 간단한 말이 아니라 기다림을 줄이고 덜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
또 한편으로는, 내 계정이 왜 정지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풀릴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양자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단 이것부터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



Inven Handi - 박경민 기자
(Hand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