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가 절묘한 심리전과 경기력을 선보이며 16강으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10월 27일, 목동 곰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소니 에릭슨 스타크래프트 시즌 2의 32강전 4일차 경기에서 64강에서 박준 선수를 꺾고 32강에 진출한 ZeNex 소속 프로토스 '코어짱' 안정민 선수를 상대로 멋진 밴시 활용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2:0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오늘 승리로 임요환 선수는 29일 진행되는 16강전에서 '중국의 황제'라고 불리는 'Loner' 따이 이 선수와 테란 vs 테란의 경기를 치를 예정이며,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코드 S 확보는 물론 같은 조에 속한 이윤열 선수와의 8강전 가능성도 보이는 상황이다.

임요환 선수의 승자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6강에 진출한 소감은?

그동안 중국 선수에게 잘 이기지 못했다. 8강에 진출하여 코드 S 확보와 중국 선수에게 이긴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다. (준비 기간이) 이틀밖에 남지 않아 빨리 가서 연습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해외(블리즈컨)에 다녀오느라 연습량도 적고, 프로토스전이 타 종족전보다 힘들었는데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다. 고비를 넘겼으니 코드 S까지는 얻도록 하겠다.


◆ 연습 기간에 비해 전략 완성도가 높았는데?

속임수가 잘 먹혔다. 상대가 무기고를 보고 해병 토르라고 짐작하게 하여 정찰을 더디게 만들고 우주 공항을 생각하지 못하게 했던 것인데 두 번째 경기에서 잘 먹혀들었다. 첫 경기는 상대가 정석 빌드가 아니기에 전략을 보여주기 싫어 무기고 건설을 하다가 취소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 쓰게 되었다.


◆ 좋은 전략을 너무 일찍 보여준 게 아닌가?

프로토스 전에서는 전력을 다 하려고 생각한다. 매 경기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팀도 없고 해서 전략을 숨기고 할 만한 처지도 못된다. 이번 경기도 저번부터 도와줬던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긴 것 같다.


◆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예전 인터뷰에서 송준혁 선수 외에 도와준 다른 선수들을 밝히지 못했는데 대전 기록의 노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는데 그 때 서기수 선수와 연습을 많이 했다. 서기수 선수와 같은 팀인 김현태 선수나 choya 아이디를 쓰는 이형섭 선수, Protoss 아이디를 쓰는 김태영 선수, Aory 변준영 선수와도 연습을 했다. 블리즈컨에 갔을 때는 huk 선수의 도움을 받았다. 또, 블리즈컨에 돌아와서 시차 때문에도 고생했지만 연습용 노트북이 고장나서 애를 먹었는데 과거 SK T1시절 코치였던 성상훈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분들에게 고맙다고 생각한다.


◆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나?

상당히 심했다. 이번에도 갔다 와서 속도 안 좋았고, 돌아와서 절반 정도의 시간은 잠만 잤다. 하루정도 연습 하고 경기에 나왔는데 급조한 전략이었지만 잘 먹혀서 이긴 것 같다.


◆ 블리즈컨에서 김원기와의 특별전은 어땠는지?

해외에서 하는 대회고, GSL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다. 그래서 가볍게 할 수 없었는데, 김원기 선수가 대처를 잘하더라. 저그전을 연습한 것이 오래 되서 잘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연습을 충분히 하고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


◆ 최근 테란들이 저그전이 힘들다고 한다.

나는 테징징의 최고점에 있다.(웃음) 예전에는 공성전차를 주로 썼는데 하향됐고, 선 병영을 즐겨 쓰니 그것도 하향되더라. 일단은 다음 패치를 기대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 힘든 상황을 극복할 자신은 있는가?

GSL 초반에 떨어졌으면 종족을 바꿀까 생각도 했었다. 쉬운 종족을 찾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패치 영향을 적게 받는 무작위 종족을 해볼까 했다. 베타 때도 나름 좋은 성적을 거두었었고. 하지만 일단 16강까지 올라갔으니 그런 생각을 접고 테란을 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테란이 더 하향되면 무작위로 전환 가능성도 있다.


◆ 16강전은 중국 선수인 ‘따이 이’ 선수와 대결한다.

블리즈컨에서 그 선수의 프로토스전을 봤는데, 프로토스전이 약하다보니 뭔가 해법이 있을까 했는데 정민수 선수에게 4:0으로 지더라. 그래서 프로토스가 사기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일단 래더에서 몇 번 만나봐서 어떤 스타일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



◆ 테란전을 잘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테란이 안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테란만 만나고 싶다. 공평하게



◆ 오늘 경기로 팬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하는지?

긴장이 많이 되더라. 블리즈컨보다 GSL이 긴장되는 것 같다. 준비기간도 짧고 해서 자기에 대해 자신이 없었나보다. 팬들의 기대가 많으면 많을수록 떨린다기 보단 기분이 좋은데 이번에 떨린 건 준비 부족 때문인 듯 하다.


◆ 이대로 이겨나가면 8강에서 이윤열과 붙을 수도 있다.

만약 만나게 되면 기분 좋을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처음 맞붙게 되는 것이고, 이슈도 될 거고... 서로 코드 S를 확보한 상태로 부담 없이, 아니 부담이 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만났으면 좋겠다.


◆ 이윤열과의 대결을 스타 1의 연장으로 봐도 될는지?

그쪽이 좀 더 이야깃거리도 있고, 플레이하는 우리도 흥이 난다.


◆ 오늘 김원기 선수를 이긴 이정훈 선수가 부담감이 심해서 BoxeR라는 아이디를 바꾼다고 한다.

주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그 선수가 나보다 잘한다. 실력으로 따지면 그 아이디를 계속 써도 될 것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