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유저가 있습니다.
아이온 오픈 베타부터 하나의 서버만을 고집한 유저입니다.


오늘도 아이온의 세계가 변함없이 그를 맞이합니다. 무엇을 할까..
상층을 가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파티 모집을 합니다. 무작정 기다리긴 뭐해서 백금화 일일퀘도 병행하면서요. 다른 서버 사람들 이야길 들어보니 백금화 일일퀘스트가 그렇게 경쟁이 심하다는데 그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뿐입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보다는 몬스터가 더 많습니다.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안되겠다 싶어 상층대신 암흑의 포에타 파티를 모집했습니다. 상층보다는 조금 호응이 있는 것 같네요.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암흑의 포에타를 무사히 다녀 왔습니다. 오늘치 암흑의 포에타는 다녀 왔으니 이제 무엇을 할까 다시 고민합니다.



마침 요새전을 위한 포스 모집글이 보입니다. 평소 자주 참여하는 요새전은 아니지만 심심한 차에 잘됐다며 포스에 가입했습니다. 얼추 인원이 모여들고 '좋아, 한 판 벌여볼까!'라며 기운차게 요새로 향했습니다. 같은 진영 사람들이 이렇게 모이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이 인원이 싸우면 재밌겠다는 생각도요.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것은 그야말로 쌔까맣게 몰려있는 상대 진영의 유저들이었습니다. 차이도 적당히 나야 한 판 해볼까 이건 그야말로 바위에 계란 치기. 이러고나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져버린 뒤입니다. 의욕을 보였던 포스원들도 하나 둘 귀환을 타기 시작하고 결국 별다른 소득없이 포스는 해체되고 맙니다.



마을에서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다 우연히 접한 다른 서버의 활발한 전쟁 소식에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아이온을 종료해버렸습니다. 물론 이 유저는 내일도 아이온에 접속하겠지요. 아이온이 재미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내일이 오늘과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소위 말하는 망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픽션이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과장이 섞인 내용이긴 하지만 그러한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한 번쯤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는 내용일 것이다.



현재 아이온에서 돌아가는 서버는 대략 40여개.
그 모든 서버의 유저들이 존재하는 모든 컨텐츠를 즐겁게 누리면서
자기 마음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 겉보기엔 다 같아 보이지만 서버마다 인구 비율은 차이가 있다 ]





◆ 점점 가속화 되고 있는 일부 서버 인구 격차


아이온과 같이 대규모 RvR을 컨텐츠로 삼는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 위해선
양 진영간의 인구 균형이 맞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불리한 진영에서 게임을 즐기다보면 상대 진영의 견제로 인해
정상적인 게임이 불가능하거나 가능한 컨텐츠가 적을 것이고
그 반대로 상대 진영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
컨텐츠를 즐길 상대 진영의 부재로 재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즐겁기 위해서 하는 게임, 누군들 재미없게 하고 싶을까.
유저의 입장에서 자신이 플레이하는 서버가 축복받은 곳이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한 서버의 양 진영에 유입되고 빠져나가는 인구수를 예측한다는 것은
개인의 입장에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축복받을 수 있도록 하늘에 기도하거나
정 불편할 경우 다른 서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는 방법 외에는 별 수가 없었다.



그랬더 부분이 유료 서버 이전 부가 서비스의 추가, 그리고 몇 번의 무료 서버 이전을 시작으로
서버 이전이 가능하게 되면서 유저들 스스로 어느 정도 선택의 폭이 생기게 되었고
일부 서버는 이를 기반으로 더욱 활발해졌지만 어떤 서버는 인구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게 된 것이다.


[ 전쟁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인구 비율은 제법 중요한 문제이다 ]






◆ 어비스? 요새전? 그런걸 왜하나요?


문제는 이러한 인구 불균형으로 생기는 갈등의 경우
유저들 스스로 해결하기 힘드며 방치할 경우 점점 더 가속화된는 것이다.



이런 인구 불균형 문제는 특히 요새전과 같은 대규모 RvR 전투에서 두드러진다.
한 손이 열 손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인구에서부터 열세인 진영의 유저들은
상대 진영과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최근 아이온은 최고 레벨을 달성하고 포스 단위로 전쟁이나 던전을 돌아
아이템을 맞추는 유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요새전의 결과에 따라 입장할 수 있는 던전이 달리지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이런 인구 불균형 문제는 유저로 하여금 게임에 흥미를 잃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음은 아이온 공식 홈페이지 서버 게시판에 올라온 한 유저의 글의 일부이다.


[ 클릭시 확대되어 보여집니다. ]




사람이 자신의 이득을 중요시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또한 아이온의 전쟁은 처음부터 유저들에게 즐길 거리이자 목표로 설계된 만큼
그 결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반대 진영의 유저의 입장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처음 한 두번은 그러려니 하고 자기 진영의 득세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계속해서 실패의 경험이 반복되다보면 그것을 당연시 여기게 되고 포기하게 된다.
당연히 참여율은 점점 낮아질 것이고 어느 순간 그 상태가 고정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전쟁이 주가 되는 게임에서 전쟁이 빠지고 보상만 남는다고 한들,
그것이 아이템을 위한 반복 행위가 아닌 게임의 재미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 서버 켐페인, 수성하지 맙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서버의 강세 종족에서는 이런 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러분, 요새전은 즐기되 수성은 하지 맙시다.


요새전은 즐기되 요새의 수성여부를 결정하는 수호신장을 방어하지 않는 방법으로
가능한 각 진영이 공평하게 요새를 차지하여 던전 입장에 불편이 없게 한다는 것으로
진영이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을 뿐, 같은 계정비를 내고 같은 게임을 즐기는 것이기에,
또한 상대방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RvR 게임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는 의미이다.



즉, 단순한 상대 진영 배려의 차원이 아니라
우세 진영은 익숙해진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적극적이 되고
열세 진영은 반복되어 거의 고정화되게 되는 패배감에 익숙해져
인구 불균형의 악순환이 생기기 전에 유저들이 나서 그 고리를 끊어보자는 것이다.



물론 모든 서버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서버에서 암묵적인 룰로 이루어지고 있거나
이에 대해서 유저들간에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클릭시 확대되어 보여집니다. ]




일부 서버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
그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묻는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 "유저들이 스스로 문화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과거 유저간 다툼에 대하여 개발사는 위와 같이 답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인구 격차로 인한 문제들이 유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지.



시작된 인구 불균형, RvR 형태에서 그 결과에 따라 진입가능한 던전이 나뉘는 구조,
한 번 밀리면 되찾기 힘든 우세, 그리고 도전하기 위한 별다른 지원 정책도 없는 현실.




물론 개발사가 단 한 번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요새전 세력비에 따라 등장하는 드레드기온, 혹은 용족 기습 침투 부대의 출현이나
특정 서버로의 이전이 가능하게 하는 것처럼 나름의 노력을 보였다.
문제는 그러한 노력들이 실제 현 상황을 개선하는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서버 이전이 존재하나 매우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 ]




처음부터 대규모 RvR을 표방하고 등장한 아이온이기에
어찌보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그 시기에 차이일 뿐,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유저들이 즐길만한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저들이 게임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면,
자칫 시기를 놓쳐 유저들이 더 큰 실망을 하기 전에 개발사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도 아이온의 세계에서는 변함없이 요새전이 진행된다.
서버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요새전에 참여할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신명나는 전투가 벌어져야 할 요새전에서 다른 이유도 아닌
그저 자신의 진영의 사람이 더 적다는 것이 유저들의 게임 할 자유를 뺏는 이유는 될 수 없다.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하더라도 유저들이 바라는 것은 개발사의 의지일터,
하루 빨리 개발사의 조치가 취해지기를 기대해본다.



[ 지난 11일 겔크로스 격전 당시의 사진. 모든 서버의 요새전이 이렇다면... ]
[ 사진은 공식 홈페이지 해뱀뜨님 ]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