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차기작 중에서, 현재 한국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블레이드 앤 소울이다. 김형태 디자이너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래픽, 동양적 세계관에 화려한 액션성으로 주목받는 블레이드 앤 소울은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출시를 기다리는 대작 MMORPG.

그러나 시선을 세계로 돌려보면 블레이드 앤 소울 못지않은 기대를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이 하나 더 있다. 전세계적으로 무려 7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길드워의 후속작, 길드워 2 역시 블레이드 앤 소울 못지않게 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게임.





특히 작년 게임스컴에서 길드워 2의 시연버전을 체험해본 해외 매체들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IGN에서는 드디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경쟁자를 만날 것이라는 글을 올렸고, PC Gamer는 멋진 전투와 창의적인 미션, 강한 액션성으로 시연버전을 떠나기가가 아쉬웠다는 호평을 남겼다. Gamespot이나 Kotaku같은 주요 매체들 역시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 이런 평가는 해외 취재를 나갔던 국내 매체들 역시 대동소이하다.

덕분에 길드워2는 최고의 게임 시연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2010 게임스컴의 최고 온라인 게임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작년 9월의 PAX 행사 이후 약 반년의 침묵을 거친 길드워 2는 오는 3월 11일부터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PAX east 행사에 한번 더 참가할 예정이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이내믹 이벤트라는 독특한 시도와 전작 이상의 액션으로 전세계적인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길드워 2는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미국 시애틀 현지의 아레나넷에서 마크 오브라이언 대표 및 주요 개발자들과 함께 길드워 2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본문에 소개된 스크린샷 및 동영상, UI, 소개 내용은 차후 업데이트나 패치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700만장이 팔린 길드워 1편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길드워 1편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스킬들을 얻고 자신만의 스킬 세팅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재미였는데, 길드워 2에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길드워 1편에서는 정말 많은 스킬들이 존재했는데,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자기만의 세팅을 찾아내기도 힘들고 새로 참여한 게이머들의 경우 진입장벽이 있었다. 게다가 자유도가 높아서 스킬의 조합이 굉장히 효율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아예 무용지물인 형태까지 가능했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었다.

길드워 2에서는 전체적으로 스킬의 숫자는 줄이는 대신 비쥬얼을 강조하였으며, 전작에서 단점으로 제기되었던 진입 장벽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길드워 2에서는 아예 무용지물인 형태의 조합은 나오기 힘들 것이고, 갯수가 줄어든 만큼 스킬의 조합을 쉽게 이해하고 구축할 수 있게 바뀌었다.

물론 길드워 1편에 존재하는 수백개의 스킬들과 비교해보면 자유도가 줄어들었다고 느낄 수 있으나, 길드워 2에서는 언제나 스킬을 교체할 수 있으니 오히려 전투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1편보다 2편이 더 자유롭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 길드워 2에서는 15개 이상의 스킬을 전투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







실제 길드워 2를 체험해본 결과 전투 중이라도 언제나 단축키를 활용해 무기를 교체할 수 있었으며, 무기를 바꾸면 스킬의 단축창이 착용한 무기에 맞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도적(Thief)의 경우 쌍권총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공격하다가, 적이 접근하면 단검을 들고 근접전에 특화된 기술을 활용하는 형태의 전투도 가능하다는 것.

길드워의 단축창은 1번부터 0번까지 총 10개를 사용하게 되는데, 1번부터 5번까지는 현재 캐릭터가 착용하고 있는 무기에 따라 자동으로 스킬이 배분되며, 6번은 생존기나 체력 회복과 관련된 기술, 7번부터 9번까지는 다양한 유틸리티 기술, 0번은 특수한 기술이 배분된다.

이외에도 훔치기나 파티원을 보호하는 등 사용시간이 길고 특이한 효과를 가진 직업의 대표 기술들은 F1부터 F4 까지의 펑션 키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전투중에 언제나 무기나 스킬의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게이머의 실력에 따라 액션 게임 못지 않은 전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 네크로맨서의 특수 기술, 잠깐동안 유령이 되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





그렇다면 길드워 1편이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길드워 1편이 출시될 당시 독특한 게임성으로 호평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미나 유럽 지역의 성공에 비해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과가 저조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마이크 오브라이언 대표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바로 게이머들의 기대였다. 즉 혁신적이고 새로운 게임이라는 것을 아시아에서도 인정받았지만, 게이머들이 기대하고 받아들였던 길드워의 재미와 아레나넷이 전달하고자 했던 콘텐츠의 재미가 달랐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이 바라는 콘텐츠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게임의 요소나 한국, 혹은 아시아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각 지역에서 게임을 플레이해왔던 역사는 다를 수 있겠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에 대해 게이머들이 일관성있는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지역마다 서로 기대하는 콘텐츠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다. 길드워 2는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먼저 런칭하여 콘텐츠에 대한 검증을 거친 후에 아시아로 확대할 예정이다. 가장 잘 다듬어진 콘텐츠를 갖춘 게임, 게이머들이 기대하고 있는 콘텐츠를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 것이다.

길드워 2는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때 출시될 예정이며, 출시된 후 세계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마이크 오브라이언 대표의 배우자가 한국 여성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한국이 친숙한 곳이라고 하며, 한국 매체나 한국 게이머들의 평가를 가감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엔씨소프트가 자리잡은 곳이고, 아시아 시장의 전초 기지 역할도 하기 때문에 아레나넷에게도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는 설명.




[ 퀘스트를 받는 장면, NPC와 캐릭터가 확대되어 대화를 나눈다. ]



이어서 언급된 것은 길드워 2의 죽음. 사실 데모를 플레이하면 한두번씩은 일부러라도 무모한 시도로 전투에서 패배하기 마련인데, 화면 테두리가 붉게 변하면서 캐릭터가 쓰러지면 쓰러진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스킬이 등장한다는 것도 독특한 체험이다.

이미 기존의 인터뷰를 통해 언급되었지만, 리드 콘텐츠 디자이너인 콜린 조핸슨의 설명에 의하면 길드워 2의 캐릭터는 영웅들이기 때문에 전투에서 쓰러지더라도 죽는 것이 아니라 패배하는 것이라고 한다.

"쓰러진 캐릭터는 부활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활기를 찾게 만드는 것이며, 체력이 다 소모되더라도 죽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운 상태가 된다. 물론 다운 상태에서 지정된 시간이 흐르면 저장된 지점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죽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것일 뿐이다.

결국 귀환 지점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평상시의 스킬이나 공격은 불가능하지만, 누워있거나 쓰러진 상태에서 간단한 던지기와 저항을 할 수 있으며, 만약 힘겨운 적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정말 아쉽게 1~2 %의 체력을 남기고 쓰러졌다면 오히려 이런 다운 상태를 활용해 한번 더 승리할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길드워 2가 MMORPG로 방향을 선회한 만큼 시연버전에서는 체험해볼 수 없었던 장기적인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었다. 특히 게임의 장기적인 흥행을 담당할 엔드 게임 콘텐츠에 대한 궁금증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다섯명의 파티로 구성되는 여러 개의 인스턴스 던전이 제공될 예정이며, 게임 전체에 걸쳐 다양한 개인 이벤트들이 발생할 것이다. 길드워 2는 게이머들의 행동에 따라 환경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같은 직업과 종족이라도 흐름에 따라 다른 이벤트나 퀘스트가 발생한다. 결국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친구와 함께 캐릭터의 레벨을 일시적으로 높이거나 낮춰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싸이킥(가칭)을 제공하여, 캐릭터의 레벨이 다르더라도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 보스 몬스터는 굳이 파티를 하지 않아도 근처 사람들과 함께 사냥할 수 있다. ]




길드워 2에서 주목받는 콘텐츠 중에서는 길드워 1편에서부터 유명한 PvP를 빼놓을 수 없다. 설명에 의하면 길드워 2의 PvP는 크게 2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작과 흡사하게 개인이나 팀 형태의 PvP가 하나요, 두번째는 무려 세 개의 서버가 격돌하게 되는 오픈월드 형태의 PvP라고...


"길드워 2의 PvP는 2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고레벨 유저들이 마음에 맞는 팀을 구성해 신청하거나 아니면 개인이 신청해서 무작위로 팀을 이루는 전장 형태의 PvP가 첫번째이다. 전장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길드워 1편과 흡사한 형태로 전투가 이루어질 것이다.

두번째는 길드워 2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PvP 콘텐츠로 오픈 월드에서 세 개의 서버가 격돌하게 된다. 여기에는 공성같은 느낌의 대규모 전투가 포함되고 참여 인원에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크고 거대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오픈월드 PvP는 상시로 열려있는 형태이며, 균형을 위해 특정 기간마다 대항 서버는 달라질 수 있다."



게임에 대해 이 정도 설명을 듣고 나니 전작인 길드워와 달리 그야말로 MMORPG의 틀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느낌. 전세계적으로 700만장이나 판매된 길드워의 정식 후속작으로 MMORPG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PvP가 핵심이었던 1편과 다른 방향을 잡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길드워는 PvE적인 요소도 강한 게임이다. PvE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킨후 PvP를 즐긴다는 느낌이 강하긴 했으나 PvE의 엔드 게임 콘텐츠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광고나 제목에서 느껴지는 PvP적인 요소가 부각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길드워 1편은 레벨업이나 모험을 통해 강력한 스킬을 얻어야 하다보니 PvP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손해인 부분이 있었고, 반대로 캐쥬얼한 PvP를 즐기는 분들 역시 고수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다보면 실력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는 등 서로 제한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길드워 2는 좀 더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 드래곤 '요르마그'에게 습격을 당했던 노른 종족의 오프닝 중 한 장면 ]




마이크 오브라이언 대표는 아레나넷이 전작인 길드워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항상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MMORPG 장르로 태어난 길드워 2 역시 콘텐츠를 관통하는 핵심은 기존의 MMORPG가 갖고 있던 틀을 깨고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출현 이후 고정화되다시피한 퀘스트와 파티 중심의 MMORPG에서 벗어나, 힐러가 없는 파티나 NPC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는 다이내믹 이벤트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 역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아레나넷의 연구결과.

해독제를 가져다 주면 감사하다고 말한 뒤 다시 중독 상태에 빠져버리는 퀘스트 NPC나 몬스터들에게 습격당할 것이라 말하면서도 현실은 평화롭기 짝이 없는 마을 등 기존의 MMORPG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던 부분들을 바꾸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을이 습격당하는 퀘스트가 있다면 게이머의 눈으로 몬스터가 습격당하고 있는 마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공격당하는 마을에 도착한 게이머는 다이내믹 이벤트를 통해 마을을 구하거나 피하는 등 선택을 통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 오른쪽 상단의 주황색 퀘스트는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오는 다이내믹 퀘스트 ]




시연 버전을 통해 체험해본 조작이나 캐릭터의 성장은 완연한 MMORPG의 형태를 띄고 있어 길드워 1편과는 사뭇 다른 느낌. 성패를 좌우할 상위 콘텐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30여분 남짓한 시연 만으로도 길드워 2가 가진 고유의 색깔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아직 10%도 공개되지 않은 게임을 진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공개된 길드워 2는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웰메이드 게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전형적인 힐러가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MMORPG의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점도 한국의 게이머라면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부분.

새로운 시도는 항상 절반의 기대와 절반의 불안함을 동반한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성공을 거두고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고배를 마셔야 했던 아레나넷의 새로운 시도가 과연 어디까지 통할 것인지, 길드워 2가 제시하는 MMORPG의 새로운 프레임이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