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시행된 2.6 패치와 함께
파슈만디르 사원의 마지막 네임드 보스 루드라의 난이도 상승한 일이 있었다.
기존에 널리 퍼져있던 소환 부활 공략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졌기에
게임 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일부에서는 루드라를 피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 게시판에서는 루드라 공략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최근에는 패치 후 2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사이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진 덕에 다시금 루드라 공략을 성공하고 있지만
여전히 루드라만 패스하는 파슈만디르 사원 파티 모집 광고를 볼 수 있었다.


그랬던 아이온에 다시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 18일 정기점검과 함께 파슈만디르 사원을 포함한 상위 던전 대부분의 난이도가 하향한 것이다 .
이번에 난이도 하향된 던전에는 파슈만디르 사원, 암흑의 포에타, 제1 템페르 훈련소가 포함되어 있다.




상위 던전, 어떻게 바뀌었나?



55레벨을 달성하고 아이템 파밍을 위해 자주 찾게 되는 던전 3곳의 난이도가 모두 하향되었다.
암흑의 포에타는 등급 선정을 위한 점수 기준이 완화되어 과거 A랭크를 받기 위한 점수보다
조금 더 받으면 S랭을 받을 정도로 거의 한 단계 정도 난이도가 낮아졌으며
네임드 타하바타와 칼린디의 공격력도 함께 하향되었다.


제1 템페르 훈련소 역시 사실상 난이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7~10단계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전체 생명력과 공격력이 하향되어
좀 더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번 난이도 하향 패치로 인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파슈만디르의 루드라일 것이다.
2.6 패치와 함께 급격히 난이도가 상승했던 루드라이기에 이번 하향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루드라는 기본 공격력 및 스킬 공격력, 스킬의 범위나 시전 시간, 소환체의 공격력, 지속 시간 등
거의 대부분의 면에서 하향을 겪어 사실상 난이도가 대폭 낮아졌다는 의견이다.


덕분에 가장 처음 유행한 소환 부활 공략법, 이후 유행한 2:3 공략법에 이어
부활을 이용하지 않고 저항 아이템을 이용한 정식 공략법이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던전, 왜 쉬워졌을까?



제1 템페르 훈련소는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해가 가는 편이지만,
암흑의 포에타와 파슈만디르 사원 모두 어느덧 등장한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관련 건의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현 시점에서 수정이 된 것일까?
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다소 무리가 있었던 기존의 난이도


사실 이번 패치에 포함된 다른 던전들은 비교적 나은 편에 속하지만,
과거 파슈만디르 사원의 루드라의 경우에는 유난히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55레벨 탱커 클래스가 생명력 세팅을 해도
30%이하에서 더욱 강맹해지는 루드라의 공격을 버티기엔 무리가 있었을 정도.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살아서 잡는다는 방식을 포기하고 부활을 이용한 방법이 유행한 것이다.


이러한 소환 부활 전투법(이른바 좀비 러쉬)은 등장 때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략이 되지 않는 몬스터의 공략법이라는 점에서는 환영되었으나
죽어야만 잡을 수 있는 몬스터라는 구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유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루드라 소환 부활 공략 불가 패치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이 공략법이 자리 잡은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상태였고
그동안 개발사측에서도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거의 대부분의 파티가 이 방식을 사용하던 중이었다는 것이다.


[ 파티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2:3 방식이 많이 사용되기도 ]




자연히 사용하던 공략법이 불가능해지자 루드라를 기피하는 유저들이 늘어났고
실제로 그리 길지 않은 2주간의 시간동안 파슈만디르 파티의 전체 숫자가 크게 감소하거나
루드라를 제외한 나머지 네임드만 처치하는 식의 파티가 유행하였다.


이후 다시 대세로 자리 잡혀가던 방식 역시 기존과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것 역시 문제.
이번 패치는 그러한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대 레벨 상향에 대한 포석


루드라의 소환 부활 공략법이 갖는 문제는 또 하나의 문제로는
최고 레벨일 때는 상관없으나 그 제한이 풀려 언젠가 파슈만디르가 지나가는 던전이 되었을 때
기존의 방식으로 루드라를 처치하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온의 부활 시스템상, 조건만 갖춰진다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부활이 가능하지만
사망할 때마다 일정 경험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잃어버린 경험치는 영혼 치유사를 통해 복구 가능하지만
자잘하게 소모되는 게임 머니가 유저 입장에서 반가울리 없다.


[ 아무리 공략이라지만 죽음이 달가울리 없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




덕분에 최대 레벨에 도달한 유저들의 대부분은 영혼 치유를 하지 않고 있는데
최대 레벨 제한이 풀리게 되면 이 경험치를 복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나아가, 55레벨 이상의 레벨이 열려 레벨업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좋은 장비를 얻기 위해서라곤 죽어가면서 루드라를 잡으려는 유저가 얼마나 될 것인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자연히 유저들은 파슈만디르를 멀리 하거나
최근 2주와 같이 루드라만 패스하는 형식의 파티가 생겨날 것이 자명할 것이다.
그렇기에 루드라의 패턴을 변경함으로써 소환 부활이란 공략법 대신 다른 방식을 제안하여
최대 레벨이 해제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루드라 상향으로 인한 유저들의 박탈감


단 2주 뿐이긴 했지만 2.6 패치 이후 상향된 루드라가 가진 파급력은 가히 대단했다.
이미 유저들에게 익숙해져 있던 공략법이 불가능하게 바뀌면서
패치 초반 루드라 공략법을 찾지 못한 유저들의 공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특정 던전의 몬스터가 파워업하여 공략이 어려워졌다는 것과
파슈만디르의 루드라가 파워업하여 공략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루드라는 사실상 유저들이 영웅 아이템을 일확천금(?)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루트이기 때문이다.


군단장과 템페르 아이템의 경우 백금 공훈 훈장과 휘장으로 인해 최소 시일이 반드시 필요한 형태이고
제작의 경우 기본 자본이 필요하기에 운만으로는 얻기 힘든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진영 요새전 보스 처치와 드라마타 처치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영웅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루드라와 타하바타 정도뿐이다.
타하바타는 무기만 드랍한다는 점까지 계산한다면 사실상 루드라는 유일한 방식인 것.


드랍율이 높은 편도 아니고 던전의 입장이 시간제인 아이온에서
이렇게 하나의 획득 루트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은 획득 확률에 상당히 큰 영향을 주는 일이다.


특히, 최대 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이 즐길만한 컨텐츠가 아이템 획득이나 전쟁인 아이온에서
이러한 변화는 아이템 획득을 목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크게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이번 패치에는 그런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컨텐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패치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다시 등장한 파슈만디르 파티


가장 빠르게 보이는 변화는 다시 등장한 파슈만디르 파티,
그리고 그 파슈만디르 파티들이 다시 루드라 공략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직 패치 후 몇 일이 지나지 않았기에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경험한 이들의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다른 유저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패치 초기인만큼 익숙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2:3 공략법을 선호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점점 많은 이들이 소식을 접하고 지인과 파티를 꾸려, 혹은 공개 파티를 통해 정공법에 도전하고 있다.
일부 서버에서는 정공법을 위해 고급 바람 방어의 방어력 상승 주문서가 거래되는 등
루드라전 전용 도핑이 생길 것 같은 조짐도 보이고 있다는 것 역시 특징.


[ 최근 일부 서버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바람 속성 저항 아이템 ]




또한, 낮아진 루드라의 난이도로 인해 기존에 던전에 가고 싶었지만
경험이 없어 가지 못했거나 다소 장비가 좋지 않아 가지 못했던 유저들도
조금씩 도전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고 있다.


물론 한 편에서는 쉬워진 난이도때문에 더욱 효율을 추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유저들의 인식에서 루드라가 갖고 있는 위치가 점차 낮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일부 클래스의 불안


난이도가 낮아진 던전들이 꼭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단은 환영하고 있지만 일부 직업군은 아무래도 불안한 눈초리로 이번 패치를 바라 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직업으로는 치유성과 수호성.
게임 내 대표 탱커와 힐러의 입장인 그들에게 난이도 하향은 달가우면서도 불편하다.
유저들의 능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던전이 쉬워지면 쉬워질수록
이 두 직업의 능력을 다른 직업이 대체하는 형태의 플레이 방식이 유행이 되기 때문이다.


[ 좀 더 지켜볼 문제이지만 과거의 전례를 보면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




물론 각 역할에서 최대의 효율을 보일 수 있는 직업은 이 두 직업이겠지만,
전체 파티원이 적다면 던전의 보상을 나눌 때 자신이 얻을 파이가 커지는 만큼
과거에도 이 두 직업은 공략이 끝난 던전에서 파티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종종 있었다.
자연히 그들의 입장에선 이번 패치가 여러 의미에서 신경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던전 난이도 밸런스를 둔 대립


매 패치, 그리고 매 컨텐츠 추가 때마다 유저들은 해당 컨텐츠를 바라보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리고 그 중 상당 부분은 컨텐츠의 난이도, 혹은 밸런스에 대한 내용이기 마련이다.
이번 패치 역시 이 관문을 피해가지 못했으며 이미 많은 유저들이 이를 두고 자신의 의견을 표하고 있다.


특히, 직접적인 게임 플레이의 난이도를 낮추는 패치였던만큼
이번 패치를 두고 너무 쉽다 vs 적당하다라는 유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너무 쉬워졌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주장은
'너무 쉽기에 재미가 없다, 성취감을 느낄 여지가 없다'라는 입장이다.


게임은 여가다.
일을 하면서, 다른 일상 생활을 하면서 느끼지 못한 부분을 채우는 활동이다.
이들에게 아이온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그 성취감이란 유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려운 보스의 공략,
특정 아이템의 획득,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승리 등 다양한 것일 수 있다.


그런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컨텐츠란 적당히 어려워야 한다.
이 적당히란 개념이 다소 모호한 부분은 있겠지만 적어도 쉽게 느껴지진 않아야 한다.
쉬운 일에서는 그들이 워하는 '성취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번 패치처럼 난이도가 낮아지는 것이 달갑지 않다.



반대의 입장에선 조금 다르다.
물론 시작은 동일하다. 이들에게도 게임은 여가다.
하지만 여가이기에 가볍게 즐길 수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은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에서 스트레스를 느끼기 마련.
모두가 가볍게 루드라를 처치하고 영웅 아이템을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기존에는 이 과정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던 만큼 이들에겐 상위 던전이 충분히 어려웠다.


[ 첫 험난한 루드라를 만났을 때를 떠올려보면 절로 머리가 아프다 ]




그 상위 던전들이 하향되었으니 이들의 기준에서
좀 더 게임을 '게임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
게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힘든 유저일 수록 더욱 그렇다.


각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대립인 만큼,
나아가 어느 쪽이 옳다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더욱 개발사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MMORPG에서 난이도를 낮추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로 귀결된다.


첫 째로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 정상적인 컨텐츠 이용이 힘든 경우,
그리고 두 번째로는 유저들의 평균 장비 수준을 끌어올려
다음 컨텐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경우
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이번 패치는 이 둘 모두를 겨냥한 개발사의 노림수로 보인다.
지난 17일 열린 엔씨소프트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번의 아이온 업데이트를 준비중에 있다'는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이번 패치를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각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패치 자체에 우려되는 점이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패치로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변한 아이온.
다음 패치가 언제 올 것인지, 그리고 과연 그 중에 우리가 기다리는 3.0이 있을 것인지
아직 불확실한 부분도 많지만 우선은 현재의 아이온을 즐기며 다음을 기다려봐도 좋을 것이다.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