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 속도와 개발 속도의 딜레마



유저들을 게임에 묶어두기 위해서는 당연히 컨텐츠가 필요하다.
유저들로 하여금 '재미있다' 혹은 '아직 할 것이 남아 있다'라는
일종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 시켜주어야만 게임이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상에 비해 현실은 좀 더 냉정하다.
재미있고 짜임새있는, 소위 말하는 퀄리티 높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인력들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법. 유저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컨텐츠를 내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매 컨텐츠마다 사랑을 받는 기적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대체로 유저들의 소모 속도를 개발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그런 상황이라 하여 퀄리티 높은 컨텐츠의 개발이 완료될 때까지
유저들을 기다리게 하다간 현재의 위치가 위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 게임 개발자가 말했던 바와 같이, 유저들이 게임을 접는 데에는 단 2분이면 충분하지만,
게임에 돌아오도록 만드는 데에는 2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컨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 사이에 유저들이 느낄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지속적인 컨텐츠의 개발이 중요한 가치를 갖는 것은 그런 이유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온은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연말에 발표될 3.0에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 편, 유저들이 떠나가지 않도록
꾸준히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고 볼륨이 크진 않았지만 즐길만한 거리를 제공한 2.5 패치와 2.6패치를 진행했다.


또한, 3.0 전에 한 번의 업데이트가 더 남아있다는 의사도 밝혀
어느 정도의 기대감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얼마전 행해진 2.6패치. 과연 다음 패치는 언제일까 ]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쉽게 개발할 수 있으면서도
유저들에게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고, 나아가 지속적으로 소모할 수 있는 컨텐츠일 것이다.


MMORPG 장르에서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컨텐츠는 강화와 PvP이겠지만
이 두 시스템은 게임 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추가나 수정의 과정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좀 더 단순하면서도 몰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부 게임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미니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대체로 미니게임들은 그 형태가 단순하여 추가하기 쉽고 단순한만큼 몰입하기 쉬우며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보상을 부여하기에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아이온에 이런 미니게임이 있다면 어떨까?





왜 하필 미니게임인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담감


아이온은 지난 달 2.6 패치와 함께 연내 2번의 업데이트가 남았음을 밝힌 바 있다.
그 중 한 번의 업데이트는 예전부터 이야기해온 3.0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리고 2/4분기가 지나간 현재 2번의 업데이트가 남았다는 것은
개발 여력을 따져보면 사실상 3.0은 겨울인 11~12월에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한 번의 업데이트로 보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3.0이란 큰 패치를 준비하면서 다른 컨텐츠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에
다음 업데이트 역시 이번 2.6 패치와 비슷한 규모일 것이라 가정해본다면,
과연 그것만으로 3.0까지 유저들을 잡아둘만한 메리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미니게임은, 구현 방식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대체로 간단하게 추가하기 좋을 뿐더러 지속적으로 활용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단순하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부분 역시 매력적이다.
나아가 구조가 단순하기에 다른 컨텐츠보다 개발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임들을 봐도
그 구조나 방식이 크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데, 이는 재미와 복잡함은 전혀 별개임을 반증한다.
MMORPG에 도입 가능한 미니게임 역시 충분히 이러한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형식의 미니게임 추가는,
컨텐츠 추가에 앞서 복잡한 배경 설정이나 연관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지닌다.



[ 유명 스마트폰 게임이 복잡해서 인기 있는 것은 아니다 ]





손쉬운 목적부여


일반적인 미니게임의 경우 반복 플레이의 목적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이온과 같이 MMORPG에 미니게임이 추가될 경우 좀 더 분명한 플레이 목적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꾸준히 해당 컨텐츠를 찾는 환경을 조성하기에 유리한 면이 있다.


특히, 목적 의식을 부여할 수 있다는 부분은
컨텐츠의 생명과 연결되기에 상당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일반적인 미니게임들처럼 점수를 통한 랭킹 대결도 좋고 도전 과제도 좋다.
혹은 물질적인 보상이나 버프와 같은 무형적인 것이 목적이 되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목적들이 유저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되어 장기적인 컨텐츠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임 내 다양한 시스템과 연계 가능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미니게임은 본 게임과 연계하기에도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니게임의 점수를 활용하여 특정한 보상은 준다던지, 미니게임의 결과에 따라
특정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든다던지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물론 미니게임의 결과가 게임 내에 과도하게 작용한다면 불만을 살 수 있어 주의해야할 것이다.



[ 제2 템페르의 뽀삐 구출도 크게는 비슷한 맥락이다 ]





이벤트로 활용 가능


미니게임은 이벤트의 일환으로 활용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모 게임에선 미니게임을 일종의 퀘스트로 분류하여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이벤트처럼 진행하고 경험치를 보상으로 주기도 한다.


미니게임이 일종의 레벨업 이벤트를 대신하는 셈이다.
이렇게 미니게임을 이용한 이벤트는 진행함에 있어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고
진행 방식에도 큰 코스트가 들지 않아 부담이 적다.







다른 게임의 미니게임들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타로트점 시스템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경우, 간단한 뽑기 형식의 미니게임을 도입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특정 NPC에게 일정 게임 머니를 내고 자신의 운세를 점쳐줄 것을 부탁할 수 있으며
결과에 따라 버프나 디버프를 얻는 형식이다.


게임 방식은 매우 간단한 것으로 일종의 뽑기다.
주어진 5장의 카드 중 내키는 것을 고르는 것으로 끝.
방식 자체는 매우 간단하지만 버프의 효과가 좋기 때문에 특정 행동 전에는 일부러 NPC를 만나러 가는 유저들도 있다.


단, 디버프를 얻을 확률도 존재하는데 디버프 역시 그 효과가 크긴 하지만
대부분 효과가 사라질 때 약간의 좋은 효과를 주고 사라지는 형식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형태다.
덕분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버프를 바라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고,
디버프를 얻더라도 다음을 기약하게 된다.


버프를 통해 미니게임의 목적을 부여하는 한 편,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당첨과 꽝 시스템을 이용하여 적당한 수준의 재미를 준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적벽 온라인의 퀴즈 시스템


적벽 온라인에서는 매일 저녁 7시 30분 전 서버에서 퀴즈 이벤트가 벌어진다.
전장이나 던전 플레이중인 유저를 제외하고는 모든 유저에게 시스템 메시지로 참여 의사를 묻는,
서버 이벤트에 가까운 퀴즈 미니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퀴즈 대회 결과는 별도의 수치로 저장되어 언제든지 캐릭터 상태창에서 확인 가능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 비교해볼 수도 있어 자신의 기록을 뽐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같은 서버에서 플레이중인 유저들이 모두 같은 시간대에 같은 문제를 풀다보니 이 시간만 되면 공개 채팅창에서 서로 답을 물어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로 친한 이들끼리 정답을 공유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골탕먹이기 위해 일부러 오답을 말하기도 하는 식의 채팅이 이어진다. 퀴즈를 미니게임 및 이벤트로 활용하였고 그 결과 유저에 의한 2차적인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낚시와 퀘스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미니게임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게임 내부에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손쉽게 확인 가능한 것으로는 게임 내 보조 기술로 포함되어 있는 낚시가 있는데
이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미니게임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물고기를 낚고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부문에 활용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낚시라는 미니게임을 통해서 게임머니를 벌거나
직접 소비하기 위한 소모 아이템을 만드는 등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주말마다 특정 지역에서 벌어지는 낚시 경연대회를 통해 유저들간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미니게임적인 요소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 퀘스트부문이다.
모든 퀘스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일부 퀘스트는
그 진행 방식이 독특하게 되어 있어 레벨업을 위해서 퀘스트를 진행하다가도 새로운 느낌을 받도록 했다.


[ 퀘스트에서 미니게임의 느낌을 주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그러나 퀘스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니게임적 요소는 대부분 1회성인 것들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일일 퀘스트나 무한 반복이 가능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1회 클리어 후 다시 진행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 아이온 상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므로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리니지의 펫 레이싱


리니지에서도 슬라임 레이스, 유령의 집 등 다양한 종류의 미니게임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미니게임 요소가 잘 나타나있는 것은 펫 레이싱으로
방식도 간단하고 보상도 적절하게 설계되어 미니게임적인 요소를 잘 살렸다.


참여를 위해서 별다른 조건이 필요한 것도 아니기에 접근성도 낮은 편이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아이템 역시 계속해서 소모되는 아이템이기에 꾸준한 참여가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또한, 속도를 겨루는 간단한 형식이지만 미니게임 내 랜덤요소도 포함되어
실제 경기는 생각보다 긴장감있게 진행된다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R2의 드라코 레이싱


R2에서는 경마와 비슷한 드라코 레이싱이 존재하여 미니게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답게 방식 자체는 매우 간단하고 직접적인 경주로 진행된다.
속도를 겨루고, 마지막 결승점에 위치한 NPC를 누가 먼저 클릭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정해진다.
1~3위를 차지한 플레이어에게는 게임 내에서 매우 희귀한 아이템이 주어진다.


미니게임에서 게임 내 영향력이 큰 아이템을 상품으루 주는 것은 다소 위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드라코 경주의 보상인 ‘드라코반지’는 기간제 아이템으로 일정 기간 후 사라지기 때문에
서버에 동시에 풀리는 갯수에 한계가 있다.


덕분에 일정한 거래가를 꾸준히 유지하는 편이고 소모품으로 받아들여져
이를 얻기 위한 유저들의 미니게임 참여가 꾸준히 이어진다.







환상유희의 미니게임



환상유희의 경우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미니게임이 들어가 있다.
게임내에 미니게임 모드가 별도로 존재하여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미니게임을 즐길 수 있다.
미니게임의 결과가 본 게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없고 미니게임 자체의 기록으로만 남기에 점접은 적다할 수 있지만
본 게임에 지친 유저들에게 잠시 쉴 틈을 주고 몰입할 것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피로하지 않은 컨텐츠가 필요



이 시간에도 아이온 개발자들은 열심히 컨텐츠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저들 역시 끊임없이 컨텐츠를 소모하고 있다.
소모 속도가 생산 속도를 앞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생산 속도를 억지로 끌어올려봐야 소모 속도 역시 똑같이 증가한다.
대체로 그런 식의 생산 속도 증가는 개발자들에게 여유를 빼앗아 퀄리티가 부족한 양산형 컨텐츠의 생산으로 가능하며
그렇게 탄생한 컨텐츠가 늘 그렇듯 별다른 고민없이 쉽게 소모할 수 있는 1회성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온에 필요한 것은 간단하더라도 1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되도록이면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컨텐츠다.
말하자면 컨텐츠의 본질인 ‘즐길 수 있는 무언가’이다.
유저로 하여금 피로를 느끼게 할 정도의 반복 컨텐츠가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도 임할 수 있는 컨텐츠 말이다.


단순한 형식의 뽑기부터 경주도 좋다.
혹은 특정 신호에 움직이는 등 반응 속도와 관계된 미니게임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즐길 수 있게 나오느냐이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의 미니게임처럼 결과에 따라 적절한 버프를 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특수한 펫이나 아이템, 명예 타이틀 등을 주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런 단순 보상 방식보다는 미니게임의 방식이 게임 결과가 수치화되어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도록 기획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단순한 점수 비교지만, MMORPG의 근본인 ‘경쟁’에 어울리는 만큼
지 않은 유저들의 반복 참여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현도 가능할 것이다.
얼마전 패치를 통해 Nc소프트의 음악 채널링 서비스인 24Hz를
게임 내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도록 Ui가 개편된 바 있는데,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최근 해외 게임 회사 팝캡과 제휴하여 준비중인 팝캡월드를
아이온 내에서 즐길 수 있게 하고 그 결과를 게임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자사의 서비스를 홍보하면서 신규 미니 게임 제작 부담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 팝캡 캐주얼게임의 힘은 이미 지난 CBT때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아이온에서 된다면? ]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은 여가 활동이다. 그렇기에 즐거워야 할 의무가 있다.
3.0 패치에서 아이온은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많은 유저들이 이에 대해서 기대중이다.
하지만 3.0에 대한 기대만으로 기다리기엔 그 변화가 너무 먼 것도 사실이다.
그때까지 단순 반복 컨텐츠만을 즐기기엔 너무 피로하지 않을까.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