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기획 시리즈로 자신의 직업이 가진 애환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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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에서 활을 이용해서 적을 제압하는 직업, 궁성.
아이온 유저에게 궁성의 이미지를 묻는다면 대체로 비슷한 이야길 들을 수 있다.


지속적인 전투 능력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순간 폭딜이 가능한 딜러.
은신으로 다가와 눈 깜짝할 새에 날개를 피게 만드는 직업.



실제로 잘 터진 궁성의 콤보를 보고 있자면 저걸 누가 버틸까 싶기도 하다.
순식간이 뭉텅 뭉텅 빠지는 생명력 바를 보고 있자면 '이렇게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특히 아이온은 상대 진영과 언제 어디서 싸우게 될지 모르는 RvR 게임이고
몬스터들을 상대로 하는 전투와 달리 PvP는 짧은 시간 안에 끝나기 마련이기에
누적딜 보다는 순간적으로 높은 딜을 뽑을 수 있는 딜러들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궁성은 확실히 대단한 직업이지만
실제로 게임 내에서 갖는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궁성을 구하는 파티도 많지 않을 뿐더러 인구 비율도 높다고 말하긴 힘든 수준.
현재 아이온 내에서 궁성의 PvP가 독보적인 위치인가 하면 그렇게 말하기도 어렵다.


[ 아스칼론 서버 천족 어비스 순위창, 전체 300명 중 궁성의 숫자는 고작 17명. 약 5~6%인 셈 ]




아이온을 즐기는 타 직업 유저들과 이야기를 해보아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평을 받는 궁성이것만, 무엇이 이들을 소수로 만들었을까.
'아무도 몰라주는 내 직업의 애환' 6편, 궁성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력한 침묵, 강습, 파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궁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순간 딜러'다.
매우 짧은 시간안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을 폭풍같이 쏟아내고 적을 잡아내는 직업이 그들이다.
궁성이 갖은 대부분의 스킬은 그런 플레이 스타일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그중 으뜸은 역시 침묵 화살과 함께하는 강습 화살 + 파열 화살 콤보일 것이다.
다양한 상태 이상과 함께하는 폭발적인 대미지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궁성을 직접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강습, 파열 화살 콤보가 분명 위협적이긴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스킬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스킬의 대미지 계산식이 랜덤에 기반한다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랜덤 확률에 기반하기 때문에 낮게 뜨는 상황이 있다면 높게 뜨는 상황도 존재할 터.
자신이 원하는 때 원하는 대미지를 낼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아쉬울 수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대미지로 이득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아스칼론 서버 궁성과 인터뷰 중. ]




하지만 일반적으로 PvP시에 내가 조정할 수 없는 부분은 위험 요소가 되기 마련이다.
이 변덕스러운 상황이 중요한 순간에 일어날수록 위태한 상황이 올 수 밖에 없고
궁성의 생존력은 특히 낮은 편에 속하기에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 스킬을 외면하기에는 궁성의 전투 스타일이 문제가 된다.
전투가 길면 길 수록 위태해지는 궁성의 특징상 스킬 하나가 아까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보호구 정도는 있어야죠



원거리 공격에 특화되어 있는 궁성은 기본 생명력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같은 직업군인 살성은 물론이고 사슬이나 로브 클래스와 비교해도 애매한 수준.
타 직업군과 맞상대를 할 경우 맞으면서 싸우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다.


[ 높다고 하기엔 힘든 궁성의 생명력 ]




비교적 낮은 축에 속하는 생명력을 원거리 공격 스킬들로 거리를 유지하고
이동 속도 증가와 관련된 스킬들로 이를 보조하는 식으로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바람의 질주나 바람의 활력, 올가미 화살, 퇴보 베기, 퇴각 베기 등
모두 이러한 스타일의 플레이를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스킬들이다.



하지만 실제 게임 내 상황은 조금 다르다.
궁성이 최고의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 사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10~15미터이고
이는 동시에 다른 근접 캐릭터들이 늘어나는 무기로 얼마든지 이득을 볼 수 있는 거리기도 하다.



호랑이을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의 동굴로 들어가야 하듯이
적을 잡기 위해서 적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궁성의 낮은 생존력이 바로 그것이다.



클래스 특징상 기본 방어력과 생명력이 낮은 궁성이,
아무리 적을 잡기 위해서라지만 적의 사정거리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거기서 살아나올 방법은 더욱 불분명하다. 들어갈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라는 것이다.


서로 최고의 공격력을 낼 수 있는 사거리라면
싸움의 승패는 누가 상대를 먼저 죽이느냐에서 갈리게 되어 있다.
자연히 물약이 있는 사람, 생존기가 있는 사람, 상대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공격 능력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거리를 벌리려고 해도 쉽지 않다.
아이온은 모든 직업들이 적어도 하나쯤 멀리서 상대를 봉쇄할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적의 사정거리에서 싸우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문제는 이 때 궁성이 할 수 있는 것은 맞으면서 거리를 벌리려고 도망치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판금 클래스의 균형의 갑옷, 수호성의 이중, 검성의 생존자세,
마도성의 철갑화, 정령성의 대역, 치유성의 충격 해제에 이어지는 보호막,
호법성의 보호진, 살성의 은신2 혹은 그림자 분신, 그림자 보행 등,
다른 직업들은 모두 고유한 생존기를 가지고 있지만 궁성에겐 그러한 것도 없어 더욱 그렇다.



퇴보 베기를 활용하여 거리를 벌리는 것도 쉽진 않다.
이 스킬을 사용하는 상황 자체가 이미 상대에게 상당한 대미지를 받는 상황이고
실질적으로 PvP가 벌어지는 곳은 몬스터가 존재하는 필드라서
상대 진영 유저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더라도 몬스터의 애드를 면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궁성에게도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궁성만의 생존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찰자의 집중 회피가 아닌 궁성의 생존기 말이다.





전체 생명력이 낮다보니 광역 공격을 사용하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도 유독 주의해야하고
찬트라 드레드기온이나 상대 진영과 다수 대 다수의 결전을 치를 때에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어쩔 때에는 쉽게 잡을 수 있다는 인식때문에 위협적인 치유성이나 호법성, 정령성들보다 먼저 노려지기도 한다.




난 궁성, 하지만 활솜씨는 다들 비슷?



아이온의 일부 무기에는 무기에 부여된 고유한 상태이상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창과 대검, 법봉에 부여된 넘어뜨리기이고 활의 밀려남이 그것들이다.
자신이 사용 가능한 무기에 특수 효과가 붙어 있는 셈이니 당연히 기뻐해야겠지만
궁성으로 플레이를 하다보면 이 부분에서도 살짝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창과 대검은 판금의 고유 무기다.
법봉은 사슬 계열의 고유 무기이지만 치유성이 법봉을 들고 평타를 치진 않으니
사실상 넘어뜨리기의 수혜를 받는 사람은 검성, 수호성, 호법성 정도.


이에 비해 활은 검성, 살성, 궁성이 사용 가능하다.
활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궁성 외에도 부가적으로 이용가능한 무기인 것이다.
세 직업 모두 치명타에 신경을 쓰는 직업이기에 이 상태 이상 효과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궁성의 입장에선 조금 너무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밀려남은 궁성이 아닌, 에 부여된 상태이상이다.
대검과 창, 법봉의 상태이상 역시 각 직업이 아닌 무기에 부여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 무기들은 해당 직업 외에는 사용하지 않기에 사실상 고유 능력에 가깝다.


처음부터 이렇게 설계되어 있었기에 수정을 주장할 마음은 없지만
사실상 고유 무기에 가깝게 설계를 해두고서 효과는 다들 볼 수 있게 해두었다는 것에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 활만 사용가능하다면 누구나 기대할 수 있는 효과 ]








이 외에도 꾸준히 마셔야 되는 물약에 대한 부담이나 도핑에 대한 부담,
순간적인 딜링은 높지만 지속적인 누적 딜링은 높지 않아 파티하기 어려운 부분,
실제 전투 환경에 활용하기 어려운 덫 스킬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거리 딜러지만 실질적으론 근거리에서 더욱 강한 직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력은 높지 않아 항상 고민하는 직업.
활은 멀리서 사용하는 무기라는 고정 관념 때문인지,
원거리와 근거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좀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사실 아이온에서 PvP 밸런스라는 부분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PvP를 통해 아이템 구매가 가능하고 그것으로 순위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남이 가진 것이 커보이고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해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게시판에서 서로의 스킬들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집중의 기원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균형의 갑옷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대역을, 또 다른 누군가는 라이칸을 말할 것이다.



그 중 누구의 말이 옳다고 검증하긴 어렵다. 입장이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반대로 누구의 말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어렵다. 앞의 것과 같은 이유에서 말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부러움도 누군가에게는 불만이라는 것,
그리고 당신의 불만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이라는 것이다.



[ 당신이 사기라고 말하는 그 스킬만큼 당신의 스킬도 좋다 ]




※ 아이온을 즐기는 8개의 직업 모두 저마다의 애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직업의 이야기를 듣는 기사다보니 타 직업분들이 보시기에는 다소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류의 기사를 통해 서로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에는 마도성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마도성의 애환을 이야기해주실 분 계신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




Inven Roii
(Roi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