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이 즐거운 금요일 오후,
기사 소재를 찾아 티아마란타를 돌아다니던 기자에게 유저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잉기 깡패 좀 어떻게 해주세요. 퀘를 못하겠어요."
"겔크마로스에 깡패가 있어요. 못살겠습니다."



응? 이게 무슨 소린가..현실세계도 아닌 온라인 게임상에 깡패라니?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제보를 해준 유저를 찾아가 자세한 사정을 들어봤다.



◆ 제보자 1

특수 작전부에 가입돼있는 전 퀘스트를 꼬박꼬박 하는 버릇이 있어
잉기스온 방어작전이든 겔크마로스 침투 작전이든 모두 챙겨서 하는 편입니다.
요즘 유독 겔크마로스 침투 작전 퀘스트를 많이 받아
소테리아 마을에서 바람길을 타고 회랑을 가는 일이 많아졌죠.


별생각 없이 바람길을 타고 가다 보면 어디선가 들리는 애드소리.
죽고 나서 보면 다른 곳으로 뛰어가는 발론의 뒷모습을 볼 수 있죠.


한두 번도 아니고 파슈(파슈만디르 사원)를 가려다가도 발론한테 죽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요새 쪽으로 공간이동을 한 후 회랑을 가려고 해도 애드 범위는 또 어찌나 넓은지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지나쳐 가려고 하면 저 멀리서 절 보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뛰어옵니다.
이거 어떻게 안되나요?


◆ 제보자 2

평소에 쟁을 좋아하는 편이라 간만에 마족 지역인 겔크마로스로 넘어가 PVP를 즐기려고
키스크를 설치한 후 주문서 도핑을 하고 싸울 준비를 마치고 내려갔습니다.


이제 쟁좀 해볼까 하는데 어디서 띠딩 소리가 나더군요.
멀리서 나타라즈가 다리를 절며 뛰어오는데 이건 무슨 호러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풀버프를 쓰면 아이온에서 젤 빠르다는 궁성을 하는 저로서는 도망가면 되지 하며
젤리를 먹고 라이칸 변신과 동시에 바람의 질주를 사용해 풀 이속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하지만 10초, 아니 더 짧았던 거 같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따라잡혀 서너대 맞고 죽더군요.
어찌나 어이없고 황당하던지. 그렇게 겔크 넘어간 지 10분 만에 쟁접고 다시 넘어왔습니다.



발론과 나타라즈라 하면 발견되자마자 천마족 모두 혈안이 돼서 잡아대던 그 네임드 몬스터 아니던가?
그런데 왜 이런 몬스터들이 잉기스온과 겔크마로스를 활보하고 돌아다니며 유저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건지,
상황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유저에게 천족 궁성 캐릭터를 지원받아 직접 확인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일단 잉기스온 소테리아 마을로 가서 바람길을 타고 발론이 자주 나타난다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람길이 끝남과 동시에 어디선가 울리는 애드소리와 함께
무언가에 3대 정도의 타격을 받고 흑백화면을 보게 된 기자.



[ 너였냐...-_- ]



뭔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는 발론이 기자를 죽였고
이렇다 할 반항 한번 못해본 채 차가운 바닥에 날개를 펴고 누웠다.



[ 견딜 수가 없다.ㄷㄷ ]



짧게 이뤄진 급 만남에 충격을 받아 멘붕의 세계를 여행하던 기자.
그때 바람길을 타고 날아와 한 마리 나비와 같이 발론의 애드따위를 무시하는 유저를 발견.
닉네임을 기사에 실어달라는 조건을 걸고(공짜는 없단다..) 애드가 나도 살 수 있다는 곳의 정보를 획득했다.



[ 바로 이곳에 올라오면 살 수 있다고 한다. (기자는 3번 만에 성공했다.-_-v) ]



활강을 통해 멋지게(?) 이곳에 안착한 기자 앞에 역시나 발론이 째려보며 서 있었다.
다행히 이번엔 무섭게 째려보고 화만 내더니 그냥 돌아간다.



[ 저...저기 진정 좀 하시죠. ]




정체를 파악해 주마!

이 녀석들이 왜 이렇게 문제가 되는 것일까?

유저들의 말에 따르면 백금 일일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한쪽 요새의 퀘스트를 완료한 후
반대편에 있는 요새로 가기 위해서는 딱히 달려가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경로를 발론과 나타라즈가 지키고 있어 곤란을 겪고 있고
또한,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자칫 애드가 나면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끔 버그인지 은신한 상태로 유저들을 괴롭힐 때도 있다고..)



이제 기자로서의 본분을 발휘할 시간.
발론의 애드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이동 경로는 어떻게 되는지 파악해 보기로 했다.



애드 범위를 확인해 보기 위해 가깝게 접근해 발론을 클릭해 보았지만
보통의 몬스터들은 대상을 클릭하면 레이더에 애드 범위가 표시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발론의 애드범위는 레이더 상에 표시되지 않았다.



[ 도대체 넌 정체가 뭐냐. ]



별수 없이 애드범위를 알아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발론에게 달려들었다.
그 결과 발론의 애드범위는 42m 내외라는 중요한 정보를 알아냈다.



[ 다음 장면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D ]



애드 범위를 확인한 후 거리를 유지하며 발론의 이동 경로를 알아낼 수 있었고,
같은 방법으로 겔크마로스에 있는 나타라즈의 이동 경로도 확인해본 결과
두 녀석 모두 요새에서 요새로 이어지는 길목 위주로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발론은 그나마 양반? 나타라즈의 이동범위는 정말 넓다. ]



종합해 보면 유저들이 주로 이용하게 되는 곳인 실렌테라 회랑 입구와
한쪽 요새에서 반대편 요새로 이동하는 길목 위주로 돌아다니며,
애드범위는 42m 내외, 애드가 나게 된다면 엄청나게 빠른 이동속도로 따라오며
데미지 또한 굉장히 강력해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
을 얻었다.
(뭔가 씁쓸한 결론이다...)



[ 한쪽 팔이 무거운 나타라즈는 다리를 절며 돌아다닙니다. 하하.. ]




자유의 몸이 된 발론과 나타라즈.

그냥 잡아버리면 그만 아닌가? 라는 의문을 품은 기자는
왜 요즘 유저들이 발론과 나타라즈를 이렇게 방치해두는지
주변에서 백금 일퀘를 진행 중인 유저들에게 직접 물어 이유를 알아봤다.


◆ 유저1

발론이 주는 악세 예전에나 좋았지 요즘 나온 악세가 훨씬 좋잖아요.
요즘 필수 옵션인 마법상쇄 옵션도 없는 55렙제 밖에 안 주는 걸 누가 잡아요.


◆ 유저2

요즘 티아마란타에서 잡는 네임드 몬스터들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아이템 말고도 높은 강화석도 드랍해요.
아이템을 못 먹더라도 강화석하나정도 챙겨가면 헛고생한 건 아니니 기분도 좋구요.

근데 발론이나 나타라즈는 주는 게 너무 없어요.
잡는데 한팟정도면 되는 것도 아니고 1포스 남짓 모여야 공략 가능한데
기껏 고생한 것에 비해 얻는 게 없으니 사람들이 안 찾게 되는 거죠.


◆ 유저3

전문적으로 네임드만 잡으러 다니며 게임을 즐기는 저지만
일단 발론과 나타라즈는 공략하는데 인원수나 시간이 많이 들어요.
퀘하러 가는 분들, 파슈가는 분들이 저보고 좀 잡아달라고 요청 하실 때마다
이벤트성으로 잡아보려고 포스모집을 해봐도 사람들이 참여를 안 하더군요.
애드범위를 줄여주던지, 한곳에 고정으로 세워두던지 패치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저들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1포스 내외의 인원이 공들여 잡아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잘 나와봐야 55레벨 제한 영웅 액세서리 한 개 정도인 발론과 나타라즈.



[ 잘 나와봐야, 이 중 한 개가 드랍된다. ]



티아마란타에 존재하는 네임드 몬스터 중 발론, 나타라즈와 비슷한 등급인
사령관 수나야카, 거대한 크라디, 마력의 결정체 아비타스, 황금의 타타르, 전능한 드바림 등은
기본적으로 영웅 등급의 아이템을 제외하고 많은 수의 높은 레벨 강화석을 드랍해
함께 고생한 포스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



[ 마력의 결정체 아비타스 - 파시메데스 서버 '꽃띠'님의 공홈 게시글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



하지만 이들에 비하면 발론과 나타라즈는 보상이 적은 편이고
일단 레벨제한이 풀리기 전인 55레벨 액세서리를 드랍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저들이 멀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유저들에게 점차 외면받게 되면서 자연스레 자유의 몸(?)이 됐고
문제는 위에서 밝혔듯 이 두 녀석의 이동 범위가 상당히 껄끄러운 위치인 탓에
유저들의 왕래가 많이 줄어든 지역이긴 하지만 상당수의 유저들이
이 두 녀석들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데바발언대에 꾸준히 올라오는 유저들의 패치 건의 ]



[ 분노의 글쓰기 1 ]



[ 분노의 글쓰기 2 ]




물론, 현 상황에서 백금 일일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이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유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를 수정할 시간과 자원을 신규 컨텐츠 개발에 투자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컨텐츠 보수는 유저들과 개발사간의 신뢰 문제로 봐야한다.


흘러가버린 컨텐츠더라도 누군가 즐기고 있는 유저가 있다면,
여기에 관심을 갖고 유저들이 편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개발사.
아이온이 앞으로도 계속 지금같은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닐까.




[ 올여름을 강타할 본격 서스펜스 호러 무비 - 나타라즈와 함께한 금요일.avi ]




※ 발론이랑 나타라즈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요? :D



Inven Vand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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