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랜드'의 핵심 개발자이자 공동 창업자인 '요하네스 뷔오리넨(Johannes Vuorinen)]

앱스토어에서 본 '배드랜드'의 첫인상은 그렇게 눈에 띄는 작품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은색과 그 외 단색으로 이루어진 그래픽은 이미 '림보'라는 걸출한 작품이 대중화시킨 뒤였으니까. 이후 모바일 플랫폼, 인디 게임 중에서 이러한 그래픽 스타일을 채용한 작품이 많았기에 '배드랜드' 역시 이와 같은 아류작 중 하나일 것이라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게임을 즐겨본 뒤 이러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픽 방식은 같았으나 '배드랜드'의 게임플레이는 완전히 신선했다. 터치만으로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도록 유도한 조작 방식은 깔끔하고 정교했으며, 세기말적 분위기와 비평을 담은 배경 스토리도 흥미를 돋궜다.

단 2명의 개발자가 모여 설립한 '프로그마인드(Frogmind)'의 작품, 대부분의 작업을 집에서 진행했고, 자체 마케팅만으로 승부한 '배드랜드'는 앱스토어 입성 1주 만에 10만 장 판매라는 성과를 거둔다. 또 2013년 상반기 출시된 iOS 게임 중 최상위권의 리뷰 점수를 획득할 정도로 비평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다.

독일 퀼른에서 개최된 GDC 2013(게임 개발자 컨퍼런스)현장에서 '배드랜드'의 핵심 개발자이자 공동 창업자인 '요하네스 뷔오리넨(Johannes Vuorinen)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배드랜드'의 프로그래밍과 게임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는 '배드랜드'의 전체 개발과정을 돌아보며 인디개발 환경에서 어떤 선택과정과 노력을 통해 배드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었는지 설명했다.





요하네스가 소속된 '프로그마인드'는 2012년 4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설립된 작은 개발사다. 전 레드링스(Redlynx)소속 프로그래머와 아티스트가 만나 세워진 이 회사는 '자신의 힘으로 멋진 터치 기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또, 100% 인디 개발 체제를 고수하되 투자자, 퍼블리셔 없이 게임 경험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것을 지향했다. 게임 개발자라면 한 번 쯤 생각해 볼 만한 생각이었고, 그들은 과감하게 도전했다.

[▲2012년 4월 설립된 프로그마인드]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프로그마인드 팀원들은 게임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으며, 매체 연락처, 플랫폼 관계자를 아는 것도 아니었다. 또, 게임 마케팅에 관해선 어떤 경험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요하네스는 "우리의 문제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그마인드는 각 멤버가 5년의 실제 게임개발 능력이 있었고 인디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또, 핀란드 인디 개발사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일단 좋은 게임이라면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잘 팔릴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멋진 인디 게임을 만드는 몇 가지 노하우를 현장에서 공개했다. 그가 언급한 팁은 다음과 같다.

1. 개발 과정에서 정보를 흘려라


게임에 대해 어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방법이 있다. 블로그를 통해 두 명의 베테랑 개발자가 인디 게임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고 발표하고, 최초 게임 공개까지 18일 남았다는 카운터를 표시했다. 그러니 여러 매체에서 알아서 기사를 써 주었다.



2. 대부분 오픈해라.


게임 개발 초기에 해당 게임에 대한 정보를 조금씩 흘렸다. 개발 과정, 철학, 에피소드를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는 방식을 취했더니 제깍제깍 이슈가 됐다.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개발에 꼭 필요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었다.



3. 정말 잘 다듬어진 게임플레이 비디오를 공개하라.


정말 게임이 멋진 단계까지 왔다 싶으면 게임플레이 비디오를 선보이는 게 좋다. 단, 손으로 터치하는 장면까지 들어간 플레이 영상을 공개해야 된다. 이는 실제 조작 방식까지 보여줌으로써 게이머들에게 큰 관심을 끌 수 있다.



4. 모든 경진대회, 행사에 본인의 게임으로 참가해라.


참가한다고 해서 개발사가 잃을 건 없다. 실제로 본선에 올라가거나 상까지 받게 된다면, 게임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 프로그마인드의 경우, 배드랜드 출시 이전 버전으로 많은 게임 행사와 컨퍼런스, 경진대회에 참가했었다.



5. 출시 전 새로운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보여주되, 모든 카드를 꺼내지 말라.


두 번째 게임플레이 영상 및 첫 번째 멀티플레이 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하는 게 좋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일정 텀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제작하는 게임에 대한 관심도를 꾸준히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까지 전한 요하네스는 "가장 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뭐니뭐니해도 정말 멋지고 독특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했다. 대중의 니즈와는 별도로 자신의 비전을 믿는 게 중요하며, 피드백은 받되 철학은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또, 게임플레이는 정말 누가봐도 훌륭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완벽해질 때까지 다듬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언급했다.

[▲유니크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부분유료화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그는 말했다. 이는 유저가 느끼는 게임 경험에 어느정도 타협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추가적인 작업도 필요하다. 추가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유료게임 모델을 채택하면 심플하기는 하지만 이를 해내기 위해서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했다고.

"유료게임 모델을 하기 위해서는 앱 아이콘, 게임 이름, 스크린샷, 설명에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모든게 어우러져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정말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야 하죠"


프로그마인드는 2인 인디개발팀으로 무조건 게임 경험이 최고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배드랜드'가 그저그런 부분유료화 게임 중 하나로 취급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요하네스는 '배드랜드'가 유료게임 방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하며, 판매 가격은 게임의 퀄리티를 의미한다고 이야기했다. 출시 전, 그는 일반적인 앱스토어 등록 게임 가격과 마찬가지로 아이패드는 4.99달러, 아이폰은 2.99달러로 '배드랜드'를 선보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출시 일주일 전, 자신들의 작품을 유니버셜 앱(어떤 버전을 구입해도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 사용 가능한 앱)으로 출시하기로 마음을 돌렸다. 결국 4.99와 2.99를 더한 뒤 2로 나누어 3.99달러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솔직함을 잃지 않았던 요하네스는, 자신이 '배드랜드'를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의 핵심을 다시 한 번 짚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멋지고 독창적인 인디 게임은 유료게임 모델로도 앱스토어에서 충분히 잘 팔릴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한 것처럼 출시 이전부터 게임에 대해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피드백은 받되 너무 많이 반영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비전을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