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8일. 인텔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프로리그 경기에서 STX를 만난 KT는 주성욱이 올킬을 기록하며 임팩트 있는 경기를 선사했다. 연이어 신흥 강팀 EG-TL과 전통의 명가 SK텔레콤 T1이 격돌했다. 양 팀은 선봉부터 정명훈과 박진영을 내보내며 불꽃 튀기는 한 판 승을 예고했다.

결과는 역시 치열했다. 선봉인 박진영과 중견인 어윤수가 나란히 2킬씩 주고받으며 한 치의 양보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여기서 EG-TL은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1월에 뒤늦게 로스터에 참여하여 이렇다 할 성적이 없던 김동현을 승부의 분수령이 될 5세트에 출전시킨 것.

도박과도 같았던 김동현의 기용은 대박을 터트렸다. 2킬을 달리던 어윤수를 침묵시켰고, SK텔레콤 전력의 중추인 정윤종마저 패퇴시키며 EG-TL의 승리를 굳혔다. 12월에는 로스터에 아예 없던 선수가, 그 마저도 프로리그에서 첫 승을 거두지 못한 선수를 앞세워 백전노장의 SKT를 침몰시켰다. EG-TL 코칭스테프의 노련한 선수 운용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1set SKT_Fantasy 정명훈 패 : 승 JYP 박진영 묻혀진 계곡




백중세? 착각하지 마, 난 멀티가 한 개 더 있어.

양 선수 무난히 앞마당 멀티를 성공한 이후 이렇다 할 교전없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서로 의료선 드랍과 광전사 난입을 통한 견제를 한 수씩 교환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박진영이 먼저 멀티를 한 개 앞서나가며 자원력에서 우위를 유지했다.

이윽고, 박진영의 차원분광기 러시기 정명훈의 앞마당 일꾼을 타격하며 경기의 흐름은 급격히 빨라졌다. 박진영이 고위 기사를 드랍하며 일꾼 견제를 벌이자 정명훈은 주력병력 전부를 프로토스의 앞마당 공략에 보냈다. 그러나 이 교전에서 바이킹이 거신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했고, 결국 테란이 대패하는 결과가 벌어지며 박진영이 승기를 잡았다.

이후 박진영은 퇴각하는 테란의 잔여 병력을 뒤쫒았고, 기어이 모두 궤멸시키며 정명훈에게 승리를 받아냈다.


2set SKT_Ssak 최호선 패 : 승 JYP 박진영 네오비프로스트




이것이 꽉 짜인 전략! 최호선은 손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박진영의 짜임새있는 공격에 최호선은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최호선은 전형적인 1/1/1 체제로 밴시를 통해 이득을 본 후 시작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박진영은 전진 관문 빌드를 준비, 초반에 모든 것을 걸었다.

박진영이 준비한 것은 단순히 전진 관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진 관문을 성공시키고 그 이후의 교전에서 박진영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테란과의 외줄타기 교전끝에 입구를 돌파한 박진영은 어느 새 최호선의 뒷마당 지역에 수정탑을 건설해 놓았다. 최호선은 정면을 신경쓰기도 벅찬 마당에 자신의 뒷마당에서 소환된 추적자를 보자 전의를 상실하고 항복을 선언했다.

이로써 EG-TL은 박진영을 앞세워 2킬을 기록, 강팀 SKT를 상대로 선전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 박진영도 올킬을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 되었다.


3set SKT_soo 어윤수 승 : 패 JYP 박진영 네오칼데움




어윤수, 상대 의도 유연히 대처하며 박진영 잡고 역전의 발판 마련

박진영은 불사조와 공허포격기를 생산하며 저그를 위축시킨 뒤 관문을 다수 늘리는 운영을 준비했다. 어윤수도 감시군주를 밀어넣으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듯 했다. 그러나 본진안에 들어간 감시군주가 숨겨지은 관문 3기를 못보면서 프로토스의 체제를 오판했다.

하지만 상대의 파수기를 끊어내며 시간을 번 어윤수는 상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곧바로 병력을 다수 생산했고, 파수기에 피해를 입고 역장이 부족해진 박진영은 결국 멀티를 따라가는 선택을 하며 어윤수가 점차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 되었다.

어윤수는 가장 위험한 타이밍을 무사히 넘겼고, 남은 것은 승리를 받아내는 일 뿐이었다. 어윤수는 감염충이 완성되자 바퀴와 저글링을 충원하여 프로토스의 앞마당을 맹공했고, 그대로 승부를 굳혔다.

이로써 박진영의 2연승을 어윤수가 끊어내고 역전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4set SKT_soo 어윤수 승 : 패 EG_ThorZaIN Marcus Eklof 네오알카노이드




토르제인의 타이밍 러시 막아내는 어윤수의 수비력!

2킬을 달리는 어윤수를 막기 위해 토르제인이 출전했다. 그러나 행운은 어윤수에게 좀 더 따랐다. 어윤수는 한 번에 상대의 본진을 정찰하는데 성공했고, 상대에 맞춰 유연하게 플레이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토르제인은 이 사실을 모른 채 해병을 꾸준히 모으며 저그가 무리군주 직전 취약한 타이밍을 노리려 했다.

하지만 어윤수가 선택한 것은 저글링-맹독충-뮤탈리스크로 이어지는 뮤링링조합. 시간이 많지 않은 토르제인에게는 비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토르제인은 어윤수의 본진으로 향하는 입구를 공략했고, 여기에서 맹독충에 의해 쌓아놓은 해병 거의 전부를 내주고 말았다.

이후 토르제인에게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승기를 잡은 어윤수는 뮤탈리스크와 저글링, 맹독충을 계속 충원했고, 재공격을 감행한 토르제인의 병력마저 막아내면서 승리를 따냈다.

어윤수가 토르제인까지 막아내며 2승을 기록,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되었다.


5set SKT_soo 어윤수 패 : 승 EG_Revival 김동현 구름왕국




일벌레의 수가 승부를 갈랐다. 김동현, 운영으로 어윤수 3승 좌절시키며 승리를 눈 앞에!

양 선수 모두 멀티를 빠르게 가져간 이후 맹독충과 바퀴를 생산했지만, 공격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테크를 올리는데 집중했다. 감염충과 바퀴 다수까지 모든 것이 비슷한 운영이었지만, 일벌레의 수에서 차이가 있었다.

서로 대치상황인듯 보였으나, 미세한 일벌레의 수 차이로 인해 김동현의 자원수급이 보다 앞선 상황에서 먼저 제3멀티를 가져가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와 동시에 수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세를 취하며 어윤수를 밀어붙였다. 일벌레의 차이가 그토록 극복하기 힘든 것일까? 강공에 어윤수는 한 발, 두 발 뒤로 물러섰고 결국 자신의 앞마당 지역까지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마당 지역에서 막느냐 뚫리느냐의 사투가 벌어졌고, 어윤수는 모든 바퀴를 동원해 막으려 했다. 그러나 김동현의 물량이 훨씬 많았다. 결국 여왕과 일벌레가 공격 받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결국 어윤수의 3승은 김동현에 의해 좌절되고야 말았다.


6set SKT_Rain 정윤종 패 : 승 EG_Revival 김동현 안티가조선소




무리군주가 나오느냐 마느냐, 버텼다. 그리고 이겼다. 김동현이 오늘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양 선수 무난히 멀티를 성공한 이후 정윤종은 불사조를 다수 생산하며 저그를 견제하고 거신체제의 위용을 갖추려 했다. 반면 김동현은 바퀴에 감염충이 아닌 히드라와 타락귀를 추가했고, 프로토스와 교전을 벌이며 다수의 거신을 잡아냈다. 김동현은 감염충을 추가하기 위해, 정윤종은 거신을 복구하기 위하여 전장은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 김동현의 무리군주 타이밍이 다가왔다. 정윤종은 센터 멀티를 파괴하며 공세를 올렸고, 무리군주가 생산되기 직전에 타격을 입히려 했다. 그러나 김동현의 호수비속에 무리군주가 등장하고 말았고, 저그의 최종조합이 완성되면서 김동현이 승기를 잡았다.

정윤종은 무리군주만 막기 위해 그토록 맹공을 가했지만 상대가 버티는데 성공하면서 자신의 자원줄은 말라버리고 말았다. 집정관도, 모선도 없는 상태에서 저그의 최종조합은 매서웠고 결국 항복을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이로써 EG-TL은 강팀 SK텔레콤을 상대로 박진영과 김동현히 나란히 2킬을 기록하며 귀중한 1승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