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2의 각 영웅들은 다소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게임 내에서 좀 더 잘 어울리는 역할이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중, 후반 폭풍 성장을 통해 1:5 상황도 해결하는 하드 캐리라던가, 다른 영웅들을 위해 라인을 포기하고 정글 크립을 잡아서 레벨업을 도모하는 정글러의 존재는 AOS 장르를 플레이해 본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익숙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알려진 역할 외에도 전체적으로 아군을 케어하며,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서포터라는 존재도 상당히 중요한데, 상대방을 쓰러트리거나 경기를 주도하는 등 결과가 직접 보이는 것은 아니라서 주목받지 못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런 서포터는 잘만하면 1.5인분 이상의 전력이 되는 매력적인 포지션이기 때문에, 어떤 장점이 있고,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최근 인벤 교육 방송으로 얼굴이 많이 알려진 MVP 마피아 선수와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마피아 선수가 주로 플레이하는 포지션과 선호하는 영웅은 뭔가요?


대략 80~90% 정도 서포터를 플레이하기 때문에 주력 포지션은 서포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프로 선수분들도 팀 내에서의 포지션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는 한데, 전략이나 상황에 따라서 변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호하는 영웅의 경우 그림자 악마를 좋아했는데, 너프가 되면서 예전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고, 최근에는 상대의 스킬을 빼앗아 전략적으로 사용 가능한 루빅이나 자연의 예언자를 선호합니다. 실제로도 많이 픽 되는 영웅이기도 하고요.


특히 자연의 예언자는 이번 TI 2013 대회에서 크립 학살자라는 별명이 붙은 불독 선수가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화제가 됐고, 그만큼 영웅의 인기도 더 높아진 거 같습니다.




▲ TI 2013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준 불독 선수의 자연의 예언자!




서포터라는 포지션의 장점이나 단점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개인마다 플레이 스타일이나 선호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캐리 역할 보다는 운영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게임이 벌어질 판을 깔아주는 역할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게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흐름이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서포터가 앞장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캐리 같은 경우 영웅이 강력해지기 위한 아이템을 구매하기 전까지는 파밍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해서 지루하게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 적의 견제와 크립 막타! 두 가지 모두 신경 써야 해서 부담되거나,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반면 서포터는 맵 여기저기를 체크하면서 앞으로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거나, 손해가 아닌 이득을 보기 위한 견적 계산 및 다른 라인을 지원하는 등 유동적이라, 이런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은근히 서포터들의 초반 스킬 데미지가 높은 편이라서 견제를 통해 같은 라인 아군에게 킬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 파밍에 대한 압박이 없으므로, 다른 라인을 지원해 상대편 영웅 킬을 노려볼 수 있다!


단점으로는 게임 중반을 넘어가면, 사실상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안 그래도 생명력과 방어력이 좋지 않은데, 여기에 아이템 수준까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칫 "스킬 몇 개라도 쓰고 죽자!"라는 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또한 대회에서도 킬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아슬아슬한 명장면들을 많이 연출하는 캐리들과 달리, 서포터는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기 때문에 뭔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 가겠다는 플레이 스타일의 유저에게는 크게 매력적인 포지션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럼 초반, 중반 이후, 한타 상황에서 서포터가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초반에는 같은 라인의 영웅이 안정적으로 파밍할 수 있도록 보조하면서, 의외로 강력한 초반 스킬들을 연계하여 킬 기회를 제공하는 운영이 중요합니다.


물론 항상 맵을 주시하며 상대편 영웅의 이동 상황이나 아군 라인이 밀리는지, 아니면 압박하고 있는지 등 분위기 파악은 필수입니다.




▲ TI 2013 우승을 결정지은 귀환 방해 장면!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중반 이후나 한타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오래 살아 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리 선정이 가장 중요한데, 어중간하게 피해있거나 상대방 영웅 스킬에 노출되기 쉬운 위치에 있을 경우, 그야말로 삭제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급사할 수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여기에 한타를 시작하는 역할의 상대 영웅이나 핵심 영웅의 움직임을 주시하여, 효율적인 CC 스킬 지원을 통해 방해하거나 묶어두는 침착함까지 있다면, 서포터로 할 수 있는 최상의 플레이를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서포터를 플레이하며 가져야 할 중요한 마인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절대로 포지션에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도타2의 경우 서포터라고 해서 무조건 후방 지원만 하는 약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가끔 팀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일념으로 캐리의 역할까지 넘보며, 파밍에 열을 올리는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물론 팀 구성이나 상황에 따라서 유효한 전략이고,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같은 라인에 하드 캐리가 있음에도 무조건 자신 위주의 파밍을 하는 것은 승리를 위해서 좋은 자세는 아닙니다.


따라서 아군의 성장을 돕고, 다른 라인의 빠른 백업 및 로밍을 통해 지원하며 팀을 전체적으로 케어한다는 마인드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며, 맵 전체를 살피는 리딩 실력이나 팀을 위한 희생정신도 필요합니다.




▲ 내가 죽더라도 팀의 주요 전력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은 서포터에게 중요하다!




일반적이진 않아도 한 타 기여도가 높거나,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서포터 영웅이 있다면, 소개 좀 해주세요.


우선 공방에서 보기 쉽지 않은 에니그마라는 영웅이 있습니다.


에니그마는 빠른 파밍 속도로 정글을 돌기에 매우 좋은 영웅이지만, 대상을 기절시키는 CC 스킬과 한타 기여도가 높은 블랙홀[R], 밤의 파동[E] 등을 보유하여 서포터로서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 영웅은 궁극 스킬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다른 일반적인 서포터 영웅에 비해 효율이 안 좋기 때문에, 어느 타이밍에 적에게 파고들어 한타를 시작할지와 자신이 시전한 궁극 스킬을 끊을 수 있는 상대편 영웅에 대한 대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핵심 아이템으로는 칠흑왕의 지팡이, 점멸 단검, 메칸즘 정도가 좋고, 같은 팀에 어둠 현자가 있다면 진공[Q] 스킬로 적을 모은 후 콤보 연계도 가능해서 궁합이 좋습니다.




▲ 한타 기여도가 높은 에니그마의 스킬들


두 번째로 에니그마처럼 궁극 스킬이 기가 막히게 좋은 루빅은 서포터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제가 현재 가장 많이 플레이해 보고 있는 영웅이기도 한데, 주문강탈[R] 스킬을 이용하여 상대방 영웅의 한타 지배력이 높은 스킬을 뺏어서 사용하면, 서포터지만 1.5인분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상대방 팀에 마그누스, 파도사냥꾼과 같은 영웅이 픽 되어 있는 경우 루빅은 좀 더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는데, 여기에 활용도를 좀 더 높여 주기 위한 신비의 장화, 염동력 지팡이, 점멸의 단검을 핵심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 아이템으로 점멸의 단검과 염동력 지팡이 두 개나 준비하는 이유는, 궁극기를 빼앗기 위해 상대 영웅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경우, 해당 아이템이 가진 순간이동 능력으로 접근해서 점멸로 빠지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고, 한타 시작 후 도주의 용도로도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 루빅은 궁극기 활용이 중요한 영웅!


세 번째로 소개할 영웅은 이번 TI 2013으로 인해 인기가 높아진 첸인데, 역시 공방에서 자주 볼 수 없고, 스킬 활용을 위한 조작 난이도까지 높다는 단점이 있는 영웅이지만, 제대로 사용하면 정말 좋은 서포터입니다.


사실 첸 자체는 정글형 서포트로 자주 사용하는데, 초반 빠른 푸쉬 능력과 출중한 타워 철거 능력을 통해 맵 컨트롤 역할에 뛰어납니다.


여기에 팀원 한 명을 선택해 안전 귀환시키는 스킬이나, 글로벌 치유 스킬은 지원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데, 핵심 아이템으로 메칸즘까지 가게 되면 인접해 있을 때 아군의 생명력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무작위 피해를 주는 신념의 시험[W] 스킬은 상당히 강력해서 한타 시 만족스러운 딜 지원도 가능하기 때문에, 공격과 지원 모두 할 수 있는 만능형 서포터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서포터 입장에서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팁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정말 게임이 안 풀리는 경우에는 15분이 넘도록 장화 하나 구입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슬픈 얘기지만 이럴 때는 멘탈부터 바로잡아 손을 놓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우선이고, 이런 망해가는 흐름을 바꾸기 위한 시도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번에 개최된 TI 2013에서는 Na`Vi와 TongFu 두 팀이 4강 티켓을 획득하기 위한 마지막 대결에서, 불리했던 초반 분위기를 첸과 퍼지의 멋진 연계 플레이를 통해 반전시켜 Na`Vi가 승리를 쟁취한 경우처럼, 게임의 흐름은 승패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 대회에서는 첸의 신념의 시험(아군 귀환)과 퍼지의 고기 갈고리 연계로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따라서 연막 물약을 이용한 갱킹이나 적의 움직임을 주시하여 따로 떨어져 행동하는 영웅을 놓치지 않고 잡아주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플레이를 위해서는 신발을 포기하고라도 관찰 와드를 통해 맵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빠른 상황 판단이 가능한 여건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신발을 구입하면 나 혼자 살고, 와드를 구입하면 5명이 살 수 있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게임이 잘 안 풀렸을 때는 최소한 와딩이라도 꾸준히 하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