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배웠는데, 봄은 어디로 갔는지 추운 겨울 지나고 날씨 좀 풀리나 했더니 바로 무더운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어느새 6월도 끝자락, 이제 내일이면 1년의 새로운 절반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짐했던 일들은 모두 잘 진행되고 있으신가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으니, 지금쯤이면 기분좋은 일들로 가득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뭐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아직 절반이나 남았으니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올해가 끝날 때에는 좋은 결과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





각설하고,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세상이 발전해나가는 속도가 계속 빨라진다고 하는데 IT업계의 최첨단을 달리는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광속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2010년 올해도 벌써 절반이 흘렀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게임업계의 상반기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요?



- 대세는 액션! MORPG 삼인방의 순위 경쟁


게임업계, 특히 MMORPG 시장은 먼저 자리잡은 선두 주자들이 많아 도무지 파고들 틈새가 보이지 않는 레드 오션입니다. 대부분의 신작 게임들이 선배겪인 MMORPG들을 뛰어넘지 못하고 부침만을 거듭하던 2009년, 대세는 액션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던진 게임들이 있습니다.

MMORPG인 테라와 MORPG 액션 3인방 C9, 드래곤 네스트, 마비노기 영웅전까지...

MMORPG인 테라는 클로즈베타를 거친 뒤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하반기로 일정이 미뤄진 상태지만, 2009년 말 하반기부터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한 액션 삼인방은 2010년 초반 게이머들에게 공개되면서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합류했습니다.








그러나 초반부터 경쟁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은 걸까요? 아쉽게도 상반기가 지난 현재의 성적을 살펴보면 MMORPG의 세대 교체를 노리기에는 힘이 부친 듯한 모습입니다. 세 작품 모두 2010년 상반기 초기부터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인벤의 게임 순위 20위 안에 단숨에 진입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수성에는 실패했습니다.

성적이 나쁜 편은 아닙니다. 액션 MORPG 삼인방 모두 개성있는 콘텐츠를 내세워 나름의 확고한 팬층을 가져가는데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제한된 커뮤니티나 조작의 난이도, 반복되는 콘텐츠 등 MORPG의 본질적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는 평입니다.



- 원조는 잘 나가네? 원로게임 리니지의 화려한 귀환


2009년 하반기부터 공개되었던 콜 오브 카오스나 카로스 온라인 등 한국형 MMORPG를 표방하던 게임들이 서비스 초반 인기를 끌면서 화제를 모았으나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고, 성공한 게임으로 평가받으면서 2010년 1월까지 순위에 남아있던 R2마저 결국 순위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한것은 이런 한국형 MMORPG들의 원조이자 형님뻘인 리니지가 수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동시 접속자수를 자랑하며 현재까지도 꾸준한 성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고사보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 속담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형 MMORPG를 접해본 게이머들은 재미의 껍데기는 모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 원조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과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말로 아류게임들의 성적에 대해 평가하고 있습니다.






- 초특급 기대주, 드래곤볼 온라인의 아쉬움


각자 좋아하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만화가 최고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만화가 가장 많이 팔렸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정해져 있습니다.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입니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만화책만 4억부 이상이 팔리며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의 인기를 끌었던 드래곤볼이 온라인 게임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업계의 화두였습니다. 드래곤볼이라는 이름은 애니메이션과 피규어, 콘솔게임 등 OSMU 방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으니까요.

원작자인 토리야마 아키라의 감수까지 받는다고 하여 여느 대작 게임 못지 않은 관심을 받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드래곤볼 온라인은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드래곤볼 온라인은 현재에도 서비스되고 있으나 드래곤볼의 이름값에 비하면 안타까운 성적입니다.






드래곤볼 온라인이 유저들에게 공개된 이후 무엇보다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은 온라인 게임으로서의 완성도.

드래곤볼의 세계를 충실하게 구현했고 독특한 그래픽에 종족과 직업의 스킬, 특이한 몬스터와 각종 웃음을 자아내는 완성도 높은 한글 등 겉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부분은 칭찬받을만한 곳도 분명히 많습니다. 서비스 초반 게이머를 끌어들일만한 기본적인 요소들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을 제외하면 버그같은 기술적인 문제, 뒤늦은 상황 대처와 재배맨 일색인 몬스터, 무너진 직업 밸런스와 무의미한 아이템, 상위 콘텐츠의 부재 등 사실상 온라인 게임으로써의 완성도는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스 온라인에 이어 드래곤볼 온라인 역시 좋지 못한 평가를 받게 되면서, 과거 콘솔게임에서 떠돌던 괴담이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나 만화같이 다른 장르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면 망한다."는 것이죠. 한때 인기를 끌었던 유명 IP 기반의 게임들이 대부분 좋지 못한 성적을 남겼으니 어느 정도 게이머들이 공감하는 괴담이긴 합니다.



- Nuclear Launch Detected... 출시도 전에 20위권, 스타크래프트2


눈보라의 매서운 추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세계의 MMORPG 시장을 제패한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2의 클로즈베타 테스트를 시작하면서 2/4분기 내내 20위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를 체험해본 게이머들은 "스타크래프트 1편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지만, 스타크래프트 1편과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한다"면서 전반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리는 모습입니다. 물론 e 스포츠가 기폭제가 되었던 스타크래프트 1편같은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예측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최근 블리자드는 미디어데이를 통해 한국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유저에게 스타크래프트 2를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게 제공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패키지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발표로 패키지를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바뀔 여지는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더불어 스타크래프트 1편의 저작권 및 e 스포츠 문제가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래텍 곰TV와 블리자드가 계약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후 케스파의 강력 대응 및 공공재 언급이 이어지면서 e 스포츠 논란은 8월 이후에나 확실한 결론이 내려질 전망입니다.







- 게임은 청소년만 즐기는 것? 성인층 노린 게임들의 약진, 세븐소울즈와 에이지 오브 코난


상반기에 가장 의외의 성적을 거둔 게임이라면 단연 세븐소울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세븐소울즈는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저그런 판박이 게임아니냐며 박한 대접을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갖출 것은 다 갖춘 알짜배기 콘텐츠들로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쉬운 게임성, 수준급의 그래픽, 판타지와 무협이 교차하는 세계관, 크게 모나지 않은 운영과 대처 등 구매력을 갖춘 성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임으로서의 매력에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어 집중한 것이 성공의 원인입니다.

사실 매체의 화제에 오르는 게임들은 대부분 인터넷 활동이 많은 청소년들이 주목하는 게임들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구매력은 강해도 의견의 표출이 상대적으로 약한 성인들을 주목하거나 배려하는 부분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또 하나의 외산 게임인 에이지 오브 코난 역시 상반기에 주목받은 게임입니다. PvP에 특화된 게임성과 다분히 성인 취향인 하드코어급의 그래픽으로 전투를 즐기는 20대 ~ 30대의 남성 게이머들에게 많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다만 에이지 오브 코난은 해외에서 문제가 드러났던 고급 콘텐츠를 그대로 도입하면서 한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으며, 차후 유료화 및 하반기 경쟁작들에 대한 고민 등 아직 넘어야할 난관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외산 게임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징크스를 에이지 오브 코난이 깨트릴 수 있을까요? 결과는 올해 중반기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틈새를 노린 의외의 대박, 프로야구 매니저


한국에서 생소한 콘텐츠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도 상반기에 주목받은 게임입니다. 지금까지 스포츠 게임들은 직접 팀을 조작하거나 각자 선수를 움직이는 등 액션에 치중되어 있었는데, 조작이 필요없이 클릭 몇번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시뮬레이션 형태의 프로야구 매니저가 현재까지 20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본적인 포맷은 일본에서 가져왔으나 한국의 실제 선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야구 매니저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서 게임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런 성공의 여파일까요? 올해 하반기부터 판타지 풋볼 매니저나 프리스타일 매니저 등 매니징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순간의 인기만 바라보고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매니징 게임의 대표격인 FM(풋볼 매니저)의 경우 익숙해지면 중독될 정도로 재미있지만 난해한 게임성을 자랑하며, 반대로 너무 콘텐츠가 가벼울 경우 매니징 게임의 재미와 난이도가 부족해지는 등 조절이 쉽지 않는 게임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매니징 게임은 게임으로서의 구조는 단순한 편이지만 밸런스나 게임성을 위해 갖추어야할 노력과 기획력은 여느 대작 온라인 게임 못지 않으니, 단순히 게임의 구조만을 보고 접근할 경우 큰 낭패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게이머로써 풋볼 매니저 못지 않은 한국만의 특색있는 매니징 게임이 등장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 E3로 시작된 차세대 게임기 전쟁


닌텐도의 3DS와 소니의 PS 무브,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키넥트로 대변되는 차세대 게임기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E3 현장에서 공개된 이후 세 기종 모두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연일 매체의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비해 콘솔 게임업계의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본다면 오히려 콘솔 게임업계가 주류에 해당하는 만큼 전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이 E3의 발표에 쏠릴 정도로 큰 화제였습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무브와 키넥트를 앞세워 정면 승부를 택한 반면, Wii를 통해 시장을 선점한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기인 3DS를 내세워 거치형 게임기의 경쟁에서는 살짝 빗겨나간 모양새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새로운 기기만 없을 뿐 Wii 역시 젤다의 전설이나 별의 까비같은 강력한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으니 차세대 게임기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닌텐도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명성과 기반에 실력까지 착실하게 갖춘 메이저 기업들입니다. 차세대 기종의 승리를 위해 세 기업 모두 뒤로 물러설 곳이 없는 배수진을 칠 것이 분명한 이상,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여질 2010년 하반기부터는 콘솔 게임업계에서도 심상치않은 패권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0년에는 어떤 게임이 등장할지 기대하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절반이 흘렀습니다. 올해의 하반기에는 테라, 블레이드앤소울, 워해머, 스타크래프트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대격변, 킹덤 언더 파이어 등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검증된 게임사의 대작들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의 화두는 MMORPG의 세대 교체를 위한 노력, 그리고 틈새를 노린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져가는 2010년의 게임업계, 하반기에는 또 어떤 게임들이 등장하여 우리를 즐겁게 할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