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있었던 패치로 배틀사이드 이비가 큰 폭으로 상향되었다.
기자의 신분에서 이를 놓칠 수는 없는바, 소식을 듣자마자 직접 플레이 해보았는데,
솔직한 기자의 첫 감상은 이랬다. '이렇게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다소 답답할 정도로 무게감과 리듬감을 고수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공격 모션 일부가 생략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과감하게 빨라진 모습을 보면서
문득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최근 반 년간, 마영전의 패치내역을 살펴보면 이러한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더 쉽게, 더 강하게, 더 화려하게.


XE서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XE서버와 프리미어 서버를 막론하고 마영전이라는 배는 어느새 항로를 틀고 있었다.
그 변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첫 출항부터 함께 했던 승무원으로서,
배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이 배의 종착지가 어디일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


그런 의미에서 마영전이 바꾼 항로를 살펴보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리얼리티! 마비노기 영웅전


초창기의 마영전은 묵직하고 리얼한 액션을 고집하던 게임이었다.
파괴되는 방어구, 칼날에 히트박스가 정확히 닿아야 피격되는 정교함,
칼을 휘두르면 주위 사물이 부서지고 그것을 공격에 활용할수 있는 신선함.


심지어 회복 스킬을 사용하면 이펙트가 날아가 파티원의 몸에 닿아야 체력이 회복될 만큼
여러가지 측면에서 마영전만의 특징을 고수해 왔다.



▲ 파티원과의 거리가 멀면 날아가는데 한참이 걸리던 이비의 힐


많은 이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이 신선한 게임에 환호했고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마영전의 고집이 때로는 유저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너무 쉬우면 재미없다고 하나, 반대로 너무 어려워도 재미없는 법.


리얼리티를 만들어내던 요소들은 반대로 생각하면 하나 하나가 제약으로 작용했기에
게임에 익숙해짐에 따라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생겨났고
결국 개발사는 점진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리시타는 배 위에서 마음껏 퓨리를 사용할수 없게 되었고
이비의 파이어볼트에 아군이 날아가는 일도 없었으며
거래소 이용에 캐시 아이템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제작 재료와 장비를 거래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확률이 적용되는 강화 시스템이 등장한 것이다.




▲ 마영전에 대격변을 몰고 왔던 '통 패치'




전환점이 된 이그니션 패치


이처럼 꾸준하게, 그러나 천천히 진행된 마영전의 변화는
리부트 패치의 사전작업 이후 이그니션 패치를 통해 본격적인 개편을 맞이한다.


▶ '이그니션' 패치노트


이그니션 패치는 캐릭터간의 밸런스가 대규모로 조정됨과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보다 과감하고 시원한 액션이 가능해지는 변화를 가져왔는데
EP 8~10을 거치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캐릭터들에게 보다 집중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기존의 캐릭터 선호도를 뒤집을 만큼의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뒤이어 등장할 강력한 스피드형 캐릭터,
벨라를 염두해둔 조정이었던 것으로도 해석되는데 만약 이러한 변화가
선행되지 않고서 벨라가 등장했다면 리얼리티라는 벽에 크게 부딪히지 않았을까.
어쨌든 결과적으로 벨라가 추가됨으로써 마영전의 액션은
한층 더 속도감과 스타일리쉬를 강조하게 된다.



▲ 등장을 앞두고 '마영전에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벨라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벌어진
캐릭터간 격차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마영전이 보여준 초기의 컨셉을 아직까지 선호하는 유저들과
보다 캐주얼하게 변한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는 유저들간의 의견충돌이 보이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변화는 캐릭터 밸런스의 조정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타이틀과 AP로 성장하는 캐릭터'라는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레벨업으로 능력치가 상승하고
11강 이상 장비의 능력치 증가치를 대폭 증가시켜 고강무기의 효율을 높였으며
거듭 진행된 이벤트로 인해 장비의 강화와 인챈트의 문턱을 낮추고
각종 각성제에 이어 상급 인챈트의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등,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만들수 있는 방법이 추가되어 왔다.






수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벤트, 그리고 패치를 통해 일부 레이드 전투에서도
상급 인챈트가 드랍되기 시작하자 일시적으로 장비의 시세가 출렁이기도 하였으며
실제로도 많은 유저들이 상급 장비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 때문일까, 현재는 일부 최상위 전투를 제외한 상당수의 전투에서 공격력 제한이 줄어들고
캐릭터의 평균적인 수준이 향상되어 굳이 파티원을 능력치로 걸러내지 않더라도
예전보다 전투 진행이 수월해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더욱 호쾌하고 화려한, 그리고 더욱 강력한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어떤 캐릭터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모든 캐릭터들이 더욱 강해졌으며
기존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방식의 전투를 해낸다던지,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변화의 끝, 고민이 보이는 시즌2





리얼리티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호쾌하고 빠른 액션의 스피드를 얻은 마영전.
AP와 타이틀에서 레벨업으로, 이내 장비와 인챈트, 마지막으로 변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거듭하며 강해지던 유저의 캐릭터가 더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이 강해졌다.


마영전의 재미 요소라고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진입 장벽이기도 한 무게감이 다소 덜해졌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오히려 좀 더 빨랐다면 더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처음 세운 목표를 향해 소신있게 개발해온 개발사가 어떤 마음으로 고집을 꺾었을까 생각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불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부분도 있다.
바로 시즌2의 레이드 보스들의 능력치다.


과감하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리얼리티를 내려놓는 대신 화려하고 빠른 액션을 선택한
마영전의 방향이 시즌2의 보스들에서는 약간 고민한 모습이 보인다.
현재 시즌2의 레이드 보스들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드래곤이 처음 선보였을 때 못지 않게 공제방이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 도전 자체를 포기한 유저들이 생길 만큼 막강한 방어력을 가진 크라켄


최근의 변화를 생각해본다면 시즌2의 레이드 보스 역시 무난한 수준으로 돌파 가능하게 나오거나,
해당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유저에 따라 다른 난이도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어울렸을 것이나
의외로 높은 방어력을 뚫기 위해 높은 수준의 강화 무기가 필요해지면서
또다시 높은 진입 장벽이 생기고 만 것이다.


최종 콘텐츠에 걸맞는 높은 난이도라고 하기엔
실제 공격 패턴은 기존의 레이드 보스에 비해 상당히 단조로우며
대신 막강한 공격력과 방어력, 체력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마영전, 어디로 가고 있는가





게임에 아무리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본질적인 의미는 '재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재미라는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기에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한편, 게임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은 주는 재미의 종류가 달라졌음을 뜻하기도 하여
때로는 커다란 패치 한 번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이 변한다거나 인구가 변하기도 한다.


근 1년간 마영전이 보여온 변화가 그런 것이었다.
기존 유저들에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 주고,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의 유입과 정착을 도와주며 전체적인 유저층을 보다 폭넓게,
다양하게 만들기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


지금은 그 변화의 과정에서 마주친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마영전이 새로운 대규모 PVP컨텐츠 공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많은 이들이 기대와 우려로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이 기대와 우려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마영전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그동안 함께 항해해 온 유저라는 이름의 승무원들과 함께.





마영전이 겪어 온 변화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유저 여러분들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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