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는 취재를 위해 게임에 접속했었던 적이 있다.
그때 채팅 창에 올라오는 문구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오크요새가 공성중입니다.'





지금은 비록 허접의 길을 걷고 있지만 기자고 과거에는 왕성하게 필드를 뛰어서
이름을 날릴 때가 있었다. ( 물론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다. -_-;; )


공성을 하고 있다는 문구를 보니 문득 그때가 떠올라,


“오랜만에 오성 구경이나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오크요새를 찾아가 보았다.



오랜만에 찾아가본 오크요새는 예상외로 꽤 많은 사람이 공성에 참여하여
서로 칼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오크요새 공성이 시작되면 서버 전체에 랙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인원이 공성에 참여하여 공성을 치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없어 조금은 섭섭하기도 하다.



오크요새 공성을 보고 있자니 문득 과거의 찬란했던 오크요새의 모습이 떠올라,
그 때의 오크요새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오크요새는 과거 요정의 숲이 업데이트되면서 유저들에게 처음 선보였다.
당시 켄트 성밖에 없었던 리니지에 또 하나의 성이 생기면서 많은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되었었다.


오크요새가 업데이트된 후 공성을 앞두고 각 서버에서 내로라하는 혈맹들은
오크요새를 살펴보기 위해 꽤 먼 걸음(?)을 해야 했었다.


지금이야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오크요새로 쉽게 이동할 수 있지만,
당시에 텔레포트는 천상계급의 유저들만 이용을 했고
일반 유저들은 걸어서 이동 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중 모 서버의 D 혈맹에서는 공성을 앞두고 오크요새를 둘러보기 위해
글루딘 영지에서 오크요새로 넘어가는 다리를 해당 혈맹 원들이 막고
혈맹 군주만 오크요새를 둘러보고 왔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당시의 오크요새를 두고 여러 혈맹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공성 당일 오크요새를 찾은 기자,


“ 뭐 이리 사람이 많아 -_-.. ”



가뜩이나 서버도 불안정했던 그 시절에 오크요새의 첫 공성으로 인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한자리에 모여서 싸움질을 하다 보니
화면이 제대로 움직이는 시간보다 멈춰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지경이었다.










당시 공성에 참가 했던 유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오크요새의 입구는 말할 것도 없었고
입구를 뚫고 내부로 들어오면 내부에 있는 오크NPC들과 유저들이 뒤엉켜서
더욱더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공성 시스템은 수호 탑을 부숴서 왕관을 차지하면 되지만
당시의 공성 시스템은 왕좌에 앉아있는 성주를 죽이고 왕좌에 앉아야
했기 때문에 왕좌가 있는 지역에는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과 랙신의 강림 속에서도 오크요새를 차지한
혈맹의 군주는 이후 황당한 일을 겪게 되는데,
당시 공성에 성공하여 오크요새를 소유했던 유저의 말을 들어보자.

“당시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오크요새를 점령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오크요새를 점령하고 보니 이게 성인가 싶을 정도로 구렸다.-_-;;


거기에다가 켄트 성과 달리 머리에 왕관이 돌지 않는 것부터 해서
성 세금도 쥐꼬리만큼 들어와서 혈원들을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 잘 보이지는 않지만, 군주의 머리위에 돌고 있는 것이 성을 소유한 군주의 상징 왕관이다. ]




또한, 내성문은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외성문도 칼질 몇 번에 금방 부서져
버려서 내가 성안에 있는 건지 필드에 나와 있는 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일반 유저들이 쉽게 드나들었다.


그러다보니 사냥을 마치고 귀환을 하는 혈맹원들을 노리는 PK들도
생겨나서 사냥을 마치고 귀환을 할 때는 심사숙고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이 외에도 오크요새에서 리젠되는 오크근위병이나 오크계열의 몬스터들 때문에
오크요새 혈맹원들이 몬스터한테 맞아 죽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단점들을 가지고 있는 오크요새였지만 몇 년 동안 오크요새는 끊임없이
치열한 공성이 계속 되었다. 오크성이 주는 메리트가 무엇이든,
세금이 얼마가 나오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성’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윈다우드성, 기란성등이 업데이트되고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적었던 오크성은 점점 공성을 하는 유저수가 줄어들게 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가끔 유저들이 친목도모나 단합, 이벤트를 위해 오크요새 공성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과거 찬란했던 오크요새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오늘 같은 날 오크요새 구석에서 외롭게 떨고 있는 오크들을 찾아가
말동무라도 되어준다면 오크들이 고맙다며 토템이라도 하나 주지 않을까?




- tobi ( tobi@inven.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