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님의 꽃 중에서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한 게임을 나홀로 접하게 될 때
가장 답답한 순간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게임 정보, 적응 등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마도 가장 답답한 순간은 같이 대화를 나눌 동료가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특히 리니지인 경우, 지인들끼리 혹은 혈맹 단위로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기 때문에
혼자 리니지를 접하게 되는 유저는 조용히 사냥만 하다가 접속 종료를 하는 패턴이 반복되기 일쑤다.
이런 현실에서 공홈 서버 게시판에 글을 지속적으로 남기며 같은 서버의 유저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유저가 있다.


왠만한 서버지기분들 보다 더 많은 글을 올리며 공홈 메인 화면에도 여러차례 등극했던 유저.
리니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상생활까지 소재로 활용하여 글을 올리며
게임보다는 수다가 취미라고 말하는 유저. 바로 Non-PvP 하이네 서버 여성유저 츠키야님이다.



[ 하이네 서버 게시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츠키야님의 글들 - 남다른 조회수를 자랑한다. ]



츠키야님의 글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건 5월 어느 날.
하이네 서버 라인 탐방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버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 2011.05.xx 츠키야 *로 시작되는 독특한 제목의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독특하게 리니지 일기(?)를 쓰는 유저분인가?!' 라고 생각하며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다는 느낌(?)으로 글을 읽다보니, 댓글 하나없이 지나가 버리는
서버 게시판 글들과는 달리 유저들의 댓글들과 많은 조회수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닉네임으로 검색한 결과 4월부터 시작된 게시글은
놀랍게도 일주일 단위로 꾸준히 올라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 7월까지 꾸준히 이어진 츠키야님의 글들은 어느새 48개의 글로 하이네 서버 게시판을 흔적을 남기고 있다.
대체 무슨 이유로 그녀는 4개월간 꾸준히 글을 남기게 된 것일까? 과연 그녀에게는 어떠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어느새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하이네 서버를 향하고 있었다.



말하는 섬 여관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조금이라도 밝은 화면 속에서 유저 모습을 찍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가는 찰나,
뒤에서 츠키야님에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다. '어디로 끌고 가시는거에요.
자꾸 이러면 사람을 부르겠어요!' 무슨 말인가 생각하다가 상황 파악을 한 순간..


당황해하는 기자를 뒤로 하고 자리를 잡은 츠키야님의 자기 소개가 이어졌다.




▲ 하이네 서버 츠키야님
반가워요.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올해 스물 아홉살이고 서울에 거주하며 회사(?)를 다니는 여성 유저입니다.

평소 러브비트 같은 리듬게임을 즐겨하다가 나만의 캐릭터를
키우고 싶어 그냥 무턱대고 혼자 리니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리니지는 2월말부터 시작을 했으니 5달째 되어가는 듯 하네요.

사실 아이온이나 리니지2 같은 게임도 해봤지만 3D 게임 그래픽
때문에 울렁증이 심해서 금새 포기를 하고 리니지를 하게 되었죠.
의외로 재미가 있어서 지금까지 즐기고 있습니다.
10년도 더 하신 분들에겐 정말 얼마 안되는 기간일지 모르지만
솔직히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어요.




다음 질문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그녀의 최근 글에 있는 61레벨 달성 모습이 떠올랐다.
리니지를 접한지 4개월 된 유저가 61레벨이라니 그녀에게 리니지가 확실히 재미를 주었나보다.


서버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스크린샷에 제 레벨이 표시가 되는데요, 현재 61레벨이죠.
많은 분들이 저보고 많이 물어봐요. 너무 빨리 키운다고 리니지만 하냐고...
정말 희안하게 경험치가 50%만 넘어서면 저도 모르게 애가 달아요.
그래서 더욱 레벨업을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플레이 하는 서버가 하이네라는 걸 알게된 사실도 45레벨을 찍고 나서였어요.
그 전에는 Non-PVP 세번째 서버라고만 기억하고 있었죠. 그 정도로 초보였던 제가
61레벨을 찍었으니 다른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만 하죠.(웃음)


현재는 바빠서 레벨업이 제자리 걸음이에요.




[ * 2011.07.07 츠키야 * 오랜만에 끄적끄적 중에서 - 61레벨 달성 모습 ]



리니지 초보였던 그녀가 레벨업에 몰두하는 모습과
공홈 서버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모습을 상상하니 왠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61레벨까지 키워낸 걸 보면 공홈에 정성스레 자신의 일상과
게임속에서 겪은 일을 정성스레 꼬박꼬박 적을 여유와 이유가 있었을까?



저레벨 때는 아는 분들이 없어도 그냥 쭉 혼자 사냥만 하면서 지냈어요.
혈맹 가입도 해봤지만 혈맹 사정상 해체가 되었구요.


원래 게임을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하는 편인데, 계속 이런 식으로 지내다가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이네 서버 유저분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서버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유저들과 대화를 시도한거죠.




대부분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별다른 행동없이 그냥 게임 자체만을 즐기게 된다.
그러나 다른 유저들과 소통하는게 취미라는 그녀는 게임 내에 막혀있던
대화 단절이라는 벽을 공홈 서버게시판을 통해 무너트리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글 속에는 게임이야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까지 다양한 소재로 이루어지다보니
사생활이 여과없이 노출될 수도 있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안그래도 요즘 온라인 상에서
사생활 노출로 인해 말들이 많은 시기가 아니던가. (사실 공홈에 자신의 일상생활을 올리는 유저는 거의 없다.)



그냥 적정 범위 선에서 제 일상생활을 공개하는거라 큰 부담감은 없어요.
남들 눈치 안보고 즐겼던걸 토대로 글이 써지는대로 솔직하게 적는 편이구요.
사실 다른 블로그나 미니홈피에도 글을 안남기는 편이에요.
서버게시판에 글을 적는 것도 아주 벅차더군요. 대신, 하나를 적어도 정성껏 적으려고 노력합니다.





[ 츠키야님의 글 소재 중 하나 - 일상생활 편 ]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위한 노력과 정성이 결실을 맺는걸일까? 츠키야님의 글에 달려있는
댓글들을 보면 글에 적힌 소재를 같이 이야기하고 다음 글을 기다리는 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매번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읽어주시는 유저분들에게 고마워요.
호의를 가져주시는 여러분이 계셔서 저도 행복합니다.


허나, 좋은 감정만 갖지 말고 게임 속에서도 저랑 같이 놀아주세요.
게임 자체 레벨업 보다는 최대한 많은 분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노력하지만
저만 일방적으로 노력하다보니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전 여러분과의 대화를 원합니다! (웃음)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츠키야님에게
5개월 동안 함께 해온 리니지는 과연 어떤 의미로 자리잡고 있을까?
게시판을 통해 다른 유저들과 대화하는 츠키야님답게 게시판에 대한 생각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 츠키야님에게 리니지란?
저에게 리니지란 메신저입니다.(웃음)
보통 흔히들 사용하는 메신저와 같이 자신만의 캐릭터를
키우면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제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서 든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서로 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올 수도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즐기면서 웃어가는 게시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게임을 하는 목적이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자고 하는 것인데, 서로
욕하면서 지내는 것보다는 조화를 이루는게 참 좋을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라인 관계에서는 서로 으르렁 걸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사냥터에서 서로 견제나 방해를
하더라도 왠만하면 비방하는 것은 자제해 주시고 매너도 지켜주셨으면 바램입니다.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말해 달라고 하자,
절친했던 리니지 남성 유저가 츠키야님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츠키야님과
남자친구를 위해 멀리 떠나버려 대화할 상대가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츠키야님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게임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사람과의 낯선 만남 속에서 소통의 장으로 생각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츠키야님을 보면서 이런 분이 많아질 수록 게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의 모든 커뮤티니가 더 밝은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희망이 머리 속에 맴돌기 시작한다.


다른 유저들과 소통을 위한 츠키야님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그 길이 너무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겠지만,
항상 밝은 모습으로 먼저 다가서는 모습에서 포기라는 단어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츠키야님을 다시 찾아왔을 때 더 많은 유저와 소통하며 웃고 있을 모습을 그려본다.



[ 멀리 떠나간 친구와 인벤 가족들에게 츠키야님이 드리는 말 ]






Inven KumA - 강태혁 기자
(kuma@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