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무'는 사진, 중국어, 제빵 등 여러 가지를 전공했지만 모두 중간에 그만뒀답니다. 포털사이트 1위인 네이버가 블로그를 만들 때는 또 거기에 있었습니다. 블로그로 시작해서 네이버 동영상, 네이버 카페까지 많은 서비스가 이나무의 손을 거쳤습니다. 그런데 오래있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뭔가를 하고 싶은 열망이 끓어올랐답니다.
정보공유 SNS 필통넷, 블로그 전문 검색 나루, 뉴스레터 네트워크 서비스 마이크로탑텐 등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던 그가 다시 NHN의 호출을 받은 것은 제로보드가 네이버의 품에서 XE로 거듭날 때. 그런데 또 회사를 그만둡니다.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NHN에서, 그것도 중요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맡아왔던 그가 회사를 두 번이나 그만두고 뛰어든 일은 그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게임 개발’.
그런데 그것이 일반적인 게임이 아닙니다.
이나무가 개발중인 ‘프로젝트 WONG1997’(이하 왕 프로젝트)의 장르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생활개선게임. 게임을 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예를 들어 소화기 장애가 있는 사자의 병을 고치려면 플레이어가 현실세계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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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발한, 그리고 조금은 황당한 생각을 하고 있는 회사. 궁금하지 않은가요? 청담동에 위치한 ‘휴레이 포지티브 (Huray Positive)’를 찾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올 해 4월에 설립된 휴레이 포지티브는 이런 특이한 이력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사였습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최두아'는 액토즈소프트에서 신사업 기획을, 네이버에거 검색 기획을 하다가 역시 회사를 나왔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때문일까요. 작은 회사를 창업하는 데 평소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경영학 전공의 '류재성'은 액토즈소프트를 거쳐 엔씨소프트에서 아이온 마케팅을 하던 인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재범'은 휴대폰과 이동통신사를 이어주는 소프트웨어와 인프라를 개발하다가 다음에 입사해, 아이폰용으로 개발된 많은 다음 앱들을 직접 기획했습니다.
그러니까 게임 전문가, 소셜 네트워크 전문가, 모바일 전문가 모인 곳이라고 하면 될까요.
눈치가 빠른 분들은 사람 이름만 쓰고 호칭을 쓰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그건 실제로 휴레이 직원들이 서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아, 재성, 재범, 나무 이렇게 말입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뒤에 ‘님’자를 붙이지도 않고 그렇게 부르고 있었습니다. 말로만 수평적 조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그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실제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하긴 이 정도야, 출근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마음대로인데다, 주 4일 근무를 하기도 하고 휴가는 1년에 30일씩 주는 그런 회사니 별난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문화가 정착된 것은 처음부터 ‘행복과 건강’을 키워드로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 직원들이 행복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휴레이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는 게임 제작 외에도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휴레이는 환자와 의사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고 이상이 있을 때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서비스를 대학병원 뇌심혈관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건강,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결합된 방식입니다.
병원을 무서워하는 유아들을 위한 의료기구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진기를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와이파이와 청진기가 내장된 곰인형을 주고 청진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입 속을 검사할 때 쓰는 압설자에는 사탕을 달아서 거부감을 없애는 등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실용화 하는 것입니다. 이건 재미와 건강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휴레이에서 만들고 있는 게임, 왕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따로 들어보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총괄하고 있는 이나무가 주로 대답해주었습니다. 왕 프로젝트는 올 해 안으로 데모 버전을 출시하고 내년 3/4분기 정도에 아이폰 앱스토어로 정식 출시할 계획입니다.
휴레이 포지티브라는 이름은 사람이라는 뜻의 ‘휴먼’과 X-레이 할 때 쓰는 ‘레이’ 그리고 긍정적이라는 뜻의 ‘포지티브’가 합쳐진 단어. 풀이하자면 ‘사람을 따뜻하게 비춰 긍정적으로 만드는 빛’이 됩니다.
혹시 이런 영상 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재미이론(Fun Theory)이라고 즐거움을 줌으로써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 말입니다. 계단을 피아노 건반처럼 꾸며 발로 밟을 때 소리가 나게 만들었더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했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소리가 나는 쓰레기통을 설치했더니 주변이 깨끗해지더라는 내용은 우리를 흐뭇하게 만듭니다.
휴레이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도 그랬습니다. 유쾌하고 활발한,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손님에게도 온전히 전달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취재를 하러 간 것인지, 수다를 떨며 놀러 간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냥 있던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별 문제가 없었을 사람들이 건강한 즐거움을 주겠다며 작은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들의 바램. 휴레이 포지티브가 전할 따뜻하고 건강한 즐거움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