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황신'은 결국 '황제'를 넘지 못했다.


홍진호 선수는 8월 5일 부산 해운대 특설무대에서 열린 'LG 시네마 3D & 옵티머스 3D Summer Festival'의 이벤트 매치에서 영원한 라이벌 임요환 선수에게 1 대 2의 스코어로 아쉽게 패배했다.


이 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그 열기가 뜨거웠다. 이스포츠를 대표하는 두 라이벌, 임요환과 홍진호의 대결을 보기 위해 행사 시작 전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려 두 선수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더욱이 두 선수가 맞대결을 벌이는 무대가 스타크래프트2라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행사는 스타크래프트2 각 종족의 대표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종족대결전'으로 시작되었다. 각 종족의 대표로 테란의 '최성훈'선수, 저그의 '박성훈'선수, 프로토스의 '정민수'선수가 경기에 참여했다.


승부에 관계없이 각 종족 간 1경기씩 총 3경기를 펼쳤으며, 프로토스의 정민수 선수가 특유의 물량과 컨트롤로 상대 선수들을 제압하며 2승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정민수 선수는 1경기에서 핵이라는 깜짝 전략을 들고 나온 최성훈 선수를 상대로 모선을 필두로 한 화끈한 물량을 선보이며 승리를 가져갔다. 이어서 펼쳐진 박수호 선수와의 2경기에서도 상대의 물량에 자칫 위기 맞을 뻔 했으나, 침착하게 거신을 이용하여 이득을 챙기며 경기를 뒤집었다.


1패 씩을 기록한 최성훈 선수와 박수호 선수의 3경기에서는, 맹독충과 뮤탈리스크의 조합을 잘 이용한 박수호 선수가 승리를 가져갔다. 최성훈 선수는 비록 2패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1경기에서 정민수 선수의 모선 소용돌이에 빨려든 다수의 유닛 위로 핵을 떨어뜨리는 명장면을 연출하여 관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 선수의 치열한 대결이 돋보였던 '종족대결전'이 끝나고, 밤 10시에는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임요환 선수와 홍진호 선수의 '임진록'이 펼쳐졌다. 밤늦은 시간임에도 두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자리를 지켰다.


경기에 앞서 임요환 선수가 '오늘의 목적은 홍진호 선수가 스타2에 재미를 느껴 입문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자 홍진호 선수는 이에 '어떤 방법으로 나를 재미있게 할지 기대하겠다.'라고 응수해 관객들의 기대를 높였다.







두 선수의 경기는 '젤나가 동굴'에서 펼쳐진 1경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경기 시작 직후 '나 뭐할까? 2 공장? 2 병영?'이라고 임요환 선수가 묻자 홍진호 선수는 '더블'이라고 응수한 반면, 관객석에서는 '벙커'를 외치는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되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임요환 선수가 정말로 홍진호 선수의 앞마당에 벙커러쉬를 감행한 것. 이에 관객석에서는 탄식과 환호가 흘러나왔다.


홍진호 선수는 침착하게 저글링으로 벙커를 파괴하며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이어 임요환 선수의 계속되는 견제와 물량에도 뮤탈리스크와 맹독충 조합으로 상대의 본진을 공격하기도 했으나 결국 병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했다.


'무너진 사원'에서 펼쳐진 2경기에서도 임요환 선수의 공세는 여전했다. 초반부터 사신을 이용해 상대를 괴롭히며 빠르게 2우주공항을 건설한 임요환 선수는 밴시를 생산하여 지속적인 견제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홍진호 선수는 계속되는 견제에 피해를 입으면서도 꾸준히 바퀴를 모아 임요환 선수의 본진에 폭풍 드랍을 감행했다. 갑작스런 드랍에 임요환 선수가 당황한 틈을 타 홍진호 선수는 뮤탈리스크와 맹독충을 생산하였고, 특유의 휘몰아치는 공격으로 2경기를 승리하였다.





양 선수가 1:1의 치열한 경기를 펼치자 객석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탈다림 제단'에서 펼쳐진 3경기에서 임요환 선수는 다시 홍진호 선수의 앞마당에 벙커러쉬를 감행했으나 홍진호 선수는 일벌레 컨트롤로 건설로봇을 잡아내며 초반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의 현역 프로게이머인 임요환 선수의 벽을 넘기는 무리였을까? 임요환 선수의 화염차 공격에 많은수의 일벌레를 잃은 홍진호 선수는 숨겨놓은 맹독충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결국 병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했다.


비록 아쉬운 패배로 끝났지만, 스타크래프트2에 입문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는 홍진호 선수가 보여준 이날의 경기력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이벤트전이긴 했지만, 프로게이머인 임요환 선수에게 한 세트를 따냈다는 것은 홍진호 선수의 스타크래프트2 전향을 원하는 팬들의 기대를 더욱 크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난 후 홍진호 선수는 '오랫만에 마음 속에서 폭풍의 분노를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고 임요환 선수는 '홍진호 선수의 분노가 스타크래프트2에서 다시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이야기하며 이 날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기가수 '박완규'씨도 자리를 함께하여 두 사람의 경기를 응원해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두 선수에 대한 인터뷰 자리가 마련되었다.


- 오늘 경기에 대한 소감은?

임요환 : 오늘의 이벤트전은 상상만 하던 경기가 현실로 이루어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홍진호 선수가 패하긴 했지만, 한 달 정도 한 것에 비해서는 정말 놀라운 실력이었다.

홍진호 : 한 달 정도 연습을 했지만, 오늘 경기로 많은 실력 차를 느꼈다. 이벤트전이라고는 하지만 경기에서 지고 나니 마음속으로 승부욕이 느껴지더라.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오늘 같은 굴욕적인 경기는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다.


- 홍진호 선수의 스타크래프트2 전향 가능성은?

홍진호 : 아직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하겠다/하지 않겠다 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로의 전향은 나에게 또 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 팬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임요환 : 스타크래프트2라는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홍진호 선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 재미를 느끼게 해줘 홍진호 선수가 스타2로 전향하도록 노력하겠다.

홍진호 : 스타크래프트2의 재미는 이미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오늘은 팬분들에게 즐거운 자리를 마련해 드리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오늘의 분노를 토대로 다음에 이런 자리가 또 마련된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