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어렸을적 TV에서 영화를 자주 방영했습니다. 특히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영화를 방영해 주었고,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조금이라도 일찍 재우려는 부모님이 투닥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때론 박력 있고, 때로는 애절한 영화를 보며 왜 그리 마음이 설레던지….


많은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007시리즈가 주는 즐거움은 색달랐죠. 사라진 적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제임스 본드’에게 나도 모르게 ‘뒤!!’하고 소리치게 되는 긴장감! 갑자기 웬 영화 이야기냐고요? 바로 게임 ‘스파이마우스’때문입니다.




[ ▲ 오프닝 영상과 음향 모두 007 시리즈를 생각나게 합니다 ]




처음 스파이마우스가 앵그리버드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을 때, 며칠만에 영광이 사라질 삼일천하가 아닐까 예상했습니다. 그동안 앵그리버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게임은 몇번 있었지만, 긴 시간동안 순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웠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한주가 지나고 두 번째 주가 지나도록 1위의 영광에서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단순히 보기에는 그저 그런 캐쥬얼 게임으로 보이는데, 앵그리버드와는 다른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해선 안 될 결단을 합니다. 저녁 12시가 지나는 시점에 구매버튼을 눌러 버린 거죠. ‘그동안 나왔던 캐쥬얼 게임과 다르지 않은데?’ 하고 시작한 생각은 어김없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날밤을 새우다시피 했습니다.


스파이마우스와 앵그리버드는 둘 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쥬얼 게임입니다. 하나의 손가락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한 단계, 한 단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죠. 게다가 동물을 소재로 한 귀여운 주인공 캐릭터까지!








그러나 앵그리버드가 '각도'를 조절해 알을 훔쳐간 적을 '무찌르는' 과정을 단계별로 풀어나간다면, 스파이마우스는 '시간'을 맞춰 적을 '피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즉, 일정 지역을 왔다갔다하거나, 서로 특징이 다른 고양이들을 피해 치즈를 얻어 집으로 돌아가는 게 이 게임의 스토리이자 주된 목표입니다.


캐쥬얼게임답게 알록달록한 색감이나 귀여운 생김새를 자랑하고 있으며, 숨겨진 지역으로 들어가 추가로 치즈를 획득하거나, 기둥이 막고 있는 지역을 버튼을 눌러 지나가는 등 주변 지역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손가락으로 주욱 길을 그어주면 생쥐가 그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니 딱히 조작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생쥐의 길을 지정해주고 나면, 고양이들에게 발각당할 수 있으니 타이밍에 맞춰 세심한 조작이 필요합니다.




[ ▲ 노랗고 고소한 저 치즈! 치즈가 목표입니다. ]



복잡한 미로와 같은 길. 그리고 그 사이 사이에 도사린 고난과 역경! 이 길을 잘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타이밍과 특성파악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등장하는 주황색 고양이는 속도가 생쥐보다 느린 편이라 마음만 먹으면 쉽게 따돌릴 수 있습니다. 만약 발각되더라도 한 번 멈칫거리기 때문에 벽에 머리를 들이박게 하거나 피하기 쉽습니다.


그런가 하면 속도도 매우 빠르고 멈칫거림이 없어, 발견되면 실패하기 십상인 검은 고양이도 있고, 표창을 던져 원거리에서 공격을 일삼는 닌자 고양이도 있어서 그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판이 진행될수록 더욱 다양한 고양이들이 등장하고, 따로 그들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고양이가 등장하면 특성을 확인하려고 일부러 고양이에게 잡혀야하는 뼈아픈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어려움만 높아지면 재미가 없는 법! 슈퍼마리오처럼 배관구를 통해 다른 구멍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TV를 틀어 고양이를 멍하게 만들거나, 짧은 시간 정신을 쏙 빼놓는 털실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한편, 바닥의 아이템을 활용해 어려움을 타개하기도 하는데, 뒤집어쓴 채 이동하면 고양이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바구니나,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고추, 풍선 등이 그것입니다.




[ ▲ 한 지도에 하나씩 나타나는 서로 다른 공략의 보스들! ]


[ ▲ 가구를 이용해 고양이의 혼을 빼놓기도! ]


[ ▲ 숨겨진 공간에서 추가로 치즈를 구할 수 있습니다. ]




그러나 모든 아이템을 남발해서는 안 됩니다. 단계별로 목표가 따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앵그리버드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번쩍이는 멋진 왕관 세 개를 보상으로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스파이 마우스도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단계별로 부과된 목표가 있으며, 그 목표를 달성하면 파란 색깔의 리본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에게 한 번도 들키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 한다든가, 풍선 사용하지 않기, 30초 이내에 게임을 끝마치기 등이 그것이죠.


바로 이것이 스파이마우스가 72개의 단계(총 6개의 지도)로 크지 않은 분량임에도 플레이타임이 짧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게임을 클리어 하고 난 이후에도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몇 번이고 게임을 다시 하기 때문이죠.




[ ▲ 마지막 남은 저 파란리본 때문에 '다시시도'를 누르게 됩니다. ]




게임을 한글로 즐길 수 있어서 억지로 영어를 해석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즐거움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에 대한 안내는 조금 부족한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템을 직접 사용하기 전에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실패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실패하게 되는 짜증을 유발합니다.


또한, 스파이마우스는 손가락으로 쥐가 나아갈 길을 수정해줘야 할 때 화면을 계속 가리게 됩니다. 게다가 오브젝트 하나하나가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해서 상대적으로 손가락이 육중(?)하게 느껴집니다. 초반에는 괜찮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화면을 가리는 손가락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타이밍을 맞춰 길을 제시하면 쥐가 알아서 움직인다고 할지라도 갑작스럽게 고양이가 쫓아오거나 하면 길을 다시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에 화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 ▲ 약간 어색하지만 한글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기쁨을! ]




스릴을 느끼며 고양이를 피해 나가는 중독성이 일품인 게임, 스파이 마우스! 게임을 즐기는 내내 고양이와 그를 골려주는 영악한 쥐를 다룬 ‘톰과 제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의 영화 ‘007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성취감이 좋거나, 캐쥬얼한 퍼즐 게임을 찾고 계신다면 스파이마우스가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손가락이 굵거나, 수전증이 있는 분이라면 게임을 피하셔야겠습니다. 굵은, 혹은 떨리는 손가락에 가려 실패를 경험하고 나면, 화가 솟구치는 기분을 경험하실 수 있으니까요.





※ 스파이마우스 게임 트레일러




☞ 스파이마우스 받으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