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게임중독과 학교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이 입을 열었다.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은 1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 폭력과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 중독과 학교 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서로 연관성이 없다는 최관호 협회장의 소신이 담겨져 있다.

최 협회장은 크게 3가지를 이야기하며 게임과 학교폭력이 서로 연관성이 없음을 주장했다. 첫번째는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교과부가 정작 그에대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을 불러온 대구 사건의 경우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게임중독이라 부를 상황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하며 서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들이 우울증 등의 질환을 겪으며 반대로 게임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말도 더했다. 게임중독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이 게임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두번째는 학교폭력의 과시적 성향으로 인해 게임이 그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유흥비, 시험/숙제, 외투 등이 학교폭력의 원인이 될 수 없듯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다.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게임업계는 이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임업계는 이미 셧다운제도라는 규제를 시행 중에 있으며 기금 출연을 통해 전국 세 곳에 게임과몰입 치료센터도 열었고 예방을 위한 상담센터도 지원하고 있다.

최 협회장은 이렇게 게임업계가 올바른 게임 활용에 대한 교육과 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교사와 부모가 청소년들의 올바른 여가 활동을 지도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집단 따돌림은 어느 곳, 어느 때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다. 다만 그것은 또래집단의 유대관계와 자정력,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단편적인 처방보다는 사회 전반이 보다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히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이 이렇게 자신의 주장을 남긴 배경은 최근 교과부가 학교폭력과 게임중독 간의 연관성을 제기하며 게임업계에 추가적인 규제 도입을 주장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가 게임 규제 방안 중 하나로 기금 조성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는 이중 규제를 넘어선 삼중 규제라 반발하고 있다.


아래는 최관호 게임산업협회장의 글 전문이다.



0. 들어가며

- 저는 '게임과 폭력'이라는 일반적 이슈가 아니라, '게임과 학교폭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 게임이 폭력성을 유발하고 지능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으나, 그것은 매우 단면적일 뿐이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국 대법원도 이 입장으로 '폭력 게임 판매를 정부가 규제'하려는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헌 판결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논의가 다원화될 우려가 있어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 또한, 게임과몰입을 둘러싼 사회적 현상, 각종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습니다. 게임과몰입이 심각한 것과 학교폭력이 심각한 것은 별도로 논할 주제입니다.

- 제가 생각하는 '학교폭력'은 교우(또는 아는 사이)에 지속적/일상적/반복적으로 벌어지는 폭력/가혹/강탈행위입니다. 일회적이고 우발적인 폭력은 다른 차원에서 봐야합니다.



1.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의 관계

- 최근의 학교폭력 사태에 대해, 교과부는 게임중독이 그 일부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으나, 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 문제가 된 대구 사건의 가해자나 피해자 누구도 게임중독이라 부를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중독'이라는 말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편의상 쓰겠습니다. '중독'의 가장 보편적 특징은 내성과 금단현상입니다. 즉, 타인과의 관계보다는 개인의 문제입니다.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대신 게임을 시킨다는 건, 알콜 중독에 빠진 사람이 옆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는 것과 같습니다.

- 즉,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은 인과관계 뿐만 아니라 상관관계도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 다만, 학교폭력의 가해자들 중에 학교 공부를 멀리 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이 게임을 많이 하는 아이들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나, 이걸 가지고 게임중독이라고 부르거나, 게임중독이 원인이 되어서 학교폭력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억측입니다.

- 오히려,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이른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을 겪거나, 사회적 활동을 못하면서 게임중독에 빠질 가능성은 꽤 있어 보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학교폭력이 원인이 되어서 게임중독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2. 학교폭력과 게임의 관계

- 교육전문가는 아니지만, 감히 미루어 짐작컨대, '학교폭력'은 '과시형'과 '목적형'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교육전문가가 아니므로, 틀린 해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과시형'이라 함은, 권력을 쥔 아이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며 가학적 쾌락을 얻는 것으로, 기분 나쁘고 재수 없다고 때린다거나, 빵셔틀이나 와이파이셔틀을 시킨다거나 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 '목적형'이라 함은, (어느 게 먼저일지는 모르겠으나) 과시를 하다가 더 발전해서 뭔가를 강탈/강요하는 단계로 발전하거나, 강탈/강요를 위해 폭력을 일삼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숙제를 시키거나, 시험을 대신 보게 하는 행위부터, 심지어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돈을 뺏고 원조교제를 시키거나, 성추행을 하는 등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 게임이 이 과시형의 수단 또는 목적형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도록 게임업계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유저와 보호자가 게임을 잘 이용하도록 돕는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 그러나, 유흥비나 시험/숙제, 또는 요즘 유행하는 어떤 외투가 학교폭력의 원인이 아니듯이,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 다시 말하지만, '아이들이 게임을 하루에 몇 시간 하는가'가 학교폭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들어본 바도 없고, 그걸 못하게 하면 학교폭력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3. 어떻게 할 것인가

- 게임업계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보다 건전하고 유의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 내에서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이미 상당수 게임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미흡하다고 판단하신 정부/국회의원들에 의해 강제적 규제장치가 이중으로 도입된 상태입니다) 무엇보다도 교사와 부모가 청소년들의 올바른 여가활동을 지도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게임업계는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로 올바른 게임 활용에 대한 교육과, 소외된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등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기금을 출연하여 게임과몰입 치료센터를 전국 세 곳에 열었고, 예방을 위한 상담센터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더 많이 해 나갈 예정입니다.

-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소위 'bullying'은 어느곳, 어느 때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게 더 심각해지는 것은, 또래집단의 유대관계와 자정력,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의 태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따라서, 단편적인 처방보다는 사회 전반이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