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아서왕 전설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영국을 통일한 실제 역사적인 인물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전설로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인물들이 추가되거나 빠졌고, 캐릭터별 비중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11세기부터 15세기까지 계속해서 쓰여진 인기 있는 소재이기도 했고 다양한 판타지소설이나 컨텐츠에서 폭넓게 다뤄진 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나 '성배전설'등은 우리에게 전혀 생소한 소재는 아니다.

밀리언아서는 이 아서왕 전설에서 가장 많은 모티브를 따왔으며, 전체 스토리에도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을 1,2성 카드들 중 많은 카드들이 바로 아서 왕 전설에서는 엄연히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 전설 내에서 그다지 비중이 없는 인물들도 카드로 다수 나와 있으며 콤보로도 엮여 있다. 괜히 기사 카드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워낙 장대한 스토리이기에 모든 이야기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게임 내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진 인물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나마 밀리언 아서 속에 숨어 있는 아서 왕 전설을 찾아보자.

아서왕 전설의 주인공이자 밀리언아서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서'. 들여다보면 가계도가 엄청나게 복잡해진다(몰랐다 할지언정 사실상 근친도 많고..). 부계 중심으로 보면 콘스탄틴이 우서와 암브로시우스를 낳았고, 우서가 아서를 낳았으니 콘스탄틴은 아서의 할아버지이며 우서는 아서의 아버지다.

▲ 밀리언아서의 3아서들


▲ 6성카드 중 하나인 콘스탄틴


아서의 할아버지이자, 6성카드 중 하나인 콘스탄틴은 브리튼에 평화를 가져온 왕이다. 고대 브리튼 왕가 출신이며 로마 황제의 피도 섞여 있다고 한다. 권력욕에 불탔던 우리의 1성 판매용 카드 보티건은 콘스탄틴의 아들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으나 우서와 암브로시우스에 의해 숙청당한다. 배신의 아이콘이라 그런지 마누라인 로엔나보다도 가치가 낮다. 어디가서 등에 칼 꽂힐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주는 인물.

아서의 아버지인 우서는 브리튼을 위협하는 이민족들을 물리치고 브리튼의 통일을 꾀한 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가신이기도 한 골로이스 공작의 마누라인 이그레인에게 반하는 바람에 멀린에게 징징댄 인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멀린은 철벽방어를 시전하는 이그레인을 속이기 위해 우서를 골로이스의 모습으로 둔갑시켜 주는 대신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아이의 소유권(!?)을 요구한다. 사랑에 눈이 먼 우서는 이를 허락했고 아이가 태어나자 이름을 아서라 짓고 멀린에게 보낸다. 아버지로서는 참 허접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4성이지.

멀린은 아서를 액터 경에게 맡겼고, 액터 경의 아들인 케이와 아서는 베더비어라는 기사와 친해져 함께 모험을 하며 성장한다. 이 세 인물은 밀리언아서에서는 '액터 드 마리스', '교련형 케이', '지원형 베더비어'로 등장하게 된다.

▲ 보티건과 그의 부인 로엔나


▲ 우서와 그의 연적 골로이스, 그리고 대망의 멀린


이 중 케이의 경우 게임 내 카드 스토리에서 아서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카드이나 비중이 적어 나름대로 불만인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스토리 상이나 게임에서의 실제 용도면에서도 그저 다른 카드에 먹이기 좋은 도시락 후보 중 하나일 뿐 아서 왕의 어린 시절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없다.

실제 '아서 왕 전설'에서도 케이의 비중이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마도 이렇게 서서히 비중이 줄어들어 간 케이의 슬픈 역사를 카드로 형상화시켜 놓은 것이 아닐까. 어쨌든 케이를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교련형 케이와 아서 카드를 함께 사용하면 '탑 트레이너'라는 콤보가 생기기도 한다.

▲ 아서의 어릴 적 친구인 케이와 베더비어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면, 아서는 케이와 베더비어와 함께 모험을 다니던 어린 시절, 가웨인과 그의 형제 아그라바인, 가레스, 가헤리스와도 친분을 쌓았다. 가웨인 4형제 카드가 모두 모이면 '세인트 프레임'이라는 콤보가 발동한다. 또 쓸 일이 전혀 없긴 하지만, 가웨인의 애마인 '특수형 그린골렛'을 가웨인과 함께 넣으면 '서번트'라는 콤보가 발동한다.

5성 카드인 가웨인은 원탁에서 중요한 기사 중 한 명이기도 하며, 원탁의 기사들 중 최강의 힘을 자랑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아서 왕의 후계자이기도 했던 가웨인은 마녀와 결혼하여 태양의 힘을 받아 낮에는 더 강했다는 이야기부터, 밀리언 아서 메인 스토리에도 등장하는 '녹색의 기사' 이야기까지 여러 전설의 주인공 역할도 맡고 있다.

게임 내에서는 '녹색의 기사'가 아서 앞에 나타나 싸움을 걸지만, 전설에서는 녹색의 기사가 나타나 기사들에게 싸움을 걸었고 가웨인이 용감하게 이에 응해 그의 목을 쳤다. 하지만 목이 잘리고도 멀쩡했던 녹색의 기사는 1년 후에 가웨인의 목을 칠 것이니 자신이 있는 곳으로 찾아오라고 했고, 1년 후 그를 찾아간 가웨인의 용맹 덕에 녹색의 기사는 모르간(혹은 모건 르 페이)이 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 가웨인과 그의 애마 그린골렛(애마치곤 좀..)


또한 가웨인의 형제인 가레스와 가헤리스, 아그라바인은 란슬롯을 막아서다 그에게 살해당했는데 이 때문에 란슬롯과는 원래는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지만, 앙숙 사이가 됐다.

아서 왕 전설 초반부부터 메인 캐릭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가웨인의 비중을 넘보며 패기롭게 등장한 란슬롯이었기에, 그것도 염문을 뿌리던 카사노바였기에 더더욱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아니었을까. 검술 아서 스토리에서는 꽤나 괜찮은 놈으로 등장하지만 사실 란슬롯도 깨끗한 인간은 아니었다.

▲ 가웨인의 형제들. 왼쪽부터 아그라바인, 가헤리스, 가레스


란슬롯 역시 가웨인만큼이나 비중도 높고 중요한 기사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생활은 화려하다 못해 문...(....) 그러했다. 남녀를 가리지 않았으며 유부녀도 상관없었던 모양인지, 가장 유명한 스캔들로는 아서 왕의 왕비였던 기네비어와의 염문이 있다.

가웨인의 형제 중 한 명인 아그라바인의 고발에 의해 기네비어와 란슬롯의 불륜이 드러나게 됐고 기네비어는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란슬롯은 기네비어를 구출하려다가 가레스와 가헤리스를 죽였고, 이 탓에 가웨인과는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던 것.

밀리언 아서에서는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데다 손버릇까지 안 좋은 기네비어지만, 전설 속에서는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모습부터 걸걸한 여장부의 모습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란슬롯이라는 기사 자체가 후대에 편입된 인물이기 때문에, 란슬롯의 편입과 동시에 기네비어의 이미지 역시 몰락(?!)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불륜의 아이콘, 기네비어와 란슬롯


마법아서의 기사이자 3기사 중 유일한 여캐인 갤러해드는 게임 내에서 차가운 도시여자 냄새를 물씬 풍기는, 어쩐지 인조인간 느낌도 나는 인물이다. 이는 아서왕 전설에서의 갤러해드가 '최강'의 '완벽'한 기사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능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여자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미소년이라고 하는데, 재색을 겸비한 미소년이라니 남부러울 데가 없겠다. 이 미소년이라는 설정 때문에 아마도 3기사 중 유일한 여캐가 아닐까 싶다. 성배를 찾아낸 기사이기도 한 갤러해드는 이런 완벽한 기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너무 완벽'해서 인간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풍기는지도 모르겠다.


▲ 밀리언아서의 3기사들. 왼쪽부터 마법의 갤러해드, 기교의 가웨인, 검술의 란슬롯



마지막으로 모드레드가 있다. 아서왕의 아들이자 아서왕을 죽인 패륜아이기도 한 모드레드는 다양한 작품에서 그려지고 있으나 이름이 모드레드라면 배신할 캐릭터니 좋은 아이템을 줄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뒤통수 때리는 캐릭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모드레드는 아서 왕이 '아버지가 다른 누나'인 모르가즈와 하룻밤 눈이 맞아 태어난 아들이기도 해 사실 조카이자 아들이니 오묘한 혈연이기는 하다.

아서왕 전설에서는 당시 모계 혈통을 우선시했던 풍토 때문에 아들인 모드레드보다는 가웨인의 왕위 계승권이 높았고, 이 때문에 모드레드는 반란을 일으켜 아서왕을 죽이려 하지만 패하여 죽음을 맞게 된다.

모드레드 카드의 설명을 보면 '모르가즈'의 인자와 모든 아서의 인자를 교배해 만든 변칙적인 기사로서 카멜롯을 배반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모르가즈와 아서의 인자를 교배했다는 것과, 근친이라는 점에서의 '변칙', 그리고 아서 왕에 맞선 반란의 주모자로서의 '배반'의 숙명 등 다양한 모티브가 녹아 있는 모드레드다.



밀리언 아서의 근간에 깔려 있는 '아서왕 전설'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로 게임 속에 녹아 있다. 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게임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것. 카드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스토리부터 메인 스토리 모드에 등장하는 기사와 아서들, 서브 스토리의 깨알같은 이야기까지 직접 확인해 보심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