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프 이종환 대표]

30분은 너무 짧았다. 다행히 뒤이어 인터뷰하기로 한 모 외신 매체가 약간 늦은 덕분에 10분 정도 인터뷰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클라우프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기에 30분이 아니라 3시간이었어도 충분히 질문을 이어갈 수 있었으리라.

'클라우프'에 대해 알려진 것은 두 가지였다. 아주부와 관련이 있는 회사, 그리고 한국 e스포츠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자랑하던 사람들 몇몇이 주도해서 글로벌 e스포츠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

다만 시작이 좋지 않았다. 사업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아주부와의 관련성으로 인해 먼저 세상에 알려지다 보니, 부정적인 시선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출발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을 클라우프도 인식하고 있기에 추운 겨울에 독일에서 전 세계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 북미, 유럽, 중국에서 총 42개 매체 46명의 기자가 초청을 받고 클라우프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다행히 기자간담회 시작 전 클라우프 이종환 대표와의 인터뷰가 성사될 수 있었다.


이종환 대표의 과거 이력이 궁금하다. e스포츠계에서 상당한 경력을 지닌 것으로 알고 있다.

2005년부터 e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게임의 빌링 솔루션 관련 회사에서 일했었고. 2000년대 초반, 한국 게임들이 중국에 많이 진출할 때였는데, 매출에 대한 중국 특유의 불투명성 때문에 라이선스 수익 배분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곤 했을 때였다. 그래서 빌링 솔루션을 함께 묶어 동시에 중국에 진출하여 이런 불투명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일을 하면서 게임과 중국에 관련을 맺게 되었다.

이 일을 기반으로 다음에 관여하게 된 것이 WEG(World Esports Games)라는 것이다. 아마 최초로 글로벌로 나간 e스포츠 브랜드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WEG를 만든 사람은 스타리그 초창기 캐스터로 유명한 '정일훈'씨다. WEG에서 본부장을 맡아 중국을 타겟으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WEG 이후 중앙일보 문화사업부에 속해 서울시와 함께 'e스타즈 서울'을 5년 정도 같이 진행했었고, 비슷한 시기에 중국 항저우시하고도 WEM (World Esports Masters)를 3년간 진행하기도 했고, 온게임넷의 글로벌 사업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글로벌 e스포츠 분야에서만 계속 일을 해온 셈인데, 그 와중에 쌓인 경험과 고민이 클라우프라는 일을 하게 된 출발점이었던 것 같다.

[▲작년에 9월 개최된 e스타즈서울 2012 현장 사진]


지금 클라우프의 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나 시기는 언제쯤인가?

글로벌 e스포츠 사업을 하던 초기부터 생각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G20이 열렸던 해의 e스타즈 서울 행사였다. 'e스타즈' 서울의 부대 행사 중 하나로 'e스타즈 서밋'이 있었는데, e스포츠에서 나름 핫한 브랜드를 지닌 대표들이 모두 모여 e스포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때 외국의 관계자들이 e스포츠의 글로벌화를 강력하게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2006년도에 처음 이런 행사에서 만났을 때는 한국 사람들이 글로벌화를 강력하게 이야기했던 것과 비교해본다면,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 이후 온게임넷의 글로벌 사업부에서 일하면서 이 구상이 더 강화되었다. 원래 최초 온게임넷에서 맡은 일은 온게임넷의 글로벌화였지만, 구상하고 계획하고 있던 일을 더 늦출 수가 없어서 클라우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e스포츠에 관련된 회사들이 각자 대회를 열고 운영을 하면서도 글로벌화, 각 국가 간, 사업자 간의 연계 등등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이 부분을 전담해서 서포팅하는 조직이 하나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고, 그래서 클라우프를 준비한 것이다.


사핀다로부터 투자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핀다는 김석기씨와 함께 아주부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작년과 올해 한국에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었다. 어떻게 해서 사핀다의 투자를 받게 되었나?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최초에 서포팅 조직을 논의하던 e스포츠 사업자들끼리 내린 결론 중 하나가 독립된 외부 조직이 하나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외부 투자도 받는 것으로 이야기되었고 그래서 클라우프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에는 내가 온게임넷에 아직 재직 중이었는데, 당시 온게임넷 리그의 스폰서가 아주부였다. 클라우프에 대한 구상을 아주부의 임원진 한 명이 들은 뒤에, 괜찮은 구상이라며 사핀다를 소개해주었고 사핀다와 만나 PT를 진행했다. 다행히 우리의 사업계획이 마음에 들었는지 사핀다가 투자를 하겠다고 한 것이다. 현재 클라우프의 외부 투자자는 사핀다 하나뿐이며, 그 이외의 다른 자금이 유입되지는 않았다.

논란이 있었던 아이두플럭스는 어떻게 해서 합류하게 되었나?

WEG를 하던 당시 김동혁 본부장도 WEG에서 같이 일했었다. 당시 그는 FPS 매니아로서 'FPS 코리아'라는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었고. WEG 이후 e스타즈 서울을 하면서도 김동혁 본부장과는 파트너로 계속 같이 일했다. 그래서 클라우프를 설립하면서 김동혁 본부장에게도 제안했고, 당시 김동혁 본부장은 아이두플럭스라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어서, 아이두플럭스를 제휴 업체로 해서 들어온 것이다. 아이두플럭스는 별도 회사이며 협력 관계라고 보면 된다.


사무실 주소가 아주부, RNTS 주소와 같았고 이 때문에 클라우프도 여러 의혹에 시달렸다. 아주부가 의혹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사무실 주소와도 관련이 있었는데, 사핀다가 투자자라는 것은 알겠지만, 왜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었나?

그 건물의 16층을 사핀다가 사용하고, 23층에 아주부가 있었다. 그런데 아주부도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쓰지 않는 작은 방이 있었다. 초기 클라우프의 시작 직원은 4명이라서 이 작은 방 하나로도 충분했고, 이후 정식으로 사무실을 얻어서 나가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법인 설립 과정인데,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주소를 등재해야 했고, 그래서 아주부 명의 사무실을 재임대한 형태로 사무실 주소를 등록해서 법인 설립 절차를 마쳤다. 회사 설립 초기 사무실을 정식으로 구해서 사용하기 전에, 투자자인 사핀다의 소개로 몇 달 정도 임시 사용한 공간일 뿐이며, 이후 사무실을 현재의 자리에 새로 구한 것이다. 이번 행사 일정 중 클라우프 방송 스튜디오 방문도 있다.


거주지를 아예 독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민을 온 것인가?

이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을 시작한 이후 가족들도 다 같이 독일에 와서 살고 있다. 현재는 취업비자를 받아서 체류하는 것이며, EU 소속의 모든 국가에서 취업하거나 일을 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다.


현재 아주부 및 RNTS 의 상황에 대해 듣고 싶다. 한국에서는 접촉할 방법이 없다.

최근 EA에서 오래 일하던 사람 한명을 영입하여 아주부의 총괄 경영자로 앉힌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 조직 및 사업을 재정비하는 중으로 들었다. 한국은 개발진 일부만 남긴다고 들었는데, 우리도 아주부에 대해 아는 것이 이게 전부다. RNTS는 인사 한두번 정도 했을 뿐, 우리도 잘 모른다.

[▲ESL, 곰TV, 중국의 게임풍운 등 클라우프의 파트너사를 확인할 수 있는 배너]


클라우프가 그리는 e스포츠의 구도가 궁금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면 e스포츠 월드컵 같은 고정적인 세계대회를 구상하는 것인가? ‘글로벌 e스포츠 인프라’라는 말이 추상적이라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커다란 토너먼트 대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의 파트너사들, e스포츠 사업자들이 각자 브랜드 있는 대회, 리그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들의 현재 사업, 리그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부가적으로 좋은 걸 만들어서 서로 돕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것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우리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A라는 리그에서 1등을 한 선수와 유럽의 B라는 대회에서 1등을 한 선수가 있는데, 둘 중 누가 더 잘한다고 판단해야 하는지, 이를 위한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지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e스포츠는 이런 인프라가 전혀 없지 않은가?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포인트나 레이팅 같은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각 대회 주최, 주관자들과 협의하여 대회별 중요도나 가중치를 두고 이에 따라 선수별 랭킹도 산정하고 전적도 DB로 구축하고 플레이나 성적의 트렌드도 보여주는 것이다.

각 스포츠마다 국제조직이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축구만 해도 FIFA 주관하에 랭킹을 산정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이를 관리, 발표하고 있다. 테니스에도 이런 것이 있고.

'FIFA'에 가면 랭킹도, 공식대회 결과도, 전적도 다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런 형태를 e스포츠에도 구현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우리 임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e스포츠 사업자들하고 합의한 산정 방식에 따라서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것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여줄거냐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 중 하나인 ESGN TV의 주된 컨텐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스포츠에서의 FIFA 같은 조직은 상위조직인데, 우리는 상위조직이 아니라 서포팅 역할을 하는 사무국 역할이라는 점이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클라우프 사무실]


클라우프의 e스포츠 사업계획, 그리고 ESGN 등에서 아주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떻게 되나? 그리고 ESGN 이 'ESports Global Network' 의 약자인 것은 알겠는데, 혹시 유명 스포츠 채널인 ESPN 을 참조한 것인가?

현재 사업 파트너로는 '곰 TV', 'ESL', '게임풍운'이 있고 이들과 같이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방송 부문의 스트리밍 파트너로 트위치, 데일리모션 등이 있는데 아주부는 방송 부문 스트리밍 파트너 4개 중 하나로 '아주부 TV'가 참여하고 있는 정도의 관계이며, 그 외의 관련성은 없다.

사실 초기 네이밍은 ESGN이 아니었는데, 이 네이밍이 FIFA 같은 상위조직의 느낌이 나더라. 사무국 역할, 네트워크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찾은 것이 ESGN 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취재진은 몇개 매체, 몇명 정도인가? 현재 클라우프의 인원은 몇명이고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늘릴 생각인가?

이번 행사는 북미, 유럽, 한국, 중국의 42개 매체, 46명의 기자를 초청해서 진행한다. 현재 클라우프의 직원은 36명인데, 계약직까지 하면 46명이다. 여기서 좀 더 늘려 50명 정도로 향후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스포츠의 글로벌화를 일각에서 고민했던 e스포츠 종사자로서 여기까지 왔다. e스포츠의 글로벌화를 가장 현장에서 실현하는 사람들은 바로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관련된 시스템을 만들고 조직화를 하는 것도 글로벌화의 한 부분 아니겠는가. 우리가 비록 유럽에 있지만, 한국에 계신 e스포츠 팬분들께서도 우리가 하는 발전적인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과거 의혹이 불거질 때, 우리도 다른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았고 또 해당 내용도 인지하고 있었다. 일부 내용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오해받는 부분도 있어서 해명할까도 생각해봤다. 아주부로 인해 우리가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이 나름 억울하기도 했고. 그렇지만 우리가 보여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런칭도 하지 않은 상태라서 해명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해서 지금까지 미룬 것이다.

우리의 파트너사들을 보면 알겠지만, ESL, 곰TV, 중국의 게임풍운 등 e스포츠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지명도 높은 업체들이다. 이들과 같이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투명성을 간접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 우리 클라우프가 일하는 것을 보고 나서 판단해주십사 하는 부탁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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