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영상부터 큰 화제였던 징크스가 출시된 지 3개월가량 지났다. 광기 어린 눈빛과 멋진 음악 때문에 많은 팬을 설레게 하는 컨셉의 챔피언이었다.

그러나 출시 후에는 오히려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즐겜'에서 사용되는 챔피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재평가된 야스오나 루시안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국내 프로게이머들은 징크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미와 유럽 LCS에서는 현재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꼽히고 있으며 심지어 밴 카드로도 사용되고 있다.

왜 똑같은 챔피언이 밴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고인 취급당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한국과 해외 선수들의 성향 차이

국내에서 1티어로 평가받는 원딜 챔피언들을 보면 무엇보다 '생존기'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안정적인 라인 능력과 한타에서 생존을 위한 하나의 생존기. 이 두 가지 조건이 한국 프로게이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한타에서 최대한 생존하면서 딜을 넣는 데 집중한다.

▲실제로 밴이 되는 징크스(출처 : LoL LCS Highlights)

반면 해외는 생존보다 '강력한 라인 능력으로 상대방을 제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게 초반부터 하나의 라인을 파괴함으로써 스노우 볼을 굴릴 여건을 만든다. 그렇다고 징크스가 한타에서 전혀 생존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 한 명이라도 무력화된다면 패시브, '신난다!' 발동으로 인하여 누구보다 신나게 도망치면서 카이팅을 할 수 있다. 거기에 Q(휘릭휘릭!)은 한타에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여준다. 스플레쉬 데미지와 Q 5레벨의 사거리를 이용하여 돌진해오는 브루져들을 가까이 오기 전에 제압해버린다.

Q 5레벨의 사정거리는 한타 뿐만 아니라 바론을 먹는데도 사용할 수 있다. 최근 LCS EU에서 펼쳐진 프나틱과 로켓의 경기에서 프나틱은 2.5인 바론을 선보인다. 이는 징크스의 긴 사정거리와 엄청난 데미지를 활용해서 상대가 예측하기 전 타이밍에 바론을 가져오면서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간 것이다.

▲출처 : LoL Hightlights

결국, 조금이라도 더 생존해서 딜을 넣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국내 성향과는 달리, 초반부터 라인 전에서 이득을 챙기고 한타에서는 죽기 전까지 최대한 딜을 넣자는 해외의 성향과 차이가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과 해외 탑 선수들의 기량 차이

국내에서 징크스가 사용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오랫동안 의문점을 가졌던 기자는 크리스토퍼 '몬테크리스토' 메이클리스에게 조언을 구했다. 몬테의 의견은 이러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있는 곳이 바로 OGN (온게임넷 LoL 챔피언스리그)이다. 최고와 최고의 대결에서는 단 한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특히 몸이 약한 원딜러는 요즘 메타에서 탑 브루져에게 살아남기 힘들다. 결국, 오랫동안 살아서 딜을 넣는 게 한순간의 폭발적인 딜보다 더 팀에 이득이 된다. 아마 해외 탑 선수들보다 한국의 탑 선수들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안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몬테는 마지막에 '그래도 징크스 좋은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챔피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 저도 원딜은 안하지만 징크스 참 좋아하는데..

확실히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해외 선수들보다 상향 평준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에도 충분히 국내 선수들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도 많다. 이런 선수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징크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홀로 생존이 아닌 누군가가 지켜주기만 한다면 광기 어린 로켓이 한타를 지배할 수 있다. 자유로운 상태의 징크스 딜은 의심할 여지 없이 최강이다. 그렇다면 서포터나 다른 라인 챔피언이 상대에게 돌진하는 것보다 징크스만 지킨다면 충분히 한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몬테의 말처럼 국내 탑 라이너들이 상대 원거리 딜러에게 돌진하는 능력이 최고라면, 반대로 우리 원거리 딜러를 지켜주는 능력도 최고가 아닐까?

▲ 누군가의 도움만 받으면 나도 최강!

분명 LoL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활동 중이고 모두 성향이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사용되지 않는 징크스, 해외에서는 최고의 원딜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쉬바나와 애니는 국내에서 유행하기 전부터 유럽과 중국에서는 최고의 챔피언으로 평가받았다. 징크스도 단순히 성향 차이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