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참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열이 머리 끝까지 뻗쳐 오르고,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발작 증상이냐고? 그런 것은 아니다. 아니, 발작이 맞을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납득이 되질 않는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했던 순위경기였건만 어느새 점수는 1500에서 급락, 이제는 세 자리 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지는 거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파 시리즈라면 영국 락 밴드였던 블러가 연신 '우후~'를 외치던 98년도부터 즐겼지 않았던가. 영국이 사랑하는 악동 로비윌리엄스의 It's only us가 OST로 삽입된 피파 2000에서는 김병지의 선방을 앞세워 한국으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시 냉정을 되찾고 패인을 곱씹어봤다. 물론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긴 했지만, 열심히 공략 글을 찾아가며 최적의 스쿼드와 전술 구성은 문제 없이 마쳤다. 최전방에는 즐라탄이 오지 않는 공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으며, 호날두와 베일이 양 날개에 버티고 서서 빛 바랜 깃털만 손질하고 있다. 중앙에는 캡틴 제라드가 혼자 분전하고 있으며, 그 뒤를 펠라이니, 나우두 등이 문을 활짝 열고 당당히 버티고 서 있다. 그리고 골키퍼는 역시 '07 체흐.

몇 번이고 확인할수록 스쿼드나 전술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화려한 개인기는 하진 못하지만 적재적소에 찔러주는 패스나 침착한 수비 등 컨트롤도 바닥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그런데 왜 몸싸움만 했다 하면 나동그라지고, 공을 찼다 하면 골대를 빗나가고, 크로스를 올렸다 하면 UFO 찾듯 두리번 거리는 걸까?

사실 답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인정하기가 싫었을 뿐. 얼핏 화려해 보이는 스쿼드지만 즐라탄과 호나우지뉴 등 최전방 공격수는 거저 얻은 0카였고, 다른 주전들도 싼 맛에 쓰는 1카에 남짓했다. 반면 만나는 상대들은 최소한의 예의라는 듯 2카 3카는 기본이었고, 은카도 제법 보였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승리가 중요한 법. 이것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굳은 결심과 함께 상점에 들어갔다. 골드팩, 선수팩, EP 등 다양한 상품들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저것만 있으면 나도 더 이상은 몸싸움에 밀리지 않으리라.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남은 건 결제 뿐. 그런데 카드를 꺼내 번호를 적는 중 이게 정말 답인지 의문이 들었다. 분명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게시판을 보면 무과금 유저도 전설에 갈 수 있다는 글과 공략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저 사람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람.

한 동안 모니터를 앞에 놓고 선수팩을 살지, 한번 더 참을지 고민했지만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앉아 고민만 하고 있지 말고, 이 방면의 전문가들에게 한 번 물어보자. 그렇게 대상자를 물색하던 중 기가 막힌 두 전문가가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대상은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들이었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선수들의 실력은 전체 유저의 TOP 급인 것은 자명한 사실. 그 중에서도 '2천만 스쿼드'로 유명한 변천현 선수와 만수르 뺨치는 18억 스쿼드 메이저Z의 팀장 정다운 선수가 나에게 답을 제시하리라.

오늘의 전문가 소개

'브라질리안들' 변천현 -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 개인전에 출전. 첫 경기 당시 스쿼드는 고작 2천만 EP였지만, 1승을 거두는데 성공한 강원도 정선의 아들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 0순위 원창연에 막혀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무과금 유저의 대표주자로서 꼽기에는 전혀 손색없는 인물이다. 인터뷰 당시 구단 가치는 무려 3배가 오른 6천만 EP였다.

'메이저백호' 정다운 -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 팀전에 메이저Z로 출전. 첫 경기 당시 사용했던 스쿼드의 구단 가치는 무려 18억 EP. 오히려 동카를 찾기가 힘든 은빛 찬란한 스쿼드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정다운 선수 본인의 구단 가치는 그보다는 덜한 10억 EP.


Q. 만나서 반갑다. 우선 현재 스쿼드 상태가 어떤지 짚고 가자.

▲ '브라질리안들' 변천현 스쿼드


변천현 : 학생이다 보니 돈이 없어서 과금을 못했다. 그렇다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과금을 하자니 돈이 아까웠다.

▲ 'Major백호' 정다운 스쿼드


정다운 : 우리 팀 같은 경우에는 다들 나이가 있는 편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29살이고, 나머지도 다 20살 위이다. 그렇다 보니 과금에 어느정도 여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공 패키지도 없던 때라 아야투레 은카를 갖기 위해 200만원을 지른 적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쓰는 선수인데 5강 자체가 별로 없던때라 특히 가격이 비쌌다. 그렇게 하나씩 사다 보니 주전을 모두 은카로 하고 싶었고, 하다 보니 후보도 은카로 하고 싶었다. 또 그후에는 네임 밸류가 높은 선수로 바꾸고 싶었고.

Q. 그럼 자신의 구단에서 핵심 선수 카드는 무엇인가?

변천현 : 카카이다. '09 카카 같은 경우 패스보다는 마무리와 드리블로 하는 스타일에 어울리는데 나에게 잘 맞다. 물론 보급형이라 싸니깐 쓰는 감도 있지만.

정다운 : 사람들이 대부분 쓰는 선수는 다 은카로 보유중이다. 드록바, 메시, 야투, 펠라이니, 체흐 외 수비 등등. 최근에는 베일과 즐라탄을 팔고 메시로 바꿨다. 흔한 스쿼드 선수는 은카로 35명 정도 보유하고 있다.

Q. 참...대단하다. 본인들이 생각했을 때 무과금 유저가 과금 유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변천현 : 드록바나 즐라탄 등 피지컬이 되는 선수들이 수비를 밀고 오면 그냥 뚫려 버린다. 커버 플레이가 안 될 때가 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깨가 들어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어깨가 들어가면 즐라탄이나 드록바는 절대 못 막는다. 수비가 금카이거나 네임 밸류가 높은 선수를 강화한 게 아닌 이상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무과금 유저는 한계가 있는 편이다.

정다운 : 사실 변천현 선수 같은 경우에는 구단 가치가 너무 낮아서 뭐라 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구단 가치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50억 스쿼드 팀과 붙는다면 팀 때문에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못 이길 상대를 3억짜리 앙리 은카를 추가한다고 해서 비기거나 이길수 있는건 절대 아니다. 1500 점수대를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전설을 못 찍는 친구들이 내 아이디로 하고 내가 0카 팀으로 해도 내가 이기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비슷한 실력일 때 팀 좋은 사람이 훨씬 유리한건 사실이다. 당연히 연장전까지 가면 스태미너에서도 분명히 차이가 나고, 좋은 선수가 많으면 컨디션 좋은 선수들을 다양하게 골라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선수가 적다보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써야 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하고, 연장에서 교체하려고 해도 선수 스탯 때문에 선뜻 교체하기도 쉽지 않다.

Q. 현재 구단 가치가 10억 EP지만 분명 본인보다 더 높은 구단 가치를 보유한 사람들도 만났을 것이다. 그럴 땐 어떤 생각이 드나?

정다운 : 금카 팀을 만나면 나보다 더 미친놈이구나 한다. 확실히 스쿼드가 화려하면 기선을 제압하는 게 있는 건 사실이다. 1억 스쿼드 팀이 나를 만나면 '저걸 어떻게 이겨?'란 생각을 갖고 시작한다더라. 상대방 실력을 모르는 상태이기에 팀이 좋으면 위축되기 마련이고, 그러다가 몸싸움에 밀려서 선제골이라도 먹히면 게임이 말리기 십상이다. 아무래도 실제 체감도 차이가 있지만 정신적으로 먹고 들어가는게 더욱 크다고 본다.

Q. 변천현 선수 역시 본인보다 구단가치가 높은 상대를 자주 만날텐데?

변천현 : 정다운 선수야 아무래도 구단가치가 높다 보니 나와는 의견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 구단의 약점은 얇은 스쿼드 층이다. 연장을 가게 되면 후보 선수들이 좋지 않아 누굴 넣어야 할지 고민된다. 만약 EP에 여유가 있다면 후보 선수 층을 넓히고 싶다.

Q. 10억 스쿼드면 전체 유저를 통틀어서도 상당히 높은 축이라고 생각한다. 본인 구단이 만족스럽나?

정다운 : 자기만족은 충분한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내가 쓰고 싶은 선수가 '09 즐라탄인데 은카가 6억씩 한다. 그렇다고 해서 1카를 스쿼드에 넣기는 균형도 안 맞고 기분상으로도 싫다. 좋은 선수들 가격이 은카 한 장에 현금 4-500만 원씩 하니깐 부담된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술먹고 게임할 때도 있고, 게임 안 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나를 이기는 분들이 많이 놀리는 편이다. 물론 다시 하면 안 질 자신이 있지만, 당장 욕하거나 놀리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 홧김에 충동구매도 하고, EP가 없으면 강화해서 날려먹기도 많이 날려먹었다. 주사가 술먹고 강화라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면 완벽한 만족은 절대 못한다.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고 마음 먹은지 좀 됐다. 다만 예전에 팔았던 즐라탄과 네스타 은카는 다시 사고 싶다.

Q. 이런 정다운 선수를 보는 심정이 어떤가?

변천현 : 글쎄. 부럽기도 하고, 돈을 너무 많이 쓰는건 아닌가라는 두가지 생각이 든다.

Q.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변천현 : 강화는 사치다. 나 같은 경우에는 공략을 통해 선수 특성이나 스탯을 찾아 보면서 가성비 좋은 선수를 찾으면서 했다. 물론, 가성비 좋다는 선수들은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발로텔리 같은 경우에는 골대를 너무 자주 맞춘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았다. 그러다 바디페인팅으로 제치고 골을 넣는 것으로 해결을 봤다. 과금을 하지 않더라도 개인 기량을 올리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

정다운 :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이벤트가 많아서 운만 좋으면 좋은 선수를 획득 할 수 있는 경우가 늘었다. 이벤트 같은것도 귀찮아 하지 않고 열심히 참여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3달에 한 번 정도 선수 패키지가 새로 나올때는 정액제 가입한다는 생각으로 한번씩 사보는 건 재미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새로 구단을 만든다고 해서 맞춰준 경우가 있다. 딱 2억 EP 정도를 투자하면 나 같은 팀한테야 좀 그러겠지만 일반적으로 경기할 때 팀 때문에 졌다는 생각은 안 들게 짤 수 있다. 꾸준히 피파온라인3를 4-5개월 즐기면 8천만 EP에서 1억 EP 정도는 모은다고 생각한다.



▲ 좋아, 결심했어!

결론적으로 무과금 유저의 한계는 뚜렷하다. 개인의 실력이란 일정 수준을 넘기 힘든 것이고, 사실 그 수준조차도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간의 차이를 논할 때 늘 따라 붙는 조건이 '비슷한 실력'이지만, 사실 어느 게임이든 대부분의 유저들은 실력이 고만고만하지 않겠는가?

결국 어제 만난 상대나 오늘 만난 상대나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가졌을 테니 남은 것은 선수들의 무장 상태. 다만 이 부분을 단기간에 빨리 올리길 원하느냐, 혹은 천천히 즐기면서 여유를 갖고 올리느냐에 따라서 과금을 결정할 지 여부가 나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 기간을 맞아 현장만 찾더라도 EP와 선수팩은 한 보따리 챙길 수 있고, 홈페이지에는 다 참가할수도 없을 것 같은 이벤트가 연일 진행중이다.

그래, 고민할 게 다 무어냐.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에게 죽는다지 않았더냐. 나는 지금 당장 이기고 싶다. 정다운 선수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지금 나에게 있어 정답이라 생각한다. 기분 전환 삼아 가볍게 선수팩을 하나 사 보자. 좋은 선수가 나오면 기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쿨하게 조금이나마 전력이 강화됐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지. 신지혜 아나운서의 기를 받아 나도 한 번 외쳐보리라. 뾰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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