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종료된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은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많은 이변이 속출했고,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으며, 선수들의 스쿼드에 따라 카드의 시세가 폭등 혹은 급락하면서 게임 내 이적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하나의 대회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 셈이다.

매 경기마다 수많은 관중을 동원한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을 평가한다면 충분히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그간 스포츠 장르 게임들이 e스포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주목할 만한 성과기도 하다.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의 성공은 e스포츠에서 전략이 아닌 장르 역시 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 동안의 스포츠 장르 게임들이 e스포츠에서 흥행에 실패한 원인을 따져본다면 근본적 한계를 쉽게 넘지 못해서라고 할 수 있다.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AOS 류 게임들과는 달리 스포츠 장르 게임은 실제 경기와 비교될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의 모습과 움직임을 얼마나 잘 구현했느냐는 재미와는 별개로 게임의 완성도를 의미한다. 당연히 보다 더 현실스러워야 유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대회 형태를 취한 스포츠 장르 게임들은 실제와 가상의 경계를 넘지 못했다. 그래픽 기술적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실제 축구와는 다른 단조로운 패스가 이어졌고, 시스템의 맹점을 이용한 감흥없는 슛만 연발했다. 당연히 실제 축구보다 보는 맛이 덜한 대회는 흥행 실패로 이어졌다.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은 이런 한계를 어느정도 허물었다. 뛰어난 인물 묘사는 플레이어와 관중 모두의 몰입도를 높였고, 다양한 카메라 뷰를 이용한 옵저버 역시 실제 경기를 보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매 경기마다 도입된 서포터 시스템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의 의욕 상승에도 이바지했다.

특히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의 가장 큰 흥행 요소는 실제 축구 못지 않은 중계진이었다. 현역으로 활동중인 장지현 축구 해설위원은 대회의 품격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실제 축구와 연계된 그의 해설은 가상 공간에서 뛰어다니는 선수들에게 호흡을 불어넣었다. 또한, 축구 선수로 활동한 바 있던 한승엽 해설과 성승헌 캐스터와의 호흡 역시 훌륭했다.

한편으론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은 완성된 대회라고 보기엔 아쉬운 부분들을 다소 노출했다. 무엇보다도 출전 선수들이 자신들의 구단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펼쳤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전설 카드의 사용은 금지되긴 했지만, 구단 가치가 10배 이상 나는 선수들간의 경기에서는 카드의 능력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골을 허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팀전에서는 금지 시스템을 도입해 상대 팀의 특정 구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했지만, 개인전에서는 이러한 장치조차 없었다. 선수들이 스쿼드를 구성함에 있어서 높은 강화도 순서대로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카드를 선택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차후 열릴 섬머 챔피언십에서는 선수들에게 동일한 강화 단계의 카드가 있는 대회용 계정을 지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약 3달 간 진행 된 피파 온라인 3 챔피언십은 유저들에게나 관계자들에게나 합격점을 받기엔 충분했다. 나아가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국가 대항전 방식, 클럽 대항전 방식의 경기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며, 나아가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굴 월드컵과의 연계 역시 고려할 만 하다. 이제 섬머 챔피언십을 앞두고 있는 피파 온라인 3가 특정 장르로만 대변되는 e스포츠 시장에 새로운 무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