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롤드컵도 이제 대망의 결승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수많은 경쟁 팀을 물리치고, 결승 진출에 성공한 두 팀은 세계 최강의 팀이라 불리기 충분합니다. 그들이 최강인 이유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어떤 팀보다 대회 메타의 흐름을 잘 읽고, 최고의 챔피언을 써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회의 필승 챔피언. 그런 챔피언을 누구보다 잘 다루기에, 그들은 결승까지 살아남아 서로 맞붙게 된거죠. 그들의 결승 진출을 만든 챔피언의 위력은 결승전에서도 여전할 것이고, 양 팀 모두 그런 챔피언을 선점하기 위해 바론 한타 못지않은 치열한 밴픽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들을 이곳까지 올려주었고, 결승에서도 간절하게 원하는 최강의 카드는 어떤 챔피언일까요? 결승전 승리를 위해 양 팀이 모두 원하는 챔피언을 통해, 결승전을 캐리할 챔피언 후보들을 미리 만나봅시다.


■ 양 선수 모두 승률 100%, 렝가와 함께라면 오직 승리 뿐!




'결승전 필승카드'를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 렝가가 가장 먼저 뽑힐 것입니다. 롤드컵에서의 렝가는 83.3%의 승률로, 10번 이상 선택된 챔피언들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말도 안 될 정도의 OP라고 평가받는 알리스타의 승률을 넘는 수치로, 렝가가 얼마나 강력한 카드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승전에 맞붙는 두 정글러는 렝가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기도 하죠.

삼성 화이트의 정글러 '댄디' 최인규는 렝가 보다는 다른 정글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그것은 히든카드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실제 삼성 화이트는 4강 이전의 경기에선 단 한 번의 렝가 선택 없이 다른 팀들을 압살하며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대회 최고의 고비라고 할 수 있는 4강 삼성 블루전이 돼서야 비로소 렝가를 꺼냈죠. 그리고 렝가를 꺼낸 경기를 모두 따내어, 렝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놨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인섹' 최인석의 경우, 세계 최강 렝가 플레이어가 자신임을 증명했습니다. 로얄 클럽을 상대하는 팀은 렝가를 총 14번 밴 했습니다. 로얄 클럽이 4강전까지 치른 경기는 총 16경기. 밴이 되지 않은 두 경기에서 인섹은 렝가를 선택, 승리를 거뒀죠. 상대가 밴 하지 않으면 무조건 선택해서 압도적인 포퍼먼스로 승리를 따낸 인섹. 그야말로 '자신을 상대로 렝가를 밴 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정글러라고 인정받는 두 선수, 댄디와 인섹 모두 렝가 만큼은 상대를 능가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연 절대 승률이 보장된 최강 카드, 렝가는 어느 정글러가 가져가게 될까요?



■ 뜨겁다 못해 손이 불탈 정도! AD 캐리의 뜨거운 감자, 트위치




롤드컵에서 '삼성 전용 원딜러'라는 별명이 붙은 챔피언 트위치. 트위치는 우직한 캐리형 AD 캐리라기보단, 은신을 활용한 변칙적인 플레이로 경기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챔피언입니다. 삼성 화이트와 삼성 블루의 AD 캐리들은 이런 트위치의 능력을 100% 이상 보여주었죠. 트위치가 기록한 롤드컵 15승 중, 11승은 삼성 형제팀의 AD 캐리들이 만들어 낸 기록입니다.

그중에서도 '임프' 구승빈은 트위치를 7번 선택하여 7번 모두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 특히 TSM과 조별 예선 경기에선 홀로 적 챔피언을 모두 쓸어담는 펜타킬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증명했습니다. 임프가 보여주는 트위치의 위력은 이미 많은 팀들이 아는 사실이고, 삼성 화이트를 상대하는 쪽은 그것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로얄 클럽의 AD 캐리, '우지' 지안 쯔하오 역시 트위치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선수입니다. 주력 챔피언으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트위치를 꺼내들곤 했죠. 특히 10월 5일에 펼쳐진 EDG와의 8강 2세트 경기에선, 트위치로 14킬을 쓸어담으며 자신의 트위치 숙련도를 경기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나도 트위치 잘한다!'라고 외치는 듯했죠.

객관적인 데이터만 놓고 보았을 때, 임프가 우지보다 앞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두 번 선택하는 깜짝 카드도 아닌, 7번 선택하여 7번 모두 승리를 거둔 기록은 놀라운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우지 역시 트위치 활용법을 잘 아는 선수. 그렇기에 로얄 클럽은 트위치에 밴 카드를 쓰는 것이 아닌, 좀 더 전략적으로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로얄 클럽은 이것은 어떻게 이용할까요? 결승 밴픽전의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승리의 바람은 과연 어느 쪽으로 불까? 최강 서포터, 잔나




한국에서 치뤄진 2014 시즌 롤챔스 섬머에선 쓰레쉬와 브라움, 나미 같은 서포터가 크게 활약했기에 이러한 서포터의 활약이 롤드컵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롤드컵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나진 실드의 '고릴라' 강범현이 잔나로 인상적인 모습을 몇 번 보여주었지만, 지금처럼 대세 서포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긴 쉽지 않았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롤드컵의 서포터 챔피언 중 가장 빛나는 것은 잔나였습니다. 쓰레쉬보다 더 많이 등장함과 동시에 더 높은 승률을 보여주고 있는 잔나는 그야말로 롤드컵에 불어닥친 신선한 바람이었습니다.

로얄 클럽의 서포터 '제로' 윤경섭은 잔나 활용의 극을 보여주는 선수입니다. 9월 21에 펼쳐진 TSM과의 조별 예선 한 경기를 제외하면, 제로의 잔나는 계속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죠. 로얄 클럽의 전술 특성상, AD 캐리인 우지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성향이 강한데, 제로는 그러한 우지가 미쳐 날뛸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EDG와 펼친 8강 2세트에선, 우지의 실수를 완벽하게 커버하는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어 자신의 잔나 활용력을 증명했습니다.

'마타' 조세형이 보여준 잔나 플레이는 솔직히 말해서 믿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100%의 승률은 귀엽게 느껴질 정도의 '미친 KDA'를 보여주고 있죠. 27.3의 KDA는 마타의 잔나가 경기에서 어떤 수준의 활약을 펼쳤는지를 잘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전투가 펼쳐지는 곳에는 언제나 마타의 잔나가 있었습니다. 잔나가 가진 뛰어난 기동성은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여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합류하는 마타의 능력에 날개를 달아 주었죠.

양 팀 모두 뛰어난 AD 캐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AD 캐리를 보좌하는 서포터의 능력이 어느 팀보다 잘 드러나는 팀입니다. 그리고 제로와 마타 모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었죠. 서포터 '원 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잔나는 어떤 팀이 선점하게 될까요? 지금으로선 잔나를 가져오는 팀이 우승을 향한 '순풍'을 등에 업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롤드컵의 대미를 장식할 결승전도 얼마남지 않은 지금. 세계 최강의 두 팀이 맞붙는 만큼, 분명 역대 최고의 명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결승전의 밴픽 구도는 어떻게 펼쳐지게 될까요? 전 세계 LoL 팬들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질 1세트 밴픽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