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이야기이다. 양치기 출신의 작은 소년이 거구의 싸움꾼을 쓰러뜨리는 내용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골리앗의 방심이었다. 싸우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한 적들 그리고 떠밀리듯 등장한 왜소한 체격의 소년. 골리앗의 방심은 어쩌면 당연했다. ‘돌’이라는 변수도 다윗의 승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이유다. 누구도, 심지어 다윗 앞에 서 있던 골리앗조차도 자신의 이마에 돌이 날아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대의 방심과 그것을 노리는 변수 창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가 말해주는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기본적인 전략’이다. 지난 롤챔스 2014 섬머 16강에서도 다윗과 골리앗이 맞붙었다. 다윗은 IM 2팀이었고, 골리앗은 삼성 블루였다. 삼성 블루는 다소 방심했고, IM 2팀은 그것을 노려 이변을 연출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IM 2팀이 삼성 블루의 이마에 던진 돌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주 LoL 히어로는 IM 2팀의 미드라이너 ‘프로즌’ 김태일과 그가 선택했던 승부수, 럭스에 대한 이야기다.

▲ 럭스를 통해 삼성 블루라는 골리앗 쓰러뜨린 '프로즌' 김태일


■ 더 이상 나쁠 수는 없다?! 최악의 대진표를 받아든 IM 2팀과 '프로즌' 김태일

Alienware arena에서 미드 라이너로 활약하던 ‘프로즌’ 김태일은 롤챔스 2014 섬머 예선을 앞두고 IM 2팀에 입단한다. 그는 룰루와 니달리를 통해 멋진 활약을 펼쳤고, IM 2팀은 예선 A조 1위로 롤챔스 본선 무대를 밟게 된다. 비록 다른 명문팀과 비교해 약체로 평가되었지만, 좋은 팀 분위기 속에 깜짝 반전을 일구어낼 저력은 분명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16강 조 편성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IM 1팀과의 내전이 성사되었고, 우승 후보로 분류된 삼성 블루와 SKT T1 K와 한 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지난 대회 우승팀 삼성 블루와 롤챔스 2회 우승, 롤드컵 제패에 빛나는 SKT T1 K 그리고 부담스러운 형제팀 내전까지. ‘프로즌’ 김태일과 IM 2팀 앞에는 끊임없는 난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 삼성 블루와 SKT T1 K, 그리고 형제 팀 내전까지! 최악의 조에 편성된 IM 2팀

SKT T1 K와의 1차전. 기적은 없었다. IM 2팀은 객관적인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2대 0 완패를 당한다. ‘프로즌’ 김태일은 상대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의 높은 벽을 실감한다. 이어진 IM 1팀과 2차전. IM 1팀 역시 삼성 블루와의 1차전에서 2대 0 완패를 당한 상황이라, 두 팀 모두 승리가 절실했다. 한솥밥을 먹는 형제팀이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IM 2팀은 ‘손스타’ 손승익의 트위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1세트를 가져간다.

2세트의 주인공은 ‘프로즌’ 김태일이었다. ‘프로즌’ 김태일은 최근 잘 사용되지 않는 신드라를 꺼내 들었다. 경기 초반 IM 2팀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프로즌’ 김태일의 신드라는 꾸준히 CS를 챙기며 후반을 도모하였다. 이 노림수는 정확히 적중했다. 직스를 상대로 한 솔로 킬을 기점으로 ‘프로즌’ 김태일은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한다. 결국, IM 2팀은 '프로즌' 김태일의 활약 속에 2세트마저 가져가게 되고, ‘프로즌’ 김태일은 2세트 MVP에 선정되게 된다.

▲ IM 1팀과의 내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손스타' 손승익과 '프로즌' 김태일


■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 삼성 블루라는 골리앗을 쓰러뜨리다!

1승 1패. 8강 진출의 불씨는 다시 살아났다. 비록 승자승 원칙으로 인해 자력 진출은 불가능했지만, 3차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 될 경우 SKT T1 K의 경기 결과에 따라 8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IM 2팀은 삼성 블루를 만나게 된다. 삼성 블루는 IM 2팀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2승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 우승을 통해 고조된 팀 분위기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다수 팬은 물론, 경기를 치르게 될 선수들까지도 삼성 블루의 압승을 예상했다.

▲ '프로즌' 김태일의 상대는 롤챔스 2014 스프링의 우승팀 삼성 블루였다!

하지만 1세트의 결과는 IM 2팀의 승리였다. 어떻게 이러한 반전이 가능했을까? 앞서 말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강자의 방심과 그것을 노리는 약자의 기습. IM 2팀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정석 시나리오를 그대로 써내려간다. 1세트 삼성 블루가 취한 전략적 목표는 안정성이었다. 직스를 선픽으로 가져갔고, 브라움과 루시안을 봇 듀오로 선택한다. 무난하게 경기가 흘러간다면, 자연스럽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삼성 블루의 생각이었다.

이러한 삼성 블루의 전략에 IM 2팀은 정면대결을 피한다. 객관적 전략 차는 분명했고, 일반적인 경기로 흐른다면 승산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윗의 돌멩이처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필요했다. 이때 ‘프로즌’ 김태일은 럭스를 선택한다. ‘빠른별’ 정민성의 은퇴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한 비운의 챔피언이 다시 공식 경기에 얼굴을 내민 것. IM 2팀은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라는 변수를 움켜쥐었고, 혹시 모를 삼성 블루의 작은 방심을 기다렸다.

▲ 안정성을 택한 삼성 블루에 럭스라는 변수로 맞선 IM 2팀

럭스의 등장으로 한층 뜨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경기는 시작됐다. 경기 초반은 IM 2팀이 좋았다.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가 ‘다데’ 배어진의 직스를 상대로 비등비등한 라인 전을 펼치고 있는 사이, 탑 라인과 봇 라인에서 IM 2팀은 스코어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킬 스코어 4대 0.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드래곤도 IM 2팀의 차지였다.

하지만 삼성 블루는 역시 강했다. 삼성 블루는 불리한 상황을 운영과 피지컬 그리고 상황 판단으로 극복했다. 삼성 블루의 라이너들은 IM 2팀의 라이너들에 비해 CS를 조금씩 더 챙기기 시작했고, ‘스피릿’ 이다윤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정글을 지배했다. 4킬을 헌납하고 드래곤까지 연이어 빼앗겼지만, 글로벌 골드는 비슷한 상황. 삼성 블루의 강력함 앞에 IM 2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의 분위기가 조금씩 삼성 블루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그때! ‘프로즌’ 김태일이 본격적으로 교전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드래곤 앞에서 펼쳐진 교전에서 궁극기 최후의 섬광으로 상대를 주춤하게 하였고, 이어진 추격전에서도 상대 브라움을 잡아내는 성과를 거둔다. ‘다데’ 배어진의 견제로 인해 CS 수급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블루 버프를 빼앗기지 않으며 꾸준히 성장한 결과였다. 결국, IM 2팀은 삼성 블루의 미드 2차 타워까지 철거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
(출처 : 온게임넷)

그러나 삼성 블루의 전투력은 신기에 가까웠다. 바론을 획득한 IM 2팀은 기세 좋게 삼성 블루 진영으로 돌격한다. 미드 억제기를 파괴한 IM 2팀은 곧바로 봇 억제기까지 노리지만, ‘다데’ 배어진의 직스에 의해 코르키가 잡혀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삼성 블루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IM 2팀은 삼성 블루의 총공세에 당하며 모든 챔피언이 잡혀버리고 만다. 분명 객관적인 스코어는 IM 2팀이 앞섰지만, 경기의 전체적 분위기는 삼성 블루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경기 34분경, 승부를 결정짓는 한타가 펼쳐진다. 한타의 시작은 삼성 블루가 좋았다. ‘스피릿’ 이다윤의 엘리스가 ‘손스타’ 손승익의 코르키에게 고치를 적중시켰고, 이 때문에 코르키의 소환사 주문이 어이없이 빠진다. 하지만 그때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가 데프트’ 김혁규의 루시안을 향해 빛의 속박을 날린다. 이어진 최후의 섬광. 눈 깜짝할 사이에 삼성 블루의 핵심 딜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결국, IM 2팀은 한타에서 승리하고 바론 버프를 두르는 데 성공한다.

▲ 럭스의 스킬 콤보에 의해 증발해버린 '데프트' 김혁규의 루시안
(출처 : 온게임넷)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를 막을 힘이 삼성 블루에는 없었다. 1년 가까이 프로 경기에 등장하지 못한 럭스의 한을 풀어 주기라도 하는 듯, ‘프로즌’ 김태일은 시원시원하게 궁극기를 사용했고 그때마다 삼성 블루 챔피언들의 체력은 증발해 버린다. ‘빠른별’ 정민성이 프로 무대를 떠난 후, 숨죽여 살 수밖에 없었던 럭스 유저들의 가슴을 다시금 뛰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 '빠른별' 정민성의 향수를 느끼게한 시원시원한 럭스의 스킬 활용
(출처 : 온게임넷)

그렇게 IM 2팀은 치열한 승부 끝에 삼성 블루라는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프로즌’ 김태일은 대회 두 번째로 경기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사실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가 만들어 낸 반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만나기 전부터 오랫동안 돌팔매질을 갈고 닦은 것처럼, ‘프로즌’ 김태일도 랭크 게임을 통해 럭스에 대한 숙련도를 꾸준히 높이고 있었다. 삼성 블루에게는 예측이 쉽지 않았던 변수였지만, IM 2팀과 ‘프로즌’ 김태일에게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비장의 카드였다.

이어진 2세트에서 IM 2팀은 ‘다데’ 배어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패배. 16강 진출에는 결국 실패하게 된다. 하지만 IM 2팀과 ‘프로즌’ 김태일이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많은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 내기 충분했다. 럭스라는 돌맹이로 삼성 블루라는 거인을 흔들어 놓았던 ‘프로즌’ 김태일! 그의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 예상치 못한 킬 획득의 대표주자, 럭스는 어떤 챔피언인가?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임 플레이 영상 중에는 개그 요소를 담고 있는 영상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중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종류의 영상들 중 하나는 역시 반전이 숨어있는 것이다. 영혼을 건 대결에서 승리한 챔피언이 적은 체력으로 살아남아 귀환을 시전 중인 장면이 이어진다면 마지막 반전을 위한 모든 요소는 갖춰진 셈이다. 그 챔피언은 곧이어 날아오는 글로벌 궁극기를 정확히 맞고 전사하는 장면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게임 내에서 변수를 만드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글로벌 궁극기, 혹은 글로벌 궁극기에 준하는 수준의 궁극기다. 오늘의 주인공인 '프로즌' 김태일이 사용했던 럭스 역시 이러한 궁극기를 소유하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넓은 궁극기 사거리를 활용해 상대에게 예상치 못한 죽음을 선사하는 장면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럭스의 궁극기는 레벨이 오르고 아이템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재사용 대기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궁극기가 1레벨일 때부터 재사용 대기시간은 불과 80초에 불과하며 3레벨을 모두 배우게 되면 50초마다 궁극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재사용 대기시간을 감소시켜주는 세팅까지 갖춘다면? 그다음은 상상에 맡기겠다.


■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했던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 어떤 과정을 거쳐 등장했는가?

'프로즌' 김태일의 IM 2팀은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에서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다. 리빌딩을 거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롤챔스 본선에 두 팀 모두 올라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IM 2팀에게 2014년 여름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같은 A조에 형제팀이 배정된 것. 그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조에는 전 시즌 챔피언인 삼성 블루와 거대한 존재감의 SKT T1 K가 포진되어 있었다.

하지만 IM 2팀 형제팀은 그런 상황에 주눅들지 않았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 차이로 인해 연이은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절대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 선택이었다. 당시 메타에서 라인전과 한타 그 어디에서도 힘을 쓰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럭스였지만, 김태일은 자신의 판단을 믿었고 놀라운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그렇다면 '프로즌' 김태일은 자신의 주력 챔피언 중 하나라고 밝혔던 럭스를 어떻게 준비했을까?


1. 이 게임은 내가 캐리한다! 의지를 표명했던 룬 세팅

누가 뭐라고 해도 럭스는 라인전이 쉽지 않다. 느릿느릿 날아가는 스킬 투사체의 속도, 생존기의 부재, 스킬이 빗나갔을 때의 무력감 등이 주된 이유다. 그렇기에 초반 라인전에 힘을 보태는 방어적인 룬 세팅을 인장과 문양에서 보여주는 것이 정석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프로즌' 김태일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상대 역시 라인전에서 딜교환을 자주 하지 않고 CS 획득을 주 목적으로 하는 직스였다. 그리고 상대는 자신들에 비해 객관적으로 전력에 우위를 보이는 삼성 블루였다. 공격적인 선택만이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프로즌' 김태일 역시 챔피언 선택에 이어 룬 세팅에서도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표식에는 마법 관통력 룬을 넣었고 인장에는 성장 체력 룬을 선택했다. 김태일의 과감함이 드러난 룬 선택은 문양정수였다. 문양에는 성장 주문력 룬을, 정수에는 고정 주문력 룬을 넣어 자신이 캐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그리고 실제로 김태일의 럭스는 경기를 지배했다.


2. 라인 유지력에 힘을 준 특성 세팅

챔피언과 룬 세팅에서 과감함을 보인 '프로즌' 김태일이었지만 특성까지 공격적으로 가기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최소한의 안정감이 필요했던 상황. 그렇기에 김태일은 특성 세팅에서 이 점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난한 AP 딜러의 공격 특성 세팅을 선택함과 동시에 보조 특성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소환사 주문 회복과 점멸을 선택한 '프로즌' 김태일은 회복을 조금이라도 더 자주 활용하기 위해 소환사 주문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감소시켜주는 특성을 선택했다. 또한, 물약의 지속시간을 약간 늘려주는 특성에 포인트를 투자해 라인전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잘 버티기 위한 노력을 보였다.

많은 유저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이동 속도를 높여주는 특성과 마나 재생력을 높여주는 특성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보통 생존기가 없는 챔피언을 선택하면 이동 속도 관련 특성을 눌러주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김태일은 마나 재생력 관련 특성을 선택했다. 이것 또한 라인 유지력을 위한 깨알같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 모든 AP 딜러들이 꿈꾸는 정석적인 아이템 트리

미드 라인에 서식하는 모든 AP 챔피언의 꿈은 모든 아이템을 주문력 상승에 도움을 주는 아이템으로 선택하는 것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프로즌' 김태일이 이러한 아이템 트리의 끝을 보여줬다. 프로들 간의 경기이다보니 투명 감지 와드나 투명 와드가 중요하므로 와드를 가지고 다닐 아이템 칸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문력과 관련된 아이템을 보여준 것. 경기 시간도 장기전이라고 불리기엔 뭔가 애매한 40분 정도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르게 아이템 트리를 완성시킨 셈이었다.


그가 선택한 첫 아이템은 미드 라이너의 새로운 코어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아테네의 부정한 성배였다. 어느 정도 준수한 수준의 주문력과 마나 재생력,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 효과 등이 붙어있는 아이템으로, AP 딜러에게 필요한 거의 모든 능력치가 한 방에 해결된다는 장점을 가진 아이템이다.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은 IM이었기에 '프로즌' 김태일의 럭스는 생존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그렇기에 존야의 모래시계보다 훨씬 공격적인 운영을 가능케 해주는 라바돈의 죽음 모자를 두 번째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그 이후 존야의 모래시계를 구매함으로써 최소한의 생존 능력을 갖추게 됐다.


중반을 넘어서면서 럭스가 킬을 쓸어 담으며 상대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게 되자 '프로즌' 김태일은 AP딜러들의 최종 아이템인 공허의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이로써 김태일의 럭스는 아이템만으로도 500에 가까운 주문력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룬과 특성으로 넣게 된 깨알 주문력까지 합해지면? 실제로 경기 내내 럭스의 화력은 삼성 블루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 리그오브레전드의 참 맛을 느끼게 해줬던 '프로즌' 김태일. 그의 내일을 응원한다!

리그오브레전드에는 주류 메타와 주류 챔피언들이 존재한다. 이는 많은 선수들에 의해 갈고 닦여진 아스팔트 도로와 같다. 이 길을 따라간다면 좀 더 빠르고 편하게 승리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팀들이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고자 한다면 어떻게 될까? 변수가 크게 없으니 매번 강팀이 승리하게 될 것이고, 팬들은 비슷비슷한 경기에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으면 그것은 스포츠라 할 수 없다. 리그오브레전드도 마찬가지다. 약팀이 강팀을 잡는 짜릿함, 패색이 짙은 경기를 뒤집는 드라마와 같은 역전극, 그리고 작은 변수들이 만들어 내는 생각지 못한 이변들. 전문가들조차 ‘아! 정말 몰라요’를 외치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요, 존재 이유다.

이번 2014시즌, 리그오브레전드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중요한 이유는 '프로즌' 김태일처럼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하는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를 찌르는 승부수로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 냈고, 이를 통해 짜릿함을 넘어선 유쾌함을 선물했던 그. 리그오브레전드를 참맛을 느끼게 해줬던 ‘프로즌’ 김태일의 내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