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다'는 말 한 마디로는 부족한 시즌이었다. 단 1승을 하기위해 미칠 듯이 노력하고 땀흘리는 팀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최강의 자리에 군림하고있는 팀도 있었다. 또 그 최강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날을 갈고있는 팀들의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기도 한 이번 롤챔스 섬머. 여름에 걸맞는 뜨거운 팬들의 응원과 화끈한 명경기들이 있었기에 이번 시즌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인벤팀에서는 이렇듯 뜨거운 열기의 2015 롤챔스 섬머 시즌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스베누 소닉붐이다.
■ 신흥 강자의 등장? 스베누, 롤챔스 무대에 서다!
2015년 5월, 아직 롤챔스 섬머가 개막하기도 전.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선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치열하다는 표현보다는 처절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롤챔스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많은 팀들이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롤챔스는 안방에서 지켜봐야하는 상황. 각 팀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프라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기에 함께 도전한 아마추어 팀, 아나키가 일찌감치 롤챔스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 프라임은 제닉스와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롤챔스 진출 티켓을 걸고 맞붙었다. 경기는 치열했다. 제닉스가 1세트를 승리하며 한 발 앞서 나갔다. 경기력 차이는 제법 커보였다. 게다가 다전제 1세트가 주는 무게감을 고려해 봤을 때, 스베누의 롤챔스 진출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프라임은 저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1세트는 내주었지만, '프로다운' 단단한 운영을 펼치며 제닉스에게 역전승을 거둔다. 솔로 랭크에서 보는 듯한 경기가 아닌,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일사불란하게 스노우 볼을 굴려가는 모습은, 롤챔스에서 보는 운영과 같았다. 프라임은 승리 이후 감격에 젖었고, 그렇게 롤챔스에 합류했다.
롤챔스에 합류한 프라임. 프라임은 합류와 동시에 든든한 기반을 마련한다. '스베누'가 프라임의 스폰서 기업이 된 것이다. 이에 프라임은 팀 명을 스베누 소닉붐으로 교체한다. 승강전 승리와 튼실한 스폰서. 최고의 출발이었다. 팬들의 기대도 컸다. 스베누는 아마추어의 색깔을 느낄 수 없는 팀이었다. 이미 시작부터 '프로'의 느낌이 물씬 들었다. 따라서 롤챔스의 경기 템포에도 금방 적응할 것으로 보였다.
모든 게 완벽했다. 이제 스베누에게는 맑은 날만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다. 적어도 이때까진 말이다.
■ 스베누의 중간 고사 성적, '0승 9패'
쾌조의 출발을 보인 스베누. 이제 스베누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성적을 내는 것 뿐이었다. 그들은 프로였고, 프로인 이상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스베누에게 1승은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다.
스베누가 섬머 시즌 1라운드에 기록한 패배는 총 9번, 그들이 치른 경기와 동일하다. 스베누는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서 패했다. 사실 1승을 기록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측했던 일이었다. 지난 시즌의 삼성이 그랬다. 모든 멤버가 교체되어 신생팀이라고 봐도 무방한 신생 삼성의 1승 획득 과정은 험난했다. 많은 팬들은 스베누와 아나키 역시 이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변이 발생했다. 스베누와 함께 진출한 아나키가 예상외의 경기력을 보여준 게 그것이다. 아나키는 개막전에서 강호 나진 e엠파이어(이하 나진)를 상대로 승리를 따냈다. 경기 내용도 엄청났다. 아나키의 미드라이너 '미키' 손영민은 암살자 챔피언으로 화끈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리고 승리까지 챙겼다. 지난 시즌 삼성이 그토록 원했던, 그리고 스베누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첫 승을 개막전부터 만들어 낸 것이다.
아나키가 만들어낸 이 승리가 스베누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크고 무거웠다. 함께 승강전을 뚫고 진출했기에 두 팀은 분명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스베누는 스폰서까지 단 정식 프로팀, 앞서나갈 필요가 있었다. 롤챔스 합류 동기인 아나키가 1승을 따낸 이상, 스베누 역시 빠르게 1승을, 아니 적어도 아나키보다는 더 많은 승리를 따내야 했다.
아나키의 성과를 보고 조급해졌기 때문일까? 스베누는 패배를 거듭한다. 경기 내용도 실망스러웠다. 아나키는 질 땐 지더라도 화끈한 경기를 보여주었지만, 스베누는 그것도 아니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 수 아래의 기량으로 롤챔스의 운영 방식을 억지로 흉내 내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들의 패배는 관성이 되었다. 스베누의 승리를 기대하는 팬들도 하나둘 그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패배했던 스베누기에, 만약 승리한다면 그것만으로 리그의 이변, 대사건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했다. 승리를 목표로 하는 프로에게, 이것은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스베누의 1승은 계속해서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 감격의 1승! 스베누, 진짜 프로가 되다
1라운드 전패의 스베누. 하지만 스베누의 가장 큰 문제는 2라운드에 들어섰다고 한들 이 상황을 극복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에 있었다. 모든 팀들이 스베누에겐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스베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보여주었던 무기력한 모습은 없었다. 그들은 강팀을 상대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운영을 펼쳤고, 1세트를 따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한 끗이 부족해서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스베누의 1승. 팬들은 애가 탔다. 많은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제쳐두고, 스베누의 1승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베누가 진에어 그린윙스(이하 진에어)를 상대로 1승을 따낸다. 그동안 부진했던 '사신' 오승주와 '소울' 서현석이 제 몫을 해낸 것이 컸다. 솔로 라이너들이 제 몫을 다하자, 팀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뉴클리어' 신정현의 캐리력은 배가되었다. 이렇게 팀의 형태가 갖춰지고 나서야,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1승을 따낼 수 있었다.
스베누가 따낸 1승. 분명, 이 승리는 틀림없이 큰 값어치가 있는 1승이었다. 프로에겐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승리야 말로 프로팀의 제 1목표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승리하지 못하는 프로는 프로 이하다. 이 관점에서 봤을 때, 스베누는 이 승리 이후로 진짜 프로팀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스베누, 팬들의 보여준 '일방적 응원'의 의미를 분하게 생각하라.
스베누가 진에어를 꺾을 것이라고 생각한 팬들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관계없이 하나가 되어 스베누를 응원했다. 이것은 프로 팀인 스베누에게 있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스포츠는 경쟁이다. 그런데, 모든 팬들이 합심해서 전혀 관계 없는 팀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것은 한마디로 그 팀 자체가 두렵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팀은 언제나 경계의 대상이다. 강팀에겐 항상 시기와 견제가 뒤따른다.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베누는 그렇지 못했다. 그들은 타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꼭 한 번 이겼으면 하는 '동생'과 같은 이미지의 팀이 되고 말았다.
이제 스베누는 다시 한 번 그 지옥 같은 승강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스베누가 롤챔스를 통해 쌓은 경험이 있다곤 하나, 이번 승강전은 섬머 시즌 승강전보다 더욱 힘든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이제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스베누의 어깨엔 더욱 많은 것이 걸려다. 롤챔스와는 달리 이기는 것이 당연한 익숙치 않은 입장, 이 부담감과 싸워야한다.
승강전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그들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들은 롤챔스에 복귀해서 꼭 해야할 일이 있다. 스베누는 자신들이 받고 있는 '동정'에 가까운 팬들의 시선을 '두려움'으로 돌려놔야한다. 그리고 그들은 17번의 패배를 묵묵히 기다려준 팬들에게 보답해야한다. 롤챔스로 돌아와,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말이다.
스베누 소닉붐. 그들은 지금부터 17번의 패배와 한 번의 승리가 얼마나 값졌는지를 증명해 나가야 한다. 그들이 진정한 '프로'라면, 섬머 시즌과 같은 결과는 단 한번으로 족하다.
■ 스베누 소닉붐, 롤챔스 섬머시즌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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