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시드 배정은 비슷했다. 주요 대륙 별로 3개. 대만 지역 2개. 와일드카드 지역 2개.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지 못하고, 16강에서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팀들은 와일드카드 지역의 팀들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2013년도 신규 서버 지역에서 올라온 게이밍 기어 eu도 전패. 2014년 터키의 다크 패시지도 전패. 카붐 이스포츠는 유럽의 강호 얼라이언스에게 1승을 했지만, 탈락이라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 전례대로라면 이번 시즌도 다른 지역의 발판이 될 것이 뻔한 상황. 과연 방콕 타이탄즈와 페인 게이밍은 이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 종잡을 수 없는 방콕 타이탄즈

▲ 출처 : 방콕 타이탄즈 페이스 북

솔직히 말해서 방콕 타이탄즈가 SKT T1과 EDG, 그리고 H2K가 속한 C조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자신들의 공격성과 잠재력을 보여줄 수는 있다. 방콕 타이탄즈는 좋게 말해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운영 체계가 없다.

보통 다른 지역은 오브젝트나 유리한 타이밍에 한타를 건다. 방콕 타이탄즈는 아니다. 그냥 싸운다. 숲을 보기보다는 나무에 집중한다. 눈앞에 있는 나무를 베고 또 베어 넘겨 승리하는 패턴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종잡을 수가 없다. 중국 LoL이 공격적이라지만 어느 정도 틀과 '각'이 있다. 방콕 타이탄즈는 그런 최소한의 규격조차 없다. 이 팀을 보면 "내일을 사는 사람은 오늘만 사는 사람에게 이길 수 없다"는 명대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현실은 영화와 같지 않다. 방콕 타이탄즈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운영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쉬지 않고 싸움을 걸지만, SKT T1과 EDG, 그리고 H2K의 운영은 방콕 타이탄즈가 흔들기에는 너무 뿌리가 깊다. 가지만 치다가 지쳐 쓰러질 확률이 굉장히 높다.

방콕 타이탄즈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페이스로 상대를 끌어들여야 한다. 상대가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말이다. 만약 방콕 타이탄즈가 롤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긴장해 자신들의 색깔을 잃어버린다면, 와일드카드 지역 선배들의 전철을 밟을 것은 자명하다.


■ 브라질의 맹주 페인 게이밍

▲ 출처 : 페인 게이밍 페이스 북

이번 대회 최고의 '꿀 조'라 불리는 A조에 속한 브라질 팀이다. 그런데 '꿀 조'라고 불리는 큰 이유 중 하나는 페인 게이밍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A조에 속한 나머지 팀은 페인 게이밍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리그의 '패자'는 절대 얕봐서는 안 되는 상대다. 기세와 자신감으로 뭉쳐 예측을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페인 게이밍은 원래 강력한 팀은 아니었다. 스프링 시즌에서는 3위로 시즌을 마치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들이 '맹주'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탑 라이너인 '마이론'을 영입한 뒤부터다.

스프링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하고, '마이론'과 함께 시작한 섬머 시즌. 페인 게이밍은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쟁쟁한 상대들이 플레이 오프에서 기다렸지만, 페인 게이밍은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패배하지 않고 우승했다. 이 상승세는 와일드 카드 선발전까지 이어졌고, 15승 0패라는 전적으로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자신감과 기세는 어떤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상대하는 팀들이 다 만만치 않다. 브라질 리그인 CB LOL의 수준이 발전하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유명 리그와는 많은 차이가 난다. CLG, 플래쉬 울브즈, 쿠 타이거즈. 자국 리그에서 쟁쟁한 라이벌들을 꺾고 롤드컵에 진출한 세 팀은 페인 게이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전력을 가졌다.

브라질의 LoL이 과연 세계 수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페인 게이밍이 입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 건 이번 롤드컵이 페인 게이밍과 브라질 리그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험의 장이자, 기회의 무대라는 것이다. 유럽의 맹주 프나틱이 자국 리그의 명성을 드높였듯이 페인 게이밍이 그럴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