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 4강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1경기에서는 SKT T1이 오리젠을 제압했고, 2경기에서는 KOO 타이거즈가 프나틱을 꺾었다. 이로써, 롤드컵 시즌5 대망의 결승은 한국 대 한국의 구도가 완성됐다.

분명 이번 롤드컵에서 유럽은 강력한 면모를 자랑했다. LCS EU 2015 섬머 시즌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던 프나틱과 오리젠이 그랬다. 프나틱은 특유의 공격성과 상황에 맞는 운영으로 상대 팀을 제압했고, 오리젠은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운영으로 대표되는 '아웃 복서' 스타일을 구사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LCK를 대표하는 SKT T1과 KOO 타이거즈의 막강한 경기력에 무릎 꿇었다.

자존심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SKT T1과 KOO 타이거즈가 돋보였던 롤드컵 4주 차.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짚어보자.


■ 황제의 귀환! '이지훈' 이지훈의 단단했던 아지르

SKT T1은 참 행복한 팀이다. 게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드 라인에 두 명의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롤드컵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알린 '페이커' 이상혁은 물론, 안정적인 라인전과 한타에서의 묵직함을 자랑하는 '이지훈' 이지훈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롤드컵 들어 출전 기회가 적었던 이지훈은 4강 오리젠과의 대결 1세트와 2세트에 선발 출전해 자신의 위엄을 전세계에 알렸다. 이번 오리젠전에서 이지훈이 선보였던 경기력은 지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롤챔스) 스프링 시즌 결승에서의 멋진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1세트에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지르를 선택한 이지훈은 자신의 별명이 왜 '황제훈'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바론 지역에서 열렸던 한타에서 이지훈은 안정감 넘치는 위치 선정으로 폭발적인 대미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지훈은 안정적이기만 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기회를 포착하자마자 멋진 '드리프트' 실력을 과시하며 한타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 들어는 봤나, 인수분해 이니시에이팅

유럽 최강 프나틱을 상대하게 된 KOO 타이거즈는 1세트부터 깜짝 카드를 선보였다. '호진' 이호진에게 자크를 쥐여준 것. 한 때 탑 라인과 정글 지역을 휩쓸었던 자크는 몇 번의 너프 이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됐었다. 그만큼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세상에. 자크 정글이라니.


하지만 이호진의 자크는 결국 해냈다. 패시브 스킬인 '세포 분열'이 활성화된 타이밍에 일부러(?) 적에게 물려 이니시에이팅을 시도했다. 그러자 KOO 타이거즈의 팀원들이 자크의 세포 덩어리들을 지키기 위해 몰려 들어 상대를 제압했다. 이를 두고 '스멥' 송경호는 "사실 자크 정글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패시브 스킬을 믿었다. 팀원들끼리 이걸 '인수분해 이니시에이팅'이라고 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유의 유쾌함과 준수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호진. 앞으로도 계속 그의 유쾌한 경기력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아, 물론 완벽했던 리 신 플레이도 함께 말이다.


■ 단 한 명의 '승부의 신' 그의 운명은?

저번 3주 차 결산 기사에 라이엇 게임즈가 진행하는 '승부의 신' 이벤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조별 예선부터 모든 경기 결과를 예언해서 챔피언십 리븐 스킨을 얻을 수 있는 것 말이다. 3주 차에 네 명의 승부의 신이 살아 남았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오직 한 명만이 살아 남았다.


마지막 승부의 신 생존자는 SKT T1과 KOO 타이거즈가 결승에 오른다고 예언했다. 많은 사람이 이 예언이 적중할 것인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 예언은 적중했다. 4강 일정이 마무리된 결과, SKT T1과 KOO 타이거즈가 결승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마지막 예언만이 남았다. 그는 SKT T1이 결승에서 승리해 소환사의 컵을 손에 넣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만약, KOO 타이거즈가 그동안 SKT T1에게 당했던 연패 행진을 끊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다면, 챔피언십 리븐 스킨은 공중분해된다. 이 예언이 맞아 떨어질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롤드컵 결승을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몬테'의 롤챔스를 향한 일편단심

'일편단심'은 "한결같은 참된 정성, 변치 않는 참된 마음"을 일컫는 사자성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몬테크리스토'다. 오랫동안 롤챔스 해설 직을 맡고 있는 몬테크리스토는 한국 리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팬들 사이에서 '김몬테'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새삼스럽게 몬테크리스토의 롤챔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또 다시 꺼낸 이유가 있다. 이번 롤드컵 시즌5가 열리기 약 4개월 전, '서머닝 인사이트' 49화가 진행됐는데, 이때 몬테크리스토가 답변한 내용이 레딧에서 다시 화제가 된 것.

여기서 몬테크리스토는 "왜 서구권 게임단은 롤드컵에서 우승할 수 없는가"는 질문을 받고 서구권 리그가 롤챔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많다고 대답했다. 당연히 서구권 팬들의 비판과 반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SKT T1과 KOO 타이거즈가 롤드컵 결승에 오르자, 레딧을 비롯한 다양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롤챔스와 서구권 리그를 비교하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쯤 되면, 롤챔스에 대한 일편단심을 유지하고 있는 '김몬테'가 대단해보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