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꼭 다물게요'

상대 우서가 늘 하듯이 첫 턴부터 비밀지기를 꺼낸다. 저걸 살려뒀다간 초반부터 패배 확정이기 때문에 무슨 짓을 해서라도 비밀지기를 끊어야 한다. 하수인도 전개하지 못하고 주문을 써서 비밀지기를 끊었더니 단검 곡예사가 나타나고 병력 소집으로 더 많은 하수인들이 깔린다. 저걸 정리할 광역기를 쓰면 나는 또 하수인을 꺼내지 못한다. 4턴에 우서는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를 꺼내고 나도 맞 벌목기를 꺼내보지만 이미 필드는 빼앗긴 상태다.

5턴에 로데브가 나와 내 주문을 틀어막고 6턴에 결국 우서가 파마를 한다. 이미 필드는 돌이킬 수 없게 됐고, 우서는 연이어 박사 붐과 티리온 폴드링을 꺼내며 '고맙네', '미안하네', '훌륭하군'이라며 '인성 표현'을 하더니 승리를 챙겨간다. 화를 삭이며 대전 버튼을 눌렀더니 여관주인의 목소리가 사람을 더욱 슬프게 한다.

'그 상대는~ 우서!'


최근 하스스톤 등급전은 수수께끼의 도전자를 위시한 비밀 성기사라는 황소개구리가 지배하고 있다. 수수께끼의 도전자가 나타나 비밀을 4-5개씩 걸어버리면 유리하던 필드 상황에서도 정리하느라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필드가 비등했거나 불리한 상황이었다면 곧바로 패배 등식이 성립된다. 뭘 할지 뻔히 보이는데도 막기 힘들다는 점, 상대가 하는 플레이에 따라가기만 해야 하는 점 때문에 많은 유저들은 '파마 기사'로 불리는 이 비밀 성기사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물론 비밀 성기사라고 해서 무적은 아니다. 첫 턴에 비밀지기, 단검 곡예사 등 저코스트 하수인이 잡히지 않으면 비밀을 무의미하게 날리면서 턴을 보내야 하고, 수수께끼의 도전자를 제 때 내지 못하면 그만큼 자신도 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밀 성기사가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4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인 '파이어뱃'은 최근 개인 방송을 하면서 현 하스스톤 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내용인즉, "하스스톤은 마나 코스트에 맞춰 가장 능력치 좋은 하수인만 내면 이기는 게임이 됐다. 정직하게 필드 하수인 싸움을 벌여 이기는 것이 유일한 승리 공식이 됐다. 블리자드가 상대를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피니시 카드, 콤보 덱을 다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트 대비 스탯이 좋은 하수인만 내면 이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스스톤의 재미있는 순간을 편집해 영상으로 만드는 유명 제작자인 '트롤덴' 역시 레딧에서 "대마상시합은 메타를 악화시키기만 했고, 소수의 카드를 빼면 쓸모없는 카드 뿐이다. 밸런스 조정 패치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는 비판 섞인 글을 남겼다.


그러나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프로게이머들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블리즈컨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유저들의 생각과 달리 성기사의 승률이 압도적으로 좋지는 않다", "WCS에서 주술사를 선택한 사람이 둘이나 있고, 신규 모험모드의 카드들이 주술사의 과부하 문제를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사 붐은 과거 장의사에 비해 통계상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카드가 아니니 하향 계획은 없다"며 그간의 피드백을 일축했다.

정말로 그런가? 현재 등급전을 플레이하면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는 것이 성기사다. 플레이하는 유저가 많으면 많을수록 승률은 당연히 50%에 가깝게 맞춰질 수 밖에 없다. 거기다 그 많은 성기사들 중에는 비밀 성기사가 아닌, 미드 성기사도 있을 것이고 카드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무과금 유저들의 성기사도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성기사의 플레이 통계를 뭉뚱그린 후 "성기사 승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하면 거기에 수긍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게다가 주술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템포가 점점 빨라지는 현 환경에서 주술사는 과부하 때문에 불필요하게 턴을 낭비하고, 템포에도 제약을 받으며 플레이를 한다. 오리지널 시점에는 과부하 카드들이 코스트 대비 성능이 좋았을지 몰라도 현재도 그렇다고 보긴 힘들다. 과부하로 사용한 카드가 제 값을 못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과부하와 연계되는 신규 카드들로 주술사의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지만, 그래서 속박 풀린 정령과 용암 충격이 주술사의 입지를 얼마나 크게 올려주었나. 또 16명의 선수 중 고작 2명이 썼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는 직업이라면, 대부분이 사용한 드루이드나 성기사, 사냥꾼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블리자드는 박사 붐의 채용 빈도가 과거 장의사보다 낮다는 이유로 수많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일축했지만, 이 역시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장의사는 모험모드만 클리어하면 바로 얻을 수 있는 보너스 개념의 카드였고 박사 붐은 신규 확장팩에서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전설 카드다. 해당 카드를 보유한 유저의 숫자부터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고, 1코스트에 2장 투입 가능한 장의사와 7코스트에 한 장 밖에 쓸 수 없는 박사 붐의 '채용 횟수'를 따지면 당연히 장의사의 압승이다. 하지만 돌진 사냥꾼, 얼방 법사 등 컨셉부터가 다른 덱을 제외하고 어떤 미드레인지, 컨트롤 덱에서 박사 붐을 쓰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박사 붐은 '안 쓰는' 카드가 아니라 '없을 수도 있지만, 있으면 다 쓰는'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블리자드는 단순 통계치만으로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 기사 : [인터뷰] "비밀 성기사와 주술사 주시 중" 블리즈컨에서 만난 용우와 마이크 도네이즈

대부분의 카드 게임에서 특수 능력이 좋은 하수인은 소환 조건이 어렵거나, 스탯이 좋지 않거나, 효과 발동 조건이 까다롭다는 등 그에 맞는 일정한 페널티를 겸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경우 효과가 있는 하수인은 같은 코스트의 효과 없는 '바닐라 하수인'보다 스탯이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덱 압축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거나 필드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카드들은 대부분 위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른다. 극도의 파워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셈이다. 게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 좋은 효과를 지닌 카드들이 많아지기에 종래에는 이런 공식도 잘 성립되지 않지만 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코나미의 카드 게임 유희왕에서 등장했던 '정룡 덱'이다. 상대가 어떤 방법으로 대처를 하더라도 정룡 덱은 일방적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었고 덱 압축도 자유자재인데다 물량 전개 또한 수준급이었고, 묘지의 카드를 소모하면서 패까지 늘릴 수 있는 구조였다. 카드들의 스탯마저 좋았기에 페널티라곤 전혀 없는 이 정룡 덱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몇 차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정룡 덱은 건재했다. 코나미는 결국 키 카드 4장을 모조리 금지시키는 초강수를 두었고, 극심한 파워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던 정룡 덱은 그제서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덱 압축, 스탯, 물량 모든 것을 갖춘 카드의 결말은 전원 금지였다

현 하스스톤 역시 파워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모든 카드 게임에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따라오는 문제이지만, 하스스톤은 출시 후 1년 6개월이 조금 넘은 신생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대놓고 상위호환인 카드나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파워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카드들, 그리고 7-80%에 가까운 '쓰레기 카드들'이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 하스스톤 인벤 토너먼트(이하 HIT) 우승자이자 수많은 카드 게임을 접해본 '페가소스' 심규성, 그리고 각종 대회에서 매우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익명을 요구한 게이머 A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Q. 최근 '파이어뱃'이 개인 방송에서 현 하스스톤 환경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반면, 블리자드는 블리즈컨에서 가진 인터뷰로 논란이 되는 내용들을 일축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심규성 : 저 역시 '파이어뱃' 선수의 발언에 공감합니다. 전 여러 카드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이에 대해 문제점을 더 통감하고 있어요. 하스스톤은 다른 카드 게임에 비해 게임 시스템을 많이 간소화했습니다. 보통 카드 게임은 상대 턴에 대응할 수단이 많은 반면 하스스톤은 그런 수단이 비밀과 죽음의 메아리 밖에 없죠. 그런데 그게 상당히 수동적이라 상대가 폭탄 해체하듯 툭툭 카드를 던지면 발동하고 싶지 않은 비밀도 하나하나 없어져요.

그런 게임에서 수수께끼의 도전자같이 카드 효율, 즉 파워 인플레이션을 극한까지 올린 컨셉의 카드가 출시됐죠. 그걸 상대하는 입장에선 대응하는 카드가 없기 때문에 계속 필드를 유지하려면 다음 턴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하수인을 써야만 한다는 공식이 생겨요. 그래서 마나 코스트 대비 공체합이 평균 이상인 카드로 도배가 되죠. 그 대표적인 카드가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고, 그 전에는 다들 허수아비 골렘을 썼잖아요?

신 카드가 추가된다면 그 중에서 효율이 좋은 카드를 발견하고 덱에 투입하겠지만 1, 2, 3, 4 식으로 진행되는 것과 상대 턴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전제조건 때문에 하수인 메타는 변동되지 않을 겁니다.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변화하기 어려울 거예요. 드루이드가 게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1티어에 있는 이유가 수동적인 마나 개념을 유일하게 뒤집는 직업이기 때문이에요.

요즘은 길게 볼 것도 없이 3-4턴에 필드를 보면 누가 이겼는지 다 보여요. 밀리는 쪽에서 기댈 거라곤 흔히 말하는 '오른쪽 메타', 즉 운 밖에 없어요. 좀 더 수준높고 스스로의 운영을 통해 게임을 풀어가고 싶은 게이머들은 계속해서 실망할 수 밖에 없는 거죠.

A : 저는 약간 중립적인 입장이에요. '파이어뱃' 선수가 비밀 성기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었는데, 사실 예전부터 코스트에 맞춰 1, 2, 3, 4 순서대로 하수인을 내는 게 좋았거든요. 물론 지금의 비밀 성기사는 그런 형태의 직업 가운데 정말 강력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 블리즈컨에서 비밀 성기사를 들고 나온 선수들은 모두 탈락했기 때문에 반드시 비밀 성기사가 모든 매치업에서 유리하다고 보긴 힘든 것 같아요.


Q. 블리자드는 보통 이러한 문제가 생기면 신규 카드들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편인데, 현재의 메타를 신규 모험모드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심규성 : 이번 모험모드 컨셉인 '발견'은 카드를 패에 추가하는 방식이죠. 바로 전 팩인 대마상시합에서 추가된 '격려' 카드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중에 쓰이는 건 멀록 기사, 연합용사 사라아드, 고해사제 페일트리스 정도예요. 이 중 둘이 필드에 하수인을 늘리는 카드죠. 그나마도 쓰기가 힘들어서 잘 보이지 않고요. 선수 입장으로서 현 문제점을 평가하고 신규 모험모드로 현 상황을 탈피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면, 확실히 이 메타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요.

A : 새 카드를 대체 형식으로 내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기존 카드들을 수정하면서 밸런스 조정을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새로운 모험모드, 확장팩에도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기존에 문제되던 카드에 대해선 하나도 수정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카드들만 낸다면 그건 아무래도 밸런스보단 지나치게 수익만 추구하는 쪽으로 보이겠죠.

제가 새로운 모험모드의 카드들을 다 살펴본 건 아니라 정확히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예전부터 대세였던 덱들은 새로운 모험모드가 나올 경우 덱 구성에서 몇 장 변화가 있을 수는 있어도 계속 쓸 만한 위치에 있었어요. 이번 모험모드도 마찬가지로 출시된다 하더라도 큰 메타의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아요.

▲ 신규 모험모드가 가져올 메타 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Q. 패치가 너무 늦는다, 아예 카드를 못 쓰게 만든다는 등의 불만도 상당히 많습니다. 유희왕에서 정룡 덱이 날뛰자 반기별로 진행하던 금지/제한 룰을 분기별로 텀을 줄인 것과는 반대되죠.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한데요.

심규성 : 오, 정룡을 아시네요. 하스스톤이 유희왕, 매직 더 개더링같은 오프라인 카드 게임과 비교해 가진 독보적인 장점이 바로 디지털 게임이란 겁니다. 밸런스 패치를 통해 이 문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데, 이번 손님 전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쟁노래 사령관 패치를 했는데도 미드 손님은 대회에 계속 등장하죠. 패치의 방향이 잘못된 것 같아요.

물론 손님 덱이 절대적인 원탑이었기에 당연히 패치는 해야 했는데, 문제는 아예 못 쓰는 카드를 만들어서 이런 류의 콤보 덱이 남아나질 않아요. 너프당한 카드의 대표가 굶주린 대머리수리와 전쟁노래 사령관 같은 콤보 카드죠. 1, 2, 3, 4의 뻔한 패턴이 문제라면 이런 카드를 위시한 콤보 덱이 그걸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그런데 주문 도적, '독수리-개풀', 손님 전사 덱이 다 사라졌죠.

가령 유희왕도 대세 덱이 생기면 차후 금지/제한이라는 방식으로 밸런스 패치를 합니다. 정룡 덱이 생겨난 후 6개월 단위로 진행하던 금지/제한을 3개월로 줄였는데, 하스스톤이 만약 밸런스 패치를 주기적으로 했다면 이렇게까지 여론이 들끓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블리자드가 카드 금지를 원치 않는다면 수수께끼의 도전자같은 경우 비밀을 2장 설치하거나, 박사 붐은 스탯을 깎거나 폭탄로봇의 능력을 줄이는 등 카드의 취지는 유지하면서 파워를 줄이는 방식을 썼다면 좋았겠죠.

A : 전쟁노래 사령관 패치는 정말 저도 이해를 못 하겠어요. 손님 덱이 너무 강하기도 했고, 그 손님 덱의 피니쉬 카드인 거품 무는 광전사에게 돌진을 부여한다는 점 때문에 전쟁노래 사령관을 너프했는데, 사실 그 카드가 없어도 지금 손님 덱은 나쁘지 않게 잘 돌아가요.

패치의 방향이 근본을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유저들의 불만을 막기 위해 눈 앞의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인 것 같아요. 패치 후의 게임의 향방을 생각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 같아서 정말 아쉬워요.


Q. 미치광이 과학자, 수수께끼의 도전자, 박사 붐 등 효과도 좋고 스탯까지 좋은 하수인이 끝없는 논란을 부르고 있어요. 이런 하수인은 너프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심규성 : 클로즈 베타 시절에 제일 처음 패치된 카드가 풋내기 기술자와 굶주린 대머리수리였어요. 2코스트 대비 스탯과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너프를 당했죠. 그런데 미치광이 과학자는 이 둘을 뛰어넘는 스탯에 효과까지 상위호환이에요. 실질적으로 2코스트를 써서 5코스트 가까운 효율을 보이고 있죠. 수수께끼의 도전자는 기본 스탯도 상당한데 비밀을 원하는 만큼 세팅한다는 게 문제고요.

거기다 수수께끼의 도전자가 두 장이라서 드로우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고도 당하거든요. 만일 한 장만 쓸 수 있다면 예전 주문 도적이 리로이 젠킨스를 뽑지 못해 지듯이 질 수도 있었을 거예요. 수수께끼의 도전자는 드로우되기 전에 비밀이 다 소모되거나 하나하나 비밀을 해제하면 어렵지만 돌파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현재는 이렇게 힘들게 비밀을 돌파했더니 두 번째 수수께끼의 도전자가 나오거나 박사 붐이 나오면 다 소용없는 일이 되죠. 만일 필드를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로수붐티' 콤보가 그렇게까지 무섭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현재 비밀 성기사는 대부분 시작부터 전력으로 상호 간의 카드를 소모하게 만들면서도 보호막을 쓴 꼬마로봇, 병력 소집,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 등으로 자기 필드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알면서도 당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수수께끼의 도전자는 성기사 카드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한 장만 쓸 수 있게 차라리 전설 카드로 만드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아니면 주술사의 과부하라는 페널티를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카드에 추가시켜도 나름 밸런스 패치가 될 테고요.

A : 수수께끼의 도전자의 경우는 6코스트 하수인 중 스탯도 매우 좋고 덱 압축까지 해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블리자드가 여태껏 보여줬던 패치의 방향을 보았을 땐... 큰 기대는 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박사 붐같은 대놓고 상위호환 카드가 많기도 한데, 그것보다 쓸모없는 카드를 너무 많이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런 카드들에 대한 너프는 꼭 필요하겠지만 그 방향에 대해선 너무 어렵네요. 어떻게 패치를 한다고 해도 불만은 여전할 것 같아요.

다만 무슨 패치를 하더라도 굶주린 대머리수리나 전쟁노래 사령관처럼 아예 해당 카드를 못 쓰게 만드는 식의 패치는 반대해요. 건드리는 카드마다 못 쓸 지경을 만들면 누가 게임을 좋아하겠어요?


Q. 말씀하신 과부하 능력 때문에 템포를 따라갈 수 없는 주술사는 늘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과부하에 대한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요?

심규성 : 과부하 카드는 본인 스스로 다음 턴 자기 행동을 제약하는 방식이죠. 이런 카드는 '내가 이 카드를 썼을 때, 다음 턴 상대는 내가 마나를 쓸 수 없는 것 이상으로 답이 없게' 만들어야 해요. 카드 게임은 내 카드를 적게 쓰고 상대 카드를 많이 소모시키는 게 기본인데, 상대가 생각이 있다면 그걸 다 맞아주는 상황으로 게임을 진행하지 않아요.

주술사보고 초반에 필드를 잡으라고 그런 과부하 카드를 준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주술사가 그 타이밍엔 하수인을 소환해야 해서 막상 과부하 카드들을 쓸 틈이 없어요. 그래서 토템 골렘, 파괴의 화염수호정령 등 스탯이 좋은 하수인에 과부하를 붙여서 냈는데, 다음 턴 과부하 때문에 행동 제약을 받는 게 너무 큰 불이익으로 다가와요. 순서대로 잘 나왔을 때나 좋지 만약 둘 중에 하나라도 잡히지 않으면 틀이 깨진 주술사는 아무것도 못하고 져요.

결국 또 효율이 좋고 과부하 없는 간식용 좀비, 유령들린 거미,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라는 1, 2, 3, 4 루트를 타는 거죠. 콤보 카드들을 주술사에게 많이 추가해 주고는 있는데 조금 엉뚱한 카드들을 추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주술사가 아예 못 살아날 것 같지는 않고, 개선의 여지가 분명히 있는 직업이라고 봐요. 함부로 주술사를 최약체라고 단정짓긴 힘들어요.

A : 사실 저는 이번 달에 유독 주술사를 많이 해 보고 전설도 주술사로 달성했거든요. 주술사가 생각하는 것처럼 아주 약한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과부하의 경우는 제가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데 야수 정령같은 카드는 3코스트를 써서 2/3 하수인 둘을 주는데 과부하를 2나 주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존의 과부하 카드들의 과부하 정도를 약간씩 줄여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어요. 주술사의 모든 카드가 그런 건 아니지만, 예전에 나왔던 카드들은 메타가 바뀌고 하수인도 많이 바뀌었는데 과부하가 심해서 요즘 메타의 템포를 따라가기가 힘든 감이 있다고 봐요.

제가 주로 쓰는 덱에선 과부하를 지닌 카드가 야수 정령이나 번개 폭풍 뿐인데, 지금처럼 코스트에 딱 맞는 플레이를 해야 하는 메타에서 과부하 카드를 사용하면 다음 턴을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부분에선 주술사에 대한 상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심규성과 익명의 A선수의 의견 역시 '파이어뱃'이나 '트롤덴'이 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느린 패치, 그리고 잘못된 패치 방향 때문에 대세 덱의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콤보 덱이 모조리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 마나 코스트에 맞춰 스탯 좋은 하수인만 꺼내면 이기는 게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손님 전사가 득세했을 때, 유저들은 한 방 피니쉬가 너무 강력한 거품 무는 광전사에 대한 하향을 많이 요청했지만 블리자드는 전쟁노래 사령관을 쓸 수 없는 카드 수준까지 하향하면서 그간의 피드백과 전혀 다른 방향의 패치를 했다. 그 후로도 유저들은 박사 붐같은 특정 카드의 완벽 상위호환인 카드, 수수께끼의 도전자나 미치광이 과학자같이 스탯, 특수 능력, 덱 압축 등 모든 것을 갖춘 카드에 대한 하향을 요청했으나, 블리자드는 이번에도 '통계상 문제될 것 없다'거나 '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미 블리자드는 굶주린 대머리수리를 사용 불가능에 가깝게 하향하면서 '독수리-개풀' 콤보를 사장시켰고, 로데브로 주문 도적을 막고자 했다가 실패하자 가젯잔 경매인, 리로이 젠킨스를 몽땅 너프해 주문 도적이라는 덱 자체를 없애버렸다. 그 후에도 손님 전사를 노린 듯한 카드인 서리아귀를 출시했으나 여전히 손님 전사가 득세하자 또다시 덱 하나를 사장시켰다.

최소 세 번이나 본인들의 노림수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실패를 인정하고 그만 고집을 부릴 때도 됐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여전히 신규 모험모드의 시스템인 '발견'으로 메타에 저항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주술사의 근본적 문제점인 과부하에 대해서도 오로지 통계만을 근거로 들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번에도 소용없을 것이 분명함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블리자드는 이번 블리즈컨에서 망가진 밸런스에 대해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도 늘 그랬듯 '인지하고 있다. 주시하고 있다'는 답변만 계속해서 반복했다. 이제는 망가진 밸런스와 고착화된 메타, 그리고 기약없는 밸런스 조절에 진절머리를 낸 유저들이 고대의 감시자급 행동력을 지닌 블리자드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