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서버에 5.22 패치가 적용되었다. 5.22 패치는 단순한 버전 업 패치가 아니었다. 2016 프리시즌의 변경점을 담은 거대한 패치였고, 이로 인해 소환사의 협곡은 대격변을 맞았다. 챔피언 밸런스/아이템/오브젝트를 비롯, 거의 모든 요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부분이 변경되었다.

변화의 폭풍을 정면으로 맞은 소환사의 협곡! 과연 현재 소환사의 협곡에는 어떤 일이 펼쳐지고 있는 걸까?

▲ 2016 시즌의 시작을 알린 5.22 패치. 협곡에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모든 라인을 지배하는 완벽한 챔피언! 그레이브즈. 정점에 서다.

이번 패치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챔피언은 명확하다. 두말할 것도 없다. 바로 그레이브즈다.

그레이브즈는 현재 11월 20일, fow.kr 기준으로 승률 55.54%를 기록, 전체 챔피언 1위에 올라있다. 픽률 역시 20%에 근접할 정도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현 최고의 꿀챔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정도 수치면 승리를 위해선 그레이브즈가 필요하다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다.

그레이브즈는 그동안 원딜러로 활약해 왔지만, 이제 와선 원딜러라고 평가하기 조금 애매해졌다. 지금의 그레이브즈는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다. 서포터를 제외한 탑, 미드, 정글, 원딜 모든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다.

▲ 전 라인에서 활약하는 그레이브즈. OP 챔프, 바로 그 자체다. (통계 출처: fow.kr)


원딜러 외에 가장 주목받는 포지션은 정글이다. 그레이브즈는 광역 평타와 넉백으로 빠르고 안정적인 정글링이 가능하다. 또한 빨리 뽑기를 통해 벽을 넘어다닐 수도 있다. CC기는 다른 전문 정글러들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압도적인 성장 속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여 다른 모든 챔피언을 화력으로 찍어 누른다. 잘 성장할 필요도 없다. 적당히 성장해도, 상대 대미지 딜러들은 그레이브즈의 스킬 콤보 한 바퀴가 돌기도 전에 녹아내리곤 했다.

그렇다고 맷집이 약한 것도 아니다. 빨리 뽑기로 인한 방어력 증가는, 순간적으로 그레이브즈를 탱커급 챔피언으로 만들어주었다. 딜링, 탱킹, 기동력까지. 약점이 없다. 그레이브즈는 최고의 원딜러로 넘어, 현 최고의 챔피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 땅땅땅빵! (영상 출처: youtube 'LOL PRO Replays')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이런 그레이브즈의 지나친 강력함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고, 긴급 패치를 통해 그레이브즈의 성능을 조정했다. 긴급 패치로 인해 그레이브즈 딜링의 핵심이었던 Q스킬, '화약 역류'가 너프되었다. 전반적인 대미지가 줄었고, 마나 소모도 증가했다. 이 너프는 유저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컸고, 그레이브즈가 예전만은 못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어디까지나 예전만큼은 못하다는 것. 너프에도 불구하고 그레이브즈는 여전히 최상위 포식자로서 소환사의 협곡을 지배하고 있다. 과연 그레이브즈의 철권통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어쩌면, 또다시 연속 너프 기록을 갱신할지도 모르겠다.

▲ 우선 1단 너프. 이번에도 계속해서 '너프 콤보'를 쌓아갈까?



■ 원딜 패치의 결과는? 스킬 딜러 뜨고, 평타 딜러 지다!

5.22 패치의 핵심은 원거리 딜러들의 변경이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원거리 딜러들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은 낮아졌고, 각 챔피언의 특징도 획일화되어갔다. 하지만 이번 패치로, 거의 전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많은 원거리 딜러들의 플레이가 개편되었다. 그레이브즈는 평타로 산탄총을 쏘고, 코르키는 AP 딜링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퀸은 '로밍형 원딜러'로 활약할 수 있게끔 조정되었다.

이걸로 모든 원딜러들이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면서도, 동시에 실리도 챙길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렇진 않았다. 패치로 강해진 유형이 있는 반면, 한없이 추락한 유형도 있었다. 떠오른 것은 스킬 딜러이고, 가라앉은 것은 평타 딜러다.

▲ 스킬 딜러는 뜨고, 평타 딜러는 졌다.


스킬 사용 위주의 딜러, 정확히 표현하자면 스킬 사용 빈도가 높고, 평타 의존도도 낮은 편이 아닌 챔피언들의 승률이 높아졌다. '루시안'과 '미스 포츈'이 대표적인 예다. 두 챔피언 모두 스킬의 의존도가 높지만, 평타를 아예 배제한 챔피언은 아니다.

이 두 챔피언들이 강해진 이유, 그 중심엔 개편된 아이템인 '정수약탈자'가 있다. 5.22 패치로 완벽하게 재탄생한 정수 약탈자는, 현재 스킬 비중이 높은 원딜러라면 무조건 갖춰야 하는 코어 아이템이되었다. 높은 공격력과 치명타 확률에 쿨타임 감소 효과까지 달려있다. 게다가 마나 회복 능력까지 있어, 라인 유지력도 높여준다. 이 아이템은 스킬 딜러는 물론 평타 딜러에게도 코어템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스 포츈과 루시안은 이 정수 약탈자의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챔피언이다. 스킬 대미지가 좋고, 자주 활용하는 두 챔피언에게 정수 약탈자의 마나 회복 능력은 꿀같은 옵션이다. 게다가 쿨타임까지 줄여준다니 더할나위 없다. 특히, 궁극기에 치명타가 터지게끔 변경된 미스 포츈과 정수 약탈자는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 원딜러들에게 '선정수'라는 말은 이제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평타형 원딜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초반부터 라인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스킬 딜러들을 상대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에 있다. 현재, 평타 딜러의 대표격으로 분류되는 베인과 코그모는, 현재 봇 라인의 지배자라고 할 수 있는 그레이브즈나 루시안, 미스 포츈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 성장에 시간이 필요한 그들에게, 초반 주도권을 완벽히 내주는 것은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2016 시즌으로 개편된 아이템들이 평타 딜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 한다. 대표적인 평타 딜러를 위한 아이템, '몰락한 왕의 검'의 가성비도 나빠져, 아이템 트리 운영이 어려워졌다.

▲ '몰락한 왕의 검'은 이제 만능 아이템이 아니다.


챔피언 성능이 애매해졌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5.22 패치로 베인의 W 스킬에 포함되어있는 체력 비례 대미지는 상향되었지만, 고정 피해가 없어졌다. 초반 단계를 넘기기 힘들어진 것이다. 코그모는 더욱 심각하다. W 스킬의 공격 속도 증가 폭은 엄청나지만, AD의 55%만 들어가게끔 변경되었다. 어느정도 아이템이 갖춰진 후반부에는 여전히 강력한 딜을 낼 수 있지만, 한 방씩 견제해야하는 초반 단계는 더욱 힘들어졌다. 이것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현재 코그모는 fow.kr기준, 39.65%의 승률을 기록, 전체 챔피언 중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많은 원딜 유저들이 평타 원딜러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아이템 트리와 특성을 연구하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유저들은 '코그모 장례식'을 열어, 암울해진 코그모를 애도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과연 '슈퍼 하드캐리 머신' 코그모는 어떤 내일은 맞이하게 될까?

▲ 코그모. 여기에 잠들다. (통계 출처: fow.kr)



■ 핵심 특성, '전쟁광의 환희'가 만들어낸 검사들의 부흥

2016 시즌엔 특성 트리도 완벽하게 개편되었다. 특성 자체는 단순해졌지만, 하나하나가 주는 효과는 아이템 능력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특성은 '흉포'의 핵심 특성인 '전쟁광의 환희'이다. 전쟁광의 환희는 치명타 적중 시 공격 속도가 20%증가하고, 적에게 입힌 피해량의 15%를 회복하는 특성이다.

2초라는 쿨타임이 있지만, 4초간 유지되는 20%의 공격 속도 증가는 엄청나다. 게다가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어, 라인 및 전투 유지력도 높여준다. 치명타 부분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챔피언에게, 이 특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 치명타 위주의 챔피언들에게 이 특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물론, 이 이유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꿀같은 특성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챔피언들은 비약적인 승률 상승을 이뤄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야스오와 트린다미어다.

이 두 챔피언은 초반부터 높은 치명타 확률을 갖는다. 라인전 단계에서부터 이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체력을 회복하고, 높은 공격속도로 상대를 압박한다. 특히, 야스오의 경우 이 특성의 능력을 200%로 끌어 올리는 스킬 구성을 갖추었기에, 2016 시즌 특수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프리 시즌의 주연으로 급부상한 야스오와 트린다미어


하지만 이 무서운 승률 상승폭은, 이제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5.22 추가 패치로 인해, 전쟁광의 환희가 챔피언과 분신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니언에게 특성을 발동시켜 공격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없게된 만큼, 이 두 챔피언들의 성능도 어느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챔피언들에게만 적용된다고 해도 여전히 위협적인 특성인 것은 분명한 사실. 이 두 챔피언들의 미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듯 하다.

▲ 추가 패치로 인해 챔피언에게만 발동되게끔 변경된 '전쟁광의 환희'



■ 5.22 패치는 공격수들을 위한 패치?! No! 강력한 '피돼지'들이 온다!

5.22 패치는 분명 원딜러를 위한 패치였다. 원딜러들이 게임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은 분명 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탱커 챔피언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높은 체력과 회복력으로 탱킹하는 챔피언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챔피언들의 득세엔, 이번에도 특성이 큰 역할을 한다. 사냥할때마다 추가 체력을 얻는 '결의'의 핵심 특성, '영겁의 힘'은 문도 박사와 같은 체력 중심의 챔피언들의 생존률을 높여준다. 그외에도 체력을 상승시켜주는 유용한 특성들이 많아, 체력 기반의 챔피언들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 아이템의 변화 역시 크게 작용했다. 원딜러들의 아이템 변화와 평타 위주 원딜러의 몰락으로 인해, 전보다 체력 기반의 챔피언들을 상대하기 힘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의 혜택을 가장 잘 받은 챔피언이 바로 문도 박사다. 코그모와 베인이라는 천적이 없어진 지금, 소환사의 협곡은 문도 박사의 독무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게다가 얼마 전 패치로 E스킬로 체력 비례 대미지까지 얻은 지금, 그는 탱커의 역할은 물론, 딜러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력한 대미지도 갖췄다.

▲ 또 하나의 꿀 챔피언, 문도 박사 (통계 출처: fow.kr)


이러한 이유로 현재 문도 박사는 fow.kr 기준, 전체 챔피언 3위에 올라있다. 탑 라인은 물론, 정글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이기에, 밴픽 단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문도 박사뿐만 아니라, 체력 위주의 챔피언인 볼리베어도 재조명받으며 연일 승률이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협곡에 불어닥친 '피돼지' 메타. 현재, 문도 박사로 대표되는 무서운 '피돼지'들은 다른 라인 유저들의 '공공의 적'이 된 상태다. 오랜만에 빛을 본 체력 탱커들. 그들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 메타 변화의 바람을 타고 가파른 승률 상승을 보이는 볼리 베어 (통계 출처: fow.kr)



■ 유저들의 바람이 이뤄지다?! 드디어 부러진 리븐의 검!

최근 몇 달간, 리븐은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를 가장 뜨겁게 달군 챔피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유저들은 '리븐의 성능을 하향해야 한다'를 넘어, '아예 챔피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낼 정도였다.

하지만 2016 시즌에 들어선 이러한 이야기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동안 '부러진척' 했던 리븐의 검이, 이번엔 정말 부러졌기 때문이다. 리븐은 현재 fow.kr기준으로 46.54%의 승률을 기록하며, 뒤에서 세는 게 더빠를 정도의 저조한 승률을 보이고 있다.

▲ 수직 하락한 리븐의 승률! 리븐의 검이 진짜 부러졌다. (통계 출처: fow.kr)


엄청나게 떨어진 리븐의 승률. 리븐은 2016 시즌에 적응하지 못했다.

새로운 시즌에 맞춰 변경된 특성은 아이템 하나 정도의 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정작 리븐에게 잘 어울리는 특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물론, 아예 도움이 안 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전쟁광의 환희-야스오 조합처럼, 정말 잘 어울리는 특성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치명타 관련 아이템의 시너지를 못받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새 시즌들어 떠오른 대다수의 대미지 딜러들의 공통점은 치명타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아이템과 특성 시너지가 좋기에, 이러한 챔피언들이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리븐은 치명타를 활용하지 못하는 챔피언이기에, 대세와는 조금 먼 느낌이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용했던 리븐의 주력 아이템의 성능이 삭제/너프되고, 가격까지 상승했기에 아이템 트리의 운영에도 어려움이 따르게 되었다.

▲ 주력 아이템의 삭제와 너프. 리븐의 운영은 더욱 힘들어졌다.


분명 리븐은 약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리븐의 밴율은 엄청나다. 그동안 리븐에 당해왔었던 '각인 효과'와 함께, 너프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리븐은 까다롭다는 생각이 겹쳐져 만들어진 결과라 할 수있다.

리븐의 몰락. 분명 많은 유저들이 바랐던 결과였고, 이뤄졌다. 하지만 리븐은 정말 끝날걸까? 아직은 지켜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 대상이 다른 챔피언이 아닌, '리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매서운 태세전환으로, 갑작스럽게 부러진 칼을 붙이고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 리븐의 검은 부러졌다. 하지만 불안감은 남아있다!